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할머니의 조기 영어 교육법

“제 손녀 영어 교육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였어요”

지역내일 2008-08-12
자식이 손자를 봐 달라고 한다면 흔쾌히 승낙할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될까? ‘자식을 위해 할 만큼 했는데 또 무슨 소리냐’며 절레절레 머리 흔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막상 맞벌이하는 자식을 보면 먹고 노는 자신이 한심해서라도 결국 두 손 들고 만다는데...
이처럼 자신이 즐겨 하던 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던 일 모두 접고 오로지 외손녀 교육에 정열을 쏟은 할머니가 있어 화제다. 그것도 학원 한번 안 보내고 스스로 조기 영어 교육을 시켜 엄마들에게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그의 교육법이 소개되고 있으며, 여기저기서 특강 제의도 받으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은송이 할머니 김신숙(57) 씨.
지난 3일 김 씨는 울산 여성회관에서 상반기 평생교육 개강식 2부 순서로 ‘송이할머니의 조기 영어 교육법’이라는 강좌를 열어 또래의 할머니뿐만 아니라 많은 엄마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송이 할머니의 영어 교육법을 정리해본다.

영어 초보에서 전문가가 되기까지 - 들려주고 보여주기
김신숙 씨가 외손녀 송이를 맡아 키우게 된 것은 딸이 일찍 결혼해 송이를 낳고 바로 대학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다. 김 씨는 송이를 맡아 키우는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고 특히 송이가 4개월부터 시작한 영어교육 과정을 상세하게 올려 엄마들을 자극하게 했다.
2001년 초 인터넷을 배운 김 씨는 본격적인 조기교육 정보사냥에 나섰다. 송이에게 필요한 영어책은 모두 구입하기 시작했다. 사는 곳이 지방 소도시(경주 건천)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책을 제대로 구할 수 없어서 서울에 있는 영어서점을 통해 구입하고, 인터넷 중고서점을 통해 사기도 했다. 지금 10살이 된 송이에게는 1500권이나 되는 책이 있다고 하니 짐작이 되는 부분이다.
사실 할머니가 손녀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사실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고등하교 졸업 후 영어책에서 손을 뗐다는데 어떻게 스스로 가르칠 수 있었을까?
생후 4개월 때 서점에 들렀다가 유아 영어 조기 교육에 관한 책을 읽고는 지능 개발 자료를 영어로 사용하기고 마음먹고, 영어 노래를 일찍 들려주기 위해서 영어 스타트를 구입했다. 그때부터 클래식과 명곡과 함께 스타트 영어 동요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픈 마음에 유아잡지를 통해 영어책을 구입했을 땐 아는 단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단다. 밤 새워 모든 단어를 찾아 발음기호를 적어놓고 먼저 테이프로 몇 번을 따라 읽어 본 후에 아이에게 읽어주었다고.
보드북으로 된 책을 보여 주고 함께 구입한 테이프를 들려주되 아이가 잠들기 전에 영어 동화를, 낮에 놀 때는 영어 노래 들려주기를 쉬지 않고 했다. 사물을 얘기할 때도 우리말로도 단어를 가르쳐 주었지만 영어에 더 치중했었다고.

