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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로 칼럼>열심히 일한 ‘젊은 노인’ 떠나라?(김영호 2003.01.30) 열심히 일한 ‘젊은 노인’ 떠나라? 김영호 시사평론가 IMF 사태는 연쇄도산-집단해고라는 형태로 나타나면서 무수한 일자리를 파괴했다. 금리폭등-환율앙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대대적인 인력감축을 단행했다. 마침 도입된 정리해고제를 무기로 삼아 구조조정이라는 미명 아래 저마다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해고기준을 고과점수로 삼으니 항의와 저항이 드셌다. 자연히 연령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정보화 시대에 컴퓨터 문맹이라는 핑계도 있다. 해고대상을 나이 순서로 잡다보니 해고의 돌풍이 불 때마다 40대, 50대가 그 과녁이 되고 말았다. 새 천년의 개막을 알리는 요란한 팡파르는 이 나라 성장의 주역에게는 비운의 서막을 알리는 소리였다. 벤처라는 낯선 영어와 함께 무슨무슨 닷컴이 쏟아지는가 했더니 온통 벼락부자의 이야기가 넘쳐 났다. 언론에도 20, 30대의 주인공이 수백억원, 수천억원의 떼돈을 벌었다는 소식으로 가득 찼다. 벤처기업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고 코스닥은 돈 공장인 양 시끄러웠던 것이다. 그야말로 현대판 골드러시는 IT개념이 부족한 40대, 50대를 철저하게 따돌렸다. 이제 웬만한 직장에서 50대는 멸종위기에 처한 신세다. 더러 살아남은 희귀종이 있다면 자리를 보존하려고 보호색으로 위장해 나이를 감춘다. 흰머리카락이 보일라 염색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보톡스로 주름살을 펴고 검버섯을 없애려고 박피수술도 한단다. 야생의 세계에서 약자가 살아남자면 주위환경에 맞춰 변색해야 한다. 그 생존의 법칙을 따라야 하는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20, 30대 ‘돌풍’에 50, 60대 ‘몰락’ 위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한국사회 기저에 흐르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표출됐다. 기성체제에 대한 변화를 갈구하는 젊은이들의 응집력이 노무현을 연호했던 것이다. 그것을 2030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 구심점에는 쌍방향 교신시대를 연 인터넷이 자리잡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그 변화의 바람이 낡은 정치를 날려 버리기를 열망한다. 하지만 그 바람이 잘못 불어 세대간의 간극(間隙)을 더 벌리는 역풍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여망 또한 크다. 재벌의 성장배경에는 정경유착이 도사리고 있다. 크게는 정치권력과 결탁하고 작게는 경제관료와 밀착해서 성장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재계는 경기변동-시장변화보다는 권력이동에 따라 더 민감하게 작동한다. 정계-관계-금융계에 새로운 세력이 부상하면 그들과 인맥을 맺으려고 부산하다. 2월 주주총회에서 신흥세력의 학연-지연-혈연에 맞춰 경영진을 개편하는 것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연고기반이 없다. 하지만 재계는 권력집단의 인적구성에 맞춰 변신하는 습성을 가졌다. 그것이 재계의 성장사이다. 새 정부의 인력구조가 젊어진다면 재계도 그 만큼 연소해질 것이다. 이런 시대적 변화와 함께 재계에도 세대교체의 바람이 일고 있다. 재계의 고포(古鋪)인 두산, LG에 이어 삼성, 현대에도 3세가 사령탑에 앉기 시작했다. 재벌3세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아들의 입장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일군 사람들이부담스럽다. 경륜보다는 혈기를 중용하여 호흡을 맞추려고 한다. 그것이 벌써 새해 인사에서 나타나 주요재벌의 사장단이 젊어지고 있다. 이래저래 ‘흰머리’는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사회구조는 고령화하는데 고용구조는 연소화하고 있다. 의술의 발달로 팔순은 넘겨야 천수를 누렸다고 말한다. 그런데 쉰 고개도 못 넘기고 일터에서 밀려나니 30년을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 남자라면 대학 나오고 군대 다녀오면 서른을 눈앞에 둔다. 그런데 20년을 벌어서 더 긴 세월을 살아야 한다. 그것도 자녀진학, 자녀결혼으로 일생에서 가장 돈이 많이 나가는 시기를 말이다. 저금리로 퇴직금에서 나오는 이자는 용돈거리다. 국가경제 발전의 견인차였던 세대가 사회에서 거세되어 하루아침에 무능력자로 전락하는 느낌이다. 세대차별 심각, ‘젊은 노인 살리기’ 시급 지난 5년간의 변화는 지난 100년간의 그것을 능가한다. 첨단기술의 발달속도는 광속을 닮았는지 동시대인이 따라가기에도 숨차다. 