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초기' 검색결과 총 9,846개의 기사가 있습니다.
- 인천시민 올해 소득·지출 모두 감소 인천시민들의 올해 소득과 지출이 지난해에 비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가구중 6가구는 부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시가 지난 9월1~9일 4500가구(만 15세 이상, 1만1040명)를 대상으로 인천시민 생활 및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월평균 소득 250만원 이상 가구가 지난해 28.3%에서 올해 26.5%로 줄어든 반면, 250만원 미만 가구는 71.7%에서 73.5%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월평균 소득은 150~200만원 미만이 21.3%로 가장 많았고, 100만원 미만(18.4%) 200~250만원(17.1%) 100~150만원(16.7%) 250~300만원(12.8%) 300~400만원(8.6%) 400만원 이상(5.1%) 순이었다. 월평균 200만원 이상 지출한 가구는 지난해(27.1%)보다 올해(26.7%) 소폭 준 반면, 200만원 미만 지출한 가구는 지난해(72.9%)보다 올해(73.5%) 소폭 늘었다. 가구부채에 대한 조사결과 66.1%가 부채를 갖고 있으며 1000~3000만원 미만(20.9%)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500~1000만원(11.0%) 3000~5000만원(10.5%) 100~500만원(8.9%) 순이었으며 1억원 이상도 4.0%나 됐다. 거주형태는 아파트가 48.5%로 가장 높았고 연립과 단독주택 비율은 각각 31.6%, 18.1%로 나타났다. 입주형태는 자가 71.6%, 전세 19.2%, 월세 5.4%, 무상 2.7% 순으로 조사됐다. 가족부문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 이상적인 자녀수는 2명이 59.3%로 가장 많았고 “부모님 노후는 자녀가 돌봐야 한다”는 응답이 61.0%나 됐다. 자녀는 ‘자식들 모두’가 25.2%, 능력이 있는 자녀(20.2%) 장남(12.1%) 순이었다. 결혼에 대해서는 ‘하는 것이 좋다(42.9%)’보다 ‘개인선택의 문제(50.3%)’라는 응답이 더 많았다. 특히, ‘개인선택의 문제’라는 응답자는 남성(46.3%)보다 여성(53.8%)이 많았다. 배우자 선택시 고려사항은 성격(91.1%), 직업(70.9%), 가정환경(64.9%) 순으로 나타났다. /인천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2004-12-13
- ‘노화’ 관련 프로그램 무료 서비스 환경적인 요인으로 20대 결혼을 앞둔 여성에게 폐경기가 오고, 스트레스로 인해 젊은 남성이 불면증에 시달리는 시대.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화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환경적인 요인과 스트레스 등으로 이제 노화는 부모님 세대의 먼 이야기가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까지 성큼 다가서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한 사이버대학이 모든 연령층이 인터넷을 이용해 사용가능한 맞춤식 헬스프로그램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경희사이버대학교는 13일부터 국민들의 노화에 대한 관심 증대와 대학의 사회기여 활성화 차원에서 국민건강을 생각하는 ‘e-health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교 홈페이지(www.khcu.ac.kr)를 통해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되는 ‘e-health 프로그램’은 노년층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 중장년층 등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프로그램 개발에는 경희의료원 의료진과 경희사이버대학교 콘텐츠개발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국내최초로 개발된 이 프로그램은 장소·시간제약 없이 인터넷을 통해 건강상식과 건강 상담 등을 무료로 제공해준다. 또 노화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상담, 운동요법, 자가진단 등 모든 강좌에 경희의료원 전문의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박건우 총장은 “요즘 떠오르는 이슈 ‘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 시점에서 경희의료원과 함께 노화예방에 대한 12가지 프로그램을 1년간 연구해 개발했다”며 “이 프로그램은 뇌졸증, 치매, 고혈압, 오십견, 퇴행성관절염, 요통, 골다공증, 불면증, 남성갱년기, 여성갱년기, 위암, 대장암 등에 대해 페이퍼수준의 콘텐츠가 아닌 ‘동영상, 그래픽, 3차원 도표, 캐릭터’ 등으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2004-12-13
