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초기' 검색결과 총 9,846개의 기사가 있습니다.
- 여성·아동사건 경찰조사 확 바뀐다 범죄가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침체 등의 이유로 사회적 약자인 여성·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2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성폭력은 총 11568건으로 강간이 6119건, 성폭력처벌법위반이 3325건,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이 2136건으로 2000년 10831건에 비해 6.8%가 증가했다. 가정폭력사범의 경우는 2001년에 비해 4.9%가 증가한 16324명을 검거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찰청 등 전국 246개 경찰관서에 설치한 여성상담실에 피해를 상담해 온 건수는 2001년 보다 37.3%가 증가한 25583건으로 여성상담실 운영이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의 전화 등 시민단체는 “성폭력·가정폭력 등의 피해상담을 하는 사람 가운데 13%정도가 경찰에 신고를 할 뿐”이라며 “이는 피해자가 조사과정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내용을 경찰, 검찰, 법원 등에서 재진술해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받는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맹점에 그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청은 7월부터 법무부 여성정책담당관실과 협의, 여성·아동 성폭행 피해자의 경찰 조사과정에 검사가 참여하고 조사과정을 녹화해 한번의 조사로 끝내는 피해자진술 녹화제도를 시범운용 중이다. ◆여성상대 협박범 증가= 최근 인터넷 성인사이트 등에 나체사진 등을 올리겠다고 협박, 이를 미끼로 신고를 못하게 하고 수차례에 걸쳐 현금을 빼앗고 성폭행을 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 경찰서는 지난 7일 폰팅을 하면서 알게된 피해자와의 폰섹스 내용을 녹음한 뒤 협박, 나체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미끼로 6년 동안 협박해 3000만원을 가로챈 사법연수생 문 모(3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범인이 인터넷 등에 이름과 사진 등을 공개한다고 협박하는 통에 신고를 못하는 여성들이 많다”며 “하지만 이를 두려워한 나머지 신고를 하지 않으면 범인은 이를 이용해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고 말했다. ◆전담 수사여경 필요해= 일선서 형사계에 근무한 김 모 경위는 “강간 등 성폭력범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본인이 피해사실을 얘기하지 않으면 범인을 처벌하기가 어렵다”며 “이때문에 피의자가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력계에 근무하는 노 모 형사는 “여성 피해자는 처음 조사할 때 대부분 피해사실을 100% 진술하지 않고 또 경찰진술시 느끼는 수치감 등으로 남자 형사에게 잘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며 “강력반에 여성범죄를 전담 조사하는 여경 수사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여경의 비율이 남자 경찰관에 비해 소수일 뿐만 아니라 실제 일선서 형사계에 근무하는 여경이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소년, 어린이 대상 범죄를 담당하는 여성·청소년계의 경우도 여경이 한두 명 정도 배치돼 있고 나머지는 남자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방범계에 근무하는 유 모 경위(여)는 “형사계의 경우 당직 등 힘든 업무가 많아 여경들이 지원을 꺼리고 남자직원들도 여경이 남자 몫을 제대로 못해 함께 근무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며 “여성피해자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여경 전담 수사관이 형사계에 배치돼 피해자로부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여경 수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여경 인력을 점차 확대 추진중이고 여성·아동범죄 전담 부서에 많은 여경자원을 배치하는 방침을 정해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성범죄 피해자 진술녹화제 시행= 그동안 여성·아동 피해자의 경우 성범죄를 당한 사실을 경찰에서 1차 진술하고 검찰에서 다시 조사를 받고 법정에서 다시 진술을 해야하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었다. 실제 피해자들의 경우 이런 고초를 다시 겪는 것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 여성단체들의 지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7월1일부터 법무부와 경찰청이 지침을 정해 검사가 피해자의 경찰서 1차 조사에 참여해 단 한번의 피해자조사로 끝내는 제도를 마련해 관악, 도봉경찰서에서 시범운용을 하고있다. 또 아동 성범죄의 경우 1차 조사시 진술을 녹화해 법원의 증거자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를 7월부터 9월까지 시범운영 한다. 