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와 포구로 눈과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주고 또 맛난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살찌운다면 겨울여행의 낭만은 더욱 무르익는다.
겨울철 별미로는 단연 과메기를 꼽을 수 있다. 과메기하면 또 구룡포가 떠오른다. 동해의 거친 파도와 함께 삶을 일궈온 구룡포 사람들은 꽁치가 많이 잡히는 겨울철이면 한층 바빠진다. 이들의 삶의 현장을 찾아 나섰다.
겨울 삶의 현장 구룡포
동해안 바닷바람이 어느 때보다 매서운 기세로 전국을 영하의 한파로 끌어내리는 날, 움츠려 드는 한기에 옷깃을 한껏 여미며 정자바다를 지나고 계속 해안도로를 1시간 20분 달려 도착한 구룡포. 차창 밖에 펼쳐진 푸른 바다, 그 위에 벌써 과메기의 비릿함이 넘실거리는 것만 같다. 그러나 유유자적 날고 있는 갈매기가 과메기 상가와는 반대로 오후의 여유로움을 보여주며 첫 느낌을 싹 없애준다.
구룡포 하면 이름 그대로 용이 떠오른다. 전설에 따르면 ‘신라시대 장기현감이 고을을 순찰하던 중 용주리를 지날 때 별안간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폭풍우가 휘몰아쳐 급히 민가로 대피했는데 바다에서 열 마리 용이 승천하다 한 마리는 떨어지고 아홉 마리만 하늘로 올랐다’하여 구룡포라 한단다.
3∼4년 전부터 타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과메기를 만드느라 구룡포의 겨울은 여느 때보다 한층 바쁘다.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짚으로 엮어 차가운 겨울바람에 보름 정도,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으면서 발효 건 특히 구룡포 과메기의 맛은 차갑고 건조한 바닷바람에 있다.
이곳은 겨울에는 북서풍이 강하게 부는데 지형적으로 구룡포 북서쪽에는 포항 앞바다인 영일만이 있고 장기곶을 이루는 완만한 능선이 있다. 백두대간을 넘어온 겨울철 북서풍은 영일만을 거치면서 습기를 머금고 다시 한 번 산을 넘어오면서 습기를 넘겨주어 건조해지고 차가워진다. 말하자면 구룡포의 겨울에는 산에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것이다. 이 건조한 북서풍이 과메기를 꼬들꼬들하게 말려 주며 맛을 내 주는 것이다.
구룡포 중심가에 들어서니 온통 과메기 판이다. 왼쪽은 상가가 즐비해 있는데 모든 간판마다 과메기 일색. 또 건너편에도 과메기 축제 기간이어서 천막이 나란히 줄지어 임시 상가를 이루며 상인들은 얼어붙은 손을 호호 불며 호기심 가득 찬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새끼줄에 묶여 대롱거리는 20마리 과메기도 맨몸으로 유혹한다. 갑자기 꽁치가 어떻게 과메기가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내친 김에 과메기 말리는 덕장을 찾기로 했다.
과메기 익어가는 덕장
구룡포 중심가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구룡포 해수욕장 근체에 덕장이 많이 있다고 했다. 1분도 채 걸리지 않고 목적지에 닿았다. 그림 같은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바다와 마주하고 있었다.
넓게 탁 트인 바다, 가슴마저 ‘뻥’ 뚫리는 듯하다. 해변으로 걸어 내려가니 갈매기가 떼 지어 날아든다. 저마다 요란하게 울어대니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자 일제히 날아가 버린다. 이리저리 갈매기 떼를 쫓다보니 꽁치를 말리고 있는 덕장이 눈에 띈다.
덕장에 들어서니 바닥이 찐득거린다. 한 발 내딛으면 신발이 바닥에 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도대체 왜 이러지?’ 알고 보니 바닥은 꽁치 기름으로 범벅이 돼 있다. 꽁치가 건조되는 동안 꽁치 기름이 바닥에 떨어진 것. 이렇게 많은 기름이 배출되니 과메기는 비릿하다는 선입견은 없어질 수밖에.