- 12월 10일 세계의 헤드라인 심으면 꽃 피는 휴대폰 발명 워윅대학의 연구진들은 최초로 친환경적이고 자연분해되는 휴대폰 발명에 성공했다. 이 휴대폰은 폐기시 땅에 심으면 속에 들어있는 꽃씨로 인해 꽃이 핀다. 이런 획기적인 발명으로 인해 더 이상 휴대폰 폐기시 환경 오염이나 재활용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됐다. 워윅대가 영국 하이테크 회사인 PVAXX와 미국 휴대폰 제조사 모토롤라와의 산학협동으로 개발한 이 100% 친환경적인 휴대폰은 자연분해 중합체로 만들어져 퇴비 속에 묻으면 가루로 변해 휴대폰 내에 들어있는 꽃씨가 꽃을 피우게 된다. 꽃씨는 휴대폰의 작은 창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다. 연구결과 휴대폰의 분해물과 접촉으로 가장 잘 자라는 꽃은 해바라기로 밝혀졌다. 라라브르벨지끄 중국, GCC와 자유무역협정 추진 “중국과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은 2005년1월부터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며 첫 회담 장소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될 것”이라고 GCC의 파이잘 알가이스가 발표했다. 협상의 주요 안건으로는 관세인하와 통관절차의 간소화 그리고 상호투자촉진 방안등이다. GCC와 중국과의 교역규모는 2003년 169억달러를 기록했으며 2004년에는 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번째로 큰 교역대상이다. 알가이스는 “양측의 협상은 중국과 아세안의 FTA협상을 모델로 하여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자지라 이라크파견 1년 연장 결정 일본정부는 9일 오후 임시국회를 열고 14일이 기한인 이라크 자위대 파견기간을 1년간 연장하는 기본계획을 결정했다. 일본정부는 자위대 파병에 관해 이라크 부흥지원에 대한 현지주민의 요구가 크고 사마와는 비전투지역의 요건을 만족하고 있다고 여당측에게 설명했다. 파견규모와 활동내용·지역은 지금과 같지만 파견기간 내에 철수를 판단하는 조건으로 현지의 치안상황과 다국적군의 활동변화 등 4개 조건을 기본계획에 추가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내각회의 결정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파견연장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아사히신문 일본 방문 중인 슈뢰더 총리의 행보 일본을 방문한 독일의 게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 확장된다면 새 이사국들은 비토권을 포함한 기존 상임이사국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과 독일은 현재 개혁논의가 활발한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 자리를 노리고있다. 독일 총리의 예기치 못한 비토권 주장으로 유엔 안보리 개혁에 또 하나의 장애물이 생겼다. 한편, 슈뢰더 총리는 도쿄 비즈니스 심포지엄에서 “최근 달러강세가 우려된다”고 발언했다. 총리의 발언과 일본의 무역흑자 감소로 달러화는 이틀 연속 상승했다. 두 정상의 달러약세 공동대응 방안 논의 가능성이 커져 달러화가 반등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데어슈피겔 동성애자 결합 합법화 9일 뉴질랜드 의회의 결정으로 동성애자들간의 결합이 합법화됐다. 동성간의 혼인과 동거를 남녀간 결혼과 법적으로 동등하게 대우하는 시민결합법안은 찬반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찬성 65, 반대 55표로 통과됐다. 이로 내년 4월 26일 부로 뉴질랜드 동성애자들은 구청에 결합관계를 신고하고 양성 부부와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결혼’이 아닌 ‘결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들이 아직까지 ‘혼인법’에 적용을 받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시민결합법 지지 의원들은 시민결합법으로 기존의 전통적 결혼의 의미와 가치를 상하지 않도록 하면서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보호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종교계와 다수 국민들은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도미니언포스트 무역대국, 아직 무역강국은 아니다 중국 세관총서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월 20일까지 중국 대외무역 수출입 총액이 1만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36.5% 증가한 것이다. 이에 중국 상무부 언론대변인은 “중국은 세계무역대국으로서 올해 이미 세계 3순위를 달리고 있고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무역강국은 아니다”며 중국은 아직 무역 증가방식에 있어 단일하고, 자체 브랜드가 없으며 자주 지적재산권을 소유한 기술제품이 적은 등 핵심경쟁력이 낮다며 중국 대외무역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신화사 “인도 유엔안보리 자격 충분” 압둘 칼람 대통령은 스리나가 지역 청소년과의 간담회에서 인도가 유엔안보리 가입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하고 “유엔안보리 진출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칼람 대통령은 “인도 인구는 이미 10억 명이 넘을 뿐 아니라 안보리 진출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국제기구에서 대변인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빈부격차확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 칼람 대통령은 빈곤층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답했다. 더힌두 2004-12-09
