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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해결을 잘 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참 많은 문제를 푼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수많은 문제를 풀면서 대학에 진학한다. 해방된 느낌은 잠깐일 뿐, 대학교를 가면 또다시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치르고, 대부분의 청년들은 취업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다시 공무원 시험, 취업 면접 등에서 문제를 풀게 된다. 그게 끝은 아닐 것이다.지면의 형식으로 제시된 문제가 아니라서 그렇지, 실제로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문제 상황에 부딪치게 된다. 일상적인 문제부터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문제까지 우리는 거의 매일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수학을 잘 하는 학생‘수학을 잘 한다’는 것은 문제를 잘 푸는 것, 이론을 잘 이해하는 것, 배운 이론을 잘 활용하여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 등 매우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내신 점수가 좋다고 해서 수학을 잘 하는 것이 아닐 수 있으며, 막상 대학을 가서도 고등학교 때까지 우등생이었던 친구가 전공 성적은 바닥을 기는 경우도 매우 많다. 부끄럽게도 필자가 그런 경우다.교직에 있으면서 만났던 학생들 중 수학을 잘 하는 듯 보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부족하다고 생각되었던 학생들의 특성을 좀 살펴보고자 한다.(1) 문제풀이의 귀재어떤 문제가 주어지더라도 기존에 많은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을 활용하여 빠르게 풀어낸다. 정형화된 문제가 출제되는 내신, 그리고 수능시험의 21, 30번을 제외한 문제를 아주 완벽하게 푸는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은 시험 성적은 좋을 수 있지만 논술문제, 수능시험의 21, 30번 같은 창의적인 문제에서 한계가 드러난다. 그리고 대학에 가서 이론 중심의 수학을 처음으로 접하였을 때 상당히 문화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다. (2) 수학 이론에 호기심이 많은 학생이 학생들은 신기하게도 수학에 매우 호기심이 많고 수학 이론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는데, 시험 성적은 절대 80점을 넘지 않는 학생들이다. 처음 이 학생들을 봤을 때 수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수준의 호기심을 갖고 미적분 이론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수학 영재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시험을 치르고 나면 항상 상위권은 다른 학생들의 차지였다.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너는 이론을 꼼꼼히 공부하고 연습문제를 열심히 풀어보니?”라고 물어보면 대답은 항상 “아니오.”였다. 이런 학생은 수학과에 진학하면 행복하게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아쉽게도 목표로 하는 수학과에 진학하기가 힘들다.학교에서 수학을 잘한다고 인정받는 학생들은 위의 두 타입의 장점을 고루 지닌 학생들일 것이다. 반면 수학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교과 내용을 이해하기도 힘들어 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도 버거워한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사실 우리 학생들 대부분은 문제를 푸는 것에 몰두하느라, 교과서의 내용을 심도 있게 살펴볼 여유 그리고 본인이 푼 문제를 반성할 여유조차 없다. 나는 아이들의 수학 실력 향상을 막는 가장 큰 원인이 여기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나는 우리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발전하기 위한 답을 교과서와 대학 전공 수학책에서 찾고 싶다. 실제로 이 책들은 대부분 ‘정의’, ‘예’, ‘정리’, ‘연습문제’ 이렇게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다. 교과서도 이런 구조로 잘 만들어져있지만 교과서로는 저 두 타입의 아이들이 설득이 잘 되질 않는다. 아이들에게 교과서의 권위가 시중 문제집 또는 학원 교재의 권위보다 약해서일까.어쨌든 결론은 수학에서 문제 풀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잘해야 한다. 일단, 기본 개념을 탄탄하게 하고 형성평가를 통해 이를 잘 이해했는지 확인해본다. 그 다음엔 교과서의 중단원 문제, 대단원 문제 등으로 개념을 적용하여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본다.이 부분이 잘 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말고 충분한 복습을 통해 단원 내에서의 실력을 잘 다져야 한다. 이후에 난이도가 있는 문제, 다른 단원과 연계된 문제를 다루며 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차근차근 가야한다는 것이다.학생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문제를 푸는 열쇠를 하나하나 발견하면서 답을 구하는 재미를 알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런 재미를 알게 되고 잘하게 되었을 때, 앞에서 언급했던 일상을 살아가며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이 과정이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쉽지 않은 과정임을 알기에, 지금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이다. 서울고 하승수 교사 (수학) 2017-07-14
- 재능과 환경을 뛰어 넘는 그것은 잠재력의 발현학습의 재정비, 마음의 재무장 6월말 7월초, 수시 전형을 앞두고 고등학교의 마지막이라 여기는 기말고사를 앞둔 고3 교실은 긴장과 초조함이 가득하다. 게다가 얼마 전 받은 6월 모의고사 결과에 그동안의 성과가 반영되어 결과가 빛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생각보다 좋지 못한 결과에 좌절하거나 체념하여 안정을 못 찾는 학생도 보인다. 한 예로 우리 반 한 학생은 중간고사에 이은 6월 모의평가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에, 이번에는 결과가 좋지 못했지만 잘 해왔으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을 다독이다가도, 금세 자신은 아직 너무 부족한데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아 어떻게 할지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번갈아 보여 담임교사로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매번 당부했지만, 그가 실망을 곱씹지 말고 자신을 믿고 조금만 더 마음을 잘 다스리길 바라며,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모습을 알기에 끝내 좋은 성과를 거두리라 나는 믿는다. 수학의 재능이 따로 있을까?수학 교사로서 오랜 경험은 수학적 재능과 수학 과목에서의 탁월성은 별개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수학이라는 과목은 아무리 해도 안 되는 학생이 있고, 재능을 가진 일부 학생이 앞서는 과목이라는 것이 사회적 통념이다. 솔직히 교직 초년에는 나 역시 그런 가정을 가지고 수업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재능이 있지만 부진한 학생도 보았고, 성적이 부진한 학생도 정말 흥미가 있는 분야와 수학을 연결하여 언급할 때나 그들의 언어로 접근할 때, 또 의미를 담아 접근할 때 똘똘한 눈빛을 발하는 것을 수 없이 경험했다. 그뿐 아니라 자기 분석을 통해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응원하여 스스로 성취해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잠재력과 잠재력 발휘는 다른 것이다. 학생들을 잘 보면 그들 모두 매우 복잡한 일상을 살고 있고, 다양한 지식에 통달해 있다. 다만 수학교실에서, 시험에 주어진 수학문제에서 방정식의 근하나가 구하기 어려운 학생이 있는 것이다. 