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고 최종 합격한 횡성중학교 김현구 군

자유롭던 초등학생 시절이 내 공부의 원천

덕고 장학생 선발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 맞아

지역내일 2008-10-17 (수정 2008-10-17 오후 3:01:47)

2009학년도 민족사관학교 최종합격 통지를 받던 당일에는 멍하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라는 김현구 군(횡성중학교 3년). 지금은 그곳에서 가서 공부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어머니 박수자씨(41)는 “민사고는 특별한 아이만 가는 줄 알았다”며 아들이 이룬 성과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중학교 내내 전교 1등 자리를 놓치지 않을 만큼 우수했던 김 군에게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준 계기는 민사고 덕고 장학생 선발이었다. 서류 심사를 거쳐 덕고 장학생 후보로 뽑힌 후 민사고에서 영어 에세이 작성과 면접 등을 거쳐 덕고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그러나 덕고 장학생 선발이 민사고 입학까지 장담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장학생으로 선발된 날, 김 군은 꼭 이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열망을 불태웠고 늦은 출발 만큼 더 큰 노력으로 당당히 민사고 신입생으로 선발되었다.



공부하라 잔소리 들은 적 없어
사교육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횡성군에서 김 군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초등학교 시절 현구의 사교육 이력은 춘천에서 3학년 때 다녔던 1년 간의 학원생활과 횡성으로 이사온 후 3학년부터 3년간 선교원에서 배운 회화 중심의 영어 교육, 1년 6개월 정도 배운 피아노와 3품까지 딴 태권도가 전부였다. 굳이 더 꼽으라면 초등 6학년때 학교에서 수학영재로 선발되어 1년간 영재교육을 받았다는 점이다.
“횡성에 학원이 많지도 않았고 학원을 섭렵할 경제적 여건도 되지 않았어요. 기초만 튼튼히 하면 된다고 생각해 학습지를 꾸준히 푸는 것으로 공부를 대신했습니다. 제가 한 일은 채점해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날 정한 분량만 채우면 현구 마음대로 자유로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어머니 박수자씨가 밝힌 김 군의 초등학교 생활이다. 선교원에서 배운 회화 위주의 영어공부와 하루도 빼놓지 않은 학습지 공부가 그의 공부 밑천이었던 셈이다.
김 군은 초등학교 시절 공부하라는 부모님의 잔소리를 한 번도 들어보지 않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원 없이 놀아서 공부에서 멀어지지 않은 것 같아요.”공부 비결을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학업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웠던 유년시절이 지나면서 공부할 계기를 잡았고, 공부에 매진했고,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공부가 재미있었다.

많이 풀기보다 제대로 풀어라
그에게 공부의 계기가 되었던 것은 중학교 배치고사였다. 배치고사가 중요하다는 선생님 말씀에 열심히 공부했고 그 결과 1등을 한 것이 학구열을 불렀다. 1등을 놓쳤던 것도 그에겐 계기였다. 슬럼프에 빠졌던 1학년 2학기 기말 고사 때 1등을 놓친 것이 오히려 약이 되었다.
영어공부와 내신공부 위주였던 중학 2년간의 공부 비결을 물었다. 덕고 장학생으로 선발되기 전인 중학교 2학년까지 김 군은 학원에 다니지 않았다. 대신 시중에서 기출 문제집 두 종류를 구해서 열심히 풀었다. 문제집에 요약된 요약본을 공부한 후 문제를 풀다 보면 문제 안에 보충설명이 다 들어있다고 한다. 틀린 문제는 체크해서 틀린 이유와 그 문제와 연관된 관련사항을 빠짐없이 적어놓았다. “문제집을 얼마나 많이 푸느냐 보다 한 권이라도 제대로 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사고 덕고 장학생 선발은 김 군에게 인생 최초로 찾아온 터닝포인트. 장학생으로 선발된 후‘민사고 덕고 장학생 횡성군 후원회’의 지원으로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원주 영재사관학원(원장 박홍식) 특목고반에 적을 두고 민사고 수험준비에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박홍식 원장은 “현구가 학원에 등록했을 당시 수학 진도가 중학 2학년 2학기로, 딱 자기 학년 만큼 공부한 상태였을 만큼 다른 학생들보다 준비가 늦었지만 3학기 과정을 3개월 만에 마스터 할 정도로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기본기도 탄탄했다”고 말했다.
수학은 어려서부터 좋아했고 재능도 있어서 크게 어려움이 없었지만 문제는 영어였다. 영어를 잡기 위해 김 군은 하루 3시간 이상 영어에 투자했다. 그의 영어 잡기 비결은 ‘횡성에서 원주에 있는 학원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 CNN 들으며 단어 잡기’로 요약된다. 단어 외우기에만 총 2시간 이상을 투자했고 영어 받아쓰기에 최소한 30분을 투자하는 등 영어에 매달렸다. 학원을 오가는 버스 안에서 영어방송을 청취하면서 동시에 단어외우기에 매진했던 시간이 영어를 정복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고 스스로 자평했다. 중학 3학년이 되어서 처음으로 도전한 TAPS 시험 준비를 통해서 속독으로 독해하는 방법도 배웠다.
김 군은 영어 단어를 외울 때 해당 단어 하나만 달랑 외우지 말고 동의어와 반의어를 함께 외워 보라고 권했다. 한 단어에서 파생되는 여러 단어를 함께 공부하다 보면 외우고자 하는 단어의 뜻도 더 명확해지고 구분도 잘된다는 것. 외운 단어가 영어방송 청취 중에 나오면 그렇게 즐거웠다고 한다.

나만 볼 뿐 딴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생명공학자가 꿈인 김 군의 좌우명은 ‘나만 보자’이다. 나를 딴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노력하는 내 모습을 사랑하고 그 노력의 결과물을 보면서 자신감을 다지고 미래를 준비할 뿐이다.
행운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나 행운이 머물기 위해서는 준비된 그릇이 필요하다.
김 군이 맞이할 또 다른 터닝 포인트는 어디쯤에 있을까?

한미현 리포터 h3peac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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