안방을 뛰쳐나온 전화의 이동성은 인간두뇌와 연결되는 신경체계로 자리 잡았다. 그것은 음성통화-문자교신-영상수신에 이어 결제기능도 맡는다. 인터넷은 ‘종이 없는 세상’으로 지구촌을 더 가깝게 만들며 인간의 감정마저 전이(轉移)한다.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변화의 물결에 밀려 아날로그 세대가 고아로 낙오하는 형국이다. 이제 이 나라에서 가장 큰 약점은 나이다. 지방차별, 학벌차별, 여성차별, 용모차별이 심한데 연령차별 또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젊은 노인’의 부양은 자라나는 세대의 몫이다. 취약한 재정기반을 본다면 그 부담은 너무 과중하다. 하지만 세대교체라는 합주곡의 소리는 점점 요란해지고 있다. 새로 출범할 노무현 정부는 이 문제의 심각성도 인식해야 한다. 김영호 시사평론가 2003-01-15
- 외국인노동자 첫 SOFA 피해 소송 생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미군 관계자에 의해 피해를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소장 이철승 목사)는 8일 최근 경북 왜관에서 미 군속으로 근무하는 로버트(30·가명)씨가 러시아 여성 엘레나(23)씨를 상대로 혼인빙자간음과 폭행을 가한 혐의로 창원지법에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창원지검에 국가를 손해배상 청구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상담소측에 따르면 로버트씨는 지난 2000년 7월 엘레나씨를 만나 기혼자인 데도 미혼이라고 속이고 결혼을 빙자해 동거해 왔으며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를 고아원에 보내는 등의 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로버트씨는 지난해 3월 부산에서 엘레나씨를 폭행해 2주간의 상해를 가해 경찰에 고소했지만 기소유예처분에 그쳤다고 밝혔다. 문제는 현행 SOFA 제5항의 규정에 따르면 공무상 미군이나 그 군속이 대한민국 국민을 제외한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우리 군인이 손해를 가한 경우와 같은 배상절차에 따라 배상금을 우리 정부가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이다. 상담소 이철승 소장은 “주한미군과 관계된 문제는 한국 국민들의 문제가 아닌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모두의 문제이며 같은 피해자라는 인식에서 불합리한 현행 SOFA를 즉각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당초 부산 주재 러시아영사가 직접 참석키로 예정됐으나 엘레나씨 사건이 미·러시아간 외교문제로 비화될 것을 우려해 갑자기 불참을 통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3-01-09
- <농민운동가> 어느 농민운동가의 삶 – 완주군 농민회 송용근씨 작고 “너무 다정한 당신과 나를 하늘이 시샘 했나 봅니다” 80년대 민주화 의지 고스란히 농촌으로 가져간 40세 젊은 농부 간암 투병 중 작고 흰 눈보다 더 순결했던 사람아 눈이 쌓이고 쌓이고 또 쌓여서 밖에 나갈 궁리를 아예 버리고 편지를 쓴다며,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길이 이렇게 눈에 막혀 막막한 날에는 시를 쓰고 싶어진다는 마음을 담아 내게 보내왔던 그대의 편지구절이 아직도 생생한데 … (중략) 새처럼 훨훨 먼 길 편안히 잘 가게. 어제도 오늘도 서로의 삶이 거울이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이었듯이 앞으로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이네. 동지는 저쪽 세상에서, 나는 이승에서... 송용근, 용근이 이 사람 잘 가게. 흰눈보다 순결했던 동지여 부디 잘 가게. -2003년 1월7일 농민회관 광장 노제에서 시인 문병학- 6년만의 폭설이라는 큰 눈이 내리던 지난 5일, 간암으로 투병 중이던 농민운동가 송용근(41.완주군 이서면)씨가 아내와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학창시절 ‘독재타도’와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고인을 기억하는 동료들은 무거운 침묵과 함께 굵은 눈물만 ‘뚝 뚝’ 흘려야 했다. 완주군 이서에서 태어난 송씨는 1982년 전북대 국문과에 입학한 문학지망생 이었다. 학생운동에 참여해 학원민주화투쟁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그는 1988년부터 고향에 정착한다. 완주군 농민회에 몸 담은 뒤 잇단 쌀 시위 등으로 또 한번의 옥고를 경험하기도 했다. 2001년 간암 선고를 받고 수술을 한 뒤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인 그 해 6월 역사적인 ‘남북 농민한마당’이 열린 금강산 행 배에 몸을 실었다. 