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의 화려한 부활 - 명산초등학교

폐교위기 농촌학교 되살린 방과 후 학교

지역내일 2008-08-10
2008년 6월 2일 소진이의 일기.
오늘은 월요일, 방과 후 수업으로 영어가 있는 날이다. 영국에서 오신 앤드류 선생님과 매일 대화를 하다 보니 이젠 외국인이 낯설지 않다. 영어수업 후엔 가야금이 날 기다린다. 일주일에 두 번 가야금을 튕기는 데 선생님께서 이젠 제법 폼이 난다며 칭찬하셨다.
컴퓨터 수업은 늘 흥미진지하다. 하지만 나는 내일 있을 미술과 바이올린 수업이 기다려진다.
(중간제목)방과 후 프로그램 인기
전국적으로 농어촌이나 산간벽지 초등학교들이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분교로 전락하거나 폐교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울산도 예외는 아니나 폐교위기 농촌학교에서 전교생 수가 늘면서 화려하게 부활한 학교가 있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서생면 명산초등학교(교장 권순태)가 그곳으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교생 37명이 전부였던 미니학교가 한 해 사이에 26명이나 늘어 현재 전교생 수가 63명에 달한다.
일등공신은 방과 후 학교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해 온 방과 후 프로그램이 인근 지역의 학부모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하나, 둘 전학을 오기 시작한 것.
그렇다면 방과 후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영어, 가야금, 바이올린, 컴퓨터, 미술, 수학. 다른 학교에도 있는 과목이 많다. 그럼에도 인기 있는 비결은 바로 프로그램 전부가 무료라는 점이다.
(중간제목)학부모, 사교육비 부담 덜어
무료로 진행 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수력원자력본부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쟁쟁한 강사까지 초빙할 수 있어 방과 후 프로그램이 나날이 탄탄대로를 달린 것.
이 소식이 이웃한 온양, 온산, 남창까지 전해지면서 학부모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 것이다. 학부모 김정희(36) 씨는 “방과 후 프로그램이 탄탄하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를 전학시켰다. 사실, 학교 프로그램이 좋아봐야 얼마나 좋겠나 싶었는데 전학시키기 전에 몇 번 방문해서 살펴봤는데 일반 사설학원과 비교해 월등했다. 학교라서 믿을 수 있고 학생 수가 작아도 폐강 될 걱정 없고, 사교육비도 엄청나게 줄었다. 전학 와서 보니 급식까지 무료라 학부모나 학생 입장에서는 큰 혜택이다”며 자랑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은 영어인데, 원어민 강사 Andrew Joseph Mackie는 전교생의 영어재량활동시간과 정규 영어수업에도 참여를 하고 있어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또 전교생이 모두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 이들에게 사설학원은 필요가 없게 됐다.

이런 명산초등학교에 행복한 고민거리가 생겼다. 이영점 교무부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폐교를 걱정했는데 이젠 교실 수가 모자라 전학생을 못 받을 지경”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컴퓨터, 가야금, 바이올린 수업의 경우 최대 인원을 20명으로 보고 있는데 전학생이 자꾸 늘어 이젠 20명을 초과하기 직전에 이른 것.
폐교 직전에 부활한 시골학교의 통쾌한 반란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눈여겨 지켜볼 일이다.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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