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걸려 큰집을 찾은 가족들. 도착하자마자 여자들이 후텁지근한 주방에 쪼그리고 앉아 차례에 쓰일 음식장만을 하는 동안 남자들은 거실에 모여 고스톱 내지는 텔레비전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추석의 전형이라고 생각되는 이 풍경은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아야 했던 주부들에게 ‘명절 증후군’이 생겼다.
여자들은 괴롭고 남자들도 부담스러운 명절 문화, 이제는 모두가 즐거운 가족 모임으로 바꾸자. 잔소리가 두려워서, 혹은 바꿀 용기가 없어서 그대로 답습해온 명절 문화에 ‘이제 그만’을 외친 가정의 모습을 통해 건강하고 밝은 명절을 그려보았다.
Case1 명절 전후해 부담 없이 가족모임 가져요
최미란 (40)씨는“결혼 후 7년쯤 됐을 거예요. 남편과 대화 중에 시댁이 있는 강원도 춘천까지 6시간 가까이 운전을 해 찾아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차례만 아니라면 굳이 북적거리는 명절 인파 대열에 합류할 필요는 없잖아요.” 지난 주, 이미 추석을 기념한 가족 모임을 가졌다는 최씨는 7년 전 명절 교통대란에서 탈출했다.
“부부가 모두 일을 하다 보니 일 년에 두 번 있는 긴 명절연휴를 좀 더 지혜롭게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왔어요. 4남매의 장남인 남편을 설득해 명절 즈음으로 이를 기념하는 가족모임을 갖고 명절 연휴에는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짧은 여행을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동의한 후에도 남편의 마음은 한동안 불편해 하더라구요.
남편에게 최씨는 “혼자 장거리 운전하는 것이 힘든 것처럼 여자들만 준비해야 하는 명절도 힘겹다”고 설명했고 남편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가족 생일과 행사 등 적절한 명분을 만들어 이들 가족이 모이는 횟수는 1년에 평균 5~6번. 1년에 단 두 번 모이면서도 짜증과 불만으로 얼굴을 찌푸려야 하는 이전의 방식에 비해 이 가족의 가족모임은 늘 웃음이 넘친다.
Case2 명절을 양쪽 번갈아 가며 지내요
“추석은 친정, 설은 시댁에서 보내요”라는 박민정( 내서읍 중리)씨. 4남매의 장남인 남편, 세 자매의 막내인 아내 언뜻 보면 결혼 4년차인 박씨는 명절은 여지없이 남편 집에서 보낼 것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올 추석, 선물을 한 아름 싸든 이들의 발걸음은 서울 친정집으로 향할 예정이다.
“결혼 전부터 설은 남편 집에서 보내는 대신 추석은 친정에서 보내기로 허락을 얻었죠. 처음엔 장손이라 썩 내켜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쉽게 그러자고 하시더군요. 시어머니 역시 맏며느리의 무게가 얼마나 버거운지 이해하셨기 때문인 것 같아요.”
“ 친구들이 설에 ‘시댁서 하루 종일 일하고 밤늦게 서야 친정 가서 세배했다’며 하소연 할때 ‘딸 가진 죄인’이라는 말이야말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들 없는 우리 부모님도 명절 때 자식들을 반갑게 볼 자격이 있잖아요.”명절은 모두가 밝고 즐거워야 의미가 있는데 남자의 편리를 위해 일방적으로 여자가 희생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죠. ‘맏며느리’라는 이름 아래 주어진 짐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평생을 살아오신 어머니를 보며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마음은 있지만 시댁 분위기 때문에 그 동안의 관습을 떨치지 못하는 수많은 아내들에게 박씨는 ‘동서와의 대화’를 권한다. “동서가 있다면 이들과 상의해 번갈아 가면서 명절을 지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아요. 이들 역시 딸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싶을테니까요. 명절 중 한번을 친정에서 보내고 난 후, 다음 명절에 일하러 온 며느리들의 얼굴은 훨씬 밝아지지 않을까요?