학생들 마다 그 재능이 똑같지는 않지만 현재 고3 수준이라면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은 분명이 있다. 현재는 학생들과 수학 학습의 근본과 가치를 함께 바라보면서 이들과 어떻게 지속적으로 수학에 흥미를 잃지 않고 학습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그래서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끔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우수한 재능이 보이는 학생은 그 잠재력을 열의와 노력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번뜩이는 통찰력을 지니고 있지 않거나 아직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는 학생은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북돋는 일이 내 본분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재능보다 더 중요한 노력방학을 앞둔 이 시기에 어떻게 여름방학을 잘 보낼지 모두들 고민을 한다.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거나 목표를 위해 계획을 잘 세우는 이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 분명하지 않은 자신의 한계를 정해 놓고 이에 연연해 갈피를 못 잡는 이도 있을 것이다. TED 강연에서 알려지기 시작해 최근에 관련 책이 출간된 미국의 심리학자 엔젤라 더크워스의 그릿(GRIT)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과 시사점을 준다. 그녀는 10년이 넘는 종단 연구의 결과로 인간의 의지와 자기 절제, 그리고 재능보다 목표 달성을 예측할 수 있는 역량으로서 ‘그릿’을 제안했다. 그릿을 우리말의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일 또는 분야에 대한 열정과 끈기, 지속적인 열의, 투지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사고를 한 방향을 모아 모든 것을 활용하고 자신과 타인의 내면을 부단히 관찰해 어디에서나 본보기와 자극을 찾아내고, 지칠 줄 모르고 자신의 방식으로 결합시키는’ 사람들이 위대한 업적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발달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나 역시 그동안의 학생들과의 경험에서 그의 주장에 많은 부분 동의한다. ‘포기 하지 않는 나’올 여름 방학은 내 내부의 힘을 키우면서 ‘포기하지 않는 나’의 경험을 해보자. 여기 그릿을 키우는 아이디어를 학습에 적용하여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해 본다.첫째, 내가 잘 해서 흥미가 있는 과목은 그 과목대로, 부족한 과목은 부족하지만 흥미를 가지고 즐겨보자. 호기심과 관심이 나를 끝까지 가게 한다.둘째, 어제보다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반복하여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습을 하자. 부족한 부분일수록 연습과 공부와 배움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몰입을 경험하기도 하고 흥미도 생길 수 있다. 또 연습하는 가운데 어제보다는 지금이, 지금보다는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다.셋째,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공부해보자. 즉 자신의 목적을 위해 오늘의 내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목적의식을 가지고 임하자. 목적 없이 관심을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넷째, 희망을 잃지 말자. 이것은 일종의 긍정적인 자기 충족적 예언이다. 희망은 위기에 대처하게 해주는 끈기이다. 상황이 어려울 때나 의심이 들 때도 계속 나아가기 위해서는 희망을 유지해야 한다.이 네 가지 마음의 자산을 잘 활용해 갈 때, 여러분은 여러분의 잠재력을 반드시 발휘하게 될 것이다. 반포고 박지현 교사(수학, 3학년·부장) 2017-07-08
- ( )은 冊을 만들고 冊은 ( )을 만든다 세계적인 명문 하버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그들이 가장 바라는 능력은 글을 잘 쓰는 것이었다고 한다. 의외의 답변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진솔(眞率)한 글은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진한 감명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한 사람의 가치관이나 인생의 목표를 바람직하게 바꾸어 주고, 나아가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이끄는 마중물이 되기 때문이다.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던 영국인들 자부심의 근원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곧 글의 힘 때문이었다. 그의 작품이 지닌 힘과 해가 지지 않는 영국의 국력 덕분에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었다는 말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일제가 우리에게 자행했던 조선어말살정책과 창씨개명은 조선의 말과 글을 없애면 조선 정신이 말살될 거라고 보았기 때문이고, 그에 대항해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 했던 한글학자들은 우리말과 글에 한민족의 얼과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리라.말(言)과 글의 힘청소년의 인생관을 주제로 한 특강 모임에서, 스마트한 슈트 복장의 신사와 평범한 캐주얼 복장의 남성이 농업후계자와 검사로 강의를 하게 되었다. 강사에 대한 개별적인 소개 없이 특강은 시작되었고, 학생 대부분은 슈트 복장의 신사를 검사로, 캐주얼 복장의 남성을 농부로 생각했다. 하지만 특강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은 자신들의 지레짐작이 사실과 다름을 깨닫게 되었다.학생들이 그랬듯이, 한 사람의 직업뿐 아니라 인생관까지 가늠할 수 있는 도구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강사가 사용한 말(言)이다. 말:과 글은 생각과 느낌은 물론 지식과 정보를 주고받는 소통의 도구이다.때로는 다른 사람과 교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를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거나 마음이나 영혼을 치유하기도 한다. 이처럼 말:과 글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형성하는 바탕이 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인류 문화 창조의 토대를 마련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말 : 의 씨와 운명의 원천지식과 사고의 결정체(結晶體)인 글은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온 견인차 역할을 해왔고, 사실과 진실을 담은 한 편의 글은 한 사람의 생각을 살리는 힘을 발휘하기도 하고 집단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 동화책을 읽으며, 순수한 꿈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고, 위인전에 등장하는 롤 모델(roll-model)을 통해 꿈과 비전을 품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또한 글속에 펼쳐진 지구 저편의 독특한 자연과 삶의 방식을 그려보면서 다름이 틀림이 아닐 수 있다는 사고의 다양성과 열린 마음을 배우기도 했다.이는 말:과 글이 생각과 행동의 씨앗이 되며, 그렇게 자라난 생각과 행동은 습관과 인격의 토대가 되고, 그렇게 형성된 인격은 결국 운명의 방향키가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말:과 글은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는데 그치지 않고 인생관이나 사람됨을 형성할 뿐 아니라 인격과 영혼을 담는 그릇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그래서 기업에서는 글을 통해 지원자의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하기도 하고 구술면접인 말로 인물의 됨됨이를 가늠하기도 하며, 평소 어떤 경전을 읽느냐에 따라 종교관이 결정되기도 하고 죽음을 초월할 수 있는 뿌리 깊은 신앙이 자리 잡기도 한다.