- 소주 28억병 맥주 40억병 정상인가 기획: 술 취한 사회, 비틀거리는 대한민국(상) 사례1> 잠을 깨기가 두려운 직장인 A씨. 오늘도 주위를 둘러본 뒤 안도의 한숨부터 내쉰다. 다행히 집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그는 술에 대한 노이로제가 있다. 그의 술자리 버릇은 간단하다. 처음엔 거부한다. 술을 잘 못하는 자신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다 몇 잔이 들어가면 그때부턴 자신이 주도한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술이 사람을 먹는 지경에 이른다. 결과는 뻔하다. 술만 마시면 어김없이 사고가 터진다. 흔히 말하는 필름이 끊기는 일은 기본이다. 일어나보면 낯선 곳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는 경찰서에서 밤을 샌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내년 초 결혼을 앞둔 그는 술로 인해 몇 차례나 결별 위기까지 갔다. 어렵게 다시 수습했지만 여전히 위태롭다. 회사생활에도 숱한 장애가 뒤따랐다. 그에게는 이번 주말에 있을 회사 망년회가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사례2> 경찰 공무원인 B씨. 그는 평소 두주불사로 소문난 술꾼이자 애주가다. 건강에 대한 애착도 강했다.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체력단련을 했고, 술자리에서는 항상 호기롭게 사람들과 어울렸다. 지난달 한 술자리에서 그에게도 이상 신호가 왔다. 이날도 점심회식 때 ‘폭탄주’를 호기롭게 마시고 오후에 시간을 내서 체력단련을 하던 중 그는 쓰러졌다. 폭탄이 터진 것이다. 병명은 뇌출혈. 다행히 수술이 잘됐고 빠르게 회복중이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술 앞에 자유로운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다. 직장에 피해, 개인에게도 손해인 왜곡된 술문화의 단적인 예다. “가장 좋은 술에도 찌꺼기는 있다”는 서양 속담이 빈말이 아닌 것이다. 연말연시 직장인들의 공통된 고민은 술이다. 친구, 선후배, 직장 동료, 거래처 등 일년을 마무리해야할 곳이 너무 많다. 대부분 술로 시작해 술로 끝이 난다. 쉽게 빠질 수도 없다. 술이 사회생활의 기본처럼 인식돼 있기 때문이다. 술 덜 취하는 방법, 몸에 좋다는 약까지 먹어가며 온갖 비법을 다 동원해 보지만 소용이 없다. 급기야는 피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무조건 끝장을 보는 대한민국 술 문화.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기업체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술 없는 송년모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술 잘 마시면 일도 잘 해? = 우리나라만큼 술에 대해 관용적인 나라는 드물다. 술 마시고 지각, 결근하거나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러도 마찬가지다. 외국에서는 이럴 경우 당연히 알코올 전문 클리닉에 가서 치료를 받도록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남자가 일 때문에 술 마시면 그럴 수도 있다’ 이상한 논리가 만연해 있다. 어떤 경우에는 술 잘 먹는 것이 업무능력과 정비례하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직장인 과음자 비율은 31.3%로 미국의 8.4%보다 4배가량 높다. 하지만 각종 조사에 따르면 술은 결국 생산성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제대학교 알코올연구소장인 김광기 교수는 “세계적으로 술로 인한 생산성 저하는 평균 25% 수준이며, 우리나라는 더 높을 것”이라면서 “술로 인한 폐해만 제대로 막으면 요즘 같은 불황에도 구조조정이 필요 없게 될 지도 모를 일”이라고 평가했다. 음주문화연구센터 제갈 정 예방교육본부장도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를 해 보니까 음주빈도가 많을수록 지각이나 근무태만 등 부정적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제갈 본부장은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부정적 경험이 많은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업무능력은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술로 인한 생산성 저하라는 현실과 자신의 주관적 평가가 현저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죽자’며 마시는 술 정말 죽는다 = 술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술로 인한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대략 14조원에서 16조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의료비, 생산성감소분, 조기사망손실, 재산피해액, 사고처리행정비용 등 음주관련 사회경제적 비용은 매년 2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연간 술 소비량도 어마어마하다. 지난 2001년 주류공업협회 출고량을 기준으로 볼 때 소주의 경우 일년에 28억병, 맥주는 40억병, 위스키는 5700만병을 기록했다. 지난 1999년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세계 15세 이상 성인의 순수알코올 소비량에서 우리나라는 슬로베니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 손실만이 아니다. 각종 범죄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일도 비일비재다. 술과 각종 범죄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99년 전체 범죄자 230여만명 가운데 범행시 알코올 상용자는 19만명(8.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문화시민연대의 조윤행 이사는 “해마다 음주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4만여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면서 “술을 강권하고 특히 2차, 3차로 이어가며 폭음하는 문화는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주문화연구센터 제갈 정 본부장도 “음주문제만 건전하게 해결되면 가정폭력 성폭력 살인 방화 등 중요한 범죄가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2004-12-09