갓 잡은 신선한 청어나 꽁치를 영하 10도의 냉동상태로 두었다가 12월부터 바깥에 내다걸어 밤에는 냉동을, 낮에는 해동을 거듭하여 수분 함유량이 40% 정도 되도록 말린다. 이것이 바로 구룡포의 특산물 과메기다. 특히 구룡포 과메기의 특징은 겨울 해풍에 잘 숙성되어 속살이 맑게 발갛다는 점이다.
두 단으로 된 걸개에 걸린 꽁치사이로 차가운 해풍과 겨울햇살이 번갈아 스쳐 지나가니 맨몸뚱이 과메기는 더욱 빛이 난다. 덕장에서 만난 몽골 아줌마는 우리네 어촌마을 여느 아낙네 솜씨 못지않게 익숙한 손놀림으로 과메기를 손질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친숙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꽁치를 반으로 가르지 않고 온전하게 말리는 것도 있다. 덕장 주인은 “원래는 통째로 말려야 더 맛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빨리 상품화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반으로 갈라서 말리는 게 많다”고 말한다. ‘아, 그러면 조금 후 시식을 할 때 반드시 온마리로 먹어야겠다’고 식탐을 부려본다.
비릿함 NO! 고소함 절대적!
과메기 전문 식당에 들렀다. 청어 과메기를 달라고 했더니 없다고 한다. 아쉽다. 제대로 먹으려고 했는데 말이다. 예전에야 청어를 주로 썼지만 요즘은 꽁치가 대신한단다. 꽁치도 국내산이 줄어들자 북태평양산 수입 꽁치를 쓰고 있단다. 식당 주인은 “과메기로 먹기에는 국내산보다 기름기가 많은 수입 꽁치가 오히려 제격”이라면서 서운한 마음을 달랜다.
과메기 맛은 어떨까. 과메기를 입에 넣고 느끼는 첫맛은 비리다는 것이다. 여기서 과메기 먹기를 포기하는 이들이 종종 있는데, 꼭꼭 씹어보라. 미역에 둘둘 말아 초장에 듬뿍 찍어 먹는 과메기의 씹는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약간 비릿한 바다 냄새에 쫄깃쫄깃하면서도 고소한 살점이 입안에 착 달라붙는다. 비릿한 냄새는 미역의 쌉싸름한 맛과 초장의 매운 맛에 가려 꼬들꼬들한 육질을 씹는 느낌만 남는다. 과메기는 소주와 찰떡궁합이다. 기름기 자르르 도는 과메기 한 점에 술술 넘어가는 소주 한 잔도 달디 달다.
동지섣달 늦은 겨울밤에 생미역에 말아 초고추장을 찍어 소주 한잔 곁들여 먹는 과메기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쫀득쫀득하고 고소한 맛에 겨울밤이 깊어 가는 줄 모른다. 타지 사람들은 생물로 말린 꽁치에서 비린내가 날 것이라 말하지만 생각만큼 그렇지 않다.
서둘러 겨울 별미 과메기 찾아 떠나보라!
찾아가는 길 : (1) 정자해변→문무대왕릉→감포→구룡포
(2) 경부고속도로 경주IC→보문단지 입구에서 감포 불국사 방면 국도→감포에서 31번 해안도로→구룡포
예전에야 청어를 주로 썼지만 요즘은 꽁치가 대신한다. 꽁치도 국내산이 줄어들자 북태평양산 수입 꽁치를 쓰고 있다. 그런데 과메기로 먹기에는 국내산보다 기름기가 많은 수입 꽁치가 오히려 제격이라고 한다.
그 맛은 어떨까. 과메기를 입에 넣고 느끼는 첫맛은 비리다는 것이다. 여기서 과메기 먹기를 포기하는 이들이 종종 있는데, 꼭꼭 씹어보라. 미역에 둘둘 말아 초장에 듬뿍 찍어 먹는 과메기의 씹는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약간 비릿한 바다내음에 쫄깃쫄깃하면서도 고소한 살점이 입안에 착 달라붙는다. 비릿한 냄새는 미역의 쌉싸름한 맛과 초장의 매운 맛에 가려 꼬들꼬들한 육질을 씹는 느낌만 남는다. 홍어와 막걸리처럼 과메기는 소주와 찰떡궁합이다. 구룡포 사람들이 "기름기 자르르 도는 과메기 한 점이면 소주도 달디 달지"라고 말하듯 소주 한 잔과 함께 먹는 과메기의 맛은 오묘함 그 자체.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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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별미로는 단연 과메기를 꼽을 수 있다. 과메기하면 또 구룡포가 떠오른다. 동해의 거친 파도와 함께 삶을 일궈온 구룡포 사람들은 꽁치가 많이 잡히는 겨울철이면 한층 바빠진다. 이들의 삶의 현장을 찾아 나섰다.
