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얌이 우째 센지 아나/ 내사마 모르겠다/ 우예 센긴데/ 참말 모르나 그놈이 센 거는/ 껍데기를 벗기 때문인기라/... 그라모 그기 껍데기가 진짠가/ 시상 새로 나온 비얌이 진짠가/...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진짜 내미는 놈/ 그런 놈이 센 놈 아이겠나/ 넘 몰래 안창에다 진짜를 감춘 놈/ 그런 놈이 무서븐 거 아이겠나/ - 이진수 님의 센 놈 중에서 발췌 -
진짜로 그랬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 만만하게 보았는데, 산행을 시작하는 초입부터 모락산은 쉽게 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내린 가을비로 땅이 촉촉이 젖은 지난 금요일,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모락산 정상도전에 나섰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재미 삼아 마을 뒷산을 오른 것이 전부인터라 난생 처음 도전하는 정상도전에 마음이 들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의왕시 내손동과 오전동을 가로지르며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한 모락산은 인근에 있는 산들 중에서도 그리 높지 않은 곳이라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준비도 대충대충, 들뜬 마음만 배낭 가득 담았다.
과욕은 금물, 가파른 능선 따라 한 박자 늦게
모락산 정상에 이르는 등산로는 여러 갈래다. 안양교도소 뒤편에서 시작해 계원예술대학 쪽으로 하산할 수 있고, 내손동 약수터를 시작으로 길을 잡을 수도 있다. 혼자서 하는 산행인만큼 비교적 쉬운 코스인 계원대 후문입구에 위치한 삼림욕장으로 길을 잡았다. 이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길은 능선을 따라 잡목숲을 뚫고 오솔길을 열어 놓고 있다. 그러나 등산로 초입부터 오르막길 계단이 예사롭지 않다. 계단길을 따라 노린재나무와 생강나무, 떡갈나무 사이로 드리우는 햇살을 받으며 30여 분쯤 올랐을까? 갈림길에 들어섰다. 정상인 국기봉에 오르려면 오른편 길을 따라 올라야 한다. 여기서부터 잠깐은 평지에 가깝다. 숲 사이사이로 가지를 뻗은 단풍이 처음으로 눈에 들어왔다. 햇살을 받은 빨간 나뭇잎이 상기된 내 볼과 닮아있다.
단풍구경도 잠시, 가파른 나무계단이 앞을 막는다. 계단을 하나둘 씩 딛고 오르자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림이 느껴진다. 고소공포증 때문에 더럭 겁이 났다. 함께 하는 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흔들림은 더했다. 철계단 중간쯤 올라서면 바위전망대가 나오는데 모락산에서 바라본 동쪽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멀리 과천시에서 서울로, 청계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이어 철계단을 지나 바위암벽의 로프를 잡고 올라서면 의왕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또 다른 전망대에 이른다. 북쪽으로 아찔한 절벽을 이룬 바위틈에 올라서면 의왕, 평촌, 안양일대의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건너편 관악산의 모습이 우뚝하다. 웅장하고 너른 바위와 시원스레 펼쳐지는 전경 탓에 많은 이들이 이곳을 정상으로 착각하기도 한다는 게 어느 등산객의 귀띔이다.
능선을 돌아 나가면서 또 하나의 거대한 바위봉을 만나게 된다. 사인암이다. 여기서부터 정상가지는 600여 미터 정도. 능선에 곤양배씨 묘를 지나 가파른 암벽을 오르면 정상인 국기봉에 이른다.
곳곳이 바위능선, 절벽 따라 매어진 밧줄잡고 안전한 하산
해발 385m 정상에 올라서자 남서쪽으로 곳곳에 벼랑과 바위능선이 굼실댄다. 서편으로 이어진 긴 능선은 의왕시가지 쪽으로 뻗어있다. 화강암 바위능선이 꿈틀대고 치솟으며 까마득한 절벽을 만들어낸다. 정상에서부터 이어진 바위길은 험하지만 계단과 밧줄이 잘 매어져 있어 누구나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겠다. 능선을 따라 내려서는 길, 소나무 사이 자리한 공터에 성돌을 쌓아놓은 듯한 돌무더기가 눈에 띈다. 돌 하나로 시작해 돌산이 되어버린 돌무더기를 보고 있자니 돌마다 더해진 사람들의 소망과 정성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하다.
산밑으로 내려올수록 바위가 아닌 산길이 나오고 능선의 경사도 완만해진다. 능선 아랫녘에서 길은 둘로 갈라지는데, 오른편은 안양교도소, 왼편은 약수터를 지나 성나자로 마을로 이어진다. 오른편 길로 내려섰다. 숲을 뚫고 뻗어나간 나무계단이 호젓한 오솔길이다. 마을 뒷산 산책로로는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교도소 담을 끼고 돌아 나와 큰길로 들어섰다. 평촌 시가지와 연결되는 이길 역시 곱게 물든 단풍이 등산의 여흥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Tip
모락산은?
의왕시 내손동과 오전동 사이에 위치한 해발 385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그러나 산전체가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 북쪽사면이 절벽을 이루고 있어 경사가 가파르고 등산로가 험하다. 곳곳에 시원한 전망대가 있고 암벽을 타는 사람들 사이에 유명한 미래암이라는 암장도 있다. 정상에 오르면 의왕시와 안양시 전체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고, 청계산과 백운저수지, 바라산에서 백운산을 거쳐 광교산에 이르는 능선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인근 맛집
모락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보리밥집이다. 계원대 후문 쪽에 자리한 보리밥집은 얼마전 공중파 방송을 통해 최고의 명당으로 소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산행 후 보리밥과 묵무침으로 허기를 달래고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이면 그 맛이 일품이다. 보리밥집 주변에 너른 잔디마당이 가꾸어져 아이들 놀기에도 적당하다. 평일과 주말을 이용 산행이 아니라 보리밥을 먹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김은진 리포터 joli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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