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초기' 검색결과 총 9,846개의 기사가 있습니다.
- 개인정보유출범죄 급증 추세 개인정보유출 범죄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일어난 개인정보유출 범죄만 2001년 284건에서 2002년 522건, 2003년 682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개인정보유출 범죄를 막을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개인정보가 유출돼 스팸메일 등에 악용되거나 대포통장 등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일반 국민들의 피해사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통신회사 직원 개인정보 유출 =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4일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빼내 인터넷에 팔아 넘긴 혐의로 모 이동통신사 직원 김 모(33)씨와 불법 유출된 정보를 사들여 스팸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무작위로 발송해 온 신 모(26) 등 모두 3명을 구속했다. 또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메일 발송업자에게 판매한 중개상 강 모(29)시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 7월 자신이 관리하던 고객 92만명의 명단 등을 전화광고 전문업체에 넘기고 대가로 10여차례에 걸쳐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인터넷 카페나 사이트에서 건당 20∼200원에 인터넷에서 거래됐다. ◆정보유출방식 지능화·다양화= 그 동안 개인정보유출은 대부분 해킹이나 인터넷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키머(Skimmer) 등 장비를 통해 개인정보를 빼내는 방식도 등장하는 등 날로 지능화·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올해 6월 인천에서 쇼핑몰 사이트 등 18개 사이트를 해킹해 빼낸 개인정보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품을 구매한 사건은 이미 고전적인 수법이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들여온 카드정보장비인 스키머로 주유소를 들른 고객의 신용정보를 빼내 위조 신용카드를 만든 뒤 라스베가스에서 카지노칩을 구매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경찰은 가장 심각한 유형으로 이번 사건과 같이 고객정보를 다루는 직원이 직접 정보를 유출하는 방식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5월 대전에서 모 카드사 직원이 620명의 고객 카드정보를 중계상에게 돈을 받고 팔아 넘긴 사건도 같은 유형이다. 개인정보가 돈이 된다는 유혹 앞에 최소한의 직업윤리의식조차 실종된 셈이다. ◆유출정보 악용수법 다양 = 유출된 정보는 주로 스팸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데 악용되거나 대포통장과 대포폰 등 다른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또한 신용정보회사나 결혼정보업체 고객정보를 해킹을 통해 빼내거나, 신용불량자 등 다른 사람의 명의로 대포폰을 만들어 인터넷 게임사이트에서 사이버머니를 모아 중개상에게 되파는 방법으로도 이용된다. 경찰은 이처럼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되는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원인으로 관련법의 처벌규정이 애매하고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기본법 부재 등을 들고 있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들과 소홀한 회원정보관리나 업체들이 보안시설 투자를 기피하는 등 허술한 보안의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김재규 대장은“고객정보를 많이 다루는 곳일수록 유혹이 많을 것”이라며“직업윤리교육과 보안시설에 대한 투자 등 업체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홍범택 기자 h-durumi@naeil.com 2004-10-15
- <이 사람>‘사랑의 위탁모’ 만들다 딸 입양한 SBS 장동욱 예능국장 지난 3월, SBS의 예능 프로그램인 ‘사랑의 위탁모’ 코너 방송 날. 배우 전도연씨는 2주 동안 살을 부비면서 사랑을 쏟고 보살피던 아이를 외국으로 입양 보내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입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달라져야 함을 보여줬던 이 보기 드문 오락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위탁모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 바람 속에 이 프로그램 제작 총책임자인 장동욱 예능총괄국장(55) 도 들어있다. “아내가 당장 위탁모를 시작하겠다며 신청을 하더군요. 입양하기 전에 위탁모부터 시작하겠는 거였죠. 그런데 방송이 나간 후 위탁모 신청이 쇄도하는 바람에 기회가 안 돌아왔어요. 그래서 이참에 차일피일 미뤘던 입양을 결정해버렸죠.” 