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수용, 이수자 부부의 남다른 이웃사랑

“장애우 도우미가 내 천직”

지역내일 2008-10-30 (수정 2008-10-30 오후 4:47:02)

‘만인은 평등하다’는 사상은 ‘자유 사상’과 함께 민주주의 사회를 떠받치는 기본 사상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평등하나, 개개인이 태어난 조건은 열이면 열 모두 다르다. 불평등하다는 뜻이다.
왕수용씨(판부면 서곡리·51)가 태어난 세상은 다른 사람이 태어난 세상보다 몇 곱절은 더 엄혹했다. 3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외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불운은 끝나지 않아서 12살 때는 오른손을 다쳐 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스스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가며 어렵게 야간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 사이 아이스크림 장사, 신문 배달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왕수용씨를 보고 있노라니 개인의 삶의 조건만 다른 것이 아니라 이웃을 향한 마음 크기도 다르게 태어나는 게 아닌가 싶다. 무난하게 태어나 큰 댓가 없이 사회에 자기 자리를 크게 차지한 사람들이 더 많이 베푸는 것이 순리일 터인데, 왕수용 씨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온몸으로 피땀 흘려 재산을 일구고 가정을 일군 이들이 더 많이 베푸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사회에 자리를 잡은 후 왕 씨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빛과 소금이 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사)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회장 이재승) 중앙회 이사를 15년간 역임하면서 장애우들을 위한 일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나섰다. 올해 열린 ‘사랑의 끈 연결고리 운동’ 행사에서는 500만원의 장학금과 15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제공했다.
원주의 어려운 이웃돕기에도 열심히 나서서 3년 전 밥상공동체 행사에 2600만원 상당의 물품 지원 및 노력 봉사, 올 10월 8일 ‘강원도 장애인 연합회 체육전진대회’에서 5000만원 상당의 물품 제공 등 일일이 적기 어려울 만큼 열심히 자원봉사 활동을 해왔다.



부인과 가족들 까지 이웃 돕기에 적극 나서
결혼 초기에는 남편의 물불 안가리는 자원봉사 활동에 무던히도 반대해 왔던 부인 이수자씨(49). 그러나 좋아서 하는 일 말릴 수 없다고 생각해 그저 바라만 보다가 몇 년 후에는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함께 이웃돕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해 한국신체장애인 복지회에서 주관한 제 2회 사랑의 끈 연결고리 운동 대회장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남성을 대상으로만 수상하던 관례를 깨고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국제라이온스 협회 국제회장상을 수상하기 까지 했으니 이를 두고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하던가. 아들 왕인우 플레버 커피전문점 대표(28)와 대학생인 딸 선우(24)까지 온 가족이 기꺼이 자원봉사에 동참하고 있다.

문화와 레져가 있는 장애인 복지관 건립이 꿈
왕수용 씨의 꿈이 있다면 원주에 ‘장애인 복지관’을 짓는 것이다. 기존의 복지관이 아니라 장애우들이 문화생활을 누리고 운동할 수 있는 복지관을 짓는 것이 꿈이다. 당구장과 노래방, PC방, 편의점 등을 갖춘 장애인 복지관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구멍난 운동화 신고 다니고 1~2만원 짜리 옷 입는 거 당연하게 삽니다. 내 몸 위해, 자식 위해 쓰기 보다는 내가 받은 거 온전히 돌려주고 떠난 고 유일한 박사의 삶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왕수용, 이수자 부부의 이웃사랑의 향기가 커피향처럼 퍼지는 가을날이었다.

한미현 리포터 h4peac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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