- <미즈엔 뷰>신촌의 노을을 본 적이 있나요 또 한 해를 속절없이 보내자니, 불현듯 신촌의 노을이 그리워진다. 새삼 그리움이 고개를 드는 데는 다 까닭이 있다. 신촌의 노을과 오롯이 마주할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서히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유유히 걸음을 옮기는 동안, 지금은 기억조차 아련한 옛사랑의 추억을 한 번쯤은 떠올려 보며 피식 웃을 수 있었던 곳. 그 곳 이화교에서 바라보던 노을은 초라하기에 오히려 정겨운 신촌역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한 편의 풍경화였다. 그런데 요즘 이화교는 복개공사가 한창이다. 예전 이대생들은 이화교 아래를 지나는 기차 꼬리를 밟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 덕분에 멀리서 기적 소리가 들리기라도 하면 기차를 만나려 잰 걸음을 치곤했다. 그럴 때마다 선배들 왈, “뛰어가서 억지로 기차 꼬리를 밟는 건 무효란다. 행운이란 우연히 오는 것이거든” 그랬었는데…. 미팅 자리에 나온 서울대생이 “우리 학교는 캠퍼스가 어찌나 넓은지 시내버스들이 다닌다” 자랑하자, 이를 받은 이대생이 “어머 그러세요. 우리 학교는 기차가 들어오는데” 했다던가. 하지만 요즘 학생들이야 공사판 먼지에, 자동차 소음에, 발 디딜 틈 없는 인파에, 호객하는 상인에 이화교의 낭만을 기억할리 만무하다. 아쉬움에 학교 후문 쪽으로 발길을 돌리자니, 이곳의 번잡함이 자아내는 삭막함도 만만치가 않다. 드디어 1004개의 병동을 자랑한다는 세브란스 병원 신축 건물이 그 위용을 드러내면서, 신촌의 노을이 소리 없이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 탓이다. 봉원동 안산(이화여대에서 연세대로 이어지는 산의 이름이다) 하늘 위로, 때론 성난 불길 번지듯 때론 붉은 수채화 물감 번지듯 하던 장관을 이젠 만날 수 없게 됐다. 가끔 수십 층으로 이어진 병원 유리창에 반사되어 나오는 노을빛은 눈 속으로 꽂혀 들어오기에, 마주하기조차 민망한 ‘무늬만 노을’로 전락한 셈이다. 그래도 역시 대학가는 대학가인지라, 삭막한 공간을 뚫고도 낭만적 이야기가 20대 청춘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우연히 좌석 버스 안에서 옆자리에 앉게 된 이웃학교의 남학생. 왠지 가을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에 그만 첫 눈에 반해버렸단다. 말 한번 붙여 보고픈 마음은 굴뚝같은데, 오늘따라 그렇게 막히던 길은 왜 막히지도 않고 버스는 왜 이리도 빨리 달리는 건지. 이대 후문 정류장에서 내린 후 여전히 아쉬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려는데, 그 남학생이 “저 여기 있어요” 했다는 이야기. “그 두 사람은 지금도 ‘닭살 커플’이랍니다.” 사족까지 붙어 떠돌아다닌다. 그런 녀석들이건만, 졸업을 앞둔 사(死)학년이 되면 청년실업의 무게에 짓눌려 노을이 지는지 한 해가 가는지 고개를 땅에 떨군 채 취업 재수, 삼수생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 또 요즘의 익숙한 대학가 풍경이다. 이제 40대 후반으로 접어들고 보니, 아직은 포기할 수 없는 가능성으로 인해 가슴앓이 중인 이 녀석들 보기가 여간 안쓰러운 것이 아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느니, 마음이 급할수록 걸음은 천천히가 좋겠느니, 세상에 가치 있는 것 치고 쉬 공짜로 얻어지는 건 없느니…, 무슨 이야길 들려주어도 연봉 높은 대기업에 취직한 동료가 부럽고 집안 ‘빵빵한’ 남자 만나 결혼한 선배가 부럽고 각종 고시에 합격하여 현수막에 이름 걸린 난사람들이 부러운 시절 아니던가. 20대에게 어찌 40대를 이해시킬 수 있으리요. 40대의 포용력으로 20대의 패기를 품을 밖에.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올릴 생각이다. ‘혹 신촌의 노을을 보신 적이 있는지요…’로 시작되는 편지를. 2004-12-08
- [일하는 사람이 아름답다]④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의 행복한 실속파 신운식씨 죄송합니다. 10월에 동탄 신도시에 38평 아파트를 분양받았어요. 중도금 때문에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해야 해서.” 잔업이 끝나는 8시에 광명시 소하리 공장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신운식씨는 조금 늦게 나왔다. 집이 있는 안양시 박달동으로 차를 몰면서 늦은 이유를 말해주길래, 올해 35살인 그의 나이를 감안해 “우와, 내 집 마련하셨나 보네요.” 지레짐작 축하인사를 건넸다가 뒷통수를 한 대 세게 맞았다. 30살이 되던 해인 99년에 지금 살고 있는 32평 아파트를 샀단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서른에 집 장만하면 성공한 거라고.” 신운식씨는 대학입시 때 지원서를 두 장 냈다. 한 장은 아들이 꼭 대학가기를 바랐던 아버지를 위해 의례적으로, 한 장은 ‘두고 보세요. 나중에 대학 나온 사람보다 더 잘 살 테니.’ 하는 다부진 마음을 실어 인천직업훈련원(지금은 직업전문학교로 이름이 바뀌었다)에. 대학에는 원서만 내놓고 시험도 치러 가지 않았다. ‘남들이 대학 다니는 4년 동안 나는 열심히 노력해서 학력의 차이를 상쇄해 버릴 만큼 기반을 닦으면 된다.’ 그게 그의 계획이었다. 