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간다-차 없는 문화로

주말에 문화로 한 번 걸어보실래요?

지역내일 2008-08-08
문화로···토요일 오전 10시~일요일 밤 12시 사이 차량통행 전면금지
미술전시 공연 등 각종 문화행사공간으로 조성할 계획

지난 토요일 저녁, 2번 도로로 더 잘 알려진 ‘원평동 문화로’는 활기에 넘쳤다. 간판들의 화려한 조명아래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고 있는 젊은이들, 길 중앙에서 장난치는 아이들, 아이 손을 잡고 나란히 걷고 있는 가족들까지 모두들 차 없는 거리를 맘껏 즐기고 있다. 리포터도 가족과 함께 차 없는 거리, 문화로를 만끽해 보았다.

주말에만 차 없는 거리로 시범적 운영
구미시는 지난 달 28일 오전 10시부터 29일 밤 12시까지 문화로 6개 블록 560m 구간에 차량통행을 전면 금지한 것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오전10시~일요일 밤 12시 사이에 문화로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기로 했다. 구미시와 문화로발전협의회 등은 문화로를 앞으로 1년 동안 주말에만 차 없는 거리로 시범적으로 운영해본 뒤 시민과 상인들의 반응이 좋으면 전면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문화로는 지난 96년 10월 ‘문화로’로 지정된 이래,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으나 일부 상인들의 반대 등의 이유로 실행되지 못하다 13년 만에 조성된 것이다.
차 없는 거리 시행 3주째인 현재, 문화로 곳곳에는 차량통제 표시봉과 표지판을 두어 차량이 거의 진입하지 못했다.
자동차가 사라진 문화로는 사고위험 없이 편안하게 걷고 쇼핑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차 없는 거리에 나타난 오토바이 위험천만...
예전 같았으면 문화로에서 쇼핑할 일이 있으면 아이들과 남편은 차에 모셔두고(?) 혼자서 바삐 볼일을 봤을 테지만 오늘은 몇 바퀴를 돌아다녔다.
문화로에서 만난 한 시민은 “그동안 가끔 쇼핑을 하러 문화로에 아이들 손을 붙잡고 오면 지나다니는 차량들 때문에 불안했다”다며 “이젠 우리가족이 나란히 손을 잡고 걸을 수 있어 아무래도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처음엔 자동차를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굳이 아이들 손은 잡지 않고 걸었다. 아이들도 신나는지 뛰다가 걷기를 연신 반복했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한 대의 오토바이 때문에 다시 아이들 손을 잡고 걸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자동차보다 갑자기 나타나는 오토바이가 더 위험해 보였다. 차 없는 거리라고 안심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어쩌면 오토바이가 더 위험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통제가 필요한 것 같다.
문화예술담당관실 김경연 담당자는 “아직은 계도기간이라 단속을 하지 않고 있지만 교통과에서 통제를 하고 있다”며 “계도기간이 지나면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문화로에 진입할 시에 차종에 따라 2만원에서 5만원까지의 범칙금을 부과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거리공연, 계획적인 노점상 등 거리문화 조성 필요
구미시는 문화로를 단순한 차 없는 거리가 아니라 구미를 대표하는 거리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김경연 담당자는 “앞으로 6개 블록으로 이루어진 문화로를 블록별로 구분해 특색 있는 거리로 가꿀 것이며 예술품 전시를 비롯해 소규모 음악회와 연극공연 등 각종 문화행사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서울의 명동이나 대구의 동성로를 걷는 느낌으로 자동차가 사라진 구미의 문화로를 한참을 걸었을까? 아이들이 목이 마르다고 해서 마침 노점상에서 즉석해서 만들어 주는 생과일쥬스(1500원)를 사주었다. 얼마 전에 문화로에 나왔을 때 노점상들이 보이지 않아 주말에만 나오는 것이냐고 묻자 노점상 주인은 “지난달은 한 달 내내 쉬었고, 앞으로 이것도 못하게 한다”며 “노점상이 없어지면 이곳은 당분간은 주차장으로 전략할 것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거리에서 맛보는 먹을거리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인데, 노점상을 철거한다는 명목으로 어쩌면 길거리 먹을거리란 하나의 문화를 없애는 것 같아 좀 아쉽다. 차라리 구역을 정해서 먹을거리도 살릴 수 있는 것은 살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안정분 리포터 bu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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