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송년회

엽기 · 발랄 내 스타일대로 폼 나게

지역내일 2008-08-12
바야흐로 연말 파티의 계절 12월이다. 한 해를 정리하는 각종 모임들이 줄을 잇는다. 한두 번도 아니고 달력에 빽빽이 적힌 스케줄을 보면서 늘 해오던 연말 모임을 모두 참석해야 하는지 한번쯤 고민해왔을 터. 애써 술을 마시지 않아도, 온몸 부서지도록 흔들며 목청껏 노래 부르지 않고도 행복하고 의미 있는 연말을 보낼 수는 없을까?

함께 음식 만들며 즐거움 나누기
요즘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는 과식과 폭음으로 이어지는 회식이나 송년회 대신 조촐한 연말 파티가 유행이다. 한 가지 공통 관심사를 주제로 모두 흥겹게 즐길 수 있는 테마 파티가 인기. 사진이나 레포츠, 음식, 와인, 음악, 댄스처럼 종류도 다양하다.
북구보건소(소장 이병희)에서는 얼마 전 보건소 지하 1층 조리 실습실에서 음식 만들기로 송년회를 열었다.
밖에서 송년회식을 하는 것보다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음으로써 비용도 줄일 수 있고, 직원 모두가 즐기는 회식, 거기다 만든 요리를 일부 판매를 통한 모금으로 연말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기도 했다.
평소에도 요리를 즐기는 이 소장은 이날 하루 동안은 자신을 실컷 부려먹으라면서 팔을 걷어붙이고 요리를 시작, 집에서 만들어 먹기 간단치 않은 피자를 익숙한 손놀림으로 만들어 나갔다. 비록 어설펐지만 이 소장을 돕던 계장급 공무원은 "다함께 즐기면서 동시에 보람 있는 송년회인 것 같다"면서 "어느 송년회보다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장은 "한 해 동안 최선을 다한 직원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직장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며 "단순히 먹고 마시고 즐기는 송년 모임이 아니라 모두가 참여하는 송년회가 돼 뜻 깊은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여자들끼리 노출이 심하면 어때? 엽기 · 섹시 드레스 페스티벌
서예를 하는 김정희(42) 씨는 올 연말 파티도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서예 모임에서는 연말 모임 때마다 드레스 파티를 열어 이날만큼은 회원 모두가 최고의 섹시녀가 되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김 씨는 "사실 서예를 오래 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성취감도 있는 반면, 정적이라 따분한 면도 없잖아 있다"면서 "한 해 동안 가라앉은 분위기를 180도 바꾸어주는 드레스 페스티벌을 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연말 파티가 있는 이날은 자신들도 모두 영화제에 참여하는 배우가 된다고. 어색하지만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실제 레드 카펫을 밟노라면 가정주부가 아닌 진짜 배우가 된 듯 환상에 빠진다고.
중요한 건 모든 준비는 자신이 직접 해야 하며, 또한 노출 정도에 따라 점수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노출이 심할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해마다 회원들의 드레스 입은 모습은 아슬아슬해 민망하지만 여자끼린데 무엇을 못하겠냐는 거다. 변한 스스로의 모습에 놀라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큰 웃음을 전할 수 있어 한 해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이날만큼은 자신이 최고가 된 기분이고, 그동안 살림을 해오면서 감추어졌던 자신의 끼를 발견할 수 있어 잠시 모든 것 잊고 행복해한다"고 말했다.

직접 세팅, 릴레이 촛불 켜기
동그라미소극장 김보헌 대표가 들려주는 올해 연말 파티 계획은 경건한 분위기다.
김 대표는 "평소 무대에서 다양하게 몸동작을 하는 연극배우들이라 연말 파티는 차분하게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파티 장소를 따로 정하기보다 기존 무대에서 파티 테이블도 직접 만들고, 음식도 마련할 계획. 음식은 단원들 각자가 준비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보다 다른 단원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구성한다고. "특히 연말에는 거창하고 푸짐한 음식보다는 소화가 잘되는 가벼운 음식으로 세팅할 것"이라고 김 대표는 귀띔했다.
파티는 불을 끄고 촛불 릴레이로 시작. 자신이 밝힌 촛불을 옆 사람에게 건넴으로써 속마음을 전달하고 어둠 속에서 점점 밝게 불을 밝힘으로써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라고. 또 김 대표는 "다함께 불을 밝히는 것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음을, 어우러져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재인식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숨겨둔 장기자랑 마음껏 뽐내
회원들의 숨은 장기를 그대로 묵혀둘 순 없다. 태화강보존회의 올해 연말 모임은 예전과는 다르게 모임 장소를 일반식당으로 정하지 않고 라이브카페를 아예 예약했다.
김숙자 회원은 "1차, 2차 장소를 옮겨 다니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시간도 단축돼 충분한 시간을 마음껏 활용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편안하게 식사를 하면서 회원들의 장기자랑을 통해 때론 눈시울을 적시고, 때론 배꼽이 몇 번 빠질 정도로 박장대소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이날 행사에는 전문인으로 활동하는 회원들이 많아 민요, 창, 대금연주를 들을 수 있는 특별 무대도 마련된다고 한다.

이밖에도 특별한 추억을 원한다면 설원을 배경으로 하는 스키장 연말 파티가 제격이다. 무주리조트는 24일과 31일, ''전광판 고백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 스키도 즐기고 사랑도 표현하고 일석이조다.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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