어른아이와 애어른심신(心身)을 가진 인간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육체적 에너지와 균형 잡힌 정신적 자양분을 공급받아야 한다. 육체적 에너지는 음식 섭취로 가능하지만 정신적 자양분은 책이나 어른들의 말씀이 바탕이 된다. 그런데 몸은 어른이지만 사고나 감정표현 등 정신적인 면이 어린아이 수준인 ‘어른아이’도 적지 않다.반면, 나이가 어리고 덩치는 작지만 주관과 소신이 뚜렷하며 생각이 어른스러운 ‘애어른’도 있다. 애어른은 책을 많이 읽어 남들보다 지식을 많거나 생각이 깊은 나머지 지혜가 비범하거나, 남다른 경우를 이른다. 이처럼 생각이 ‘어른아이’에 머무느냐, ‘애어른’이 되느냐 하는 기준은 말:과 글이 토대가 되는 사고력 곧 생각의 깊이와 너비의 차이에서 기인하다 하겠다.사람과 책, 그리고 사람우리는 책을 통해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고 다가오는 내일을 내다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책은 방황하는 청춘에게는 삶의 내비게이션이 되어 주기도 하고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는 희망의 마중물이 되어 주며 고민하는 인생에겐 비전을 알려주기도 한다.이처럼 책은 삶을 계시하고 인생의 해결책을 제시하며 정신을 고양할 뿐 아니라 영혼을 살리기에, 우리는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책은 생활의 원두막이고 삶의 이정표이며 생각의 화수분 역할을 하는 것이다.물론 청소년들에게는 입시 부담과 오락의 유혹, 친구들과의 유흥이 독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변명과 저런 핑계 같은 자기합리화의 구실은 잠시 접어두고, 어린 시절 보물찾기를 하듯 책속에서 자신만의 인생길을 찾아보라. 동서의 성현뿐 아니라 고금의 역사적 인물, 시대를 앞서가는 창조적 소수, 그리고 7월의 청포도처럼 향기 나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 독서삼매경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래도 그대, 책을 읽지 않을 건가?휘문고 이종철 교감 2017-06-30
- 스톡데일의 역설(Stockdale paradox) 베트남전쟁이 거의 10년 가까이 지속되어가던 1965년, 미 해군 항공대 소속 제임스 스톡데일(James Bond Stockdale) 중령은 전투기를 타고 임무를 수행하다 북베트남에서 대공포에 격추되었으나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리고는 포로로 잡혔다. 그리고는 당시 ‘하노이 힐튼’이라고 불리며 악명을 떨치던 호아 로 수용소에서 상상을 뛰어 넘는 가혹한 고문을 받게 되었다.가혹한 현실 직시해야 살아남아그는 3제곱미터가 채 되지 않는 비좁은 독방에 갇혀 무려 8년간 정신적, 육체적 고문을 받거나 자신을 선전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적국의 회유를 받았다. 하지만 스톡데일 중령은 수용소의 고문과 회유에 굴하지 않고 저항하였고 수용소 내의 고위 장교로서 통솔 책임을 맡았으며, 가능한 한 많은 포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 마침내 1973년 여러 미군 포로들과 함께 석방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미 해군 기념장과 미국 의회 명예 훈장(Congressional Medal of Honor)을 동시에 받으며 해군 중장으로 퇴역하였다.미국의 유명한 경영컨설턴트인 짐 콜린스는 그의 책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당시 상황에 대한 스톡데일과의 대화를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저는 언젠가 그곳을 나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당시의 상황이 무엇과도 바꿔지지 않을 제 삶의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임을 의심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 상황을 이겨내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해 콜린스가 묻자 스톡데일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불필요하게 상황을 낙관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에는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부활절이 되기 전에는 석방될 거라고 믿음을 이어 나가고 부활절이 지나면 추수감사절 이전엔 나가게 될 거라고 또 믿지만 그렇게 다시 크리스마스를 맞고 반복되는 상실감에 결국 죽게 됩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교훈인데요. 당신이 절대 잃을 수 없는 마침내 이기겠다는 믿음과 그것들이 무엇이든지 지금 현실의 가장 가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훈련을 당신이 절대로 혼동하면 안 됩니다.”이후 ‘스톡데일의 역설’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스톡데일 중령은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 기대다가 가혹한 고문을 견디지 못했던 다른 수용자들과 달리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미래에 다가올 결과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절망이 가득한 참혹한 수용소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단순히 ‘잘 되겠지’, ‘잘 될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지금 당장의 현실에 잠깐 동안의 위안을 준다.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이 바람직한가? 아니면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힘들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옳은 방식인가? 결코 쉽게 답하기는 어려운 질문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가장 좋지 못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희망을 향해 현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냉철한 현실주의자가 되는 것이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더욱 현명한 방향임을 스톡데일 장군의 사례에서 확인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근거 없는 낙관주의는 금물우리 학생들이 살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본다.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초기에 세웠던 많은 계획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중간고사를 보고나면 학생들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자와 아직 포기하지 않는 사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학생들은 이제 겨우 한번 시험을 치렀을 뿐이라면서 아직 남은 많은 시험들에 대한 기대를 어렵지 않게 드러낸다.상당수 학생들이 4월 말 중간고사 이후 행사가 많은 5월 내내 학교에서는 어떻게 공부하는지 조차 까먹을 정도로 신나게 놀다 6월이 되어서야 조금씩 부랴부랴 책을 들춰보기 시작하다 기말고사 직전에 가서야 다시 열의를 불태우곤 한다.심지어는 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들조차 수시 원서를 어떻게 쓸 것인가 결정할 때 근거가 부족한 낙관주의 경향을 부지기수로 드러낸다. 너무 기대치를 높게 잡아 원서를 쓰려는 학생들에게 상담을 하면서 재고를 권유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같은 패턴이다.“수능 잘 봐서 정시에 도전하면 되죠.” 이런 말이 나오면 학생과 더 이야기하기가 곤란해진다. 몇 마디 더 보태다간 감정싸움이 되기 일쑤다.수험생으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결코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먼저 자신이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야만 한다. 그리고 어떤 길로 도전을 할 것인가 결정해야만 한다.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다면 언젠가는 원하는 성과를 얻게 될 것이다. 스톡데일 장군의 사례에서처럼 근거가 없는 낙관주의는 나중에 큰 독으로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며, 오히려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태도가 큰 성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음을 증명해준다.앞으로 치르게 될 수많은 시험 앞에서 우리 학생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가? 희망이란 이름으로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고집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아온 지난 하루하루를 반성해보고 이를 보완할 계획을 세워서 실천할 수 있기를 여러분들 보다 먼저 산 사람[先生]으로서 간절히 바란다.중앙사대부고 박정득 교사(사회과, 진학부) 2017-06-26
