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초기' 검색결과 총 9,846개의 기사가 있습니다.
- [일하는 사람이 아름답다]⑨ 안산재활훈련원 생활지도교사 박준현씨 안산재활훈련원 생활지도교사 박준현 씨(34세)는 바쁘다. 일하랴, 공부하랴, 훈련생들과 쑥덕공론해서 봉사활동 다니랴,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바쳐도 모자랄 판이다. 그래도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프로그램 만들 궁리부터 한다. 정식 근무시간은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지만, ‘누가 시키지도 않은’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을 무시하고 산 지 오래다. 때로는 잠 한 숨 못 자고 뛰어다니는 날도 있다. 대체 그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것일까. “성격인 거 같애요. 봉사활동이든 뭐든 전적으로 나를 던지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못 갖거든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해야 되는 것이 있으면 저는 늘 해야 되는 것을 선택하는 쪽입니다. 아니다 싶은 건 가능하면, 바꿔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요.” 박준현 씨는 안산재활훈련원에서 모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발마사지, 요가, 일본어, 영어회화, 컴퓨터 기초 및 워드 자격증반, 영화 감상 등의 다양한 야간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이끌어 온 인물이다. 직업 훈련을 위한 정규 프로그램은 물론 주간에 이루어지지만 컴퓨터 게임이나 음주 등으로 무료하게 흘려보내기 쉬운 야간의 내실을 채우는 것도 훈련생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어 팔을 걷어붙인 것. 산재의 아픔을 딛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훈련생들의 모임 다울자원봉사단도 그가 주도해서 만들었다. ‘장애인이 장애인을 돕는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조금씩 주위에 알려지면서 다울팀은 지난 해 말 안산시장상, 경기도 도지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게 잘될 거라는 예상은 못했어요. 그냥 이들 스스로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거죠. 훈련생들은 ‘나는 왜 이럴까’, ‘나만 왜 이렇게 불행할까’ 하면서 자기를 부정하려는 성향이 강한데, 장애라는 현실을 수용하고 뭔가 새롭게 해보려는 의지가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지역사회에는 여러분보다 더 어려운 분들도 많이 있다. 한번 보자’라는 취지로 중증 장애인시설에 가서 목욕도 시키고 말벗도 하고 빨래도 해 주는 봉사를 시작했죠. 이렇게 열심히 할 줄은 몰랐어요. 이분들이 다 해 낸 거죠.” 그는 자기 이름이 두드러지는 걸 두려워하는 듯 한껏 몸을 낮춘다. 안산재활훈련원 관리부장 고종석 씨는 박준현 씨가 ‘기획력이 뛰어나고, 사회에서 상처받은 훈련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일관되고 설득력 있게 이끈다’며 칭찬이 대단하다. 무엇보다 그는 굉장히 부지런하다. 안산재활훈련원에 입사한 2003년 12월부터 지금까지 그가 해온 일을 보면 일중독증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야간 프로그램이나 봉사단 조직 외에도 ‘알콜릭 치료 모임’, ‘집단상담’, ‘소셜 드라마(심리사회극)’, ‘어울림마당’ 등 굵직굵직한 기획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은 각 대학의 자원봉사자들을 조직해서 해결해 나간다. 그런데도 그는 원광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뒤 익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에 비하면 지금은 몸을 많이 사리는 편이란다. 주말도 반납하고 밤 11시까지 일한 결과, 입사 1년 만에 팀장을 달게 되었다. 그러나 직원들에게 ‘야, 니가 자꾸 프로그램을 만드니까 내 일이 많아지잖니’ 하는 원망을 들을 때마다 그의 고민은 깊어졌다. “사업도 중요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실천가 역할도 중요하지만 원만하게 합의를 도출하고 결과를 이끌어내는 조정자 역할도 중요했던 거죠.” 99년, 그는 보따리를 싸들고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다. 더 공부하고 싶다는 오랜 갈증을 풀기 위해서였다. 일찌감치 점찍어둔 곳은 중앙대 대학원. 사회복지 쪽에서는 알아주는 그 학교에 가기 위해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 2000년 가을, 고대하던 대학원에 합격하기까지 전세방은 월세방이 되고 모아 둔 돈도 바닥이 났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일하면서 공부하는 데는 이골이 났어요. 어머니 따라 건설현장에 다니며 못 빼고 노가다하면서 돈을 벌었거든요. 집이 가난하진 않았는데 아버님이 인문고, 대학 진학을 굉장히 반대하셨어요. 팔남매 중에 제가 유일하게 대학생입니다. 다 제 고집으로 간 거죠. 독립적으로 살아야 된다는 생각이 항상 저를 압박했어요. 대학 때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공부를 했지요.”