자살이 문제이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러한 선택을 하였겠는가. 또 그 유족들의 상심과 비통이 얼마나 크겠는가? 이를 가지고 종교적인 관점으로 죄악시한다거나 기존의 도덕과 윤리관만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삼가해야할 일이다.
자살 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기본적인 자료로 무엇 때문에 자살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들이 있다. 자살의 위험을 올리는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이 요인부터 먼저 해결하여야 한다.오늘날 알려진 자살 위험 요인들은 우울증을 앓거나, 음주, 가족이 없이 혼자 사는 것, 실업, 사회적 관계가 빈약하여 별로 지원과 지지를 못 받는 것, 질병을 앓는 사람, 공격성이나 충동성이 많은 사람 따위이다. 그밖에도 가정 내에서 폭력을 경험하며 살았다든가 주위에 다른 사람들의 자살 사건을 겪은 적이 있는 경우도 자살 위험이 증가한다.
이러한 내용들을 깊이 생각하여보면 모두 한 가닥의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음주이다. 일회적인 음주만으로도 알코올은 뇌의 피질을 마취시킨다. 이성적 작업과 억압의 기능을 담당하는 이 부위가 마비되면 변연계를 비롯하여 그 하부의 뇌 기능들이 그대로 발현한다. 공격적인 감정들, 억압하지 않아 분출한 분노나 적개심과 같은 감정들이 충동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공격성과 적개심이 자기에게로 향한 것이 자살을 비롯한 자기 파괴적 행동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울증이나, 가족들로부터 버려져 혼자 사는 처지가 된 것이나, 직장을 잃은 것, 병이 난 것, 사람들로부터 소외된 것과 같은 일들은 흔히 지난날 지나치게 과음하며 살아온 것과 연관한다.
왜 알코올이 자살을 더 쉽게 하게 하는지에 대한 연구도 많다. 알코올이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떨어뜨려 우울증을 더 심하게 하고, 또한 충동성과 공격성을 더 조장하여 결국 더욱 더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살하게 한다고 한다. 그밖에도 스트레스 해결에 대한 판단에 장애를 끼치고, 기왕에 앓고 있던 정신질환의 치료를 소홀하게 하고, 음주로 인한 근시안적 시각은 각종 사회적 상황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알코올은 자살을 더 쉽게 결행하게끔 하는 것이 확실한 이상, 음주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자주 즐기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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