한국이 버린 장애아를 입양해 변호사로 훌륭히 키워내는 외국 양부모들을 보면서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느꼈다”는 장 국장은 7월 초, 아내 서영혜씨(45)와 함께 전남 나주 이화영아원으로 ‘딸을 데리러’ 갔다. “10명 정도의 아이들이 있는 방에 들어갔는데 옆에 있는 아기가 감기에 걸렸는지 계속 울며 보채더라고요. 안아주려고 아이를 돌아본 순간, 아~. 이 세상에서 그렇게 맑고 예쁜 눈동자가 또 있을까! 그 아이가 지금 내 딸 다나였어요. 그 순간 저는 그만 다나에게 푹 빠져 버렸죠. 나중에 들으니까 아내는 두 살짜리 아기에게 정신을 쏟고 있다가 문득 제 쪽을 바라보았는데 그때 다나가 물끄러미 보더랍니다. 7개월짜리 아이의 눈이 참 슬퍼 보였대요. 그렇게 우리 부부에게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딸이 생긴 겁니다.” 다나가 온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집안 가구 모서리를 뭉툭하게 만들고 유모차로 ‘질주’하는 다나를 위해 장애물이 될 법한 모든 것을 없앴다. 50대 여유로웠던 일상이 뒤죽박죽, 그러나 장 국장 부부는 너무 행복하다. “입양은 기쁨이고 축복이라는 말, 다나를 키우기 전에는 솔직히 이해 못했어요. 헌데 지금 제 나이에(웃음) 밤 2~3시에 다나 때문에 벌떡 일어나는 것도 즐거워요. 20년 살다보면 결혼초의 열정 같은 게 좀 없어지잖아요. 이런 시기에 다나가 우리 부부를 단단하게 묶어주는 효녀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죠.” 패션관련 해외 마케팅 일을 하는 부인 서씨는 다나를 위해 2~3년 일을 쉬겠다고 선언했을 정도. “물론 20여년 만에 다시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죠. 한 살짜리 눈높이에 맞춰 ‘아기 엄마 붐붐붐’ 불러주느라 지적 능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하면서도 아내는 늘 싱글벙글해요.” 다나로 인해 삶이 바뀐 사람은 장 국장 부부만이 아니다. 딸 귀한 집에 온 다나는 할아버지(95) 할머니(86)도 바꿔 놓았다. “아버지께서 연로하셔 그런지 만날 이제 그만 죽어야 하는데 하셨거든요. 헌데 다나가 집에 온 이후로는 다나 재롱 보는 재미로 사신대요. 새 생명을 품에 안겨 드렸으니 그 이상의 효도가 어디 있겠어요, 그렇죠?” 장 국장은 다나 친부모에 대한 자료를 갖고 있다. 훗날 다나가 궁금해 하면 다 알려줄 생각이다. ‘아이에게도 알 권리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입양을 망설이는 게 혈연주의 때문이잖아요. 지금은 한 가족이라고 해도 전 세계에 퍼져 살아요. 골목시대에야 혈연주의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거죠. 앞으로 우리 딸 다나는 전 세계 어디든 가서 살 수 있어요. 그래서 이름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부르기 쉽게 편하게 발음할 수 있도록 지었고요. 다나가 어디에서 살든 행복하게 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우리 부부가 마지막으로 할 일입니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사진 이의종 기자 2004-10-14
- <미즈엔 뷰>할 수 없는 일 ‘할 수 있도록’ 만들라 “왜 한국 여성은 안 된다는 생각부터 하죠?” 89년부터 재직했던 미국인 회사 사장이 내게 한 말이다. NCH는 산업용 설비시설들의 보수·유지에 사용되는 화학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미국 회사였다. 세일즈 왕국인 NCH에서 당연히 세일즈맨은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어느 날, 그동안 나를 눈 여겨 본 윌리엄스 사장이 불렀다. 세일즈를 권유하기 위함이었다. 전부터 생각은 있었지만 ‘남자도 하기 힘든 세일즈를 내가?’라는 생각에 주저하는 내게 “한국 여성들은 능력도 있고 뛰어난데 왜 직장에서 남성들의 보조 역할만 하는 거요? 왜 한국 여성들은 처음부터 안 된다는 생각부터 하느냐?”며 의아해 했다. 사실 미국 본사나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NCH 지사에서 최고 세일즈맨은 여성들이었다. 윌리엄스 사장의 한마디에 고무된 나는 그 자리에서 승낙했고, 세일즈우먼이 되기 위한 맹훈련을 받았다. 하루 종일 모르는 업체를 8군데 이상 방문해 제품을 소개하고 실적을 올리는 일은 그때까지 했던 다른 어떤 일보다 강도 높은 업무였다. 한번은 방문한 업체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공장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어깨가 축 처져 돌아온 내 모습을 보고 미국 사장은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세일즈는 물건을 팔러 가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에 새로운 지식을 주는 것입니다. 먼저 파는 제품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익혀 고객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세일즈맨은 항상 빵빵하게 공기가 들어간 풍선처럼 자신감으로 가득 차야 합니다.” 군인 출신답게 매사에 정확한 것을 좋아하는 그를 두고 직원들은 ‘성격이 괴팍하다, 무섭다’고 했지만 키우고자 하는 직원에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 훌륭한 보스였다. 