경찰청 여성계장 권기선 경정은 “아동들의 경우 1차 진술과 2, 3차 진술을 다르게 하는 경우가 많아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기 힘든 어려움이 있고 공포의 기억을 계속 떠올리게 돼 정신적 치료를 받는 일도 많다”며 “경찰서내 진술 녹화실에서 단 한번의 조사만으로 법정에까지 갈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도 시행 전 관계부처 및 여성단체 등과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 대부분 찬성을 얻었다”며 “시범운용 기간동안 나타나는 문제점을 수정, 보완해 전국적으로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담은 많으나 신고는 적어= 최근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 성폭행 관련 상담을 하는 여성들이 많으나 신고를 하는 경우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여성계 박미영 경위는 “여성 피해자들의 경우 결혼 등의 이유로 경찰조사를 통해 신분이 밝혀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 사이버경찰청 사이트 여성전용범죄 신고란을 통해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성폭력, 가정폭력상담소 등에 상담을 하면 처벌이 가능한 경우 사람을 보내 경찰에 대리 신고하는 제도를 시행중이다”고 말했다. 한국 성폭력 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최근 경찰이 의욕을 갖고 실시하고 있는 어린이 피해자 1회 진술을 위한 시범운영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하여야 한다”며 “무엇보다 담당자가 노하우를 쌓을 수 있도록 교육, 훈련이 필요하고, 전담경찰, 검찰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장환기자 polkjh@naeil.com 2003-08-20
- 민주당 신당논의 ‘원위치’ 수개월을 끌어온 민주당 신당논의가 사실상 원위치로 돌아섰다. 13일 조정대화기구 회의에서 신·구주류간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였지만 아무런 결론은 없었다. 14일 오전 당무회의에서 정대철 대표는 “(신구주류간) 신뢰가 완전 회복되지 않아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정 대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세 가지 쟁점으로 △합당방식에 대한 견해차 △전당대회 안건 △전대 준비위 구성 등을 꼽았다. 당 외부세력과의 연대방식에 대해 당대당 통합 방식을 주장하는 신주류측과 민주당 중심의 합당을 주장하는 구주류의 시각차는 평행선을 달렸다. 또한 전대 안건에서도 당해체 여부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구주류의 주장과 이를 반대하는 신주류가 거듭 충돌했다. 이는 신당논의 초기단계에서 사실상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갈등은 14일 당무회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정 대표는 “신당논의는 최소한 8월말까지는 끝내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과 당원의 바람”이라면서 “이 자리(당무회의)에서 비공개 회의를 통해 전당대회 날짜와 의제설정 등을 결론짓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구주류측 이윤수 의원은 “오늘 회의에서 결론 낼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고 못 박은 뒤 “회의를 공개적으로 하자”고 반격했다. 이 의원은 전대를 둘러싼 현재의 민주당 상황을 결혼에 비유하면서 “신부도 없는데 예식장과 날짜를 잡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회의공개 여부를 놓고 정 대표와 이 의원이 한 동안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돌발상황도 발생했다. 중앙당 직능위 소속 부위원장이라고 소개한 한 당직자가 “나는 국민의 정부를 위해 목숨을 버렸고,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다”면서 “지금 민주당을 계속해서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당무의원들에게 결정권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당직자와 몸싸움을 벌이는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이날 비공개 당무회의에서는 표결처리 의사를 비친 신주류와 결사반대 의지를 밝힌 구주류가 맞서 또 한 차례 충돌이 예견되기도 했다. 2003-08-14
- ‘시간 강사’ 현실만으로도 힘겨운데 국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지난 88년부터 시작해서 현재 15년째 시간강사를 해오고 있는 권 아무개(43)씨는 두 아이의 엄마다. 출강하고 있는 모교에서 지난 2년간 여름학기 강의를 했는데 올해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한 학기 인생’인 시간강사로서는 다음 학기 강의를 맡게 될 것인지 여부를 물어볼 데가 없다. 방학이 가까이 다가와서야 지난해까지 그가 맡았던 강의가 남자 후배에게 주어졌다는 걸 알았다. 남편이 있는 그가 ‘가장’으로서 식구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남자들에게 강의 배당에서 밀려본 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이번에는 국문학 중 한문학 전공인 자신이 맡았던 고전 과목을 비전공자인 남자 후배에게 배정했다는 점이 더 씁쓸했다. 권씨의 하소연이다. “시간강사가 고용이 불안정하고 수입이 빠듯해 힘들다는 건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여자들은 더 불리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어느 학교나 강의 배정에서 ‘남자 가장’ 우선이라는 건 공공연한 상식인데도.” 남자들에게는 가족을 먹여 살릴 생계 부담의 책임이 고려되는 반면, 기혼 여자 강사에게는 ‘남편이 버니까’, 독신 여강사에게는 ‘입이 하나니까’라는 이유로 양보가 요구된다. “우리에게도 강의는 절실한 생계 수단이다. 결혼한 이는 남편과 가정 경제를 분담해서 자녀를 양육하고 있고 미혼자는 부모를 봉양하거나 1인 가족으로 생활을 꾸려나가야 한다.” 그런데 여자가 공부해서 박사가 됐다고 하면 일단 ‘너희는 하고 싶은 걸 했으니 되지 않았냐’라는 투로 유한마담의 취미 생활 취급을 하는 것이 기가 막힌다는 것이 여성 시간강사들의 하소연이다. ◆공공연한 여성강사 기피현상= 권씨는 다른 대학에 출강하는 동료 여강사로부터도 비슷한 경험을 전해 들었다. 지도 교수의 연구실에 의논 차 들렀던 길인데 마침 한 지방 대학에서 교수에게 전화가 왔다. 당장 강사가 필요하니 사람을 보내달라는 전화였다. 