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 박준현 씨가 온 몸으로 뿜어내는 ‘악착같음’도 어쩌면 주어진 삶의 조건에 패배하지 않으려는 치열한 ‘생존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조교 생활, 노숙자 야간 상담을 거치며 어렵사리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산재의료 분야에 대한 관심에 이끌려 당시 비정규직이었던 안산재활훈련원 생활지도교사가 되었다. 훈련원 생활지도교사 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훈련생들의 야간 생활을 통제하고 감독하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생활지도교사 업무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여 대상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일반적인 지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산재 노동자들이 요양을 마치고 이곳에 들어오면 1년 동안 생활관에서 지내게 됩니다. 이들의 집단생활이 별 잡음 없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제 일이지만, 저는 단순한 통제자의 입장에서 나아가 이들이 심리적으로 좀 더 안정돼서 적극적으로 주간의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그러려면 충분한 인간적 신뢰가 형성돼야 하는데 통제자 입장에서는 쉽지가 않았어요. 훈련원에서 술 마신다고 벌점을 주면 그동안 쌓은 인간적 신뢰가 와르르 무너지죠.” 술에 취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 훈련생의 넋두리에 질려, 길에서 술 취한 사람만 봐도 무의식중에 얼굴을 돌리기도 했다. 상담을 거부하며 돌아서는 훈련생들이 야속할 때도 많았다. 그러나 그 어떤 불신도 진심으로 쌓아올린 인간적인 정을 이기지는 못하는 법이다. 훈련생들에게 먼저 다가가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커피 한 잔을 나누노라면 ‘선생님, 서운해요. 왜 나한테 벌점 줬어요’라는 투정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어제 와이프하고 얘기했는데 잘 풀렸어요’라는 말로 바뀔 때도 있다는 것을 이제 박준현 씨는 안다. 일에 지치고 사람에 지친 날이면, ‘선생님은 팔이 잘려 나가 간호사가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뼈를 깎아 내는 고통을 아세요?’ 하고 묻던 어느 훈련생의 눈물 가득한 눈망울을 떠올린다. ‘몇 년이 지나는데도 사람들이 제 잘려나간 팔만 보는 것 같아 싫고 손만 보고 우는 엄마가 싫다’던 그의 아픔이 몸보다는 마음의 상처에서 온 것이라는 깊은 깨달음이 오늘도 그를 안주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늦은 밤, 누군가 창가에 놓고 간 비타민 한 병에서 보람을 찾는다는 그는 내일도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찾아 땀나게 뛰어다닐 것이다. 허구한 날 뭐가 그리 바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작업하러 갑니다!’ 하고 응수하며. “혼자 사는 남자의 방이 지저분할 거라는 편견은 버리세요.” 현관문 앞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내던 박준현 씨가 문득 돌아보며 경고하듯 말한다. 그 표정이 지나치게 엄숙해서 거의 농담처럼 들렸다. 그런데 아이보리색 천으로 리폼한 천소파와 홈시어터 장비가 마주보고 있는 거실이 시야에 툭 터지는 순간, ‘야’ 하는 탄성이 절로 새나왔다. 아직 페인트 냄새가 가시지 않은 집안에는 이렇다 할 가구 한 점 보이지 않건만, 거실창에 드리운 화사한 커튼이며, 구석구석 깔끔하게 정리된 물건들이 마치 신혼집에 온 느낌을 준다. 집안 어딘가에 우렁각시라도 숨겨 놓은 것일까. “제가 방 꾸미는 것 참 좋아하거든요. 저 커튼은 첫 월급 타서 제가 산 거예요. 대충 성격이 나오죠? 결혼하면 신부가 좀 피곤해하지 않을까요? 집은 저만의 안식처니까 가능하면 충분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애쓰죠.” 책장에 가득한 책들은 그의 손때가 묻은 보물 1호. 박준현 씨에게 책은 일기장에 가깝다. 그는 책을 사면 맨 앞장에 그날의 상황이나 심경을 메모하는 버릇을 갖고 있 2005-01-12
- <이 사람>국비장학생으로 유학 떠나는 아시아 인어 최윤희 22년 전 인도 뉴델리에서 태극기를 세 번씩이나 올리고 일약 ‘아시아의 인어’로 떠오른 최윤희. 한국 수영 역사를 ‘다시 쓴’ 그는 그러나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 출산과 육아로 한동안 세상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랬던 그가 서른여덟 나이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지난해 11월 대한체육회가 국제 스포츠 외교를 담당할 인적자원 개발을 위해 실시한 ‘스포츠 외교 전문인력’ 선발 시험에서 10: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 국비 장학생으로 유학길(미국 워싱턴주립대학)에 오르게 된 것이다. 출국 1주일 전인 지난해 12월말,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열다섯 살 소녀에서 어느 덧 30대, 두 아이의 엄마가 돼 있었다. 