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지은 친환경 웰빙 하우스

지역내일 2008-08-22
아름다운 집을 찾아 : (1)범서읍 사연리 김지관 · 염정인 씨 댁

국립대 공사 현장 입구에 위치한 범서읍 사연리는 뒤로는 태봉산을, 앞은 확 트여 태화강이 유유히 흐르는 그야말로 배산임수에 적합한 마을이다. 콘크리트 빌딩숲에서 숨 막히게 살고 있는 도시인들은 이런 좋은 조건을 갖춘 데서, 또 아름다운 집에서 살기를 원하는 바.

동네 뒤쪽에, 멀리서도 아담해 보이는 예쁜 전원주택이 한눈에 들어온다.
"보여 드릴 것도 없는데 이렇게 멀리까지 찾아주시니 오히려 죄송스럽습니다."
이 댁에 도착하자마자 아내 염정인 씨는 반갑게 맞아주면서도 애써 미안해하면서 자꾸만 뒷걸음질 친다. 그러면서도 필자의 손을 잡아끌고 이리 저리 구경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3년이란 긴 시간을 보내면서 완성된 집이라 그 감회는 얼마나 컸을까 싶다. 지금부터 이들 부부가 혼신을 다해 완성한 이들만의 저택(?)을 꼼꼼히 살펴본다.

대지 매입하자마자 주변이 국립대로 선정
김지관 · 염정인 부부는 2005년, 그 당시에는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지금의 대지를 샀다고 한다. 대지 462㎡라 하면 전원주택지로 크지도 작지도 않고 알맞다. 염 씨는 "처음에 이 땅을 사놓고 남편에게 핀잔도 많이 받았지요. 이 쓸모없는 땅을 뭣에다 쓰겠냐 하고요. 그 소리에 미안해하면서 제대로 고개도 못 들었는데...하지만 이 동네가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죠."
남편 김지관 씨는 "그래도 이 사람이 복이 있나 봅니다. 사실 저희 집뿐만 아니라 주변 땅값이 많이 올랐지요."

하지만 이들에게 있어 껑충 뛴 땅값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막상 땅을 사고 보니 이렇게 좋은 조건을 놓치기 아깝다는 생각에, 이들 삶에 종지부를 찍어야겠다는 염원이 일치했다고. 건축업을 하는 김 씨이긴 하지만 겁 없이 직접 집짓기에 달려들었다. 그때가 2005년 12월, 찬바람이 볼 내리치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막노동은 시작된 것.

내가 살 집, 웰빙 하우스라야지
무엇보다 건강을 최고로 여기는 이들 부부다. 때문에 외관보다는 내부에 더욱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탄생한 황토집. 기초공사부터 튼실했다. 땅 밑에도 단단한 돌을 깔아 지반을 튼튼하게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부분이 벽이다. 황토벽돌로 벽을 쌓고 벽면은 시멘트 대신 황토를 칠했다. 한두 번도 아닌 10여 차례에 걸쳐 칠하고 또 덧칠했다. 염 씨는 "그 당시를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스스로도 다시 한 번 놀란다.

"내가 살 집이니 무조건 실행한 거지요. 사실 황토집이라고 해도 과연 천연 황토집이 얼마나 될까요?" 김 씨의 설명처럼 간혹 날림공사에 눈속임하는 업자들을 경계하면서 일침을 놓는다.

그렇게 수차례 덧칠한 벽에 그 다음 시공은 벽지를 발라야 했다. 염 씨는 평소 천연염색을 즐겨한다. 필자가 방문하는 날도 빨랫줄에는 감물 염색한 천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손에서 손으로 또 천연으로 하고자 했으니 망설일 필요 없이 또 거사(?)을 치르는 염 씨였다. 이번에는 벽지 대신 삼베를 황토 염색해서 발랐다고 한다. 풀이 문제였다. 염 씨의 아이디어는 기발하고 빛났다. 미역, 다시마 등 해초를 구해다 풀을 쑤기로 했단다. 즉 황토벽에다 황토삼베를 바른 것. 생각만 해도 흙 냄새가 풀풀 나는 것만 같다. 거실과 모든 방을 이렇게 시공하고 나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더란다. 두어 시간을 앉아 있어보니 역시 ''집이 숨을 쉰다''는 느낌이 저절로 온다. 청정한 느낌, 바깥은 폭염에 푹푹 찌는데도 실내는 아주 상쾌한 공기가 나돈다.
''이런 기분 때문에 이들 부부가 그렇게 몸을 혹사시키면서 이루어 낸 삶의 터구나''