Case3 가사분담 등 가족의 배려가 최선
추석은 가족 친지를 찾아 쌓인 피로를 푸는 즐거운 날이다. 하지만 가사노동을 많이 하는 주부에게는 스트레스의 주범이 될 수밖에 없다. 작년 추석을 힘들게 보낸 조모(35)씨는 “명절이면 남자들은 그저 먹고 놀기만 하지 여자들 고생하는 줄 알기나 하나요?” 라며 남편에게 “이제는 세상도 많이 변했으니 명절동안 가사부담을 좀 줄일 수 있게 도와 달라” 아내의 입장을 이해한 남편은 시댁식구들에게 양해를 얻어 가사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명절 때 남편과 전도 부치고 설거지도 함께하니 몸도 마음도 즐거워요”라고 전한다. 결혼 2년차 새내기주부 이미화(32)씨는“하루 종일 음식 만들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들어 명절 이후 몸살을 해요” 이를 지켜보던 남편 역시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남편과의 상의 끝에 요즘은 차례상 대행업체를 통해 명절음식을 맞추어 준비 한다”며 “스트레스도 줄이고 효율적”이라며 즐거워했다.
한혜진(41· 창원 반림동)씨는“나물은 형님이 과일은 작은 형님이 준비해 오도록 음식을 분담하니 가사노동이 줄고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 좋다고 한다. 한씨 집안의 변화에는 시댁 어른들의 영향이 컸다. 시어른들이 음식 조금만 해라 며느리도 놀아라?? 고 입버릇 처럼 말씀 하신 것 덕분에 한씨는 아침에 김해 시댁에서 출발 저녁에는 대전 친정에서 보낼 수 있게 됐다.
Case4 남편의 센스로 아내는 행복해
명절 기간엔 남편의 센스 있는 감각이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주방에서 일하는 아내에게 윙크를 보내고, 설거지하는 아내의 어깨를 은근 슬쩍 주물러주는 등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감각이다. 어색한 ‘립 서비스’일지언정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현한다는 박정춘(36)씨는 “수고했어, 당신이 사랑스러워” “여보, 설거지하느라 고생했지 내가 전신마사지 해줄께”같은 따뜻한 말 한마디로 아내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번 추석에는 음식 준비든, 운전이든 가족 구성원끼리 대화하고 서로 고충과 역할을 분담해 가족 건강을 지키는 ‘모두 행복한 추석’이 되길 기대한다.
김한숙 · 이유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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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의 전형이라고 생각되는 이 풍경은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아야 했던 주부들에게 ‘명절 증후군’이 생겼다.
여자들은 괴롭고 남자들도 부담스러운 명절 문화, 이제는 모두가 즐거운 가족 모임으로 바꾸자. 잔소리가 두려워서, 혹은 바꿀 용기가 없어서 그대로 답습해온 명절 문화에 ‘이제 그만’을 외친 가정의 모습을 통해 건강하고 밝은 명절을 그려보았다.
Case1 명절 전후해 부담 없이 가족모임 가져요
최미란 (40)씨는“결혼 후 7년쯤 됐을 거예요. 남편과 대화 중에 시댁이 있는 강원도 춘천까지 6시간 가까이 운전을 해 찾아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차례만 아니라면 굳이 북적거리는 명절 인파 대열에 합류할 필요는 없잖아요.” 지난 주, 이미 추석을 기념한 가족 모임을 가졌다는 최씨는 7년 전 명절 교통대란에서 탈출했다.
“부부가 모두 일을 하다 보니 일 년에 두 번 있는 긴 명절연휴를 좀 더 지혜롭게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왔어요. 4남매의 장남인 남편을 설득해 명절 즈음으로 이를 기념하는 가족모임을 갖고 명절 연휴에는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짧은 여행을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동의한 후에도 남편의 마음은 한동안 불편해 하더라구요.
남편에게 최씨는 “혼자 장거리 운전하는 것이 힘든 것처럼 여자들만 준비해야 하는 명절도 힘겹다”고 설명했고 남편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가족 생일과 행사 등 적절한 명분을 만들어 이들 가족이 모이는 횟수는 1년에 평균 5~6번. 1년에 단 두 번 모이면서도 짜증과 불만으로 얼굴을 찌푸려야 하는 이전의 방식에 비해 이 가족의 가족모임은 늘 웃음이 넘친다.