쌀 값 폭락에 따른 농촌문제 해결에 열성이던 송씨는 피로가 겹쳐 암이 재발했고 큰 눈이 내리던 날 일어나지 못하고 먼 길을 떠났다. ‘동네 어귀 정자나무 같던 사람’ 전태일 열사가 온 몸을 불사르기 전에 순박한 청년이었고, 고 문익환 목사가 수풀 하나의 흔들림에도 가슴을 저미는 순수시인이었던 것처럼, 이땅의 많은 투사들은 대개 순진한 청년이었다. 송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절친한 동료였던 방용승(전북통일연대 집행위원장)씨는 “동료들의 사소한 일에도 함께 아파해 주고 즐거워 해준 사람”이라며 “한참 어린 후배들에게도 말을 놓지 않는 듬직한 형”이라고 말한다. 천천히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 덕택일까. 그는 지역 농민운동가들 사이에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가 돼 있었다. 특히 사람에 대한 그의 애정은 동료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다. 함께 활동했던 유두희씨는 “학생시절에도 그랬고 농민운동 하면서도 그의 최고 재산은 사람이었다”면서 “한 달이건 두 달이건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친구”라고 말했다. ‘동네 어귀 정자나무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 후배나 친구들에게도 ‘언젠가는 함께 할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방용승씨는 “욕심내지 않고 10년 20년 내다보면서 걷던 형인데 이렇게 빨리 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결혼은 사람에 대한 신의와 신뢰를 잘 보여주는 일화. 1989년 결혼한 교사인 부인과는 중학교(이서 삼우중) 동창으로 그때부터 좋아했던 사이였다고. 오죽하면 그의 부인은 “애기아빠와 내가 너무 다정해 하늘이 시샘 해 먼저 데려간 모양”이라고 말했다. 손이 많이 가 농촌에서 꺼린다는 담배 등을 재배하면서도 농민회 활동에 열성을 보이며 ‘포기’를 몰랐던 농민운동가 송씨는 결국 그렇게 좋아했던 친구와 선후배들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먼 길을 떠났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2003-01-08
- 주식배당세 폐지 등 획기적 내용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7일 대규모 세금감면으로 성장과 일자리창출을 촉진시켜 미국경제회복을 가속화시키겠다는 10년간 6740억달러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공식 발표하고 새 연방의회 개회일부터 격렬한 감세 논쟁에 돌입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108차 연방의회 개회일에 맞춰 시카고 소재 경제클럽 연설을 통해 공식 발표한 경기부양책은 일주일전 계획보다 2배이상 늘어난 10년간 6740억달러를 투입, 올 한해만해도 9200만명의 미국 납세자 1인당 1083달러의 세금을 깎아 주는 등 대규모 세금감면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켜 미국경제 회복을 가속화하고 210만개의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장미빛 청사진이다. 부시 대통령은 새로운 경기부양책이 시행되면 2003년 한해동안 9200만명의 모든 납세자들이 1인당 평균 1083달러를, 자녀 2명을 두고 맞벌이로 한해 3만9000달러를 버는 통상적인 미국가정에선 올한해 평균 1100달러의 감세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측은 이와함께 4600만 결혼부부는 평균 1716달러를, 자녀를 두고 있는 3400만 가정은 평균 1473달러, 1300만 노년층 납세자는 1384달러의 감세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210만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식배당세 전면폐지, 증시 10% 상승=부시경기부양책의 핵심은 주식배당금에 대한 세금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가장 큰 논란을 사고 있는 주식배당세 전면폐지에 대해 “이는 이중 과세로 투자에 걸림돌이 돼 미국경제에도 좋지 않으며 이를 통해 소득을 얻고 있는 노년층에게는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불공평한 세제”라고 지적하고 “이중과세 철폐와 자본투자촉진을 위해 전면 폐지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 부양책 규모의 절반인 10년간 3640억달러를 투입할 주식이익배당세 폐지로 주식투자자 3500만명이상이 감세혜택을 보고 침체장을 면치 못해온 뉴욕증시를 10%정도 상승시키는 효과를 볼 것으로 백악관측은 예상하고 있다. ◇개인소득세율하향 신속완료=부시 대통령은 2001년부터 시행해온 기존 감세안에서 단계별로 하향토록 돼 있는 개인소득세율 하향을 2006년 시행일정분까지 올해로 모두 앞당겨 완료 하겠다고 제안했다. 