그는 인천직업훈련원에서도 “전망이 밝아 보이는” 전자과를 택했고, 졸업하자마자 군대를 갔다. ‘전자 관련 기술이 있으면 군대에서도 관련 업무를 맡아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과 기대대로 그는 통신병으로 근무했다. 그리고 제대한 뒤 93년 12월에 기아자동차에 입사해 마침내 서른에 내 집을 장만하는 데 성공했다. 수재인 큰아들에 견주어 작은 아들이 번듯한 대학 못나온 것을 내내 아쉬워하던 아버지도 이제는 주변에 작은 아들 자랑을 많이 하고 다닌다. “대학 안 다닌 거, 저는 조금도 아쉽지 않아요. 필요하다면 지금이라도 가면 되죠. 필요하다면 저는 언제라도 합니다.” 신운식씨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그러나 간판이나 포장에 동요되지 않고 얄미울 정도로 실속을 추구하는 그의 ‘깍쟁이’ 같은 이력을 ‘서울내기’라는 것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 택시회사 사장을 다룬 프로그램을 보고 ‘나도 커서 택시회사를 운영해야지’하고 마음먹었던 적이 있다는 걸 보면 그는 타고난 현실주의자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실속파로서의 내공을 쌓은 결정적 시기는 고등학교 때였다. 그는 고등학교를 1등으로 입학했다가 꼴찌로 졸업했다. 이른바 ‘노는 애’가 되었던 것이다.술 먹고 담배 피고 ‘어깨’ 친구들과 술집을 드나들며 패싸움에 휘말리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그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절대로 넘지 않는 ‘깍쟁이’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았다. “친구들이 사고 친 거를 수습하러는 다녔죠. 그렇지만 내가 사고를 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대신에 그는 ‘노는’ 비용을 마련하려고 건축현장 일당 잡부에서 구로동 주변 이런 저런 공장의 임시 공원, 지하철 ‘푸시맨’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다 해보았다. 그렇게 만난 세상은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세상과는 다른, 살아서 펄펄 뛰는 진짜 세상이었다. 말하자면 신운식씨는 ‘배워야 할 모든 것’을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배운 셈인데, 그 가운데서도 남대문 새벽시장 상인들이 드나들던 당구장에서 일할 때 그분들과 부대끼며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앉아서 떼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한 만큼 돈을 번다는 것, 하자고 맘먹으면 할 수 있다는 것.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은 카니발과 리오 두 차종만 생산한다. 입사 11년차, 차체 2부 소속인 신운식씨는 여러 라인을 경험하고 지금은 리오 완성차 라인에서 최종 불량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 일부 정시 근무 부서도 있지만 생산라인은 주야 맞교대여서 신운식씨도 1주일 단위로 밤낮이 바뀐다. 주간일 땐 아침 8시 30분, 야간일 땐 저녁 8시 30분이 출근시간이다. 1주일 단위로 밤낮이 바뀌는 생활이 힘들지 않을까? “이젠 이력이 나서 괜찮아요. 또 야간 근무는 야간 근무대로 독특한 정취랄까 맛이 있어요. 아무래도 높은 분들이 적으니까 좀더 자유스럽기도 하고. 솔직히 직장에 불만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지만 이왕 하는 거라면 즐겁게 하는 게 좋죠. 저는 일을 즐기면서 하려고 해요. 얼마 전에 정시 근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도 했는데 저는 이게 좋습니다. 돈도 제법 차이가 나거든요.” 신운식씨는 주간일 땐 7시 30분쯤, 야간일 땐 6시 20분쯤 집을 나선다. 도중에 합기도 도장에 들러 운동을 하고 출근하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해보다가 “왠지 체질에 맞아” 2년전에 시작한 합기도가 이제는 초단이다. 운동 이외에 그의 일상에 가장 큰 활력이 되는 것은 동호회 활동이다. 친하게 지내는 회사 선후배 대여섯 명과 어울려 2, 3년전부터 한 달에 한 번 정도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다니다가 몇 달 전 아예 ‘농촌체험회’라는 이름으로 사내 동호회로 등록을 했다. 지금의 신운식씨를 봐서는 상상하기 힘든, 왕년의 ‘놀던’ 시절을 빼면 그는 매사가 너무 반듯하고 매끈하다. 그래서 동호회 활동을 함께 하는 사내 선배들과의 술자리에 끼어들어 옆구리를 찔러보았다. “짠돌이”란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노동운동이나 정치에 대해서도 그는 매우 실용주의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둘 다 속성이 비슷하지 않습니까. 속을 들여다보면 정치나 노동운동이나 이런 저런 계파도 많고, 계파들끼리의 합종연횡도 많고. 저는 노조를 ‘내가 어려울 때 가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순수하게 이념이나 이상만으로 움직이지는 않죠. 정치는 더 말할 나위도 없고. 아는 사람 때문에 잠시 어떤 정치인의 선거운동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허장성세에다 야바위꾼 같은 사람이 많더군요. 그래서 전 정치 이야기는 별로 안 봅니다.”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신운식씨는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대답했다. “그야 물론 가족이죠.” 그는 인천직업훈련원 동기생인 박신영씨와 오랜 연애 끝에 96년 결혼했다. 