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 J 계란농장 탐방기

우리 꼬꼬닭 맞나요?

지역내일 2008-08-10
하루 종일 음악 감상, 풀밭에서 마음껏 뛰어놀아요.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으로 닭들이 몸살을 할 때 어부지리로 계란마저도 돌 맞은 격이었다. 우리 식탁에서 빠져서는 안 될 최고 식품으로 손꼽혀왔던 계란이 푸대접을 받으니 자연적으로 계란농장도 폭풍우를 맞을 수밖에.
이런 가운데도 까딱없이 믿음 하나로 뭉친 계란농장이 있었으니 바로 내남면 명계리에 위치한 O ․ J농장(대표 오 애리사)이다.
중간제목 ; 깊은 산 물 맑은 곳에 음악과 함께 꼬끼요 화음
봉계에서 경주 방면으로 직진하다보면 바로 미역골이라는 표시판이 보인다. 우회전하고 좁은 농로를 따라 10여분을 올라가니 온통 산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간에 비해 마을은 아주 깊었다. 들어갈수록 집은 드문드문, 공기가 달라짐이 피부로 느껴온다. 그동안 콘크리트 숲 속에서 제대로 숨조차 못 쉬며 웅크리고 살아왔음이 지금에서야 깨달아지니, 본인도 모르게 무디어진 생활이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목적지에 닿으니, 출발할 때 상상했던 닭장은 온 데 간 데 없고 웬 별장이란 말인가. 안내원 바울 씨에 의하면 여기는 닭들이 생활하는 곳이 아니고 농장 형제들이 기거하는 곳이란다. 하얀 목조건물이 멀리서도 눈에 띄어 매번 오해를 받는다고. 실내에 들어서자 여기가 선교단들의 삶터임을 십자가를 보고 비로소 알 수 있었다.
해서일까? 30여명의 농장 식구들이 하나같이 맑고 친절하다. 농장 대표임을 극구 부인하는 오 애리사 선교사 또한 해맑은 모습으로 이방인을 맞아주었다.
󰡒농장 수익금으로 해외 선교 사업을 하고 있어요. 밖으로 나가보면 가난에 굶주린 이가 엄청 많아요. 그런 이들을 보면 계란 하나라도 마음껏 먹을 수 없고, 거짓으로 농장을 운영할 수도 없지요.󰡓
오 선교사의 말을 듣고 보니 닭들이 빨리 보고파졌다. 약간의 정보를 얻고 왔기 때문에 궁금증은 더했다. 이 농장 닭들이 낳은 알들은 모두 유정란이라고 했기 때문에...
중간제목 : 하루 종일 음악 감상, 100m 암반지하수 먹고
농장 주 건물 바로 옆에 알록달록한 닭장이 위치해 있었다. 이날은 날씨도 흐리고 습도가 높았는데 이상하게도 닭장 특유의 냄새가 별로 나지 않았다. 벼슬을 한껏 자랑하는 귀여운 녀석들은 닭장에 갇혀 있는 게 아니고 밖에서 지네들끼리 펄떡거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방사 닭. 불청객을 맞는데도 전혀 관심이 없다. 애써 피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얘네들이 매일같이 음악 듣고 밖에서 생활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그렇다보니 낯선 사람이 와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식사 땐가 싶어 가까이 다가온답니다.󰡓
오 선교사의 말을 듣고 보니 녀석들 인물이 대단했다. 󰡐닭 팔자가 상팔자네󰡑하고 자신도 모르게 아줌마의 푸념과 부러움이 쏟아졌다.
사람도 매일, 그것도 하루 종일 음악을 듣기란 쉽지 않다. 음악만큼 정서에 좋은 게 없다고 하지 않는가. 게다가 지하 100m 암반수에, 고품질 사료와 신선한 야채까지 먹고 풀밭에서 마음껏 뛰어놀면서 알을 낳으니 이것이 바로 󰡐자연방사 유정란󰡑.
󰡒사면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가까운 환경에서 자유롭게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낳기 때문에 저희는 자신 있게 계란을 싣고 달려갑니다󰡓라며 바울 씨도 말을 거든다.
중간제목 ; 초란은 물론, 유정란을 24시간 안에 배달
다시 실내에 들어와 앉으니 계란을 한 소쿠리 내놓았다. 예전 학창시절 소풍 때가 떠올랐다. 어머니는 소풍을 갈 때마다 삶은 계란을 6개씩 싸주셨다. 그때만 해도 계란이 귀했는데도 그 정성을 무시하고 친구들에게 나눠준 기억이 난다. 어떡하겠는가? 냄새가 나서 먹질 못하겠는데.
어릴 때 나이보다 더 훌쩍 커 버린 아이의 엄마가 되어도 삶은 계란은 먹질 않고 있다. 요즘 계란도 역시 냄새는 난다. 그런데 O․J농장 유정란은 전혀 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삶은 계란 4개를 연거푸 꾸역꾸역 먹고 포만감에 푹 빠졌다.
그래도 다른 식품에 비해 계란은 가격이 싼 편이다. 특히 단백질 함량이 많다고 알려진 계란은 고기 대용이다. 어쩌면 고마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 계란도 우유처럼 집안에서 시켜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O ․J농장에서는 온 정성을 다해 얻은 유정란을 아침, 저녁 두 차례 방문, 배달을 하고 있다. 24시간이 지난 알은 아예 내놓지도 않는다고. 또 초란도 함께 배달된다고 하니 이런 고마울 데가 어디 있는가.
돌아가는 길이 헷갈릴 수 있다며 큰길까지 배웅해 주는 농장 식구들의 따뜻한 마음이 인정으로 가득 담아준 노란 알 속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사랑의 가르침을 받고 실천하는 그들은 진정 착한 사람들이었다. 그네들과 함께하는 꼬꼬들 또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문의 : (054)748-9992, 016-545-5945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미니인터뷰-O․J농장 오 애리사 대표
󰡒제목 ; 정성을 다합니다. 가족단위 체험하러 오세요󰡓
1400여 평 대지에 30여 명의 식구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오 대표는 웬만하면 손으로 일을 하고 있다.
󰡒손끝에서 주고받는 사랑만큼 귀한 것이 있을까요?󰡓
그래서일까 그는 지난해 농장을 지을 때도 거의 손으로 공사를 하고, 2천 마리 닭들에게도 기계 대신 손으로 사료를 주고 물도 준다. 오 대표는 󰡒무엇보다 닭들은 잘 놀래기 때문에 최대한 스트레스 안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음악을 틀어놓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닭들도 함께 생활하면서 자기들끼리 공동체의식을 갖는다󰡓면서 󰡒자신의 알 낳는 자리가 다 정해져 있는 것을 보면 사람이나 다를 바 없다󰡓고.
생명을 가진 것에는 그 존귀함을 가지고 우러러볼 줄 알아야 서로간의 믿음이 커진다는 그의 마지막 말이 귓전을 때린다.
가족단위 체험도 실시한다고 하니 한번쯤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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