세월을 비켜가지는 못했지만 청중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환하게 미소 짓던 그 모습만큼은 여전했다. 91년 부모님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감행한 13살 연상의 가수 유현상과 비밀 결혼식은 스포츠신문 1면 머리기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80년대 대표적인 헤비메탈그룹 ‘백두산’의 리더였던 유현상씨는 결혼하고 나이 들면서 트롯가수로 변신해 화제를 모으기도 한 인물. 술·담배 절대 안 하고 지방 공연이 아무리 늦게 끝나도 잠은 반드시 집에 들어와서 자는 ‘모범생 남편’에다 두 아이 머리를 단정히 빗겨 학교에 보내는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아까운 재능 묵히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던 남편은 아내의 등을 떠밀어 대학원에 보냈다. 석사과정을 끝낼 즈음이던 2001년 5월, 우연한 기회에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수영장인 ‘킹 아쿠아틱 스위밍클럽’에서 수영 코치로 일할 기회를 얻었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동안 코치생활을 해본 적이 없던 그로서는 수영 종주국에서 자신을 시험하는 또 다른 도전이었던 셈. “동양인에다가 여자, 그것도 이제까지 배우던 방식과 다르게 가르치니까 한 고등학생이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서 시범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더군요.” 선수생활 접은 지 오래됐다고 해도 아시안게임 2회 연속 금메달을 휩쓸었던 그 실력이 어디 가겠는가. 물속에서 나오자 학생들은 일제히 박수로 화답했다. 그 후 1년여 동안 최윤희 코치가 ‘하라는 대로 믿고 따랐음’은 물론이다. 수영을 떼어 놓고 최윤희의 인생을 말할 수 없지만 수영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한 것도 사실이다. 어릴 적엔 친구들과 함께 떡볶이도 먹고 남들 다 가는 소풍도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수영선수 최윤희에게 그런 또래들이 느끼는 즐거움은 허락되지 않았다. “새벽 운동 할 때가 가장 힘들었죠. 아무리 여름이라도 새벽이면 물이 몸에 닿을 때 온 몸이 싸늘해져요. 겨울은 말할 것도 없구요. 내복까지 껴입고 갔는데 달랑 수영복만 입고 찬물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제 그의 꿈은 모든 운동선수들이 한번쯤 꿈꿔 본다는 IOC 위원이다. “아테네올림픽에서 양태영 사건을 보면서 우리가 힘 있는 나라였다면 그리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우리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었던 것은 스포츠 외교력의 승리거든요. 최근 우리 체육계가 좀 흔들리자 이 틈을 타서 태권도를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시키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잖아요. 중국이 약진하고 있으니까 우슈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려는 거죠.” 우리나라의 스포츠 외교 인력 풀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늦게나마 쇼트트랙 5관왕 전이경씨를 필두로 ‘스포츠 외교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시작한 것이 다행이다. 나이 마흔을 앞두고 ‘한국 첫 여성 IOC 위원’이라는 새 목표를 향해 태평양을 건너는 그는 “어깨가 무겁다” 했다. 하지만 그는 열다섯 나이에 한국 여자 수영 28년의 숙원을 풀어주지 않았던가. 국제무대에서 한국 스포츠 외교관의 역할을 멋지게 해낼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 사진 이의종 기자 2005-01-06
- “극단적 폭력남편 살해는 정당방위” 사례1)20여년간 아내를 구타해온 폭력전과 4범의 남편 김 모씨. 새벽 3시쯤부터 아침까지 아내를 구타해 살해. 사례2)결혼 13년 동안 남편으로부터 심한 폭력에 시달려오던 아내 최 모씨. 남편이 딸을 성추행하는 것을 목격하고 저지하려다 4시간 동안 폭행을 당함. 폭행하다 지쳐 잠든 남편을 우발적으로 목졸라 살해. 김씨와 최씨 중 누가 더 무거운 형을 받았을까. 두 가지 실제 사례를 보면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사법절차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사례에서 남편 김씨는 ‘폭행치사죄’로 징역 5년을 구형 받아 3년형을 선고받았다. 아내 최씨는 살인죄로 7년을 구형 받아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청주여자교도소 네 명 중 한 명이 남편살해범 = 최근 들어 가정폭력 피해여성이 남편을 살해하는 사건이 드물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김영희 교수가 청주여자교도소를 대상으로 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현재 청주여자교도소 여성 수형자 531명 중 133명이 남편을 살해했다. 전체 수형자의 네 명 중 한 명은 남편 살해범인 셈이다. 또 수감자 531명 중 436명(남편 살해 여성 133명 포함)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남편을 살해한 여성들의 4.5%가 남편의 폭력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남편 살해범인 이들은 대부분 ‘살인죄’로 무겁게 다뤄진다는 점이다. 법원에 의해 선고받은 평균형량이 9년이 넘을 정도다. 