승인되면 2003년 1월1일자로 소급돼 개인소득세율이 38.6%는 35%로 35%는 33%로, 30%는 28%로, 27%는 25%로 일시에 내려가게 되며 기본납세층 10% 계층은 현행 연소득 6000달러에서 1000달러 높아진 7000달러 소득부터 세금을 내게 된다. ◇부양자녀혜택 인상, 결혼벌금 즉각 폐지=부시안에선 이와함께 부양자녀에 대해 세제혜택인 차일드 택스 크레딧을 자녀 1인당 현행 600달러에서 1000달러로 올해에 한꺼번에 올리는 방안도 포함됐으며 맞벌이부부에게 세금을 과중하게 물려 이른바 결혼벌금으로 불리고 있는 매리지 페널티도 올해로 앞당겨 전면 폐지토록 하고 있다. ◇기업 신규투자 세제혜택=기업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신규 설비와 자본투자에 대해선 2만5000달러까지 비용처리할수 있게 해주는 인센티브 세제혜택 방안도 들어 있다. ◇실업수당 연장=새 경기 부양책에는 감세안이외에도 지난 12월 28일 종료된 13주일간의 실업수당 제공을 재연장, 장기실업자 75만명에게 계속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주정부 재정지원=뿐만아니라 재정적자로 허덕이고 있는 주정부에게 연방정부에서 2년간 36억달러, 10년간 100억달러를 지원하되 재고용 어카운트를 신설, 실업자들에게 1인당 3000 달러씩 제공함으로써 재취업하는데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시 재선용 비판=이번 경기부양책에 대해 민주당 진영은 부유층만을 위한 감세안이자 국가재정을 파탄으로 몰아넣을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강력한 투쟁에 나섰다. 최초의 여성 정당대표로 활동하기 시작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은 거의 대부분 “부시경기부양책은 미국경제를 회생시키는데 단기적으로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장기적으론 연방재정적자만 심화시킬 무책임한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부양책은 또 부유층을 위한 감세안이라는 해묵은 논쟁뿐 아니라 전체의 절반을 쏟아 부을 주식배당세 폐지로 증시부양효과는 예상되나 실질적인 소비증가로 즉각 이어질지 불투명해, 경기부양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고 재선용이라는 논란까지 사고 있다. /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5907@aol.com 2003-01-08
- 해수부·국세청·LG·농협· 부산상고 노무현 대통령 취임을 50여일 앞두고 새정부 출범이후 ‘잘 나갈 곳’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부처에서는 해양수산부와 국세청이, 기업에서는 LG그룹과 농협이, 학맥으로는 부산상고 출신이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노무현 당선자가 2000년 8월부터 2001년 3월까지 8개월간 장관으로 재임했고, 고향도 경남 김해여서 애정이 남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또 노 당선자는 80년대 초 부산지역에서 조세전문변호사로 명성을 떨쳤고, 당선자의 친형 건평씨와 인수위원회 김진표 부위원장이 세무공무원 출신으로 국세청의 기대도 남다르다. LG그룹과 농협은 가족들과의 얽힌 인연으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LG그룹은 노 당선자의 장남 건호씨가 지난해 말 LG전자에 입사했고, 부인 권양숙 여사도 LG화학의 전신은 (주)럭키에 근무했던 적이 있다. 농협은 노 당선자가 스스로 농민의 아들임을 호소한데다, 사돈 배병열씨가 김해 한림농협에서 전무로 근무했던 경력이 있다. 실제로 구랍 25일 열렸던 건호씨 결혼식장에는 검소한 예식을 위해 총 5개의 화환만 놓였는데, 그중 LG그룹·농협중앙회 것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경제계 인맥으로는 부산상고 학연이 돋보인다. /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2003-01-02
- <새해소망> “지역경기 회복되길…” ■ “지역경기 회복되길…” 경북 구미에서 해충방제 전문업체인 (주)케스디를 운영하고 있는 김우진(35)씨는 “지역경기 회복되었으면 좋겠다”는 새해소망을 밝혔다. 김씨에게 올 한해는 무엇보다 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 대통령선거 등이 깊은 인상을 줬다고 한다. 세계적인 행사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저력에 자부심을 느꼈다는 것. 반면 구미공단의 경기가 주춤했던 것은 잊고 싶은 기억이 되고 있다. 김씨는 “더 많은 시민들이 복지 혜택을 누리고 주춤했던 경기가 되살아나 실업률이 줄어들어 예전의 모습처럼 활기가 넘치는 구미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깨끗한 정치’와 함께 ‘활기가 넘치는 사회’가 되어 모두가 활짝 웃음을 머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피력하게도 했다. 