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카페 ‘원주사랑’

인터넷과 현실 오가며 원주 ‘사랑방’으로 자리 잡아

지역내일 2008-09-12
미래학자인 엘빈 토플러와 제임스 데이터, 마이크로 소프트사 전회장인 빌 게이츠의 공통점은 뭘까? 이들 모두 “한국이 미래사회에서 세계리더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2050년 한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석학을 비롯하여 세계경제의 첨단을 걷는 기업들이 한국이 미래 세계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점치는 이유는 우리에게는 자연스럽고 익숙한 각종 디지털 기기와 이를 이용한 인터넷 세상의 현실화가 그들에게는 아직 닥치지 않은 낯선 미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세계 첨단이라고 생각하는 외부의 시선이 맞는 것일까? 화면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인터넷 세상이 현실세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나의 생활을 실제로 바꾸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다가오는 큰 변화의 단초를 다음 까페 ‘원주사랑’(http://cafe.daum.net/wonju)을 통해 가늠해 보았다.

온-오프라인 넘나들며 모임의 새로운 전형 만들어
‘원주사랑’은 1999년 5월 원주를 떠나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던 곽용민(29·문막·닉네임 풋사과) 씨에 의해 개설됐다. 99년은 포털 인터넷 사이트 ‘다음’에 카페가 만들어진 해이다. 94년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상용서비스된 후 98년부터 인터넷 이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고 그 파도를 타고 다음에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인 카페가 개설되기에 이른 것이다.
곽용민씨는 “98, 99년도는 인터넷이 전용으로 넘어가던 과도기였다”며 다음 카페가 개설되자 바로 ‘원주사랑’ 카페를 열었다고 추억했다. 개인이 자유롭게 모든 인터넷망과 연결될 수 있게 된 바로 그때 만들어진 카페 ‘원주사랑’은 원주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고 지인을 만날 수 있게 해준 매개체였다.
99년 9월 처음 열었던 정기 모임에 모인 인원은 10명이었다. 지금은 카페의 웬만한 친목모임도 3~40명을 훌쩍 뛰어넘는 인원이 모인다. 올해 열린 체육대회에는 120명이 넘는 회원들이 모였다. 10대 모임, 20대 모임, 30대 모임, 중장년방 등 세대별 모임이 카페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으며 원주사랑에서 개설한 동호회만도 문화탐방, 영화모임, 독서모임, 배드민턴 동호회, 당구클럽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카페의 자랑인 ‘봉사모임’을 통해 주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원주감영제 등의 문화행사에 참여하여 자원봉사도 하고 있다.

열린 공간, 다양한 사람들
한 개인에 의해 시작된 ‘원주사랑’은 9년이 지난 오늘 8600여명의 회원과 그 회원의 10%를 상회하는 접속률, 200명을 웃도는 오프라인 활동 회원들을 가진 모임으로 발전해 원주시민의 명실상부한 사랑방으로 성장했다. 가상의 공간인 온라인에서 시작되어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을 끈끈하게 결속시킨 원동력은 무엇일까?
곽용민씨는 가장 큰 요인으로 “온라인을 통한 쉽고 자유로운 접근”을 들었다. 과거 지역은 학교 동문회와 출신 지역 모임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연과 학연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지역사회모임에 발붙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인터넷 카페는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열린 공간이다. 새로운 만남을 원하는 원주시민들의 요구에 제대로 부합된 것이다. 중장년방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종률(45)씨의 경우도 원주가 고향이 아니나 ‘원주사랑’에 가입한 후 누구보다 활발하게 원주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만남이 주는 기쁨은 또 있다. 30대반 모임을 통해 현재 남편을 만나 결혼에 이른 정은희(37·단구동)씨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점”을 카페 활동의 장점으로 꼽았다. 다양한 계층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통해 보다 넓은 세상을 엿볼 수 있음과 동시에 회원들 각자의 전문적인 식견과 실력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각종 행사나 모임에서 회원들의 다양함은 더욱 빛난다. 서로서로 십시일반하며 화기애애하게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자유로운 소통의 문화 만들어가는 본보기
삭막할 것 같은 디지털 문화에 소통과 공감이 파고 들고, 현실 속에서 소통이 구체화되어 가다보면 점차 기존의 관습과 질서가 재편되는 것이야 당연한 수순이다. 자연스러운 참여가 가능하고 개인의 다양한 요구가 동등하게 개진될 수 있는 인터넷의 순기능과, 화면 속에 온기를 불어넣고 싶은 사람들의 바람이 합쳐져 ‘원주사랑’의 오늘이 만들어진 것이다. 자유로운 개인들이 자신의 방식대로 다양한 방법으로 만나는데 익숙해지고, 그 만남들이 힘을 가지게 되는 미래의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모되어 있을까? ‘원주사랑’의 10년 후 미래가 궁금해진다.

[‘원주사랑’의 운영비결]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조금만 소홀해지면 적막강산이 되기 쉬운데다가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의 특성상 분란도 심심찮게 생기고 이 때문에 문을 닫는 카페도 많기 때문이다. 원주사랑을 10년 가까이 튼튼하게 지켜온 비결에 대해 알아보았다.

* 카페는 개인의 것이 아니다.
카페를 개설한 경우 개인의 소유물로 생각해서 카페 개설자나 운영자가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터넷 세상에 얼굴을 내민 순간 그 카페는 개인의 것이 아닌 회원 모두의 것으로 새로 태어나는 것이다. 회원이 카페의 주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카페 운영의 원칙을 분명히 한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원칙이 마련되어야 한다. 김종률씨는 “익명성이 보장되다 보니 분란이 일어날 소지가 많다. 윤리위원회를 통해 분란시 확실하게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회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원주사랑 운영자들의 임기는 1년이다. 오랫동안 운영자 일을 하다보면 지칠 수 있기 때문에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게 배려한다.

* 자발적인 회원들을 전진배치한다.
곽용민씨는 운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발성이라고 말한다. 열심히 하는 사람을 전진배치한 것이 카페를 활기차게 만든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정은희씨도 “카페가 튼실한 이유는 투표를 통해 선출된 운영자가 열심히 활동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원주사랑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려면?]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어디 가든 스스럼이 없지만 대부분은 모임에 처음 얼굴 내밀기가 쉽지 않다. 원주사랑 오프라인 모임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고 싶다면 먼저 ‘봉사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첫 만남이 어색하고 쑥스러운 다른 모임과 달리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 ‘원주사랑’은 자원봉사 단체로 등록되어 있어 중·고교생들의 자원봉사 인증이 가능하다.
가족과 함께 ‘문화탐방’에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좋고 자연스럽게 모임에 참여할 수 있어 더 좋고 탐방전문가들이 포진되어 있어 저렴하게 문화탐방을 즐길 수 있어 더더욱 좋다.

한미현 리포터 h3peac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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