그의 지원을 받으며 나는 세일즈에 입문한지 첫 달에 1천만원의 실적을 올렸고 6개월 만에 세일즈계의 정상군에 진입했다. 또한 그 자신감을 발판삼아 세일즈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여성만을 뽑아 새로운 팀을 구성했다. 그러다 92년 초, 정부의 오존층 보호 규정에 따라 주요 판매품목이 수입규제로 묶이는 바람에 앞만 보고 달리는 일은 멈췄다. 그러나 스튜어디스 시절 결혼으로 직장을 그만둬야 했고, 프랑스계 회사에서도 면접에서 기혼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힐책을 들어야 했던 내게, 그러기에 ‘여자라서 안 돼’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내게 세일즈의 경험은 자신감이란 선물로 돌아왔다. 직장에서 끊임없는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혹독한 세일즈 경험은 적극적으로 변화를 수용하게 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의 원동력이 되었다. 1992년 낯선 ‘고급인재추천서비스 비즈니스’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혹독한 세일즈 세계에서 쌓은 경험 때문이었다.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하고 남자들도 바뀌어야 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 스스로가 먼저 변해야 한다. 일찍이 사회적 편견에 맞서 도전했던 여성들, 변화를 두려워 않고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선구자적 여성들 덕분에 그나마 우리 여성의 지위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여성들이여, 항상 스스로에게 각인시켜라. ‘여성이기에 안 된다’가 아니라 ‘여성이기에 더 잘할 수 있다’라고. 2004-10-13
- 인기 하한가 치는 애널리스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때 대학생들로부터 선호직업 상위권에 꼽히곤했다. 펀드매니저와 함께 증시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로 인식된데다 고액연봉이 보장되는 직업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증권사에 근무하는 애널리스트는 600명선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개별종목과 산업, 시장, 경제 등을 말그대로 ‘분석’하는 작업을 한다. 반도체업이나 자동차업 등을 맡아 분석하는 종목 애널리스트(sector analyst)와 거래소시장이나 선물시장 등 전체 시황을 내놓는 시장 애널리스트(market analyst), 국내외 경제분석 애널리스트(economist)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이 내놓는 정보는 보고서 형태로 개인 투자자나 펀드매니저들에게 전달, 투자 방향을 잡아준다. 소속 증권사에게는 포트폴리오 작성의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이들의 말에 따라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이 일시에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애널리스트는 새벽에 출근, 전날 미국 등 해외시장을 챙기는 것을 시작으로해서 끊임없이 기업탐방과 시황설명회를 다니고 밤에는 다음날 투자자들에게 건넬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강도높은 일정을 강요받는다. 물론 상응하는 대우도 따른다. 상당수 애널리스트는 억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절반 정도는 억대 연봉을 받겠지만 워낙 천차만별이어서 평균 연봉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증권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애널리스트들도 위기감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구조조정 필요성에 직면한 증권사들이 당장 영업성과와 연결되지 않는 애널리스트에게 억대 연봉을 쏟아부을 절박감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 증권사들이 애널리스트를 구조조정 0순위에 올려놓는 이유다. 시장에서 주목할만한 신예로 꼽히는 30대 초반 애널리스트는 “언제 어떻게될지 모르는 애널리스트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일반 회사원이 낫다는 생각”이라며 “얼마전 결혼한 부인도 전직에 동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2004-10-05