김씨는 이어 “회사의 사훈 ‘주는 의미를 갖자’라는 말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해 우리 사회에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해충방제 전문업체 운영 김우진씨 ■ 각자의 책임을 다하자 희망과 기대감으로 2003년 계미년 새해를 맞게 된다. 새해를 맞으면서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는 역대 어느 대통령에 못지 않다고 생각된다. 옛날 어느 화가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을 그려보자고 작정하고 길을 나섰다. 승리에 도취한 개선장군의 모습도 그려보았고, 젊은 남녀가 사랑에 취해 결혼식을 하는 장면도 그려보았다. 또 농부들이 밭에서 추수하는 장면도 그려보았지만 가장 행복스러운 모습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날 자기의 집에 돌아왔을 때 가족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마련한 아내가 어린 자녀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서로 손을 잡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가장 행복한 모습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다. 법을 안 지키는 사람이 많으면 지키는 소수가 손해를 보게 되지만 대다수가 법을 지키면 모두가 편리하다. 새해에는 국민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바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 홍동현 한국화술교육회 전북본부회장 ■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길 여름에는 가벼운 산책차림으로 해운대 바닷가를 찾고, 주말이면 가족들과 영화를 즐기고, 하루를 장산을 오르며 시작하는 누군가가 해운대에 사는 것이 축복이라고 했다. 해운대에서 두 아이를 낳고 유치원, 초등학교를 보내면서 교육환경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모든 교육 환경들이 시설을 마련하고 형태를 갖추는 시기였다면 새해에는 실속있게 내용을 만들어 가는 한 해이길 바란다. 현대적인 체육시설에서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체육교육을 받을 수 있고 도서관 설립으로 아이들을 위한 많은 문화강좌도 열려 어려운 이를 서로 도우며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발견하고 가꿀 수 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만들어 졌으면 한다. 새해에는 바란다. 아름답고 따뜻한 교육환경이 이루어지고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윤양임 부산 상당초등학교 학부모 2002-12-31
- 첫 개인워크아웃 대상자 등장 첫 개인워크아웃 대상자 20명이 나왔다. 신용회복지원회는 23일 오후 심의위원회를 열고 개인워크아웃 신청자 20명에 대한 원리금 감면, 상환기간 연장 등 채무조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별 금융기관이 2주일 이내에 채무조정안에 대한 동의의사를 밝히면 워크아웃 대상자들은 평균 21.5%에서 10%대 초반으로 이자율 인하, 상환기간 연장, 이자 및 원금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번 워크아웃 적용 대상자 중 원금이 감면되는 경우는 1명 뿐이고 이자감면 14명, 5명은 이자율 조정 및 기간연장 혜택만 받게 된다. 개인워크아웃제가 처음 적용된 이들 20명 중 채무액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가 8명으로 가장 많았고, 3000만원 이하 , 4000만원 이하, 5000만원 이하가 각각 4명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가 각각 5명과 9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소득별로는 월 100만~150만원이 11명, 100만원 이하가 2명, 150만~200만원이 5명이었다. 다음은 개인 워크아웃 사례 ◇금융회사 상담원인 김모(26·여)씨= 김씨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 대학 등록금과 방세를 신용카드로 지불해오다 신용불량자가 됐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로 카드이자를 감당할 수 있었지만 금액이 점점 불어나자 카드 돌려막기로 버티다가 신용불량자가 된것. 김씨는 학교도 휴학하고 직장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하던 중 학업을 마치고 좀 더 나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신용회복 지원을 신청했다. 김씨의 채무액은 3800만원으로 신용회복지원회의 조치로 연체이자 50만원 감면, 평균 19.4%에서 9.8%로 이자율 감소, 48개월 분할 상환 등의 혜택을 받게 됐다. ◇운전기사 길모(42)씨=길씨는 5개 금융기관 채무액이 4300만원으로 이 중 연체이자 1400만원을 감면받고 나머지 2900만원을 5년간 분할상환하게 됐으며 이자율도 평균 22%에서 10.5%로 낮아졌다. 