실속파 아니랄까 봐 아이도 한꺼번에 둘을 낳았다. 올해 여섯 살인 영호, 정호 형제는 이란성 쌍둥이다. 아내와는 모든 면에서 생각이 비슷해서 무언가 계획을 세울 때도 늘 함께 세운다. 박신영씨는 남편을 “한결같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결혼하면 연애할 때와는 다르게 변하는 사람이 많다던데,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매사에 성실하고,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하려고 하고. 그리고 굉장히 효자에요.” 효자라는 칭찬이 멋쩍었는지 신운식씨는 “저희 부모님이 할아버지, 할머니께 굉장히 잘 하셨어요. 보면서 나도 모르게 배웠겠죠.” 덧붙인다. “일하느라 바빠서 아이들이랑 많이 못 놀아주는 것”이 남편에 대한 박신영씨의 유일한 불만이다. 작년에 아이들을 유치원에 입학시킬 때 신운식씨는 유치원 앞에서 밤을 새웠다. “요즘은 유치원에서부터 너무 공부를 많이 시키더라고요. 저는 아이 때는 맘껏 놀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유치원 방침이 제 생각과 맞았는데 선착순이더군요. 저는 나중에도 아이들한테 너무 ‘공부, 공부’하고 싶지 않습니다. 자기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게 해 주고 싶어요.” 그가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꼭 가르치고 싶은 게 있다면 “남한테 거짓말하지 말고 언제나 정직하게, 또 욕심내지 말고 성실하게 살라”는 것이다.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에 근거해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고, 한 줌의 ‘거품’도 없이 실속 있게 살아온 신운식씨의 장래 계획은 어떨까. “요즘 유행하는 말로 잘 먹고 잘 살아야죠. 마흔 넘으면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어요. 넓은 세상으로 나가면 견문이 넓어지니까. 형편이 허락하면 나중엔 전원생활을 하고 싶기도 하고. 또.....제가 회원으로 활동하는 여행 사이트가 있어요. 근데 그 사이트 운영하는 형님이 정말 존경스런 분이에요. 장애인들 돕는 봉사활동을 많이 하시는데, 그런 일도 하고 싶고.” 그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신운식씨는 오늘도 경제와 재테크 관련 사이트를 관심 있게 드나든다. 신운식씨를 만나고 2004-12-08
- 중국, 크리스마스 상품 소비대국으로 중국에서 크리스마스는 아직 공식적인 축제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지만, 중국의 문호개방과 서구 문화의 유입은 크리스마스도 중국에서 하나의 축제로 자리잡아가는 데 기여했다. 중국 당국은 국민들이 크리스마스를 중국의 전통명절보다 더 중요시하는 것을 우려해 언론들에서 관련보도를 자제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백화점 쇼핑센터를 비롯해 거의 모든 판매업체들과 생산업체들이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려 크리스마스 특별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크리스마스 전야, 중국의 학생들은 삼삼오오 몰려 학교 주변의 교회를 찾는다. 교과서에서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했다”는 것은 미신이라며 변증법적 유물론 사상을 가르치지만, 평안의 밤 교회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종소리와 캐럴, 그리고 교회에서 나누어준다는 크리스마스 선물과 연극 등 평안의 밤 행사는 학생들을 매료시키기엔 충분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의 노동자들은 열심히 크리스마스용 기념품, 완구 등을 생산, ‘메이드 인 차이나’꼬리표를 붙여 유럽과 미국 등 서방국가와 지역들에서 판매해 톡톡히 수입을 올리곤 했다. 하지만 요즘 크리스마스가 중국에서도 서서히 축제로 정착되면서 중국은 크리스마스용 선물 제조대국에서 크리스마스용 선물 소비대국이 되고 있다. 광둥성, 저장성, 상하이 등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한몫 톡톡히 챙기는 지역들이다. 사회주의 체제가 낳은 집체주의로 인해 중국인들은 명절 때 가족단위보다 회사, 공장 등 사회적인 소속단체들 위주로 축하 이벤트를 준비하며 기념품들은 이때 상품으로 배포된다. 사회주의의 집체주의 사상이 크리스마스용 기념품 소비에도 한몫 하는 셈이다. 또 중국의 각 지역, 각 업체들마다 크리스마스트리 단장에 열을 올리고있다. 12월 6일 후난성 창사시에는 100미터의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져 화제가 됐다. 알렉산드르 등대를 개조해 만들어진 이 트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트리로 기록됐던 2003년 브라질 크리스마스트리보다도 16미터나 더 높다. 한편, 올해 들어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이 크리스마스 전야에 웨딩촬영을 하려는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전야를 중국어로 ‘평안지야(平安之夜)’라고 하는데, 이때 웨딩촬영을 하면 말 그대로 평생 평안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황은하 리포터 hislight@naeil.com 2004-12-07