- 수학에서 꼭 필요한 자기반성 올해로 서울고등학교에서 근무한지 3년차다. 2년을 근무하면서 2학년이었던 학생들을 졸업시키고 나니 ‘그때 이렇게 해주었으면 학생들이 좀 더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중간고사가 끝난 후 그 아쉬웠던 기억도 있고 해서 지금 지도하는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 개인이 수학을 배우면서 만족감, 성취감을 얻게 되는 계기가 수학 지식에 대한 깨달음, 문제를 풀면서 느끼는 보람 같은 종류의 것이라면 너무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학생들은 주로 보여지는 것, 즉 좋은 시험 점수로 이를 얻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겨울방학부터 학원을 다니며 예습도 하고 수업시간에 열심히 노력한 것이 결과로 잘 보이지 않게 되면 학생들의 얼굴엔 적지 않은 실망감이 감돌고 수업에 보이던 의욕도 서서히 사라진다. 그래서 중간고사가 끝난 후 수학 상담을 계획했다. 학생들이 중간고사 이전의 학습, 그리고 중간고사 시험에 대한 충분한 성찰, 반성을 하게 한 후 상담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겠다 싶어서 아래와 같은 질문지를 배부하고 이를 작성한 후 상담을 신청하게 하도록 했다. 나름 호응도가 괜찮았고 20명 정도의 학생들이 상담 요청을 했다. 1. 중간고사 범위는 ‘수열의 극한’, ‘함수의 극한’, ‘도함수’였습니다. 세 단원에 대한 개념이나 정리, 문제 중 생각나는 것을 적어주세요.2. 평소 미적분 수업 시간이 본인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 어떤 부분이 그랬는지 적어주세요.3. 미적분 공부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했는지 적어주세요.4. 중간고사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적어주세요.(1) 난이도 : (2) 평소 수업 시간과의 연계 : (3) 서술형 문제 :5. 본인의 시험 결과와 서술형 답안지에 대한 자평을 해주세요.6. 앞으로 기말고사 범위의 미적분 공부를 어떻게 할 계획인가요?7. 선생님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1번은 학생들이 중간고사 범위에 대한 수학 개념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2번은 평소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얻기 위한 질문이다. 3번은 학생들의 공부 습관, 4번은 시험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 5번은 학생들이 실제로 문제를 풀며, 그리고 서술형 답안지를 작성하며 든 생각을 듣고 싶어서 만든 질문이다. 6번과 7번은 앞으로 나와 학생들이 노력해야 될 부분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듣기 위한 질문이었다.마음을 담아 꽉꽉 채운 질문지를 보면서, 학생들이 수학 공부를 하며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훨씬 심층적인 상담을 할 수 있었다. 혹시나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수학적인 사고력이 약한 점수 20~30점대의 학생들이 학생들은 개념을 익히고 그것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운(?) 수학 공부를 해본 경험이 많지 않은 학생이다. 그래서 일단 그런 경험을 늘려서 목표를 50점 정도로 잡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했다. 교과서로 개념을 제대로 익히고 교과서의 문제들, 시중의 문제집에서 어렵지 않은 문제들을 골라서 해결하며 연습하면 충분히 목표달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길 해주었다.정말 노력을 많이 하는 50~60점대의 학생들학원도 다니고 수업도 열심히 듣는 이 학생들은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바로 수학의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건너뛰고 문제만 열심히 푼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정규 수업에서 교과서에 실린 문제를 풀 때는 너무 쉽게 느껴져 수업을 등한시하게 된다. 본인은 정말 많은 문제를 푸는데 항상 점수가 제자리인 것에 답답함을 느끼는 이 학생들에게는 일단 기본으로 돌아가서 교과서를 개념부터 차근차근 공부하길 주문했다. 그렇게 하면 지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고 수학적으로 시야가 넓어져서 실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실력이 완벽하지만 점수가 아쉬운 80점대의 학생들나는 수업태도도 완벽하고 수학 실력도 탄탄한 이 학생이 왜 80점대의 점수인지 이해를 못했다. 상담을 해봤더니 이 학생은 100점에 가까운 점수와 1등급을 성취하고 싶은 욕구가 매우 과했다. 사실 어려운 문제 1~2개를 틀리더라도 충분히 1등급을 맞을 수 있지만, 이 학생은 스스로 만든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낮은 성취를 거두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학생에겐 완벽하게 100점을 맞으려고 애쓰지 말라고 얘기해주었다. 오히려 부담감을 줄인다면 좋은 점수를 맞을 수 있을 것이고, 한두 번 그렇게 극복하는 경험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원하는 점수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질문지와 상담 내용이 모든 아이들에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전문적인 상담가는 아니라서 이런 내용들이 옳은지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수학 공부 때문에 고민하는 몇 명의 학생들에게 이렇게 반성을 해보고 대책을 세우는 경험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 한 가지는 본인이 잘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은 오답노트를 정리해 필히 한 번 더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이는 점수대를 막론하고 상담을 했던 모든 학생들이 하지 않은 것이라서 더욱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다. 서울고 하승수 교사 (수학) 2017-06-16