반면 남편이 아내를 구타해 살해한 경우에는 ‘과실치사’나 ‘폭행치사’로 형이 가벼운 편이다. 김영희 교수는 “남편을 살해한 아내들 중 대부분은 오랫동안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해온 것으로 나타났다”며 “문제는 지속적인 학대가 주는 고통에 대한 사회적 이해부족으로 인해 남편을 살해한 아내들이 지나치게 과중한 형량을 선고받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가정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해 피해여성의 입장에서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라도 남편이 무기를 들고 접근했을 경우 배심원 판결에서 76%가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반면 우리 판례 상 정당방위 인정은 매우 인색하다. 현실적인 생명의 위협이나 폭력이 매우 심각한 상태에서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에서 아직까지 적당방위를 적용해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단 한건도 없다. ◆형사절차에 가정폭력 특수성 반영해야 =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남편살해사건에서는 우선 ‘실제로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가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 여성계의 주장이다. 사건 발생 직전까지 계속된 남편의 폭력이나 행패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남편에게 대항하다가 순간적으로 살인이라는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정폭력문제를 15년째 담당해온 이명숙 변호사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남편 살해사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우발적인 범죄로서 명백한 살인고의가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살인죄로 처벌받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는 폭력피해 여성이 ‘남편을 죽인 내가 죽일년’이라는 의식 때문에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고 형사절차에서 자신을 방어하는 것을 포기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여성계는 형법상 정당방위가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여성들의 경우에는 달리 적용돼야 한다며 법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여성의전화가 지난 12월 ‘여성에게 생존의 권리는 없는가’라는 제목으로 연 토론회에서도 가정폭력피해여성경우에는 형법상 무죄로 평가되는 정당방위를 달리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한 ‘침해의 현재성’‘방위의 상당성’요건은 힘이 대등한 두 남자의 대결상황을 가정하고 성립된 이론이기 때문에 밀접한 가정 공동체 내의 물리적 힘의 차이가 있는 아내와 남편의 관계를 반영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려온 여성들은 일상적 폭력에 노출된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등 이상 심리에 시달리게 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폭력 전담 재판부 마련해야 = 여성계는 또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이해와 요구에 부합하는 전문적인 법체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미한 가정폭력사건이 형사사건으로 처리되지 않고 특수성을 인정받아 가정폭력방지법에 의해 보호처분이 내려지는 것처럼 아내의 남편살해사건도 일반 형사범과는 달리 취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대법원은 이혼 등 가정사와 소년사건을 비교적 장기간 전담할 전문법관이 올해 처음으로 선발하는 등 개혁작업을 본격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혼 등 가정문제를 깊이 있고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해당 법률에 대한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견과 사회적 경험 등을 갖춘 법관들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아내의 남편 살해사건은 가정법원이 아니라 일반형사법원에서 취급하고 있고 형사법원에는 가정폭력사건만 전담하는 재판부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경찰, 검찰에 가정폭력전담 수사관이 지정되고 가정법원은 물론 일반 형사재판에까지 가정폭력 전담 재판부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가정폭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형사사법기관의 공조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법 집행과 처벌 그리고 교화프로그램이 하나의 틀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박정미 기자 pjmn@naeil.com 2005-01-06