- 카드업계, 가을철 고객잡기 안간힘 카드사들이 대형할인점과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놓고 싸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가을철 결혼시즌을 맞아 신혼여행 상품과 가전제품 할인, 무이자 할부 등으로 예비신랑·신부 고객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 여행팀(www.bctour.co.kr)은 11월말까지 해외 신혼여행객을 대상으로 여행요금을 일시불로 결제하면 5%를 할인해주고, 할인 대신 무이자할부를 선택하면 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최고 1억원까지 보장해주는 여행자보험을 무료로 가입해주고, 샘소나이트 기내 가방과 휴대용 숄더백, 국제전화카드 등도 증정한다. LG카드는 10월말까지 ‘LG패션 웨딩 이벤트’를 열어 전국 LG패션 매장에서 마에스트로 등 신사.숙녀복을 15만원 이상 구입하면 3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10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는 파카 크리스털 용기세트 또는 라푸마 레저용 배낭을 사은품으로 증정한다. 삼성카드 여행센타(www.samsung tne.com)는 12월13일까지 신부에게 신혼여행 가격의 50%를 할인해주는 ‘먼데이 허니문 대축제’를 연다. 이번에 판매하는 상품은 푸켓, 보라카이, 파타야, 세부 등의 5일 상품이며, 신부에게 가격을 50% 할인해주고 여행용 가방 증정, 인천 공항세와 국제선 공항세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KB카드도 제휴 여행사인 자유여행사와 공동으로 10월말까지 ‘발리 허니문 12% 할인’행사를 연다. KB카드는 이 기간 발리지역 특급호텔인 힐튼호텔, 르 메르디앙, 쉐라톤 라고나, 리츠 칼튼 등 10여개 호텔 숙박(3박5일)상품을 각 호텔마다 선착순 10쌍에게 12% 저렴하게 제공한다.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에서 혼수용품을 구입하면 5%를 할인해주고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닷컴에서 3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도 준다. 또 롯데카드 여행서비스(www.ameri canexpress.co.kr)를 통해 해외 허니문 상품을 예약하면 5% 할인 또는 6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며, 미국 기준으로 20분 정도 통화할 수 있는 국제전화카드와 고급 여행용 가방을 증정한다. 신한카드는 태국 푸켓으로 신혼여행을 갈 경우 신부는 정상가격의 반값만 내면 되는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푸켓 다이아몬드 클리프 리조트 5일 상품을 신랑은 114만9000원, 신부는 그 반값인 57만4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는 현대카드M 회원을 대상으로 자사 홈페이지(www. hyundaicard .com)내 LG생활가전몰에서 가전제품을 구입하면 10만∼25만원을 선할인해주는 행사를 열고 있다. 현대카드M 회원은 카드를 이용할 때마다 적립되는 포인트로 선 할인받은 결제대금을 상환하면 된다. 한편 롯데마트는 삼성카드가 지난 23일부터 일방적으로 카드 수수료를 인상함에 따라 10월 1일부터 전국 34개 점포에서 삼성카드와의 가맹점 계약을 해지키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롯데마트가 삼성카드와의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면 신세계 이마트가 비씨카드와의 계약을 해지한 데 이어 할인점 중에서는 두번째로 전 점포에서 한 카드사를 완전히 거부하는 사례다. 롯데마트는 또 23-30일 동안의 수수료 인상분에 대해서는 부당하게 공제된 대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반면 외국계 할인점인 까르푸는 LG카드가 지난 22일부터, 삼성카드가 23일부터 가맹점 수수료를 기존 1.5%에서 각각 2.2%(LG카드)와 2.3%(삼성카드)로 인상했지만 카드는 계속 받고 있다. 월마트도 지난 23일과 24일 수수료를 인상한 삼성카드와 KB카드에 대해 이들 카드사가 최종적으로 인상된 수수료를 적용한 물품대금을 지급하는 것 등을 봐가며 대응방침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마트는 지난 22일 개점한 월계점과 마찬가지로 다음달 7일 문을 여는 용산점도 비씨, KB, LG카드를 받지 않는 대신 수수료 만큼 물건값을 깎아주기로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2004-10-01
- 전직 대통령은 있는데 성공한 전직 대통령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하면 지방 의회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하시더라. 혹은 결혼식 주례를 서서 좋은 얘기도 해주고 돈을 벌고 하면 좋지 않겠냐고 하시더라.”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전한 말이다. 이 말이 유난히 흥미롭게 들리는 이유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들이 ‘뒷방’에만 머물러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외 활동만이 예외로 인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운영의 경험이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값어치가 있는 것이고, 때문에 이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일종의 책임과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성공한 전직 대통령’이 없는 현실이 안타까운 이유다. ◆‘성공한 전직 대통령’ 없다=‘망명 암살 감옥행 운둔…’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의 어두운 단상이다. 