- 긍정의 메시지, 마음에 비타민 보충 본격적인 더위로 막 접어드는 요즘이면 아이들도 조금씩 지치기 시작한다. 이럴 때 부모나 담임으로서 너희들을 ‘믿고 있다’, ‘응원하고 있다’, ‘ 잘하고 있다’는 긍정의 말 한 마디는 큰 힘이 된다. 5~6월은 그러한 북돋음을 하기에 적절한 때가 아닌가 싶다. 몸과 마음에 비타민 충전오래 전부터 담임을 맡으면 정규 고사를 전후로 주기적으로 아이들과 편지와 과일 등을 나누었다. 특히 이맘때가 되면 ‘비타민 보충’이라는 명목 아래 심신이 지친 우리 아이들을 위로하는 학급 행사를 하는 것이다. 과일 등을 함께 먹으며 실제 몸에 비타민을 보충하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마음에 비타민을 보충해주고 싶은 것이 우선이다. “늘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의 A야, 수학에 특히 관심과 적극성을 보여 흐뭇하고 기쁘다. 남은 고사에서는 부족했던 과목도 조금 더 분발해서 더욱 더 성장하는 A가 되길 바란다. 선생님은 우리 A의 저력을 믿는다. ^^ ” “한 학기 동안 여러 가지로 힘든 데도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수고 많았다. 많은 부분 걱정도 됐지만 또 잘 버텨줘서 고맙구나. 남은 시험도 흔들리지 말고 마음 편히 준비 잘해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 몸과 마음 건강하자!”잘하고 있는 아이들은 잘하고 있는 데로, 부족함이 보이는 아이들은 부족함이 보이는 데로 담임으로서 지켜보고 있음을 알리고 또 격려를 하는 것이다. 한 명 한 명에게 마음을 담은 글귀를 오렌지 잎으로 만들어 오렌지에 붙여 나누어가지는 작은 행사지만, 이런 마음이 큰 힘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그간의 경험에서 체득해 왔다.여러 해 전 전임 학교에서 고 3담임으로 졸업을 시키고 이제 사회인이 된 제자와 저녁을 먹다 우연히 그의 지갑 속에서 발견한 내가 써준 글귀를 보며 이런 작은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자는 마음을 더욱 굳혔었다.지갑 속 귀퉁이가 다 해진 채 가지고 다닌 글을 보며 그걸 아직도 가지고 있냐고 물었더니, 들킨 것이 부끄러운 듯 멋쩍어 하면서도 대학 다니면서도, 사회에 나와서도 힘들 때마다 보며 힘을 냈다고 했다. 내 기억 속의 그 녀석은 환경이 어려워 진학 생각을 못하다 3학년이 되어 목표가 생기고 대학을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무던히 노력한 친구로 기억한다. 그리고 짧은 글귀지만 그의 가능성을 믿고 잘 되리라 그를 응원했었다. 고 3때 성적 향상의 긍정적 경험이 바탕이 되어 결국 희망 분야에 진학하고 졸업해 어엿한 사회인으로 잘 살고 있는 모습을 (직접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SNS를 통해) 보며 여전히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긍정의 힘선생(先生) 이라는 단어는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말 이전에 말 그대로 먼저 태어나 경험이나 학예가 앞선 사람으로도 설명될 것이다. 앞서 태어나 그동안의 경험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침의 이름으로 심어주고 싶은 것은 교과적 역량으로 ‘수학하는 힘’과 함께 인생을 먼저 산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힘’이다.나 역시 고 3때 국어 선생님을 잊을 수 없다. 이과였지만 당시 문학 과목인 국어 성적이 좋았던 이유도 그 선생님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수업을 특별히 잘하셨거나 대입 준비에 훌륭하신 분으로 기억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 주에도 몇 번씩 모의고사를 봐야 했고, 하루하루 좌절하고 실망하면서도 또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 했던 고3의 힘든 시기에 당신이 읽으신 문학작품이나 철학서 등에서 힘이 되는 말씀을 자주 해주셨기에 존경하고 좋아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내 인생의 좌우명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만나기도 했다. ‘일체유심조’는 <화엄경>의 중심 사상으로, 곧 ‘일체의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있다는 것’을 일컫는다.나는 종교와 무관하게 실제로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모든 일을 대하려 한다. 마음먹고 못 할일이 없고 또 마음먹고 애쓰면 어떻게든 되는 것을 많이 겪었다. 우리 학생들에게도 항상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가짐을 갖도록 말한다. 슬럼프가 있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목표가 이루어졌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고, 자신을 믿게 하며, 아예 부정적인 생각과 언어는 쓰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표현하는 것이 아름답다격려의 메시지는 교사의 입장에서도 다시금 우리 아이들을 하나하나씩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이는 교사뿐 아니라 부모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5월을 맞아 초등학생인 작은 아이의 학교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편지를 쓰고, 이를 받아 아이가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행사가 있었다. 늘 재직 학교 학생들이 수험생이고 내가 당면하는 아이들이라 그 아이들에만 집중하고 살아오다 보니, 오히려 내 아이를 두고 편지를 쓴 것은 오랜만이었다.막상 내 아이에게 편지를 쓰려니 막막했다. 하나하나 다시금 내 아이의 장점과 약점을 찾아 이를 격려하는 방식으로 편지를 썼다. 내 글이 본보기였는지 답 글로도 비슷한 방식의 편지를 받았다.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의 이런 모습을 보며 이렇게 생각 하는구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의 사랑을 전할 수 있었다.고3 친구들이 사회에 진출해서도 오래가는 이유는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같이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고3 담임선생님이 생각나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랑은 표현하는 것이리라. 마음에 비타민이 필요한 시기, 우리 반, 우리 집 아이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써보자. 이왕이면 청량한 과일과 함께 전해보자. 6월 모의고사를 앞두고 올해도 비타민 보충 행사를 준비한다.“얘들아, 잘해오고 있다. 잘 될 거야. 무엇보다 몸과 마음 건강하자!”반포고 박지현교사 2017-06-09
- 반가운 사회 변화, 그러나 달갑지 않은 교육환경 변화 19대 대통령 선거 이후 우리나라가 급격히 혹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대선에서 뽑은 것은 대통령 한사람이지만 불과 며칠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나와 가까운 일로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희생되었지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심사조차 받지 못하던 김초원 교사와 이지혜 교사를 순직 처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정권의 변화와 함께 달라지는 교육정책새 대통령과 함께 진보적인 교육부장관의 임명이 예상되고, 교실혁명을 기조로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교육회의’ 설치가 예정되어 있다. 국가교육회의 설치를 포함한 대통령의 교육부문 대선 공약을 살펴보면 첫째,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해 단계적으로 진행 예정인 특목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있고, 둘째,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 이렇게 3가지로 대학 입시전형의 단순화와 수시 비중의 단계적 축소, 고교 내신과 수학능력평가의 절대평가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대입제도의 개선이며, 셋째,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 국립대 육성 및 경쟁률 있는 지방 사립대를 공영형 사립대로 육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맞춤형 교육, 일제고사 폐지, 자유학기제 확대, 고교학점제, 예체능교육 활동성 등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이 중심이 되는 교실혁명 등이다.교육부문의 변화도 많은 국민들이 환영할 만한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마음 한구석에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는데, 정권이 바뀌며 달라지는 것이 너무 많다. 이전의 교육정책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자주 교육정책과 제도가 바뀌어 학교와 학생과 학부모를 혼란에 빠뜨린다.관료주의적 행정처리 위주의 교육체제 또한 문제이다. 