겨울 삶의 현장 구룡포
동해안 바닷바람이 어느 때보다 매서운 기세로 전국을 영하의 한파로 끌어내리는 날, 움츠려 드는 한기에 옷깃을 한껏 여미며 정자바다를 지나고 계속 해안도로를 1시간 20분 달려 도착한 구룡포. 차창 밖에 펼쳐진 푸른 바다, 그 위에 벌써 과메기의 비릿함이 넘실거리는 것만 같다. 그러나 유유자적 날고 있는 갈매기가 과메기 상가와는 반대로 오후의 여유로움을 보여주며 첫 느낌을 싹 없애준다.
구룡포 하면 이름 그대로 용이 떠오른다. 전설에 따르면 ‘신라시대 장기현감이 고을을 순찰하던 중 용주리를 지날 때 별안간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폭풍우가 휘몰아쳐 급히 민가로 대피했는데 바다에서 열 마리 용이 승천하다 한 마리는 떨어지고 아홉 마리만 하늘로 올랐다’하여 구룡포라 한단다.
3∼4년 전부터 타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과메기를 만드느라 구룡포의 겨울은 여느 때보다 한층 바쁘다.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짚으로 엮어 차가운 겨울바람에 보름 정도,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으면서 발효 건 특히 구룡포 과메기의 맛은 차갑고 건조한 바닷바람에 있다.
이곳은 겨울에는 북서풍이 강하게 부는데 지형적으로 구룡포 북서쪽에는 포항 앞바다인 영일만이 있고 장기곶을 이루는 완만한 능선이 있다. 백두대간을 넘어온 겨울철 북서풍은 영일만을 거치면서 습기를 머금고 다시 한 번 산을 넘어오면서 습기를 넘겨주어 건조해지고 차가워진다. 말하자면 구룡포의 겨울에는 산에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것이다. 이 건조한 북서풍이 과메기를 꼬들꼬들하게 말려 주며 맛을 내 주는 것이다.
구룡포 중심가에 들어서니 온통 과메기 판이다. 왼쪽은 상가가 즐비해 있는데 모든 간판마다 과메기 일색. 또 건너편에도 과메기 축제 기간이어서 천막이 나란히 줄지어 임시 상가를 이루며 상인들은 얼어붙은 손을 호호 불며 호기심 가득 찬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새끼줄에 묶여 대롱거리는 20마리 과메기도 맨몸으로 유혹한다. 갑자기 꽁치가 어떻게 과메기가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내친 김에 과메기 말리는 덕장을 찾기로 했다.
과메기 익어가는 덕장
구룡포 중심가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구룡포 해수욕장 근체에 덕장이 많이 있다고 했다. 1분도 채 걸리지 않고 목적지에 닿았다. 그림 같은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바다와 마주하고 있었다.
넓게 탁 트인 바다, 가슴마저 ‘뻥’ 뚫리는 듯하다. 해변으로 걸어 내려가니 갈매기가 떼 지어 날아든다. 저마다 요란하게 울어대니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자 일제히 날아가 버린다. 이리저리 갈매기 떼를 쫓다보니 꽁치를 말리고 있는 덕장이 눈에 띈다.
덕장에 들어서니 바닥이 찐득거린다. 한 발 내딛으면 신발이 바닥에 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도대체 왜 이러지?’ 알고 보니 바닥은 꽁치 기름으로 범벅이 돼 있다. 꽁치가 건조되는 동안 꽁치 기름이 바닥에 떨어진 것. 이렇게 많은 기름이 배출되니 과메기는 비릿하다는 선입견은 없어질 수밖에.
갓 잡은 신선한 청어나 꽁치를 영하 10도의 냉동상태로 두었다가 12월부터 바깥에 내다걸어 밤에는 냉동을, 낮에는 해동을 거듭하여 수분 함유량이 40% 정도 되도록 말린다. 이것이 바로 구룡포의 특산물 과메기다. 특히 구룡포 과메기의 특징은 겨울 해풍에 잘 숙성되어 속살이 맑게 발갛다는 점이다.