본인들에게는 물론이고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에게도 불편한 과거이자 ‘역사적인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생존한 전직 대통령들이 대부분 ‘침묵’을 지키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들간의 이념적·정치적 차별화, 정치적 갈등 혹은 보복, 구조적인 문제 등이 지적된다. “이승만은 객사했고 박정희는 시해됐으며, 내각책임제 당시 윤보선과 ‘반년 대통령’이던 최규하를 제외하면 생존하는 전직 대통령은 4명 정도다. 이 중 전두환·노태우는 영어의 몸까지 됐고, 김영삼은 경륜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 분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불법대북송금 문제로 국민들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지난 대통령들에 대한 고재방 교수(서울대·전 청와대 상황실장)의 지적은 우리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현존하는 대통령 4명이 현실적인 조건 하에서 활동을 거의 못하는 상황”이라며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하며 자신의 국정경험과 능력을 계속 발휘하고 있는 외국의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 우리 사회에는 아쉽게도 아직 이런 ‘전직 대통령’이 없다”고 꼬집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우리와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카터, 넬슨 만델라, 클린턴 등의 이름이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단지 ‘대통령의 이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의 의미있는 활동과 노력이 그 이름에 의미를 갖게 만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전직 대통령들의 대부분은 주로 봉사·자선 활동, 연구·집필, 민간외교, 정책자문 등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국가가 퇴임한 이들의 이름을 딴 도서관, 연구소, 대학원 등의 설립을 지원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은 물론 이들의 재임시절 모든 기록을 보관하는 것도 관례화 돼있다. ◆‘국정경험 최대한 활용돼야’=함성득 교수(고려대)는 한 기고문에서 “한국 역대 대통령들은 정국 혼란 속에서 운 좋게, 군사적 쿠데타로, 야당분열을 이용해, 또는 민주화를 향한 국민의 열망으로 대통령에 선출되었고 재임 당시 국민의 존경을 받지도 못했다”며 “따라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그들은 국민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고 아울러 그들의 국정운영 경험 전수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문제 개선, 왜곡된 정치문화의 변화 필요성 등을 꼽는다. 서울대 교수 출신인 한나라당 박세일 의원은 “국정경험을 정리하고 다음 세대에게 넘기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며 “회고록을 만든다든가 연구·집필 활동 혹은 씽크탱크 등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이 부재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정경험이 전수되지 않으면 실수가 반복되고, 이는 결정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된다”며 “또 다른 문제는 현직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우려들지 않고, 서로에 대한 비난과 차별화만 존재하는 풍토”라고 주장했다. 고재방 교수는 ‘정치문화 차이’를 꼽는다. 고 교수는 “클린턴 같은 경우 스캔들이 있었지만, 미국인들은 그것은 그것대로 심판하고 경제부흥, 외교적 자존심 등 공인으로서 달성한 업적은 평가한다”며 “우리는 뭐 하나가 잘못되면 다른 모든 것을 안보거나 잘못 보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장점을 높이 사고 전직 대통령들을 어느 정도 용서해주면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격이 떨어지는 발언으로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눈총을 받는 전직 대통령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공·과 모두는 기록·평가되고 또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들이 경험은 공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대중 도서관’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김 전 대통령을 보좌하는 김한정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퇴임하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바꾸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하신 적이 있다”며 “김대중 도서관도 이런 맥락에서 생긴 하나의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숙현 기자 shlee@naeil.com 2004-09-24