환경만 만들어 주면 된다
1. 해석은 하지 않는다
우리말을 충분히 알고 있는 아이에게 해석을 해 주면 이미 우리말을 많이 알고 우리말을 통해서 들어가야 이해가 빠르겠지만 유아들은 우리말도 그림책 보고 소리를 듣고 습득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그림책 보면서 해석 없이 바로 들어가도 아이는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았다고 김 씨는 말한다.
동화책을 읽어 줄때나 가볍게 대화할 때도 전혀 해석은 해 주지 않았다는 거다. 김 씨는 “어른이 생각할 때는 ‘아이가 영어를 알아듣겠나?’ 하지만 우리말도 모르게 익히는 과정이기 때문에 해석 그 자체가 아이에게 오히려 어렵게만 느끼겠다싶어 하지 않았는데, 송이는 해석을 스스로 책을 보고 느낌으로 영어의 뜻을 알아 갈 뿐 아니라 비디오, 책, 컴퓨터 등을 통해서 짜 맞추기를 하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고.
2. 유아는 테이프 소리가 들린다
아기들의 뇌는 스폰지와 같아 보는 대로 듣는 대로 입력이 되더라고 김 씨는 또 말한다. 송이가 책과 함께 구입한 테이프를 김 씨는 아무리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지만 송이는 들을 뿐 아니라 따라 하기도 하고, 거기다 외워 흥얼거리기도 한다고. 테이프 소리를 듣는다는 확신이 올 때 그는 테이프를 아주 자신 있게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김 씨는 테이프 들려주는 것을 70%, 김 씨가 직접 읽어 주는 것을 30%로 잡으면서 계속 이어나갔다.

송이가 함께하는 학습 프로젝트
1. 글자 밥상놀이
김 씨는 밥상에서 송이와 단어를 익혔다. 다 먹고 난 우유팩을 씻어 말려서 네모로 잘라 메뉴를 글자로 적어서 밥을 먹는 상에 널어놓는다. Rice, Fried egg, Bread, Milk, Water, Spoon, Fork... 송이가 먹고 싶은 카드 메뉴를 들고는 먹는 흉내를 내어 가면서 글자를 인지하는데 그렇게 재미있게 하더라는 거다. 한 끼 식사 놀이하면서 10개 단어는 거뜬히 익히더란다.
2. 글자 김밥말이
글자말이 종류는 야채 글자말이, 과일 글자말이, 동물 글자말이, 곤충 글자말이, 옷 글자말이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예) 야채 김밥말이
1. A4용지 위에 색깔별로 글자를 적어 놓는다.
2. A4용지를 가로로 잘라서 야채 종류대로 글자를 쓰되 야채 색깔에 맞추어서 적는다.
3. A4용지 위에 여러 개의 야채를 올려놓고 둘둘 말아둔다.
4. 아이에게 마음대로 자르게 한다.(일정하지 않게 잘라도 상관없으니 아이 마음대로 자르게 한다.)
5. 둘둘 말은 상태로 자른 것을 다시 글자를 색깔별로 맞추게 한다.
6. 맞춘 글자를 읽어보게 하면서 과일, 야채, 김밥은 먹는 흉내를 내어 본다.
이렇게 하면 손가락 근육도 발달될 뿐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오려놓고 글자를 맞추어 놓고는 너무 신기해하고 즐겁게 놀면서 글자도 인지하게 된다.
이밖에도 김 씨는 송이가 좋아하는 한글 동화책은 모두 영작을 해서 다시 읽어주기도 하고, 동화책에 나오는 삽화를 직접 그대로 그리고 다시 오려서 코팅까지 해서 책 내용과 똑같이 재현하면 문장을 기억해내고 읽기까지 하더란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충분히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생활과 이어지는 놀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금 10살 된 은송이는 어른 이상의 영어회화 실력을 갖추고 있다. 외국인과 대화도 유창하게 하며 영어로 일기를 쓰고 있다.

송이할머니의 교육방향
- 환경을 만들어주자
1. 아이가 영어에 관심을 가지도록 동화책 바닥에 깔기, 영어로 말 걸기, 많이 어질러져도 말없이 치워주자.
2. 가족들이 책을 가까이 하자.
3. 아이를 믿어주자

- 목표를 정하자
1.단거리가 아니고 장거리이다.
천천히 계획을 세우고 엄마가 익힌 것을 아이에게 하나씩 하나씩 테이프도 들려주고 비디오, 책도 보여주면서 조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놀아주면 영어뿐만 아니라 인성교육까지도 가능하다.
2. 아이 단계에 맞게 같이 가자.
3. 아이보다 내가 먼저 학습하자.
4. 다른 아이랑 비교하지 말자.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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