가장 중심적인 교육기관인 학교와 선생님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행정적인 업무처리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더구나 우리사회는 학생들에게 경쟁에서 이기라고,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학교생활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배우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미래를 위한 준비를 위해 노력해야 할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온통 평가와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학교생활이 고되고 힘들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을 자기 아이에게 좀 더 쉽게 경쟁력을 키워주고 싶고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사교육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의 교육정책과 제도에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교사인 나조차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30년 전보다 지금의 학생들이 훨씬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학생들은 즐겁다. 입시의 부담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지만 계속 짓눌려 있지는 않다. 힘들어 하거나 학교를 오는 것이 그다지 즐겁진 않지만 일단 학교에 오면 여러 친구들과 즐겁게 지낸다. 이런 학생들을 볼 때마다 ‘과도한 입시 부담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입시 부담과 학교환경은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학생들은 이런 상황에 적응하고 부담을 이겨내며 자신이 가야할 길을 잘 가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생각나는 것은 문제가 있는 제도와 정책을 개혁하여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너무 자주, 그리고 혁신적으로 제도가 바뀌어 자신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해 예측이 불가하여 혼란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예상되는 입시제도의 변화 중 ‘수시전형 인원의 축소’와 ‘수능 절대평가제 도입’은 동시에 시행하기 어려운, 만약 실제로 시행하려면 대학에서는 정시전형을 위해 새로운 평가척도를 마련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인 학생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고 즐거운 학창시절을 위해 입시 부담을 줄여주는 입시제도의 변화도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사교육, 경쟁, 입시 부담… ‘과연 이런 것들 만일까’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소위 중2병이라는 사춘기의 원인을 뇌 과학자들은 ‘미완성 상태의 전두엽’과 ‘테스토스테론’이라는 생물학적 요소에서 찾기도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의한 불안감’이라는 심리학적 요소에서 원인을 찾는다.이런 심리학적 요소는 초등학생에게도 고등학생, 고3에게도 똑같이 작용한다. 신체발달이 비슷한데 과거에는 사춘기를 고등학생들이 많이 겪다가 요즘은 많은 학생들이 중2 때 겪는, 심지어는 초등학생들에게 사춘기를 의심할만한 사례가 보이는 것을 보면 심리학적 요소가 더 큰 원인이라 생각된다. 이런 학생들에게 해주어야 할 것은 ‘좀 더 나은 교육환경’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그리고, 안정적인 교육환경’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다른 해의 5월에는 3학년 아이들에게 6월 모의고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어떻게 공부를 마무리 할지를 조언해 주곤 하였다. 덩달아 1학년 아이들에게는 1학년 때부터 빨리 준비해야 학생부종합전형이던 수능이던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올해는 다른 이야기를 하였다.‘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변화하는 시대의 가치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이야기 한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변화를 기대함과 동시에 개혁적인 교육정책의 변화를 예상하며 희생 아닌 희생을 치러야하는 학생들을 걱정하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머지않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교육정책의 변화는 한 번 더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이 내려지길 소망한다.서문여고 이효종 교사(화학) 2017-06-05
-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공자의 어록을 담아 후대에 엮은 책인 <논어(論語)> 「학이(學而)」편 첫 구절이자 학생 때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문장이다. 이제는 고인이 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쓴 <강의>(2004)에서는 이 구절에 대한 해석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하였다. 그는 ‘습(習)’을 복습(復習)의 의미로 이해하기보다는 글자의 모양이 나타내고 있듯이 부리가 하얀 어린 새가 날갯짓을 하는 모양으로서 ‘실천’의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시(時)의 의미도 ‘때때로(often)’가 아니라 여러 조건이 성숙한 ‘적절한 시기(timely)’로 읽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다시 말해 배우고 실천의 시점이 적절할 때 실천해야만 비로소 의미가 있는 학습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문구에 대한 해설은 뉘앙스의 차이가 있겠지만 결론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장 보편적이지 않을까 스스로 질문을 해보고 답한다. 배움[學]이 과잉인 시대에서 익힘 또는 실천[習]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선현의 뜻이 아니겠는가.배움은 곧 실천, 나는 잘 했는지 반성중간고사를 치르고 난 뒤의 학생들에게 얼마(?) 쉬지도 못했는데 또다시 공부하라는 교사의 지겹고도 뻔한 잔소리쯤으로 치부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나는 또다시 배움을 이야기 하고 싶다. 나는 교사라는 직업인이기에 앞서 인생을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배움과 실천의 조화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다소 뜬금없고 부끄럽지만 젊었던 시절 나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봤다. 나는 불타오르는 의지가 가득해 내가 지닌 지식의 부족함 또한 그나마 가진 지식에 걸맞은 실천력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내가 속한 집단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내 모습은 잘 보지도 못하고 나보다 못한(?) 타인을 흉보거나 사회 탓을 하면서 분을 삭이고 엉뚱하게도 학생들에게만 높은 기준을 제시하며 지킬 것을 강요하였고, 혹여 이를 지키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불호령을 내렸었다.그러한 지도가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 삼으며 싸우듯이 교직 생활의 초반을 지냈다. 그러다 어느덧 나이 40대에 이르러보니 학생들에게 나의 모습은 버럭버럭하는 형편없는 교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가르칠 지식을 아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음에도 교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교육활동의 전부인양 생각하고 교과 지식 전달 이외에도 진로, 상담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공부하지도 혹은 조금의 가르침을 얻었어도 배움에 걸맞은 실천의 노력을 게을리 했기 때문에 중견교사임에도 선생님이 아닌 ‘꼰대’가 되었다고 반성한다. 교과 내용을 잘 가르치는 것만을 교사가 지녀야할 능력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부끄럽게도 최근에 와서야 생각을 바꾸고 학습의 주체로서 학생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있다. 