- “노후 아들과 보내고 싶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여전히 노후를 아들과 함께 살고 싶어하며 자신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자녀가 편지나 전화를 일주일에 한번은 해야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림대 고령사회연구소 윤현숙 교수는 21일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이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서울과 춘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1826명과 45∼65세 장년층 703명을 대상으로 직접 가정방문을 통해 면접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노후를 위해 아들이 필요하다는 노인들의 응답은 77.92%로 집계돼 여전히 아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아들이 여럿이라면 장남이 모셔야 한다는 응답은 39.43%로 조사돼 장남에 대한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다만 딸은 친정부모보다 시부모를 모셔야 한다고 답한 노인이 77.33%로 조사됐다. 일주일에 한번은 부모를 방문해야 한다는 응답은 34.05%인 반면 먼 곳에 사는 자녀는 일주일에 한번은 편지나 전화를 해야 한다고 답한 노인은 74.36%를 차지했다. 한편 노인들과 달리 장년층 효의식은 자식에 대한 의존도가 낮게 나타났으며, 결혼한 자녀를 가까이 두고 살기를 원하는 이도 많지 않았다. 이들은 노후를 위해 아들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55.91%, 아들이 여럿이라면 장남이 모셔야 한다는 20.05%, 딸은 친정부모보다 시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62.16%로 조사돼 노인층과 차이가 났다. /범현주 기자 2004-09-21
- <밥일꿈>A급이 되고픈 B급좌파의 꿈(박용진 2004.09.20) A급이 되고픈 B급좌파의 꿈 박 용 진 민주노동당 대변인 얼마전 국회연락관 직책을 가진 국정원 직원이 찾아왔다. 민주노동당과 일정한 연락관계를 가져야 할텐데 외부로 드러나는 일을 하는 사람중에 나를 통해 경로와 방식을 공식적으로 지정받고자 하는 것 같았다. 민주노동당 당원들이라면 국정원에게 모두들 가질만한 거부감과 찜찜함이 나라고 없지는 않았지만 만남 자체에 부담을 갖지 않았다. 원내에 진출한 제3당으로 성장했으니 일정한 관계가 필요할 듯 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관계를 어느 부서를 통해 어떤 절차로 갖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마친 뒤 나는 내가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 들었던 이야기 하나를 확인해 보았다. 국정원의 이전 이름인 당시 안기부에는 이른바 ‘(학생)운동권분류법’이라는 게 있었는데 그 등급 기준이 다음과 같다.(그것도 남성기준이었다.) 먼저, 대학에 막 들어와 데모에 휩쓸리는 놈.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경우다. 그저 그런 D급이다. 둘째, 군대다녀와서도 데모한다? 이거 쫌 건전시민 될 싹수가 노란놈이다. C급인데 주로 이런 놈은 졸업하고도 데모하러 다니기 일쑤다. 셋째, 장가가서도 운동이랍시고 쏘다니며 데모를 한다. … 이건 좀더 심각해진 B급 운동권이다. 그리고 A급. 아이를 낳고 나서도 눈깜짝하지 않고 계속 데모하고 운동하는 놈은 절대 생각을 바꾸지 않을 A급 운동권이기 때문에 유사시에는 반드시 잡아들여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국정원 직원은 자지러지게 웃으면서 그런 분류법은 없지만 참 그럴듯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식처럼 무섭게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고 결정짓는 것도 없다는 건 모두가 동의하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6개월만에 감옥으로 끌려가서 무려 25개월을 살고 나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바쁜 생활때문인지 나는 결혼하고 만 4년이 되도록 “B급좌파”였다. 조급하지는 않았지만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아이들이 더 예뻐 보이기 시작할 무렵, 엊그제 아내가 임신사실을 말해주었다. 내가 너무나 기쁘고 고마운 것은 내가 A급 좌파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학생운동 시절 이후 서로 공유할 것 없이 지내오던 나와 아내 사이에 함께 공유할 우주만큼 커다란 의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감옥에서 나온 뒤 늘 바쁘다는 핑계로 함께하는 시간이 없어 미안한 마음뿐이었던 아내와 함께 이야기 할 ‘의미와 그 무엇’이 생긴 것이다. 당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일을 평생토록 해 가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사람으로 진짜 A급좌파로 살아가고 싶다. 단지 ‘아이낳고도 정신못차리고 운동한다’는 무책임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 당에 모두 충실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추석 둥근달에 빌어보는 내 꿈이다. 2004-09-20