그 교수는 해당 전공자인 자신이 바로 앞에 앉아 있는데도 “지금 당장은 보낼 사람이 마땅치 않다”고 말하고 통화를 끝냈다. 그 교수에게 있어 ‘지금 보낼 사람’은 ‘지금 보낼 남자’를 의미하는 거였다. “지방 대학의 경우 강사로 출강을 하다가 교수가 될 가능성이 서울보다 큰 편이다. 여자 강사를 보냈다가는 그 자리가 교수로 이어지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에 ‘자리가 없어진다’고 생각해서 기피한다”는 것이 권씨의 설명이다. 지난 학기에 권씨가 맡은 강의는 6과목. 일주일에 18시간 수업을 뛴 대가로 들어온 수입은 월 1백만원이 조금 넘는다. 그나마 권씨의 경우 학교마다 교양과목이 많은 국문학 전공이라서 한 학기 6과목을 맡을 수 있었다. 이 같은 박봉을 받으면서도 인문대 박사 수료자 또는 학위자들이 시간강사를 계속하는 이유는 언젠가 교수로 임용되기 위해서다. 교수 임용에 시간강사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강의 배정이나 연구 프로젝트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밀린다. ◆남성의 인맥에 밀리는 여자 강사= 남자들은 생계 책임자라는 이유로 더 많은 경력과 활동을 쌓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교수 임용에서도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94년부터 10년째 강사 생활을 하고 있는 송 모(38)씨는 “인문학에서는 뚜렷이 맞고 틀리는 것도 없고 획기적이거나 새로운 발견 같은 업적도 없다. 자연히 여러 가지 기회에 참여해서 일을 많이 하다보면 능력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돈 생기는 일에 먼저 끼워주는 혜택을 받는 남자들이 활동도 많아져서 경력 관리, 교수 임용에까지 이익을 챙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교수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누가 얼마나 학과에 기여할 인재인가’이다. 학과에 들어올 새 인물이 갖고 있는 사회적 자산이 면밀히 계산된다. 남자 교수가 들어오면 그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졸업생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등의 비교를 안 할 수 없다는 것. 7년간의 시간강사 경력을 거쳐 지난해 가까스로 교수로 채용된 양 모(42)씨는 “교수 정원이 많지 않은 학과에 여성 교수가 이미 한 명 있다고 하면 새 후보자는 남자 쪽으로 기울게 마련이다. 학과 운영을 좌우하는 게임이 남자 위주로 돌아가는 판인데 남자가 들어오는 게 학과에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교수들의 노동을 돈을 주고 사들이는 입장인 학교측에서 볼 때, ‘가족을 부양하는 남자는 아무래도 학과를 위해 목숨을 걸겠지’라는 기대를 무시 못한다고 덧붙였다. 기혼 여성 강사들은 육아, 살림의 가정일을 누군가에게 맡겨야 하는데 보수가 낮은 강사직을 병행하기가 힘들어 남자들보다 교수 임용 전에 포기하는 비율도 높다. 교수 임용의 꿈이 한 해 두 해 멀어지면서 ‘애도 제대로 못 돌보고 살림도 안 하면서 버는 게 겨우 그거냐’라는 남편과 시집의 냉랭한 시선이 견디기 힘들어진다. ◆자부심과 보람으로 버텨=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유정아 책임연구원은 “지난 10년간의 시간강사 생활을 돌아보면 개인의 힘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사회적 모순의 벽이 너무 높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요즘은 젊은 남자들이 육아 분담 안 하고는 못 견딘다. 어린 자식이 있는 아빠 교수들은 애 돌보느라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여자들한테만 교수 임용 면접에서 ‘애가 있는데 일하기 괜찮겠냐’는 식의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교수 임용에 알게 모르게 작용하는 여자로서의 불리함을 의식하고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고자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은 강고한 착취구조 속에서 ‘이미 권력을 가진 자의 뒤치다꺼리’만 신나게 해준 결과였다는 씁쓸한 기억도 있다. 여성 강사들은 ‘교수 지위를 다양화해 시간 강사들을 연구 인력으로 채용하는 방안’ 등의 제도적 보완으로 고용이 안정되기를 희망한다. 학술진흥재단 등에서 실시해온 연구 프로젝트는 많은 인문학계 박사 강사들에게 ‘가뭄에 단 비 같은’ 경제적 지원이었다. 권씨는 “강사들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나 연구 인력 고용 등의 제도적 정비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면서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힘은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는 자부심과 보람이었다. 계속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환경이 조금 더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오진영·김남성 기자 kns1992@naeil.com 2003-06-24
- “클린턴 목을 비틀고 싶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5907@aol.com 남편인 빌 클린턴 전대통령의 불륜을 처음 들었을 때 목을 비틀고 싶었다는 힐러리 클린턴 여사의 회고록 내용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를 지냈고 현재 연방상원의원으로 일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여사는 오는 9일 발매되는 자신의 회고록 ‘살아있는 역사’에서 남편인 빌 클린턴 전대통령의 불륜을 들었을 때 “아내로서 남편의 목을 비틀고 싶었다”고 고백하는 등 처음으로 당시의 처절했던 심경을 토로했다. 힐러리 의원은 4일 ABC방송의 바바라 월터스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회고록에 실린 심경을 공개 표명했다. 