공무원이던 길씨는 교통사고를 낸 뒤 사채업자에게 빌려 보상비를 지불했다가 이를 감당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이후 빚 독촉에 시달리다 직장을 그만두고 이혼까지 했다. 그는 현재는 택시기사로 수입을 내고 있으며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신용회복지원위원회를 찾았다. ◇보험설계사인 김모(36·여)씨=김씨는 5개 금융기관 빚이 3200만원인데 이자율이 평균 19.5%에서 9.5%로 인하되고 50개월간 나눠서 갚게 됐다. 김씨는 남편이 사업에 실패한 뒤 신용카드로 생활비를 메우다 신용불량자가 됐다.김씨는 현재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살고 있으며 자책감으로 가출한 남편 등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에 신용회복지원을 신청했다. ◇정모(29·여)씨=정씨는 사무보조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10개 금융기관 채무액이 3500만원인데 연체이자 100만원을 감면받고 이자율이 18.4%에서 10.4%로 인하되며 57개월 분할상환하게된다. 정씨는 신용카드로 언니의 결혼비용을 대줬다가 아버지의 실직으로 사정이 어려워진데다 사귀던 남자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부채가 늘어나 신용불량자가 됐다. 정씨는 한동안 자포자기로 지내다가 재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다. 2002-12-24
- 교과서 인권침해 우려 조항 수정 내년 1학기부터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는 부분이 삭제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1일 초·중·고등학교 제7차 교육과정 교과서의 13개 항목이 인권의식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이를 수정할 것을 교육인적자원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13개 항목 모두를 수용, 내년 1학기부터 수정된 교과서를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쇄를 마친 검정교과서는 2004년부터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헌법의 기본권조항과 유엔의 국제협약 등을 기준으로 제7차 교육과정초등학교 전학년, 중학교 1.2학년 및 고등학교 1학년 전과목 국·검정 교과서를 분석했다. 이 결과 일부 교과서에서 △국가이익이나 질서존중을 이유로 인권침해를 정당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 △생명권 및 신체 자유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것 △학생들의 인격권 침해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 △장애인·여성·인종 및 특정직업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을 조장할 수 있는 항목이 있어 이를 수정 권고했다. △고교 1학년 사회(디딤돌) ‘가정부와 결혼할 경우 국내총생산이 줄어든다’ = ‘가정부’라는 특정직업을 비하하며 이 내용을 설명하는 삽화 내용도 여성의 역할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조장할 수 있다. △고교 1학년 사회(중앙교육) ‘자질이나 능력이 정상인과 대등하다면 장애인이라고 해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 장애인에 대한 대비표현으로 정상인을 사용하는 것은 장애인이 ''비정상인''임을 의미해 부적절하므로 앞부분을 삭제해야 한다. △고교 1학년 체육(교학사) ‘소음순은 꽤 민감한 부위이다. 음경은 배뇨를 위한 기관이다’ = 남성의 성기는 기능중심으로 서술하고 여성성기는 성행위와 관련한 민감도를 밝히고 있어 여성의 생식기도 기능중심으로 서술할 필요가 있다. △고교 1학년 미술(대한교과서) ‘서울의 상징마크는 살색(해)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 살색은 인종의 평등권을 차별할 소지가 있으므로 ‘엷은 귤색’이나 ‘엷은 살구색’으로 대체해야 한다. △중학교 2학년 기술·가정(두산) ‘노동시간은 주부가 가정에서 일하는 가사노동 시간 등을 말한다’ = 가사노동을 여성의 역할로 고정화시키는 표현으로 여성의 성 역할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조장한다.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사회(국정교과서) ‘언론·출판의 자유를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인의 의견이나 사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다’ = 국가목적과 인권보장 중 국가목적을 우선 시하는 표현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을 보장한 헌법 10조 등에 부합하지 않는다. 2002-11-12