- 프랑스, ‘성(姓)계승법’ 시행 1월 1일부터 프랑스에서 자녀에게 아버지 성과 어머니 성, 혹은 두 성을 모두 줄 수 있는 새로운 ‘성(姓) 계승법’이 시행된다. 80년대부터 가족법 개혁론자들과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해 왔던 이 법은 2002년 3월 4일에서야 채택 돼 2003년 6월 10일 수정됐다. 가부장제 옹호론자들과 행정기관의 무기력으로 인해 난관에 봉착했던 것이라고 프랑스 언론들은 이유를 밝혔다. 사회적으로 일정한 수준의 남녀평등이 이뤄지면서 여성들 자체가 큰 부당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법 시행에 대해 “이제까지 문제없이 잘 살아왔는데 왜 느닷없이 ‘전통’을 바꿔야 하는가”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좋든 싫든 간에 이제 1월 1일 이후 출생한 아이들은 성으로 어머니, 혹은 아버지의 성을 물려받을 수 있다. 또 순서에 관계 없이 양쪽성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예를들어 뤼시 앙글라드(여)와 시몽 미슐레(남) 부부가 자녀에게 양쪽성을 다 물려주고 싶다면 아이의 성은 ‘알글라드--미슐레’가 된다. 가운데 줄 두 개(--)는 가운데 줄 하나(-)로 이어지는 뒤퐁-에냥(Dupont-Aignan)과 같은 원래 가운데 줄로 이어진 단일성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선택의 기회는 첫째 아이의 성을 정할 때 단 한번뿐이다. 한 가정의 모든 아이들은 같은 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인류학자 발레리 프레쉐(Valerie Freschet) 는 “새 ‘성(姓) 계승법’으로 이혼한 가정끼리 재결합한 가정의 자녀들이나, 재혼해서 낳은 아이와 배우자가 과거 결혼관계에서 낳은 아이들간의 상하 위계관계, 또 사생아라는 개념이 완벽히 사라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수년 전부터 유럽 인권재판소는 프랑스에게 당시 성 계승제에 남녀 차별이 있다면 이를 개정하라고 요구해왔다. 이탈리아와 스위스도 아버지 성을 따르게 돼 있다. 스페인의 경우 어머니의 성을 물려줄 수 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핀란드의 경우 부모 성과 다른 성을 선택할 수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이혼, 재혼, 혹은 동거자 변경을 고려 10년에 한 번씩 성을 바꿀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아직 정체성에서의 진정한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문은 열렸다” 리베라씨옹은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새 법이 상원의원들이 반대하지 않았다면 2002년 개정안에서 제시된 것처럼 자녀가 없는 성인남녀 모두에게 적용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한다. ‘성 계승법’ 수정 옹호론자인 꼴레뜨 오제르 변호사는 “새 법이 나이로 국민을 차별한다”고 비난한다. 또 이번 기회에 동성간 커플의 자녀 성 사안도 다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2005-01-06
- 3인 3색, ‘빅3’ CEO들 ■ 태평양 서경배 사장 젊은 감각 자랑하는 ‘트렌드 리더 태평양의 서경배 사장은 ‘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경영인이다. 이미지성 상품인 ‘화장품·생활용품’ 시장에서 빠르게 대응해, 스스로 젊은 감각을 유지하며 변화하고 있다. 서 사장은 태평양의 여성 색조 화장품을 비롯해 향수, 남성 마스크 시트 등을 직접 사용해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스스로를 ‘트렌드 리더’로서 포지셔닝했다는 점. 그 자신이 해외 시장을 직접 돌며 제품을 분석하는 것은 물론, 젊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 사장의 차별화된 경영전략은 ‘브랜드 매니저들의 권한 대폭 강화’와 ‘신성장 동력의 구축’이다. 태평양의 브랜드 매니저들은 브랜드 기획뿐만 아니라 연구, 영업, 광고 등 각 분야의 총괄 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젊은 여성 브랜드 매니저들이 시장을 뛰어다니며 경쟁 제품을 분석하거나, 영업 간부들에게 제품을 발라주며 효능을 설명할 있는 파격적 분위기는 서 사장의 경영방침과 맥락을 같이 한다. 태평양의 브랜드 매니저 한 관계자는 “태평양은 자신만의 전문성을 살리고, 여성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서 사장은 또 최근 ‘미와 건강을 위해 토탈 케어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화장품 분야의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가운데 △헤어케어 브랜드 △목용 용품 △이너뷰티 종합 프로그램 등을 육성하고 있다. 이외에도 태평양의 이색 사내 프로그램인 요가 교실, 금연 및 다이어트 펀드 등은 ‘직원들부터 아름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서 사장의 경영이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한편 서 사장을 거론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아버지이자 태평양의 창업주인 고 서성환 회장이다. ‘기업이 번 돈은 사회를 위해 써야 한다’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서 사장은 지난해 노조위원장과 함께 ‘아름다운 가게’의 일일 봉사원으로 활동, 고 서성환 회장의 물건을 기증했다. 