힐러리 의원은 지난 98년 1월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로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진후 6개월간은 ‘몇차례 말만 건넸을 뿐’이라는 남편의 말을 믿고 우파의 음모라고 생각했으나, 연방대배심 증언을 이틀 앞둔 1998년 8월 15일 새벽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자신을 깨워 진실을 고백했다고 밝혔다. 힐러리 의원은 이 때 “숨을 쉴수 없었으며 빌의 목을 비틀고 싶었다”고 토로하고 울음을 터뜨리면서 남편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느냐”, “왜 거짓말했느냐”고 퍼부었다고 밝혔다. 이에 클린턴은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힐러리 여사는 회고했다. 힐러리 의원은 이어 클린턴의 증언직후 남편과 딸 체시와 함께 떠난 여름 휴가지에서 남편은 아래층에서, 자신은 위층에서 잠을 잤으며 깊은 슬픔과 실망, 분노밖에는 남아있지 않았으며 가족중에서도 빌의 곁에는 버디(애견)밖에는 없었다고 전했다. 힐러리 의원은 그러나 심각한 고민 끝에 결혼생활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며 자신의 상원 의원 출마가 남편과의 화해에 치료제 역할을 했다고 설명하고 남편이 도덕적으로는 잘못 됐지만 국민들을 배신하지는 않았다며 남편을 변호했다. 힐러리 의원이 퍼스트 레이디로서 8년동안의 백악관 생활을 쓴 이 책은 르윈스키 스캔들 때문에 출판사들간에 계약 경쟁이 벌어진 바 있으며 선금 285만달러를 포함해 800만달러를 지불키로 하고 책을 출판한 사이몬 앤 슈스터사는 초판에만 100만부를 인쇄하는 등 흥행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책은 미국내에선 28달러에 판매될 예정이며 16개국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다. 힐러리 의원의 회고록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백악관에서 벌어졌던 남편의 불륜에 대한 퍼스트 레이디의 첫 심경고백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현역 상원의원인데다 2008년 차차기 대선에서 미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쿡 정치보고서를 펴내고 있는 워싱턴의 정치분석가 찰리 쿡은 “힐러리 상원의원이 대선출마에 뜻을 두고 있다면 이같은 스토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면서 이번 회고록 출판이 2008년 대선을 향한 정지작업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2003-06-05
- 생계 위해 취업전선 뛰어든 주부 늘었다 전업주부로 15년을 살았던 40대 손 모씨는 남편이 느닷없는 감원으로 실직하게 되자 구직전선에 나섰다. 손 씨가 잡은 일자리는 한 음료회사 판매원. 신 모(45· 인천광역시)씨도 ‘요즘만큼 살기 힘든 때가 없다’고 한다. 최근 남편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그나마 부족하던 남편 수입이 거의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 7년 전부터 주말마다 실내 경마장에서 일을 해왔지만 40만원대의 주말 수입만으론 버틸 수가 없다. 마음이 급해진 신씨는 주중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지만 그 역시 언제 관두어야 할지 모르는 동네 건어물가게 파트타임 판매 사원. 그나마 비교적 젊어 보이는 신씨가 나이를 두세 살 줄여 말한 덕에 구한 일자리이다. “나이가 드니까 식당에 취직하는 것도 쉽지가 않아요. 경험보다 대뜸 나이부터 묻고는 너무 많아서 안 된다는 데요 뭘…. 결혼하고 10년 가까이 식당일을 했지만 그건 아무 소용없더라고요.” ◆구직자는 늘고, 취업은 바늘구멍= IMF때보다 더하다는 경제불황을 맞아 취업전선으로 뛰어드는 주부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동안 주춤했던 주부 취업이 다시 생계형 취업 형태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채용정보업체인 인크루트가 자사 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한 기혼여성의 수를 조사한 결과 1년 사이 기혼여성 구직자 수가 31.5% 증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히 상승하면서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또 전체 신규 구직자는 16.4% 증가한 것에 비해 신규 기혼여성 구직자는 28.9%나 증가해 1년 사이 취업을 원하는 주부들의 수가 더 많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연령별로는 40대 주부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는데 전년 동월대비 6배나 증가했고 지난달에 비해서도 7.5%나 늘었다. 하지만 현실은 주부들의 절실한 취업요구를 충족시킬 만큼 녹록치 않다. 2∼3년 전보다 20대 여성들의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주부들의 채용이 많았던 직종마저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일곱 살, 네 살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이경미(35·가명, 경기도 부천시)씨는 얼마 전부터 시간만 나면 생활정보지나 구인구직 사이트를 살펴본다. 하지만 쓸만한 기술이나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 가정주부라는 현실 탓에 이씨의 구직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기 일쑤다. “대부분 30대 미만의 직원을 뽑으니까 마땅히 연락해 볼만한 곳을 찾기도 어려워요. 간혹 나이제한이 없어서 연락을 해도 꼭 아줌마냐고 확인을 하던걸요. 애가 둘이란 얘기까지 하면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게 되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얼마 전 아르바이트를 지원할 때는 아예 이력서 뒤에 아줌마도 일 잘할 수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덧붙여 제출하기까지 했다. 