두 단으로 된 걸개에 걸린 꽁치사이로 차가운 해풍과 겨울햇살이 번갈아 스쳐 지나가니 맨몸뚱이 과메기는 더욱 빛이 난다. 덕장에서 만난 몽골 아줌마는 우리네 어촌마을 여느 아낙네 솜씨 못지않게 익숙한 손놀림으로 과메기를 손질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친숙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꽁치를 반으로 가르지 않고 온전하게 말리는 것도 있다. 덕장 주인은 “원래는 통째로 말려야 더 맛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빨리 상품화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반으로 갈라서 말리는 게 많다”고 말한다. ‘아, 그러면 조금 후 시식을 할 때 반드시 온마리로 먹어야겠다’고 식탐을 부려본다.
비릿함 NO! 고소함 절대적!
과메기 전문 식당에 들렀다. 청어 과메기를 달라고 했더니 없다고 한다. 아쉽다. 제대로 먹으려고 했는데 말이다. 예전에야 청어를 주로 썼지만 요즘은 꽁치가 대신한단다. 꽁치도 국내산이 줄어들자 북태평양산 수입 꽁치를 쓰고 있단다. 식당 주인은 “과메기로 먹기에는 국내산보다 기름기가 많은 수입 꽁치가 오히려 제격”이라면서 서운한 마음을 달랜다.
과메기 맛은 어떨까. 과메기를 입에 넣고 느끼는 첫맛은 비리다는 것이다. 여기서 과메기 먹기를 포기하는 이들이 종종 있는데, 꼭꼭 씹어보라. 미역에 둘둘 말아 초장에 듬뿍 찍어 먹는 과메기의 씹는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약간 비릿한 바다 냄새에 쫄깃쫄깃하면서도 고소한 살점이 입안에 착 달라붙는다. 비릿한 냄새는 미역의 쌉싸름한 맛과 초장의 매운 맛에 가려 꼬들꼬들한 육질을 씹는 느낌만 남는다. 과메기는 소주와 찰떡궁합이다. 기름기 자르르 도는 과메기 한 점에 술술 넘어가는 소주 한 잔도 달디 달다.
동지섣달 늦은 겨울밤에 생미역에 말아 초고추장을 찍어 소주 한잔 곁들여 먹는 과메기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쫀득쫀득하고 고소한 맛에 겨울밤이 깊어 가는 줄 모른다. 타지 사람들은 생물로 말린 꽁치에서 비린내가 날 것이라 말하지만 생각만큼 그렇지 않다.
서둘러 겨울 별미 과메기 찾아 떠나보라!
찾아가는 길 : (1) 정자해변→문무대왕릉→감포→구룡포
(2) 경부고속도로 경주IC→보문단지 입구에서 감포 불국사 방면 국도→감포에서 31번 해안도로→구룡포
예전에야 청어를 주로 썼지만 요즘은 꽁치가 대신한다. 꽁치도 국내산이 줄어들자 북태평양산 수입 꽁치를 쓰고 있다. 그런데 과메기로 먹기에는 국내산보다 기름기가 많은 수입 꽁치가 오히려 제격이라고 한다.
그 맛은 어떨까. 과메기를 입에 넣고 느끼는 첫맛은 비리다는 것이다. 여기서 과메기 먹기를 포기하는 이들이 종종 있는데, 꼭꼭 씹어보라. 미역에 둘둘 말아 초장에 듬뿍 찍어 먹는 과메기의 씹는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약간 비릿한 바다내음에 쫄깃쫄깃하면서도 고소한 살점이 입안에 착 달라붙는다. 비릿한 냄새는 미역의 쌉싸름한 맛과 초장의 매운 맛에 가려 꼬들꼬들한 육질을 씹는 느낌만 남는다. 홍어와 막걸리처럼 과메기는 소주와 찰떡궁합이다. 구룡포 사람들이 "기름기 자르르 도는 과메기 한 점이면 소주도 달디 달지"라고 말하듯 소주 한 잔과 함께 먹는 과메기의 맛은 오묘함 그 자체.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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