- <신문로 칼럼>역사의 진실과 화해의 역사(임현진 2004.11.08) 역사의 진실과 화해의 역사 임 현 진 서울대학교 교수·정치사회학 역사는 과거와의 대화이자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과거를 잊은 미래, 혹은 미래를 저버린 과거가 존재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미래와 과거를 이어주기란 쉽지 않다. 과거는 돌아갈 수 있지만 다시 만들 수 없고, 미래는 찾아갈 수 없지만 새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통찰력과 상상력 없이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현재를 살아가기 어렵다. 조만간 우리는 역사청산 문제에 부딪치게 되어 있다. 열린우리당은 일제부터 해방을 거쳐 지금까지 국가 공권력 행사로 인한 인권침해 및 불법행위에 대한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을 제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진실·미래·화해 위원회’라는 국가기구를 설치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수립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제대로 된 역사청산이 없었다는 점에서 공식적 기구의 설치는 일단 고무적이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과거를 정리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과거사 진상규명이 지금 이 시점에서 과연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이견과 비판이 없지 않다. 그러지 않아도 국보법을 비롯한 4대개혁 입법을 둘러싸고 보혁대립이 심한 상황에서 과거사 정리라는 역사청산이 자칫 분열과 혼란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남아공 ‘진실과 화해위’의 교훈 과거사 정리라면 남아공의 경험이 매우 유익하다. 인종차별정책으로 악명이 높았던 남아공화국. 흑백사이의 결혼은 물론 주거조차 허용하지 않은 남아공화국에서 흑인은 아예 백인 지역의 출입조차 금지되었었다. 만델라로 상징되는 새 민주정부는 동구와 중남미 국가들의 역사청산 선례를 참고하여 ‘진실과화해위원회’를 1995년 구성하였다. 이 위원회는 1960년 3월 1일에서 1994년 5월 10일 사이에 남아공화국 국내외에서 발생한 중대 인권침해사건의 구체적 상황, 원인 등을 피해자와 가해자의 동기를 통해 조사하여, 가해자의 경우 정치적 동기를 가진 경우에 한해 사실을 전면 밝히는 것을 조건으로 사면을 부여하고, 그리고 희생자의 행방을 조사하여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 존엄성을 회복할 기회를 마련하고 적절한 보상책을 정부에 권고하는 목적을 제시했다. 남아공화국의 경험이 돋보이는 것은 2년에 걸친 청문회를 통해 수천명에 이르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증언을 국민들에게 7개 언어를 통해 전달했다는 사실이다. 개인 혹은 집단으로만 공유된 기억이 ‘진실’로 인정되면서 공식역사의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 기억의 회복을 통해 역사의 복원을 이룬 것이다. 진실규명은 개인의 차원에서 시작하여 당시의 모든 사실적 진실을 알아냄으로써 서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대화를 통해 성립하는 진실’을 밝히려 했다. 백인정권 뿐만 아니라 해방운동측의 폭력도 가해자로 포함되었다. 화해를 위해 두 편의 과오는 형평의 원칙에 의해 다루어졌다. 개별적 사면방식을 통해 가해자의 협조와 진술을 얻고 책임소재가 희석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 사회전체가 과거의 갈등으로부터 벗어나 미래의 통합을 위해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이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결국 남아공의 경험은 진실과 화해가 현재진행형임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진실과화해위원회’는 진상규명과 개별사면이라는 상충적인 과제를 해결하여, 과거청산을 위한 ‘진실’찾기와 미래건설을 위한 ‘화해’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역사청산은 지난한 과제다. 그러나 과거사 정리를 성취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사이의 격차는 매우 크다. 불란서는 세계대전 종전 직후 바로 역사청산을 시도하였다. 민족이 반민족을 응징한 사례다. 불란서는 국가정체성의 확립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었다. 우리의 역사청산이 어려운 이유는 민족에 이념이 추가되어 있다. 과거사 규명이 쉽지 않은 까닭은 이념의 잣대가 민족에 추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분단체제는 여전히 이념적으로 갈등하는 기억들로 싸여있다.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은 역사청산에서 성공적이지 못했다. 과거 군부독재정권 시절의 가해자들이 진실고백 없이 책임모면만을 위한 화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갈등이 해결된 것이 아니라 봉합되었을 뿐이다. 여전히 사회정치적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배경이다. 우리의 경우 근현대사의 정리는 간단치 않다. 해방전후의 역사 중 일부는 편향적이다. 공식역사와 수정주의 사이 역사해석의 차이가 있다. 공정성과 형평성과 객관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대정신과 역사관에 관한 논의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기록, 증언, 문서를 확보하는 것이 화급하다.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2004-11-08