경기 불황으로 음식점 경영이 어려워지자 취업에 나선 박 모(41)씨도 2개월 동안 3∼4차례의 면접을 봤다. 그러나 자격요건이 45세라고 명시되어 있던 회사도 대부분의 면접자가 20대였다. 결국 아직까지도 적당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 대부분 단순 일용직 = 이렇게 어려운 바늘구멍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주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특정분야에 한정되어 있다. 간병인 같은 도우미직종이거나 계약직 또는 일용직의 단순 업무에 치우치는 것. 중앙고용정보원이 분석한 지난 6개월간 30대 이상 50대 이하 여성들의 취업 동향을 보면 취업률 80% 이상을 상회하는 직종은 모두 일용직에 해당한다. 조리업무를 제외한 음식서비스업이나 건설단순노무자, 제조 관련 노무자, 건물청소원 등이다. 고객관리 사무원이나 텔레마케터와 같은 시간제 근무 직종도 60%이상의 취업률을 보이고는 있지만 실제 구인구직이 이뤄지는 빈도수가 낮기 때문에 많은 기혼여성이 진출해있는 분야는 아니다. 연령별로도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30대 여성의 경우 경리사무와 같은 업무의 정규직을 원하는 사례가 적게는 1000여건에서 많게는 5000여건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취업률은 30%를 밑도는 낮은 수준이다. 40대에서 50대로 넘어갈수록 일용직과 계약직이고 정규직이라도 건물청소원과 같은 노무직을 원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취업이 성사된 사례를 살펴봐도 비슷하다. 보험 영업직이나 백화점 또는 할인점 등의 캐셔직과 고객상담직이 대다수이다. 파견회사를 통한 임시직이나 계약직이 대부분인 셈이다. 지난해 한국여성개발원에서 조사한 제4차 여성의 취업실태 조사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여성 고용구조의 연령 및 혼인상태에 따른 직종분리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노동시장이 저연령층 미혼여성만을 선호하기 때문에 기혼여성은 고용구조가 열악하고 불안정한 2차 노동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2차 노동시장에서 주부들이 받는 임금의 수준도 낮고 가사와 육아를 동시에 해야 하는 데에서 오는 시간 조절 등도 직장을 찾는 데에 많은 걸림돌이 되고 있어 좀처럼 주부 취업의 질적 향상은 가져오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지난 달 여성부에서는 향후 5년간 여성 일자리 50만개 창출을 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고학력 여성인력의 사회적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것. 일부 ‘주부 창업 지원’이나 ‘전업주부 재취업 지원’을 위한 계획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당장 생활을 위해 취업문을 두드리는 이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 주부들은 답답하다. / 진유강 기자 ·최규정(자유기고가) fotoreise@naeil.com 2003-08-12
- [인터뷰] 원폭2세 최초 ‘커밍아웃’한 김형율씨 일본 히로시마 원폭투하 58주년을 맞아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한국내 원폭 피해자들에게 원호수당을 주기로 했다는 그나마 다행스런 소식이 들렸다. 그러나 유전에 의한 피폭 후유증을 앓고 있는 원폭2세들은 일본정부는 물론 한국정부로부터 지난 58년 동안 철저히 외면당해왔다. 평생을 육체적, 경제적 고통 속에 살았던 피폭 1세대의 불행한 삶을 고스란히 대물림한 원폭2세 문제를 세상에 알려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형율(34·부산시 동구 수정동)씨 역시 선천적 면역체계 결핍으로 고통에 찬 삶을 버텨온 원폭2세대다. ◆피폭 후유증 폐기능 70% 손상 = ‘면역글로블린M의 증가를 동반한 면역글로블린 결핍증’이라는 긴 병명의 질환을 앓고 있는 김씨는 이미 폐기능의 70%가 손상됐다. 면역체계가 전혀 없어 화농성 세균 감염에 자주 노출되는 김씨는 중이염으로 고막에 구멍이 나 청력도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다. 163㎝에 37㎏인 깡마른 체구로 인해 나무 막대기와 같은 인상을 주는 김씨의 모습은 오랜 동안 병마에 시달려온 그의 삶을 짐작케 했다. 지난 5일 인권사회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원폭2세 환우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기자회견 참석과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서울을 다녀간 뒤로 상태가 더 악화된 김씨는 현재 부산대병원에 입원해있다. 어릴 때부터 반복해 발병하는 폐렴으로 초등학교도 3년을 채 못다닌 김씨의 삶은 입원과 퇴원의 반복이었다. 97년 늦깎이로 대학에 입학, IMF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취업에 성공했지만 지하철 계단도 숨이 차 제대로 오르내리지 못할 정도의 몸상태로는 도저히 직장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다. 반복되는 폐렴의 원인조차 몰랐던 김씨는 95년이 되서야 담당의사로부터 ‘면역글로블린 결핍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이 병이 방사능에 의한 유전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2001년 재입원 당시 그의 병에 대한 소견을 중심으로 95년 작성됐던 의학논문을 입원차트에서 우연히 발견하면서부터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났던 김씨의 어머니 이곡지(65)씨는 1945년 원자폭탄 투하 당시 6살이었다. 다행히 살아남긴 했지만 그의 어머니는 평생을 악성종양과 피부병에 시달렸다. 피폭2세대인 김씨의 일란성 쌍둥이 동생은 생후 1년6개월만에 폐렴으로 숨졌다. 