과정이 중요, 배우고 발견하는 즐거움미국의 화학교사 램지 무살람(Ramsey Musallam)은 TED(미국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에서 학구열을 불타오르게 하는 3원칙(호기심 우선, 엉망인 상황을 받아들이기, 반성적 사고 연습)을 이야기하며 그 첫 번째 원칙으로 ‘호기심 우선’을 꼽았다. 공부는 마치 게임하는 것과 비슷하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그 문제를 푸는 과정이다. 학생들에게 사회현상에 대해서 무엇이 궁금한지를 묻고, 그걸 스스로 퍼즐로 만들고, 맞춰보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질 못했다.사회 과학적 연구는 사회 현상에서 패턴을 찾고, 그 패턴이 얼마나 많은 곳에 나타나는 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세상사를 바라볼 때 그냥 보지 않고 그 배후에 존재하는 원리가 있다고 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교과서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나는 그 기회를 수업에서 박탈하였다. 교사라면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 풀고, 현실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을 때 오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지금에 와서 생각한다.종교인은 경전을 열심히 읽고 예식에 열심히 참여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신을 향한 마음, 즉 신앙이다. 마찬가지로 학문도 학습과 응용,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과정이다. 배우는 즐거움, 발견하는 즐거움, 그런 걸 모르고 살 수도 있지만 알고 산다면 인생이 훨씬 더 풍요롭고 아름답다. 학문의 근본인 철학(philosophy)의 그리스 원어인 ‘필라소피아(φιλοσοφα)’가 의미하는 바는 ‘지혜를 향한 사랑’이다. 진학 관련 업무를 하면서 진학 결과에서 눈에 띄는 학생들을 지켜보니 그저 단순히 교사의 수업내용을 잘 받아들여 잘 적어내는 수동적인 공부만 잘하는 학생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야 다시 깨닫게 되었다. 비록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 중심의 교육환경에서도 소위 우등생들은 배우고 나서 배움을 실천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학습자들임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매년 중간고사를 보고나면 학생들 중 상당수가 성적을 어떻게 해야 올릴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학원을 바꿔보기도 하고 교재를 바꾸기도 하고 공부법을 바꾸는 등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한다. 공부법에는 왕도가 없기에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배움과 실천의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길을 찾는 학생들이라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디 학교 교가 가사 중 일부로 졸필을 마무리 하고 싶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우리 모두가 지금 사는 인생의 꿈을 꾸고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중앙사대부고 박정득 교사(진학부·사회) 2017-05-22
- 학교에서도 감수성과 공감력이 필요하다감수성 우리는 시나 소설을 읽을 때 작가가 의도한 감정을 잘 느끼는 사람에게 ‘감수성이 풍부하다’, ‘공감력이 뛰어나다’라고 말한다. 일상생활에서 본인만의 감성으로 여러 감정을 풍부하게 느끼는 사람을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멜로 영화에서 연인이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며 행복해 하면 관객들은 함께 행복해지고, 안타깝고 슬픈 장면에서는 슬퍼진다.여행에세이를 읽으면서 작가가 그 장소에서 느낀 감정을 느끼며 언젠가 그곳으로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실제로 내겐 제주도의 올레길,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 북부를 가로지르는 산티아고 순례길,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아이슬란드가 꼭 가봐야 할 여행지가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봄과 가을 등 계절을 잘 타는 사람도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일 것이다.교실에서나는 학교 그리고 교실에서 ‘감수성’, ‘공감력’이 절대 빠질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학생으로서, 교사들이 담임으로서 그리고 과목 교사로서 근무하는 학교는 우리가 하루에 8시간 이상 긴 시간을 보내는 곳이므로 많은 기분, 감정들이 교차하게 된다. 학생들은 친구들, 선생님들과 관계를 맺으며 학교생활을 하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기분과 상태(?)를 고려하며 수업을 진행한다.1교시는 전날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한 아이들의 차분한 기운으로 교실 전체가 고요해진다. 요즘 같은 따뜻한 봄날 교실의 5교시는 식사를 마치고 열심히 축구를 한 학생들의 졸린 기운이 교실 전체를 휘감아서, 체력이 남은 몇몇 친구만 똘망한 눈빛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4교시는 견딜 수 없는 배고픔에 식당으로 달려가려는 학생들, 7교시는 얼른 집으로 달려가려는 학생들 때문에 수업의 마지막 5분 동안 수업이 잘 이루어지기 힘들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학부모님들께서도 학창시절 그때의 공기가 느껴지실 듯하다.학생들과 선생님들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많은 시간을 사람들과 함께 보내므로 사람들의 감정, 기분 등을 헤아리는 공감력이 필요하다. 나는 운이 좋게도 동료 선생님과 제자들 중 많은 이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수용하고 대화를 잘 나눌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담임을 하며 만난 아이들과 학부모님들, 나의 고민을 본인의 것처럼 여기며 무게를 덜어주신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즐거운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작년에 고3 담임을 하며 힘에 부칠 때가 많았는데, 3월을 시작하며 보였던 반 아이들의 의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으로 인해 꺾여가는 모습을 볼 때가 특히 힘들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많은 선생님들은 입시를 치르는 당사자인 본인과 그걸 지켜보는 부모님들이 더 힘들 것임을 알기에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상담을 통해 격려도 해주고 열정적으로 진학 지도에 힘쓴다. 우리 반 아이들도 그렇게 열심히 하는 나를 보고 “선생님, 고3 담임은 참 힘들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해주었는데, 그게 가끔은 나의 힘듦을 이해해주는 말인 것 같아 위로가 되기도 했다.수학에서도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등학교 수학 과목들, 특히 ‘미적분’, ‘기하와 벡터’는 딱딱하지만 입시를 위해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다. 비록 확률과 통계가 우리 실생활과 관련이 있다고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확률과 통계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을까 의문이다. 물론 배운 개념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해 정확한 답을 도출해내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은 수학을 배우는 매우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수학에는 문제풀이 외에도 심오한 고민 끝에 수학자들이 정의, 정리를 만들어냈던 스토리가 있고 이를 학생들이 이해하는 것에도 ‘다름’이 있을 수 있다.