- 노무현 당선자의 가족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3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당선자의 집안은 친가나 처가를 막론하고 동시대를 살았던 농촌출신 50대 한국 장년층의 모습 그대로다. 노 당선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 같은 본관인 광주 노씨다. 혜은 만자파 25대손. 그러나 직계가족중 이른바 ‘사’자가 들어가는 사람이나 사회 명망층 인사가 하나도 없다고 해도 틀린말이 아닐 정도로 보통 집안이다. 노 당선자의 아버지 노판석씨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라는 작은 농촌마을에서 농사를 짓던 빈농이었다. 부친과 모친 이순례씨는 각각 76년과 98년 작고했다. 별세한 맏형 영현씨는 식구중 유일하게 대학에 진학했으며 법률을 공부, 훗날 노 당선자가 판사의 꿈을 갖게 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세무공무원을 하면서 큰 형 대신 집을 건사해온 작은형 건평씨는 현재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또 첫째누이 명자씨와 둘째 영옥씨는 각각 평범한 가정주부로 김해에서 살고 있다. 노 당선자는 73년 한 살 아래인 부인 권양숙 여사와 결혼, 그해 첫아들 건호(29)씨를 낳았고 두 살 터울로 딸 정연(27)씨를 얻었다. 동국대 화학과에 입학했다가 군 제대후 연세대 법대에 다시 들어간 건호씨는 지난 8월 졸업, 부전공인 ‘컴퓨터 운영체제’ 관련 지식을 살려 LG전자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귀는 사람이 있는 건호씨는 선거운동 당시 대통령 선거가 끝난후 결혼하겠다고 밝혔듯 성탄절인 25일 결혼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딸 정연씨는 홍익대 역사학과를 졸업, 현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일하고 있으며 미혼이다. 당선자의 부인 권 여사의 집안도 노 당선자와 크게 다를 게 없다. 권 여사는 좌익 부역 논란을 빚었던 부친 권오석씨와 어머니 박덕남씨 사이의 1남3녀중 차녀로 태어났다. 권 여사는 부산 혜화여중을 거쳐 부산 계성여상을 다니다 가정형편 탓에 3학년때 중퇴했고, 73년 노 후보와 결혼한 이후 이년여 동안은 직업도 없는 노 후보의 고시공부를 뒷바라지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때로는 남편의 정치생활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하는 평범한 아내의 모습을 지켜 왔다. 현재 권 여사의 언니인 권창좌(57)씨와 동생 권진애씨는 모두 전업주부이고 남동생 권기문씨는 부산 우리은행 지점 은행원이다. 이런 친척들을 보고 노 당선자는 “내 주변 친·인척들의 통장은 얇다”. “뭘 해먹고 싶어도 해먹을 방법도, 재주도 없는 분들이다”는 말을 자주 해 왔다. 2002-12-20
- “초심 지키도록 내조하겠다” “얼굴도 모르는 장인 어른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하겠습니까.” 지난 4월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때였다. 경쟁후보측에서 6·25때 장인이 부역했다는 사실을 들먹이며 공격을 해오자 노무현 당선자는 이렇게 맞받아쳤다. 당선보다 낙선이 많은 정치인으로 살아오는 동안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지”였던 아내에 대한 마음을 보여준 것이다. 권양숙(55) 여사가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던 건 그때부터였다. 1988년 당선자가 청문회 스타로 부각됐을 때 ‘노무현의 아내’는 주목받았지만 권 여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스스로가 “(당선자는) 세상을 개혁하는 바람이었고 나는 가정을 지키는 바위같은 역할을 해왔다”고 말할 정도다. 남편이 바깥에서 어떤 활동을 하건 절대적인 신뢰와 지지를 보낼 뿐 정치인의 아내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기보다는 가정과 아이들 지키기에 열중해왔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당선자가 “여보 나 좀 도와줘”라고 엄살을 부렸을까. 권양숙 여사와 노무현 당선자가 만난 건 고향인 경남 진양에서다. 읍내에서도 4km 가량 떨어진, 40가구도 살지 않는 시골마을. 초등학교를 마친 뒤부터 부산에서 살고 있던 권 여사는 할아버지 병구완차 고향을 찾았고 당선자는 마침 군복무를 끝내고 돌아와 있었다. 당시 동네에 젊은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았고 두 사람은 서로 책을 빌려 읽으면서 “눈이 맞았다”. ‘서울 법대’를 나온 사람도 합격이 어렵다는 사법시험에 도전하겠다고 해 동네 사람들에게조차 손가락질 받던 청년을 권 여사의 어머니는 영 달가워하지 않았다. 