또 같은해 8월에는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이주여성들을 위해 2억원을 쾌척, 2008년까지 총 10억원의 기금을 마련키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평양이 다국적 기업이나 동종 업계에 비해 차별화되는 점은 CEO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어, 제품과 기업의 이미지를 동시에 강화하고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 LG생활건강 차석용 사장 브랜드 매니저들이 인정한 마케터 지난해 12월 29일, 새해를 불과 이틀 앞두고 LG생활건강은 새 수장을 맞아들였다. 해태제과의 전 사장을 지낸 차석용 신임사장이 그 주인공. 차 사장의 전격 영입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2005년 LG생활건강의 새 틀 짜기’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오너그룹의 직계 가족이 아니며, LG그룹 내에서 경험을 쌓지 않은 외부 전문가를 사장으로 발탁한 것은 그의 마케팅 능력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차 사장의 독특한 경영능력은 그에게 붙는 수식에서도 드러난다. 차 사장에게는 ‘적군을 잘 아는 수장’이라는 이색 별명이 붙어 있다. 경쟁업체인 P&G의 고위간부를 오랜 기간 지내며 시장을 꿰뚫고 있다는 것. 차 사장은 85년 P&G에 입사한 후 97년 P&G 아시아지역 탬폰 사업부 총괄본부장, 98년 쌍용제지(주) 사장을 거쳤다. 99년부터 2001년까지는 한국P&G사장으로도 활동했다. 차 사장은 또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해태제과의 전문 경영인으로서 ‘소비재 전문가’ ‘히트브랜드 전문가’라는 명칭을 얻었다. ‘보수적’인 식품업계의 틀을 과감히 깨고, 젊은 브랜드매니저들을 육성, 젊은 감각의 광고로 장수 브랜드를 재탄생 시켰다. 해태제과의 한 브랜드 매니저는 “간결하지만 집요한 질문, 젊은 브랜드매니저들의 생각을 최대한 존중하는 전문가”라고 차 사장의 특징을 설명했다. 차 사장은 또 당시 업계 최초로 ‘333시스템’을 도입했다. 3개의 광고대행사를 선정해 경쟁시스템을 도입, 한 업체의 기획안이 3번안에 통과되지 못하면 ‘삼진아웃제’가 적용돼 다른 업체로 일감이 넘어갔다. 한편 차 사장은 취임 이후 LG생활건강 직원들내에서도 ‘신선하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생활건강 한 직원은 “‘사장실에 올 때 격식 차리려고 넥타이 따로 착용하지 말라’는 신임 사장의 말이 인상적었다‘라며 “올해는 회사가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마케팅 조직도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차 사장은 신년사에서 “여러분에게 군림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려고 왔다” “(P&G에서 일하면서) 한국 시장을 지켜가는 LG생활건강이 대단한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여러분들을 존경한다”라는 요지의 발언들로 직원들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불황과 유통시장 재편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LG생활건강에 차 신임사장이 새 바람을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 애경 안용찬 사장 선택과 집중 강조 ‘내실주의’ 경영인 애경의 안용찬 사장은 97년 5월 취임 이후 회사의 흑자신화를 이어온 ‘실속파’ 경영인이다. 안 사장이 ‘내실’을 위해 선택한 첫 번째 전략은 ‘수익위주 경영’. 96년 이후 애경의 매출은 매년 평균 10%씩 지속성장을 통해 202% 상승했다. 반면 부채비율은 95년 당시 870%에서 2004년에는 190%대로 떨어졌다. 안 사장은 또 마케팅 및 브랜드 전략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다.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브랜드는 과감히 철수하고 불필요한 제품규격은 없앴다. 안 사장의 두 번째 전략은 ‘1등 브랜드 육성’이다. 브랜드 수를 과감히 줄였지만, 1등 브랜드는 공격적으로 육성, 시장의 흐름을 주도했다. 안 사장이 취임이후 전략적으로 출시한 ‘2080치약’은 치약시장에 파란을 일으켰으며, 애경의 대표브랜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프리미엄 샴푸 시장에서는 ‘케라시스 헤어 크리닉 시스템’을 선보여, 매니아 고객층을 확보했다. 안 사장의 세 번째 전략은 고객만족주의. 고객불만 사항을 처리하는 소비자상담실을 ‘고객만족팀’으로 개편, 전화상담은 물론 직접방문을 통한 소비자 불만처리까지 실시하게 했다. 또 애경의 디자이너들은 단 2명에서 2004년 총인원 25명의 디자인센터로 승격했다. 최종 의사결정권을 디자이너와 소비자(소비자 리서치 결과)에게 부여한 점도 브랜드 성공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 한편 안 사장은 최근 프리미엄 생활용품 시장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어느 섬에 가도 애경의 세제와 치약이 있다’는 평이 나올 만큼, 애경의 기존 제품들은 이미 탄탄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20대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다국적 기업도 관련 시장을 공략하면서 애경의 적극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애경의 한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안 사장의 동반자는 채형석 부회장이며, 마케팅 차원에서 안 사장의 스승은 고객”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명문 와튼스쿨에서 수학한 안 사장은 채 부회장과 함께, 경영전략을 짤 때에는 동종업계 경영자들과 두뇌전쟁을 벌인다. 그러나 개별 브랜드를 출시 할 때에는 한 명의 주부나 젊은 여성의 입장에 서서 철저하게 고객위주 전략을 짠다는 설명이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2005-01-10