실제로 생활기록부에 학생들의 수학 과목에 대한 교과 특기사항을 적다보면 매번 적게 되는 내용으로 ‘문제풀이 능력이 우수하다’, ‘수업을 잘 경청한다’ 등이 있는데, 앞으로 이곳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적힌다면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보여주는데 효과적이지 않을까.최근의 수업에서 경험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학생들은 과 같은 극한을 구하기 위해 분모의 최고차항으로 분모, 분자를 나눈다는 절차적 지식을 암기하여 (1)와 같이 푼다. 그러나 어떤 학생들은 초등학교에서 배운 분수의 나눗셈을 사용하여 (2)와 같이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라는 답을 잘 구하는 것이 중요하며 풀이에 대한 반성은 더 이상 요구되지 않는다.수학 교사로서의 내 바람은 칠판에 적힌 친구들의 두 풀이를 보며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는 경험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수학에서도 서로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이 지점에서 나는 수학에도 분명 감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풍부한 대화가 존재하는 수업이 잘 이루어진다면 교사들은 학생들 개개인을 더 잘 알 수 있고 생활기록부에도 분명 학생들의 멋진 면을 더 잘 드러내는 말들이 채워질 것이다.서울고 하승수 교사(수학) 2017-05-12
- 효율적인 공부 비법? 질문이 생각을 키운다 필자가 소속된 3학년 교무실은 우리 학교 가장 꼭대기인 4층에 별실로 따로 자리 잡고 있다. 유독 학년부실을 발이 닳도록 드나드는 친구가 있다. 질문을 자주한다고 해서 얄팍한 내용을 질문하거나 아무것이나 생각나는 대로 질문하는 친구도 아니다. 나름 고민 끝에 자신이 가진 개념이나 문제해결 방법에 대해 선생님의 의견을 묻거나, 심화해서 공부하다 이해가 안 되거나 잘 해결이 안 되는 문제를 갖고 와 오히려 선생님이 고민하도록 던져주고 가는 학생이다.“공부를 하면할수록 질문이 생겨요. 그리고 질문은 그때 해결해야 얻는 것이 많은 것 같아요.”이것이 그 학생이 질문을 하는 이유이다.공부의 시작은 질문학습과 공부를 굳이 구분하자면 학습이 외부적인 교육이나 현상에 대해 영향을 받는데 비해 공부는 자발적인 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자발적’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고 싶다. 이 자발적의 근원에 ‘질문’이 있다고 생각한다.질문은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질문이 좋아야 대화나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생각을 날카롭게 할 수 있다. 배움 역시 질문으로 시작된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배우려면 질문을 가져야 한다. 항상 의문을 가지고 질문해야 하고, 의문을 갖는다는 것은 지혜의 출발인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친구의 말처럼, 알면 알수록 의문이 생기고, 질문이 늘어난다. 그래서 질문은 우리를 성장시킨다.하브루타, 말하며 생각하기‘질문’하면 떠오르는 것이 유대인 토론식 교육 ‘하브루타’이다. 몇 해 전부터 학교 현장에서는 수업 혁신과 교육방법의 개선을 위해 공유되고 이를 적용하려는 노력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하브루타는 원래 토론을 함께 하는 짝, 즉 파트너 자체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현대에 들어서는 짝을 지어 질문하고 토론하는 교육 방법을 일컫는 말로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다.하브루타의 기본 원리는 친구와 함께 공부를 하면서, 학생들이 사물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하고 새로운 내용을 더 알아가는 것으로 친구에게서 배우는가 하면 친구를 가르치기도 하는 방법이다. 질문을 만들고 답하는 관계를 맺으면 짝을 지은 상대방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돼 주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는 강한 동기가 생기게 되고, 이렇게 하면 공부한 내용을 빨리 잊어버리는 것도 막으면서 학생이 가르치는 입장에서 잘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질문을 통한 수학공부질문을 통한 공부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수학 교과에서는 스스로 의문을 갖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 외에 ‘문제 만들고 함께 풀기’ 또는 ‘친구 가르치기’ 활동을 제안한다. 흔히 수학을 문제해결의 과목으로 여긴다. 그러나 문제해결에 앞서 문제인식 또는 문제제기라 불리는 문제를 만드는 일은 더 고차원적인 사고이다.문제를 잘 만든다는 것은 평가의 목표를 분명히 인지하고 이를 잘 반영하는 것은 물론 평가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문제 만들기 활동에서 처음부터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기존 문제의 의미와 풀이의 주요 핵심 아이디어 및 사용된 개념, 전략 등을 생각해보고 이를 변형하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이런 활동을 ‘메타인지’라 하는데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이러한 ‘메타인지’가 발달한 학생이다. 여기에 질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많이 쓰일 수 있는 질문이 “What if not? ( ~이 아니라면? )” 이다.또 문제를 함께 풀어보는 활동도 권한다. 배움을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라 궁극에는 결국 혼자 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는 다양한 관점을 취하는 기회가 필요하다. 어려운 문제는 서로 공유하며 같이 푸는 과정에서 다른 친구들의 사고방법이나 접근 등을 배울 수 있다. 교실에서 수학 선생님들이 어려운 문제 등의 풀이를 발표시키고 공유하게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오늘 나는 무슨 질문을 했는가?당신이 학생이라면, 오늘부터 수업 중 또는 수업 후 복도에서 선생님을 붙잡고 수업에서 의문을 품었던 것, 스스로 공부하다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를 질문해보자. 질문을 하기 위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탐구를 하게 하는 계기가 되며, 또 이를 해결하면서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길이다.이런 여러분의 열정과 호기심이 교사에게 전달된다면 자연스럽게 학교생활기록부 과목별 세부특기사항에는 덩달아 적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학생들 스스로도 하루를 마치며 ‘오늘 어떤 의문이 있었는가? 나는 어떻게 해결했는가?’ 등이 습관화 되면 좋겠다.당신이 부모라면, 오늘부터 자녀들이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 또 스스로 ‘오늘은 어떤 질문을 했는가?’를 되짚어볼 수 있도록 습관화할 방법을 고려해보자.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 인사를 하기 전에, 가족이 함께 할 때, 자녀의 의견을 묻고 왜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됐는지 사고를 넓힐 수 있는 질문을 통해 대화를 이어나가보자. 이때 간단한 질문에서부터 인생에 중요한 질문을 던져도 좋겠고, 언제든 질문을 받아줄 마음이 있음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자.물론 부모 스스로 나는 우리 아이에게 무슨 질문을 했는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한 엄마로서, 우리 반 담임으로서, 또 수학교사로서 나는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성장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질문을 하고 질문 받을 준비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반포고 박지현 교사(수학, 3학년 부장) 2017-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