옥사한 아버지를 둔 처녀를 보는 시선도 곱지 않았다. 시험에 합격한 뒤 임관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냐는 염려였다. 어렵게 가족들을 설득해 73년 결혼을 하고 75년 남편이 시험에 합격했을 때는 세상을 얻은 것 같았다. “너무 절절하게 합격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77년 대전지방법원 판사를 걸쳐 78년 변호사 개업후 조세전문변호사로 이름을 날릴 때까지가 “가장 행복한 나날”이었다. 밤에 피는 박꽃을 보고 권 여사를 떠올릴 정도로 ‘눈에 콩깍지가 씌어있던’ 남편은 ‘요트와 자그마한 별장 하나’를 성공의 척도로 생각하는 아내를 위해 열심히 일했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아이들과 놀아줄 정도로 자상한 아빠였다. 남편은 81년 부림사건 변론을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로 들어섰고 88년 국회의원 배지를 달며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그렇지만 친한 사람들 앞에서는 활달한 성품이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건 달갑지 않다는 권 여사에게 정치인 아내 역할은 “체질적으로 잘 맞는 편이 아니”다. 그냥 변호사로만 만족하고 살자고 남편을 설득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92년 14대 총선과 95년 부산시장 선거, 96년 15대 총선에서 연거푸 낙마했을 때도 그랬다. “남편이 이웃이나 친척 친구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그런 (지역주의)정서에 편승해서 편하게 정치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정치)할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본인이 먼저 ‘내가 죽기 전에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도리가 있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쳐나가야 되고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하는 게 정치인 몫이다’하고 얘기를 해요. 그래서 남편한테 왜 그러냐고 묻지도 못했어요.” 당선자가 국회의원일 때는 그래도 편했다. 친숙한 곳에서 지역 주민들하고만 교감하는 것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대선 경쟁이 시작된 국민경선부터는 완전히 달라졌다. 대통령을 하려는 사람은 가까이 있는 사람, 가족이 어떤 사람인지 모든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솔직한 자신의 모습 그대로 검증받고자 했다. ‘노짱 반쪼가리’. 노사모 회원들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 선거기간동안 권양숙 여사는 별명에 충실하게 활동했다. ‘서민을 대변하는 사람’이라는 당선자의 이미지에 걸맞게 어느 지역을 가건 재래시장을 첫 번째 공략대상으로 삼았다. 권 여사는 “평생을 함께 살아왔더니 (남편) 비슷해진 것 같다”고 한다. 당선자가 “사랑하는 양숙씨는 어느새 고등학교시절 훈육주임을 닮아있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단호한 면도 그렇고 구수한 사투리를 섞어가며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유머감각도 닮았다. 권양숙 여사가 대통령 부인으로서 목표하고 있는 일은 두가지다. 우선 가족들을 잘 돌보는 것이다. 아들 건호씨와 딸 정연씨부터 시작해 친척들 단속은 그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하나는 새로운 대통령 부인 상을 정립하는 일이다. 정치인의 아내로 살면서 항상 ‘남편보다 한 걸음 앞서도 뒤쳐져서도 안되고 적절한 위치를 찾는 조용한 내조’에 충실해왔는데 21세기 첫 번째 대통령 부인에 대한 기대는 사뭇 다르다는 것. 그는 “우리 현실에 맞는 새로운 대통령 부인 상을 제시하고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여사 “남편이 소신껏, 초심을 잃지 않고” 살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오랜 지기들에게 ‘어려운 시절이나 영감님 의원님 사모님이 되어서도 변함없다’는 평을 듣는다는 그인 만큼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 성명: 권양숙 출생: 1947년 12월23일(음) 학력: 부산 계성여상 3년 중퇴(공납금을 못내 졸업장을 받지 못함) 좌우명: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너그럽게(노 후보와 같음) 존경하는 인물: 박경리 / 미즈엔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2002-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