- 절반이‘나는 진보적’ 내일신문이 발행하는 대학생 대상 주간지 ‘대학내일’이 창간 5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와 함께 서울지역 4년제 대학 남여 대학생 621명을 대상으로 한 ‘대학생 사회의식 및 라이프 스타일’조사결과를 소개한다. ▶전체 결과는 19면 ◆‘ 나는 진보적’49.3% ‘중도’는 27.2%, 보수는 23.2% 였다. 진보 성향은 4학년(57.1%)에 서 두드려졌다. 중도적이라는 응답 은 1학년(34.2%)에서 특히 높았다. ◆열린우리당(20.9%), 민노당 (19.3%) 한나라당(13.4%), 지지 정당 없다(44.1%) 무당층은 11일 한길리서치 조사 의 국민전체 23.7%, 20대 전체 17.0%보다 훨씬 높다.열린우리당 지지율은 여학생(16.5%)보다 남학 생(24.5%)이 높다. ◆노무현 정부 이념적 정체성 - ‘ 진보적’57.1% 중도 20.9%, 보수 21.2%였다. 응답자가 보수적(64.6%)일수록, 한나라당 지지자는 69.9%가 노 정 부가 진보적이라고 답했다. 열린우리당 지지자는 30.0%가 중 도적, 민노당 지지자는 40.0%가 보 수적이라고 답했다. ◆ 국 가 보 안 법 - 개 정 보 완 (59.7%) 우세 속 폐지(31.1%) 의 견도 높은 편 ◆남학생‘ 결혼하겠다’(69.6%), 여학생 60.4% 남학생은 24.2%가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고 한 반면 여학생은 31.3%가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성관계‘ 경험있다’39.1% 첫경험- 20세~23세(70%) 남학생은 53.6%, 여 학 생 은 21.2%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호감 - 삼성계열 49.3%, 기업인 이건희(35.1%) 현대계열(5.2%), LG계열(5.0%), 유한 킴벌리(3.4%), 포스코(3.2%) 의 순서로 나타났다. 호감가는 CEO는 이건희의 뒤를 안철수 (5.6%)가 이었다. ◆희망초임연봉 - 2000~ 2500 만원(27.2%) 2500~3000만원 희망자도 26.7%로 비슷했다. ◆학벌이 자신의 장래에‘ 영향 줄 것’(89.7%) 영향을 주지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10.3%에 그치고 영향을 끼칠것이라 는 의견은 1학년(93.3%)에서 가장 높다. /장우성 기자 sung@naeil.com 2004-09-20
- [일하는 사람이 아름답다]② 금광테크의 원칙주의자 노총각 윤경호 씨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 석포리에 자리한 금광테크는 철골 가공 기계를 제작하는, 직원 30명 규모의 작은 회사이다. 주로 일본의 중고기계를 들여와 수리해서 판매하다가 작년에 처음으로 가스절단기를 자체 개발했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석포리는 넓은 갯벌 너머로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곳이다. 화성시에서 공단으로 조성한 곳인 듯, 확 트인 터 위에 새로 지은 말끔한 공장들이 아직은 드문드문 서 있다. 금광테크도 작년에 시흥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윤경호씨가 금광테크에 입사한 것은 작년 11월이다. 경기직업전문학교 전기과를 마친 뒤 이곳 저곳 일곱 군데나 원서를 냈으나 모두 실패하고 여덟번째만에 금광테크에 채용되었다. 취직이 어려웠던 것은 경호씨의 나이와 학력 때문이다. 경호씨는 94년에 전남대 사회교육과를 졸업했고, 올해 서른일곱이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생산직에, 그것도 서른 중반에 말단 사원으로 취직을 하겠다니, 뽑는 사람들이 ‘제대로 다닐까?’ 못미더워하는 것도 당연했다. 경호씨를 보면 적지도 많지도 않게 숙제를 내주고, 내 준 숙제는 반드시 검사하고, 안 해 온 사람은 꼭 다시 해 오게 하는 그런 선생님이 떠오른다. 실제로도 경호씨는 교사가 되고 싶어 사범대를 갔다. 그러나 사회과는 수업시수가 적어 임용 기회가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졸업 뒤 1, 2년간은 저도 남들처럼 생각했어요. 대학 나온 놈이 아무 일이나 할 수 있나…그런 생각요. 면접도 참 많이 봤지만, 사범대 출신을 싫어하는지 번번이 떨어지고. 그러다 용돈이라도 내 손으로 벌자 싶어서 광주에 있는 대우캐리어 조립라인에 취직을 했죠. 2년 계약직으로. 해 보니까 할 만하더라고요. 이제는 그런 생각 전혀 없죠.” 그 뒤로도 카시트 공장 등지에서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하다가 2002년 수원에 사는 형님의 권유로 경기직업전문학교에 입학했다. 이왕 생산직으로 일할 바에야 기술을 가져야겠 다는 생각에서였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직업전문학교는 학비가 면제되고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어 있어 객지생활을 해야 하는 경호씨에겐 안성맞춤이었다. 경호씨는 연구개발팀 소속으로 가스절단기의 배선과 조립을 맡고 있다. 일은 재미있고 할 만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처음 배운 일이라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많다. 그래서 부지런히 공부를 하고, 이미 가지고 있는 전기공사 기능사보다 한 단계 높은 전기기사 자격증 취득 준비도 하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길을 바꾸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을까? “누구나 자기 전공을 살려 일하고 싶어하죠. 