- [일하는 사람이 아름답다]⑧ 동서산업 이천공장의 ‘자격증 전도사’ 이화선씨 “제가요, IMF 때……” 언제부턴가 인생역정을 털어놓는 장년층 가운데 많은 이들이 그런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IMF 사태’는 나라의 경제뿐만 아니라 이 땅 수많은 사람들의 개인사에도 지울 수 없는 단층과 굴곡을 남긴 ‘역사적 사건’이었다. 올해 57세가 되는, 동서산업 이천공장 환경공무팀장 이회산씨에게도 ‘IMF 사태’는 아찔한 기억이다. 동서산업은 타일과 위생도기, 콘크리트 파일을 생산하는 업체로서 현대그룹의 방계 계열사였다. 그러나 ‘재벌그룹의 방계 회사’라는 ‘떡고물’ 입지는 IMF 라는 태풍 앞에서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었다. 회사는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콘크리트 파일을 생산하는 이천공장에는 당시 100여명이 근무했는데, 그중 삼분의 일이 퇴출되었다. 이회산씨는 나이로 보면 퇴출 1순위였다. 그러나 그는 살아남았다. “이렇게 살아남았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자랑이다. “1인 다역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선임된 역할이 환경기사, 보일러 산업기사, 방화관리 1급, 가스 산업기사, 위험물 관리, 이렇게 다섯 개였습니다. 대체하기가 쉽지 않은 인력이었죠. 수질, 대기, 비산먼지 등등 환경관련 업무가 무척 까다로워져서 여러 기관에서 수시로 검열을 나오는데 경험자가 꼭 필요하죠.” ‘IMF 생존자’인 그는 만 55세가 되던 작년 8월에 정년을 맞았다. 그러나 회사에서 연장근무를 제안해, 1년 계약으로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다. “공장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보일러실을 진지 삼아 사무실이며 생산라인을 20대처럼 경쾌하게 사뿐사뿐 누비고 다니는 그를 보면 이천공장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1년에 하나씩 16개의 자격증 취득 이회산씨는 모두 16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최초로 딴 자격증은 제관기능사 자격증으로 77년 사우디로 돈 벌러 가기 전에 땄다. 사우디에서 2년간 일해 돈을 좀 모았으나, 결혼한 지 1년밖에 안 된 아내와 갓난쟁이 아들을 두고 이국으로 떠나 번 그 피 같은 돈을 그는 허망하게 날려버렸다. 친구 소개로 조그만 신발 공장을 동업했다가 실패한 것이다. 그 뒤 몇 년간을 마음을 잡지 못하고 여기저기 옮겨다니다 동서산업에 입사한 것이 84년, 그리고 그때부터 1년에 하나 꼴로 차근차근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각종 자격증을 땄다. 건축배관, 전기용접, 공조냉동, 보일러 시공, 위험물관리…. “일을 제대로 하려면 공부가 필요했고, 공부하다 보니 더 알고 싶은 게 생겨나고, 하나씩 따는 데 재미가 붙고, 또 당장 필요치는 않아도 어려운 일이 닥치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 때문이었다. 좋은 것, 유익한 것을 알게 되면 주변에 그런 걸 열성적으로 알리는 ‘전도사’ 유형의 사람들이 있는데, 이회산씨가 딱 그런 사람이다. 그는 스스로 자격증을 따는 데 만족치 않고 회사 후배들을 들쑤셔 자격증을 따게 했다. “내가 아는 건 다 가르쳐주죠. 후배들이 내 수준으로 올라오기 전에 나는 더 어려운 거 하면 되니까.” 덕분에 다른 회사로 옮겨 간 후배들에게서 “고맙다”는 인사도 많이 들었다. 아들에게 미안해 술꾼 생활 청산 그런데 이회산씨가 그처럼 열심히 자격증 따기 공부를 한 데는 뜻밖의 강력한 동기가 또 하나 있었다. “술을 덜 마시기 위해서”였다. “집중력이 강해서 그나마 공부할 땐 술을 안 마시니까” 공부를 했다는 이야기다. 사우디에서 돌아와 실패한 뒤로 그는 “술을 엄청나게 퍼먹었다.” “술 먹고 매너 좋은 사람은 없습니다. 반드시 실수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는 그 한 마디로 간단히 요약하지만, “내가 붙잡아주지 않으면 폐인이 되겠구나 싶어서 속 썩어도 떠나지 못했다”는 아내의 말로 미루어 저간의 상황이 짐작이 된다. 그러나 그는 지금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제가 슬하에 아들 하나뿐입니다. 애비가 술꾼인데도 걔는 참 반듯하게 잘 자랐어요. 4년전, 걔가 군대 있을 땐데 1월 1일날 면회를 갔어요. 면회를 마치고 걔가 돌아서 가는데, 그 뒷모습이 그렇게 쓸쓸해 뵐 수가 없어요. 생각하니 ‘왜 좀 더 나은 애비가 되지 못했나’ 참 미안하더라구요.” 그날로 술 끊겠다고 선언을 했다. 아내도 아들도 믿어주지 않았지만, 그는 “술 있는 자리는 무조건 피하고, 사람도 피하고”, 밥을 제대로 못 먹어 살이 10킬로그램 이상 빠지는 금단증상도 이겨내고 술을 끊었다. 아들 뒷모습을 말할 때의 애틋한 표정, 또 그 아들이 방송사 프로듀서임을 말할 때 어리는 자랑스러움을 보니 비로소 그가 ‘아버지 세대’라는 게 체감이 된다. 남보다 나아야 살아남아 동서산업 이천지점의 출근 시간은 아침 8시이다. 