이러한 가족사 때문에 자신의 병이 막연히 원폭에 의한 후유증일 것이라 짐작했었지만 확증이 없었던 김씨가 ‘원폭2세대 환우’임을 확인하게 되기까지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회적 편견으로 공개 꺼려 = 국내에서 원폭2세의 실태를 파악한 유일한 자료인 91년 당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원폭 후유증을 앓고 있는 2세들은 23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까지 자신이 원폭2세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사실이 공개될 경우 ‘유전병자’로 낙인찍혀 결혼이나 취업 등에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실제 김씨는 “이 문제가 거론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건강한 원폭2세들로부터 압력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가 ‘커밍아웃’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김씨 역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입원으로 지쳐갔던 김씨와 그의 가족들은 원폭피해자협회 부산지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도 원폭2세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지원을 기대하기란 무리였다. 결국 그는 가족들을 설득해 지난해 3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병을 세상에 알렸고 현재 ‘원폭2세환우회(cafe.daum.net/KABV2PO)’라는 모임을 결성, 아픈 가운데서도 원폭 피해 2세대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국 원폭피해자는 외면 = 2차대전 당시 일본에 있다 피폭을 당한 한국인은 히로시마에서 5만명, 나가사키에서 2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4만여명이 죽었고 살아남은 이들은 귀국했지만 대부분 피폭 후유증과 고령으로 숨졌다. 그러나 한국인 원폭피해자의 존재는 일본 정부로부터 철저히 외면됐다. 일본 정부가 실시한 30여 차례의 실태조사에서도 한국인 피폭자들은 제외됐고 유전병을 앓고 있는 원폭2세 문제는 일본 내에서도 제대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한국 원폭피해자들이 받은 보상금은 지난 91년과 93년 일본 정부가 내놓은 40억엔(400억원)가량의 민간기금이 전부였다. 원폭 피해자에 대한 대책 마련 노력이 전무한 것은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원폭피해자들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고 한해 1조6000억원을 예산으로 쓰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실태조사는 물론 의료지원체계도 마련해놓지 않고 있다. 원폭1세대들은 식민지 시대 징용으로 끌려가 겪은 고통과 원폭 피해와 함께 사회로부터 방치된 채 가난과 질병이라는 3중고에 시달려왔고 이 고통은 2세대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원폭피해자 문제는 피폭1세대는 물론 2세대, 3세대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며 “이제라도 원폭피해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와 원호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2003-08-11
- ‘원폭 2세’ 대책 촉구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됐던 원자폭탄에 의해 후유증을 앓고 있는 원폭2세들에 대한 국가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인권사회단체들이 나섰다. 일본 히로시마 원촉투하 58주년을 하루 앞둔 5일 건강세상네트워크와 아시아평화인권연대 등 9개 인권사회단체들은 ‘원폭2세 환우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공대위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58년전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인해 인간다운 삶은 물론 생명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원폭 2세 환우들은 정부의 외면 속에 오랜 세월 질병, 빈곤과 싸우다 소리없이 죽어가야 했던 원폭 피해자들의 고통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다”며 정부의 시급한 의료·생계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공대위는 또 “원폭후유증 환자들의 역사적·사회적 고통을 피해자 개인과 가족의 몫으로만 전가시켜 온 정부는 이들의 건강권과 인간답게 살 권리를 침해해왔기에 국가인권위에 진정, 정부의 대책마련을 정책권고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원폭 2세인 김 모씨도 부산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몸무게 37kg의 깡마른 체구에 폐기능 70%가 손상된 김씨는 현재 ‘면역글로블린 결핍증’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다. 선천적인 면역체계 결핍으로 지금까지 15차례나 폐렴이 재발했던 김씨는 “자신의 병이 1945년 히로시마에서 피폭된 어머니에 의한 모체유전 때문이며 함께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동생이 태어난지 1년 6개월만에 죽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90년부터 91년까지 진행됐던 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폭피해자 1세 1932명 중 41.4%가 1명 이상의 자녀가 원폭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4자녀 이상이 원폭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답한 사람도 23.6%에 달했다. 현재 김씨와 같은 원폭후유증을 앓고 있는 원폭2세들은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만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적 낙인과 결혼·취업 등에서의 차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대위는 이후 전국에 흩어져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원폭2세 환우들의 인권실태를 조사하고 정부의 법적·제도적·외교적 노력을 촉구해나갈 계획이다. / 정애선 기자 sjung@naeil.com 2003-08-06