- ‘탈북자 간첩’ 과장됐다 ‘탈북자 동향수집’ 임무받았으나 바로 자수 탈북자 ‘가족접촉 밀입북’ 빈번 … 위험상존 국보법 존속 빌미 삼기위해 사건 과장은 안돼 첫 ‘탈북자 간첩’으로 알려진 이 모(28)씨 사건은 실제보다 왜곡되고 부풀려졌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런 분위기에서는 남한 거주 탈북자 6000명 모두가 ‘잠재적 간첩’으로 몰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더구나 국가보안법 존속의 빌미로 삼기위해 ‘탈북자의 일반적인 삶’을 살아온 이씨 사건을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92년8월 인민군에 입대한 후 국경경비대에서 근무중 1997년 6월 절도사실이 적발돼 탈북, 중국 산동성 등지에서 노래방, 식당 종업원으로 종사하다가 중국 공안에 잡혀 1999년 7월 강제북송됐다가 북한 보위사에서 정치학습을 받은후 중국에서 탈북자 감시 임무를 띠고 활동했다.” “그러나 임무수행이 어렵고 중국공안에 잡힐 것이 우려돼 한국행을 결심하고 2002년 11월 영사부에 진입했다. 국내 입국한 2003년 1월부터 재입북한 올해 4월까지 남한 내에서 건축공사장 잡부, 주유·세차원 등으로 생활했다. 2004년 4월 동생들을 탈북시킬 목적으로 비밀입북하던 중 북한 당국에 잡혀 남한 내 탈북자 동향수집 지시를 받은 후 올해 5월에 재입국했다가 6월에 자수했다.” 첫 ‘탈북자 간첩’으로 알려진 이씨에 대해 국가정보원 관계자가 밝힌 내용이다. 이씨는 소문으로만 떠돌던 ‘탈북자 간첩’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된 첫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서 식당종업원을 하다 북송 △국내 입국 후 1년 3개월 동안 건축공사장 잡부, 주유·세차원으로 생활로 정리되는 그의 행적은 국내에서 암약하며 국가기밀을 유출하거나 요인 암살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기존의 ‘간첩’과는 크게 다르다. 북한의 공작원은 중앙당 지시에 따라 군당과 도당을 거쳐 중앙당에서 공작원 양성기관인 김정일정치대학에 뽑힌 이들이 중심이 된다. 이들은 6년간 군사훈련과 일반 교양과정을 이수한다. 공작원이 된 후에는 본인에게 장관급 대우를 해줄뿐 아니라 자녀에게도 명문대 입학자격을 주는 등 최고 엘리트 계층으로 대접한다. 이씨가 북한당국에 포섭돼 받은 임무가 ‘탈북자 동향 파악’인 것도 그가 북한 당국에 의해 공작원으로 분류되지 않았음을 반증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 모씨가 북측에 보고한 ‘하나원’이나 ‘대성공사’에 관한 정보가 비밀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북측도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 사건에 대한 국내의 시각이 중요한 것은 현재까지 국내 입국한 탈북자 6000명 중 올해만 1000명 가량이 해외여행 중이고 70%가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탈북자의 중국방문 목적은 대부분 중국에서 북한 가족을 만나거나 북한 체류 가족을 데려오거나 금전적 지원 등을 위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에는 북한에 돌아가거나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국내정착 탈북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명절에 북한 고향을 방문하고 오거나 심지어 결혼할 배우자를 부모에 소개시키기 위해 밀입북할 정도로 인적교류가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소식통은 “이들이 북한당국에 체포될 경우 이씨와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탈북자를 국내에서 받지 않거나 탈북자의 해외여행을 금지하지 않는 한 ‘탈북자 간첩’에 대한 우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이씨의 행적을 “간첩활동이라는 측면으로 보면 (납득하도록) 설명하기 어렵다”며 “이같은 사례는 탈북자들의 일반적인 삶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측 가족을 데려오는 등) 인도적 목적은 이해하지만, 굉장히 위험하다”며 “탈북자 지원단체와도 그 부분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를 이뤄가고 있다”고 밝혔다. 탈북자들의 해외여행을 규제하는 것 같은 인권침해 조치를 취할 수는 없지만 밀입북해 북측 가족을 데려오는 ‘기획탈북’은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씨 행적 □1992년 8월 인민군 입대 □1997년 6월 절도사실 드러나자 탈북해 중국 거주 □1997년 7월 강제북송, 교육을 받고 다시 중국으로 나와 탈북자 감시업무 □2002년 11월 영사부 진입 □2003년 1월 서울 행 □2004년 4월 가족 데려오기 위해 밀입북… 검거되어 간첩교육 □2004년 5월 19일 탈북자 동향 수집 임무를 받고 재입국 □2004년 6월 11일 자수 /연제호 기자 news21@naeil.com 2004-12-03
- 울진원자력, 홍보관 개관 한국수력원자력은 첨단시설의 ‘울진원자력 홍보관’을 개관했다. 총 867평 규모에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공사비 120억원이 투입된 이 홍보관은 전시관, 400석 규모의 강당, 사이버 전망대 등을 갖췄다. 전시관은 에너지 역사코너, 원자력 바로알기, 환경방사능 관리 및 원전 수거물 코너 등으로 구성됐으며, 지역문화 소개와 원자력을 쉽게 배우는 학습장의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고 한수원은 밝혔다. 강당은 각종 문화행사나 결혼식 등 지역주민을 위한 장소로 다양하게 활용토록 했으며, 사이버전망대에서는 울진의 자연환경과 문화상품을 소개했다. 2004-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