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의 나이가 되면 무엇을 할까? 대부분 환갑 쯤 되면 편안히 쉬며 손주 보는 것으로 일상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삶에 정열을 쏟고 있는 아름다운 할머니가 있다. 현재 원주한지문화센터 강사로 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김원자씨(60세)는 이번 대한민국한지대전에서 ‘조족등’으로 대상을 차지해 관심을 모았다.
아무도 못 말리는 할머니
김 씨는 한번 몰두하기 시작하면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으로 오해도 많이 받았다.
한동안 손뜨개에 관심을 가졌던 김 씨는 “어느 날 길을 걷다 앞에 걸어가던 사람 옷이 평소 못 보던 문양인 것을 보고 졸졸 쫓아가며 그 문양을 살핀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이 자신을 왜 쫓아 오냐고 거지취급을 해서 당황했었다”며 거리낌 없이 웃는다. 이런 김 씨의 성격 때문에 친구들은 김 씨를 ‘아무도 못 말리는 할머니’라고 부른다.
지금도 한번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면 밤을 새는 것은 다반사이며 방이고, 거실이고 모두가 작품에 관한 것으로 가득 차 가족들이 앉을 자리마저도 없게 만들곤 해서 불평을 듣기도 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고 하니 못 말리는 아줌마가 맞다.
김 씨는 “서울 인사동으로 자주 나들이를 가곤 했어요. 우연히 인사동 길을 걷다가 한국의 전통미를 살린 한지작품에 빠지게 됐죠”라며 수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나들이를 다니며 한지공예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10여년이 됐다. 김 씨는 7년 전부터 대통령상을 수상한 상기호 선생에게 사사 받아 정식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대한민국한지대전 대상작품인 ‘조족등’ 역시 상기호 선생이 권해준 것이다.
‘조족등’에 전통기법 다양하게 사용해
처음에는 문헌을 찾아가며 전통기법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이가 들면서 눈이 어두워지고 힘이 들어 새로운 기법을 찾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족등’에서 김 씨는 여러 가지 기법을 이용해 작품을 완성했다.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 것이 심사위원의 높은 점수를 받아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니 역시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나보다.
‘조족등’은 지호공예(한지를 종이죽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로 틀을 잡고 지승기법(한지를 꽈서 만드는 기법)으로 호두문양을 살렸다. 또한 십합(한지를 열장 겹쳐서 두께를 만드는 것)으로 해서 전지기법(문양을 파는 것)으로 전통문양을 팠다. 이렇게 완성하기 까지 6개월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김원자씨는 환갑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상 수상을 통해 전문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신효재 리포터 hoyj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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