- “여경, 보조 역할 탈피 위한 노력 필요” ‘최초의 여성’기록을 갱신하며 지금은 여성 최고위직에 오른 김인옥 서장이지만 그 이면에는 남모르는 상처가 많았다. ‘학력’과 ‘여성’이라는 이중의 장벽을 극복하는 것이 경찰 조직 내에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평소 일하고 싶었던 정보 파트 지원 요건에 대학졸업자라는 전제가 붙어 이를 접을 수밖에 없었고, 남성들 속에서 작은 실수 하나라도 눈에 뜨일 수 밖에 없었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승진시험으로 방향을 돌려 경위 시험에 도전한 김 서장은 이후 우수한 성적으로 승진을 거듭했다. “실력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은 더욱 철저히 했다. 사건과 관련되는 법률이나 구칙은 몇 조 몇 항까지 달달 외웠을 정도다. 그게 쌓이니까 자연스레 실력을 인정해줬다. 부족한 것을 알기에 교만하지 않고 노력한 것 같다.” 그런 그녀였기에 김 서장은 후배 여경들에게 “경찰 내 결코 능력 면에서 뒤지지 않는 많은 여경들이 유입되고 있지만 보조적인 역할에서 탈피, 소속감과 지휘역량을 키워 어려운 자리도 마다않고 중심부로 들어가려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결혼과 자녀 양육 등의 딜레마가 여경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그만큼 더 노력하되 출산휴가 등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권리는 당당히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충고다. 여성들이 하기 힘들다는 마약반장을 수행하거나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군장성의 비리를 캔 후배 여경들을 볼때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는 김 서장은 “자신의 업무에 안주하지 말고 합심하는 모습을 보여 여경의 지위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장환 기자 2003-07-23
- 문신은 ‘양아치문화’인가? 가슴에 목련, 엉덩이엔 나비, 어깨에는 초승달, 아랫배에는 거미, 등뒤엔 해, 발목에는 장미…. 문신이 대변신을 하고 있다. 팔뚝에 굵고 시커멓게 ‘一心’이라고 새겨 “나 건달이야. 까불면 죽어”라고 위협하던 문신이 아니다. 문신과 ‘양아치’를 동일시하던 시대, 삼청교육대를 연상하던 조폭 문신시대는 가고 문화적 코드로서의 타투(Tattoo, 문신의 세계 공용어)시대가 오고 있다. ◇ 피부는 ‘캔버스’, 몸은 ‘걸어 다니는 미술관’ = 문신이 예술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며 남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도구로 이해되면서 문신은 이제 조폭들의 전유물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 축구선수 안정환, DJ DOC, 룰라의 고영욱, 듀크의 김성민, 힙합 뮤지션 주 석 등 대중 스타나 연예인은 물론 의사 대학교수 교사 무용가 등 전문직업인과 학생 주부 등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문신은 대중화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피부를 ‘캔버스’로 몸을 ‘걸어 다니는 미술관’으로 여길 만큼 문신 중독증에 걸린 사람도 있다. 강남구 논현동에서 판매업을 하고 있는 임도영(25·가명)씨는 문신에 대한 거부감이 여느 사람과 못지 않게 강한 편이었으나 어느새 자신의 몸에 10여개의 문신을 갖고 있다. 왼쪽 팔에는 예수의 얼굴과 장미가, 오른쪽 팔에는 십자가와 도시배경, 비둘기가 그려져 있고 어깨 가슴 등에는 천사가 한 개씩 그려져 있다. 기독교를 신봉하고 있는 임씨는 “종교적인 의미에서 예수님 얼굴과 십자가를 새겼다”면서 성경에서도 겉모습보다는 “사람의 중심을 보라”고 했기 때문에 거리낌이 없다고 말했다. “교회 신도들도 내가 문신한 것을 알고 있지만 신앙심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내 모습 때문인지 아무런 편견을 갖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임씨가 문신을 하게 된 이유는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다. 그저 “강인해 보여서”다. “반팔을 입어도 보이지 않는 부위에만 했어요. 결혼 후에는 가족사진도 새기고 싶어요.” 김씨는 부모님들을 이해시키기에는 너무 벅찰 것 같아 당분간 비밀로 할 생각이다. 벨기에에서 대학을 다니다 온 리아 김(leah Kim·34·로열아카데미 금속디자인과 2년 휴학, 경기 동두천)씨는 온몸에 문신을 하고 있다. 배꼽에 ‘愛’자를 비롯해 어깨엔 나비, 팔에는 꽃, 사람, 물고기 등을 다리에는 커다란 잉어가 발목에는 장미꽃을 각양각색으로 수놓았다. “타투는 중독성이 강해요. 내가 원하는 그림, 새로운 작품을 그려 넣을 때마다 만족감에 취해요. 기분이 너무 좋죠.” 김씨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스위스 독일 필리핀 등 4명의 작가들이 각자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살려 그린 작품이라 누구의 작품이 가장 좋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혼자만의 것을 몸에 지니고 있다는 것이 특별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하와이에서는 멋있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 외국에서는 관심 없는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죠. 이젠 익숙해져서 옆에서 수군거려도 못들은 체 합니다. 