웰빙 룸, 집안에서 황토 찜질을 즐겨요
"원래는 이 황토방만 만들고자 했던 게 이렇게 일이 크게 벌어지고 말았답니다." 어차피 시공하는 것, 일 벌이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이왕이면 집안 전체가 황토 분위기면 건강 하나는 지키겠다 싶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이 방은 구들장을 깔고 군불을 땐다. 뒤안에 가면 장작더미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심지어 나무 자르는 기계까지 대기 중이다. 구들장을 두껍게 깔고 그 위에다 마찬가지로 황토를 무려 50㎝나 깔았으니 가히 짐작이 가는 바. 천정은 대나무와 소나무로 마무리하고, 빗살 창문에 창호지가 정갈함을 더한다. 서쪽 햇살을 막아주는 염 씨의 독특한 솜씨가 돋보이는 발이 또 자연미를 보여준다. 천정 코너에 약쑥과 숯을 걸어 놓음으로써 웰빙 룸의 가치는 극에 이른다.

파란 잔디 바다를 구름다리고 건너
대문과 벽이 허리춤에 오는 것이 또 인상적이다. 빽 둘러가면서 갖가지 나무를 심어 담을 대신한다. 재미있는 것은 대문에서 현관까지 파란 잔디 차마 즈려 밟지 못하고 낮은 구름다리(?)로 건너야 한다는 것. 가운데 부분이 약간 높아 멀리서 봐도 아주 운치가 있다. 염 씨는 "비 오는 날 이 다리를 건너면 이승과 저승을 건너는 느낌이랍니다."

혼신을 다해 마치 분신 같은 집이기에 밖과 안의 세상은 그렇게 다르다는 거다. 그래서 죽도록 감사해하면서 살겠다는 말도 아끼지 않는다.
틈이 있는 곳이라면 각종 야생화들이 시새워 얼굴 내밀고, 테라스와 뜰에 위치한 티 테이블로 서로 와서 차 마시란다. 김 씨는 가끔 테라스에 나와 먼 산 바라다보며 상념에 잠기곤 한단다.

그리고 김 씨의 기발한 아이디어 팔각정 툇마루. 현관 옆 자투리 공간을 이용, 팔각지붕을 만들고 마루를 깔고 보니 멋진 정자 겸 사랑방 구실을 한다고. 가끔씩 두 부부는 여기서 담소도 나누고 이웃이 방문하면 접대 장소가 되기도 한다고.

염 씨가 즐겨 찾는 곳은 장독대. 마치 미니 산책로를 연상케 하는 좁은 길을 따라가니 담장 끝에 두 식구가 살기엔 많다 싶은 장독들이 여름 햇살을 받고 무르익고 있다. 그 옆에는 또 하나 자투리 공간이 있는데 재봉방이다. 염색과 더불어 미싱도 곧잘 하는 염 씨이기에 뚝딱하면 뭔가를 탄생시키는 남편에게 부탁했다는데 공간 활용을 아주 잘 한 것 같다.

보기에는 수더분한 인상의 김 씨는 세심한 부분이 많았다. 나무, 화초도 김 씨의 몫. 기와를 이용, 화분을 만든다거나 어떠한 자연물이라도 김 씨의 손에서는 확실한 용도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솜씨로 집 안팎을 그린하우스로 만들어 놓았다.

얼핏 보기에는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살짝 짓는 미소가 이집의 푸른 나무와 화초처럼 싱그럽게 여겨졌다. 또한 오로지 남편 뒷바라지만이 본분인줄 아는 ''천상 여자'' 염 씨의 남편 향한 눈매가 그윽하다. 마냥 행복해 보이는 이들은 진정 아름다운 집에 사는 아름다운 부부였다.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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