하지만 둘러보면 전공대로 일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스스로 길을 찾아야죠. 제게 장점이 있다면 힘들어도, 싫은 소리 들어도, 잘 참는 거예요.” 뼈아픈 일들을 제법 겪었을 법도 하건만 말수 적은 데다 목소리까지 높낮이 없이 덤덤한 경호씨의 대답을 듣고 있노라니, 공연히 대졸 미취업생들의 고민이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공장 옆 사무동 3층의 회사 기숙사에 사는 경호씨는 보통 아침 6시 40분쯤 일어나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1층의 식당에서 밥을 먹고 8시 30분에 일을 시작한다. 일이 많을 땐 잔업도 하지만 요즘은 수요처인 건설경기가 위축되어 잔업이 거의 없다. 경력이 전혀 없는 경호씨의 월급은 기본급 95만원에 연봉 2100만원. 뗄 거 다 떼고 보통 한 달에 115만을 손에 쥔다. 상여금이 나오는 달은 그보다 많지만, 메치나 업어치나 빠듯한 돈이다. 그나마 기숙사 생활을 하는 덕에 적게나마 저축을 할 수 있다. 금광테크는 교통이 불편한 개발지역에 있어서 직원의 절반 가까이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그래도 토요일이면 다들 집으로 가고, 기숙사는 문을 닫는다. 기숙사에 혼자 남을 수 없어 경호씨도 방 값이 싼 안산에다 원룸 전세를 하나 마련해, 주말이면 ‘집’으로 간다. “특별히 불편한 건 없어요. 세탁기도 있고, 휴게실에 텔레비전도 있고, 제 방엔 컴퓨터도 갖다 놓았고. 식당 밥도 먹을 만해요. 제일 불편한 건 여가나 문화 생활을 하기가 힘들다는 거죠. 화성시청 있는 남양동이 이곳의 번화가라 할 수 있는데, 거기 가는 버스가 두 시간에 한 대밖에 없어요. 여름에 남양에 있는 헬스클럽을 다녔어요. 근데 같이 다니던 동료가 그만두어서 저도 관뒀죠. 그 친구 차를 얻어 타고 다녔거든요.” 경호씨는 안산의 ‘집’으로 갈 때도 동료 차를 얻어 타고 간다. 안산에 가면 극장엘 자주 간다. 오래된 명작 영화 DVD를 수집하는 취미를 가졌을 정도로 경호씨는 영화를 좋아한다. 특별히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가 있냐고 물었더니 예의 그 덤덤한 대답이 돌아온다. “뭐, 남들이 좋다고 하는 영화를 주로 보죠.” 6시 30분, 일이 끝났다. 모처럼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과 함께 ‘왕뚜껑 삼겸살’ 집에 모여 앉았다. 동료들의 분류에 따르면 경호씨는 “친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이다. 경호씨와 가장 친하다는 직업전문학교 동기생 정선균씨더러 “윤경호씨를 한 마디로 표현해 달라” 부탁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삼겹살은 삼겹살이고 왕뚜껑은 왕뚜껑인 사람이죠.” 경호씨와 기숙사 방을 함께 쓰는 조대희씨는 더 솔직하고 분명하게 말했다. “좋게 말하면 원칙주의자고 나쁘게 말하면 융통성이 없다고 할 수 있죠.” 경호씨 자신은 “잘 참는 것” 외에 “한번 맘먹은 것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는다. 경호씨가 대학 졸업한 이듬해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하루에 담배 두 갑을 피우셨는데, 그게 안 좋았기 때문에 경호씨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또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체질이라 술도 전혀 안 마신다. 영화 외에 다른 취미가 있다면 디지털 카메라를 포함해 첨단 기기에 관심이 많다. 경호씨의 장래 계획 1순위는 결혼이다. 위로 형님 한 분, 아래로 남동생 하나, 여동생 하나가 있는데 모두 결혼했다. “사실 저는 결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근데 어머니가 저보다 더 애타하시죠. 선도 몇 번 봤는데, 직장도 그렇고 나이도 그렇고 쉽지는 않죠. 모아놓은 돈도 별로 없고. 어제도 어머니 아는 분 소개로 서른세살 된 분을 만났어요. 프리랜서 편집 일을 하고 있다더군요. 근데 그쪽도 집에서 나가라니까 마지못해 나온 거 같더라고요.” 경호씨의 어머니는 고향인 구례에서 혼자 농사를 짓고 사신다. “일단 결혼을 해야죠” 하면서도 아닌 게 아니라 경호씨는 그다지 절박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이런 말 하는 거 알면 어머니한테 맞아 죽을 거”라고 웃으며 덧붙이는 표정에는 혼기를 훌쩍 넘긴 아들 때문에 속태우는 어머니에 대한 안쓰러움이 어쩔 수 없이 묻어난다. 늦게 낯선 분야에 뛰어들긴 했지만 경호씨는 앞으로 “어디서 일하든 전기계통 일을 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언젠가 돈을 좀 모으면 자동기기 분야에서 “내 사업”을 하고 싶다. 하지만 그 뒤에 경호씨는 이런 단서를 붙인다. “주변에 보면 돈 모으느라 고생만 하는 사람들 많아요.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요. 많이 못 모으더라도 할 건 하고 즐길 건 즐기며 살고 싶어요. 근데 또, 그렇게 살려면 어느 정도의 돈은 있어야겠죠?” 요즘은 비분과 강개가 곳곳에 넘쳐난다. 그래서인지 경호씨의 짧은 말과 덤덤한 목소리가 심심하게도 느껴진다. 그러나 어쩌면 자신을 애써 설명하려 않는 경호씨 같은 사람이야말로 넘쳐나는 비분강개의 진위를 판정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경호씨의 두꺼운 귀를 통과해 경호씨의 고집스런 마음까지 가 닿는 것들은 아마도 ‘원칙’의 이름을 얻을 것이다. /글 유시주·사진 백지순 2004-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