팔꿈치까지 그려져 있는 그림을 팔목까지 더 그려 작품다운 작품을 하나 갖고 싶어요.” ◇ 성인식이나 통과의례처럼 성스럽게 느껴져 = 홍대 앞 예술시장에서 헤나(Henna, 인스턴트 타투)를 시작한지 2주일째 됐다는 이지은(27)씨도 “언젠가 한번은 타투를 하고 싶다”면서 “비석에 명문을 새기듯 자기 몸에 무언가를 영원히 새긴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헤나와 타투는 시각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는지 몰라도 의미는 천지 차이다. 헤나는 단지 화장용 잉크를 묻혀 놓은 액세서리에 불과하지만 타투는 일종의 성인식이나 통과의례처럼 각자의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정주희(22·남동구 만수동)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몸에 예술작품을 평생 간직하고픈 욕망이 있다”는 정씨는 허리나 어깨, 목 뒤에 ‘켈틱 크로스’를 새기고 싶지만 타투이스트(Tattooist, 문신예술가)와 상의해서 자신에게 맞는 문양을 찾을 것이란다. 주부 김성실(39·강서구 방화동)씨는 “전통무늬 위에 사람이 기대고 있는 모습을 문신한 친구가 있는데 어찌나 멋스럽고 고급스러운지 감탄이 나올 정도”라며 “거기에 반해 가끔 헤나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커서 이해할 나이가 되면 손가락에 반지식으로 전통무늬를 새기고 싶다”고 말한다. ◇ 흉터 가리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 문신은 또 커다란 흉터를 가지고 있거나 화상을 입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기도 한다. 엉터리 문신시술가가 마구잡이로 그려놓은 흉한 문신을 보기 좋게 예술적으로 바꿔 놓기도 한다. 화상 때문에 심한 콤플렉스를 느껴 여름에도 긴소매 옷을 입고 다녀야했던 직장인 이 모씨는 “타투 덕분에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면서 “기피의 계절이었던 여름이 즐거운 여름으로 돌아와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작사 작곡 편곡 등을 하고 있는 음악인 김준호(27·종로구 홍지동)씨도 “어깨에 손바닥만한 뱀 문신이 있었는데 색깔이나 모양이 흉해 봉황으로 바꿨다”면서 “이전보다 크기가 커져 팔꿈치까지 내려왔지만 보기도 훨씬 좋고 진짜 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문신은 아직 불량한 취급을 받는다. 효경(孝經)에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로서 불감훼상이 효지시야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신체와 머리카락과 살갗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감히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다)’하여 유교문화권의 영향 아래 놓인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문신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유교 본거지인 중국보다 오히려 더 심하다. 최근 중국의 심천관광특구에서는 타투숍이 합법적으로 운영될 정도로 변하고 있지만 우리는 요지부동이다.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의 문신 시술행위는 불법 의료행위로 처벌받고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줄만한 문신이 몸에 새겨져 있으면 현역병으로 입영할 수도 없게될 뿐 아니라 병역기피혐의로 구속되기도 한다. ◇ 동성애가 성적 소수자의 문화인 것처럼 = 동성애자도 얼마전까지는 변태성욕자로 낙인찍혀 인간다운 삶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한 때는 에이즈의 원인이라며 경멸 당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동성애를 하나의 성적 취향으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며 그들의 인권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시의회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힌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는 등 사회적 편견도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타투도 마찬가지다. 동성애에 대해 혐오스럽게 생각할 수 있으나 동성애는 분명 성적 소수자의 문화인 것처럼 문신을 혐오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와 문신문화, 애호가들의 인권은 구분되어야 한다. 타투는 엄연히 존재하는 문화현상이며 문신시술을 (불법)의료행위가 아닌 문화예술행위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문신은 더 이상 ‘양아치문화’가 아니다. 개인의 기호나 선택에 의해 행해지는 대중예술의 한 분야인 것이다. 2003-07-21
- 결혼시장에 비친 유망직업 유망직업 트렌드에 즉각 반응을 보이는 곳은 결혼시장이다. 미혼 남녀들이 선호하는 배우자의 직업은 그 당시 값어치(또는 연봉)가 가장 ‘비싼’ 직업이 무엇이었는지 잘 보여준다. 최근 결혼정보회사 선우는 ‘2003년 배우자선호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선호하는 배우자의 직업은 판사 대학교수 변호사 공인회계사 약사 순이었다. 남성이 선호하는 여성 직업은 약사 교사 의사 공무원 아나운서 순이었다. 이같은 결과는 지난 2000년 조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당시 여성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정보통신직 공인회계사 변호사 대기업사원 판사였다. 남자 역시 교사 교직원 정보통신직 유치원교사 약사였다. 공통적으로 ‘정보통신직’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는 ‘정보통신직’은 각각 14위 16위로 하락했다. 당시 호가를 누렸던 벤처사업가 역시 남자는 7위에서 16위 여자는 18위에서 26위로 각각 하락했다. 증권사 직원도 10위 가량 인기가 떨어졌다. 3년반에 급속히 변화된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 김남성 기자 kns1992@naeil.com 2003-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