Case2 명절을 양쪽 번갈아 가며 지내요
“추석은 친정, 설은 시댁에서 보내요”라는 박민정( 내서읍 중리)씨. 4남매의 장남인 남편, 세 자매의 막내인 아내 언뜻 보면 결혼 4년차인 박씨는 명절은 여지없이 남편 집에서 보낼 것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올 추석, 선물을 한 아름 싸든 이들의 발걸음은 서울 친정집으로 향할 예정이다.
“결혼 전부터 설은 남편 집에서 보내는 대신 추석은 친정에서 보내기로 허락을 얻었죠. 처음엔 장손이라 썩 내켜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쉽게 그러자고 하시더군요. 시어머니 역시 맏며느리의 무게가 얼마나 버거운지 이해하셨기 때문인 것 같아요.”
“ 친구들이 설에 ‘시댁서 하루 종일 일하고 밤늦게 서야 친정 가서 세배했다’며 하소연 할때 ‘딸 가진 죄인’이라는 말이야말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들 없는 우리 부모님도 명절 때 자식들을 반갑게 볼 자격이 있잖아요.”명절은 모두가 밝고 즐거워야 의미가 있는데 남자의 편리를 위해 일방적으로 여자가 희생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죠. ‘맏며느리’라는 이름 아래 주어진 짐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평생을 살아오신 어머니를 보며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마음은 있지만 시댁 분위기 때문에 그 동안의 관습을 떨치지 못하는 수많은 아내들에게 박씨는 ‘동서와의 대화’를 권한다. “동서가 있다면 이들과 상의해 번갈아 가면서 명절을 지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아요. 이들 역시 딸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싶을테니까요. 명절 중 한번을 친정에서 보내고 난 후, 다음 명절에 일하러 온 며느리들의 얼굴은 훨씬 밝아지지 않을까요?
Case3 가사분담 등 가족의 배려가 최선
추석은 가족 친지를 찾아 쌓인 피로를 푸는 즐거운 날이다. 하지만 가사노동을 많이 하는 주부에게는 스트레스의 주범이 될 수밖에 없다. 작년 추석을 힘들게 보낸 조모(35)씨는 “명절이면 남자들은 그저 먹고 놀기만 하지 여자들 고생하는 줄 알기나 하나요?” 라며 남편에게 “이제는 세상도 많이 변했으니 명절동안 가사부담을 좀 줄일 수 있게 도와 달라” 아내의 입장을 이해한 남편은 시댁식구들에게 양해를 얻어 가사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명절 때 남편과 전도 부치고 설거지도 함께하니 몸도 마음도 즐거워요”라고 전한다. 결혼 2년차 새내기주부 이미화(32)씨는“하루 종일 음식 만들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들어 명절 이후 몸살을 해요” 이를 지켜보던 남편 역시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남편과의 상의 끝에 요즘은 차례상 대행업체를 통해 명절음식을 맞추어 준비 한다”며 “스트레스도 줄이고 효율적”이라며 즐거워했다.
한혜진(41· 창원 반림동)씨는“나물은 형님이 과일은 작은 형님이 준비해 오도록 음식을 분담하니 가사노동이 줄고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 좋다고 한다. 한씨 집안의 변화에는 시댁 어른들의 영향이 컸다. 시어른들이 음식 조금만 해라 며느리도 놀아라?? 고 입버릇 처럼 말씀 하신 것 덕분에 한씨는 아침에 김해 시댁에서 출발 저녁에는 대전 친정에서 보낼 수 있게 됐다.
Case4 남편의 센스로 아내는 행복해
명절 기간엔 남편의 센스 있는 감각이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주방에서 일하는 아내에게 윙크를 보내고, 설거지하는 아내의 어깨를 은근 슬쩍 주물러주는 등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감각이다. 어색한 ‘립 서비스’일지언정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현한다는 박정춘(36)씨는 “수고했어, 당신이 사랑스러워” “여보, 설거지하느라 고생했지 내가 전신마사지 해줄께”같은 따뜻한 말 한마디로 아내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번 추석에는 음식 준비든, 운전이든 가족 구성원끼리 대화하고 서로 고충과 역할을 분담해 가족 건강을 지키는 ‘모두 행복한 추석’이 되길 기대한다.
김한숙 · 이유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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