그러나 이회산씨는 6시 30분에 늘 1등으로 출근한다.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을 맡고 있기 때문에 “생산라인이 잘 돌아가게 하려면 미리 나가서 준비를 해야 하고”, 정년을 넘겨 연장근무를 하고 있는 형편상 “무언가 남보다 나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7시에 퇴근을 하면 차를 몰고 아내가 운영하는 미용실로 가 아내의 일이 마무리되길 기다려 함께 집으로 간다. 아내 진영숙씨는 19년째 한 자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미용기술 배운 것이 남편 “덕분”이라고 웃었다. “술 마시느라 월급도 제대로 안 갖다 주는 남편을 믿고서 앞으로 어찌 살겠나 싶어 배웠다”는 뜻이다. 아내가 남편의 술 이력을 “인생이 뜻대로 안 풀리니까, 형편이 어려워 가진 재주를 성에 차게 펼치지 못하니까 몸부림을 친 것”이라고 해석해 주자, 이회산씨는 “그런 건 다 핑계고, 내가 못나서 그런 것이었을 뿐”이라고 단호히 머리를 젓는 것으로 아내의 ‘아량’에 응답했다. 그러다 예의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아내의 동의를 구하듯 이렇게 슬쩍 덧붙이는 걸 잊지 않는다. “과거야 어쨌든, 현재가 중요한 거 아닌가요?” 아들 장가보낸 뒤 실컷 공부해 볼 것 아무리 ‘명랑 쾌활 50대’라지만 왜 그에게 근심이 없겠는가. “저는 ‘주 5일제’ 이야기 들으면 남의 나라 일 같아요. 꿈같은 이야기에요. 당장 우리 회사도 토요일까지 매일 11시간 근무하고, 한 달에 한두 번은 일요일에도 정비하러 나가야 합니다. 우리 공장 80명 중에 17명 빼고는 전부 비정규직이에요. 비정규직은 하는 일은 예전과 같은데 급여 수준은 옛날의 절반입니다.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어려운 사람들은 정말 더 어려워졌어요. 저도 앞으로 8개월 뒤면 계약이 끝나는데, 그 뒤엔 어떻게 될지 모르죠. 아무리 기술이 있다지만 나이 든 사람을 오라고 할 데가 있을까요?” 그러면서도 그는 현장의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속으로 미안한 생각이 든단다. 또 “인건비가 덜 드는 젊은 사람을 채용해 기술을 익히게 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낫고, 그런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그는 나이로 인한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자격증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사실 기능사 자격증은 맘만 먹으면 40개까지도 딸 수 있어요. 기능사, 산업기사, 기사, 기술사로 자신의 수준을 계속 업그레이드시켜 나가는 게 중요한데, 최고라 할 수 있는 기술사는 도저히 안 되겠더라구요. 이 나이에 시작해서는 어려워요.” 세 살 때 엄마가 돌아가신 탓에 그는 형님과 형수님 밑에서 자랐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렵게 전문대를 마치긴 했지만 ‘성에 차게’ 공부를 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꿈은 “실컷 공부 한번 해 보는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들 결혼시키고 나면 대학엘 갈 생각입니다. 대학원까지도 가고 싶어요. 제가 뭘 한다 하면 날이 새는지 밤이 새는지 모르고 하거든요.” 그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실시하는 기능사 시험의 8개 분야 실기 감독관으로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감독을 하러 간다. 동시에 올해 소방설비 기사 및 산업기사 실기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이기도 하다. “첫째, 자기를 향상시킬 수 있다, 나이 든 사람은 치매도 예방된다, 둘째, 공부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아이들에게 모범이 된다, 셋째, 2005-01-05
- 중국, 맞춤형 개인 서비스 업종 늘어 현재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는 서민들의 개인 수입이 늘고 삶의 질에 대한 향상 욕구가 증가함에 따라 ‘맞춤형 개인 서비스’ 업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산층의 서민들은 개인 코디네이터, 개인 헬스 트레이너를 고용하거나 또는 개인 의사와 개인 자산 관리사를 두어 일상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다. 맞춤형 개인서비스는 사람들의 삶의 개성에 대한 추구와 고상하고 고품질 삶에 대한 추구를 만족시켜주며 따라서 전문지식의 소유자들을 수요로 한다. 맞춤형 개인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개인 의사, 개인 영양사, 개인 헬스 트레이너 등이 이 경우다. 다음으로, 삶의 질의 제고를 돕는 개인 요리사, 개인 변호사, 개인 자산관리사, 개인 코디네이터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직업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인 직업 고문, 개인 사무보조 등을 고용하기도 한다. 장위안위안은 베이징의 평범한 시민으로서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부다. 그녀는 신년 연휴를 이용해 3일간의 ‘특별 훈련 과정’을 마쳤다. 다름 아니라 아름다운 신부가 되기 위해 개인 헬스 트레이너로부터 완벽한 헬스 계획을 전수 받고, 개인 영양사를 고용해 요리솜씨를 배웠으며, 개인 코디네이터한테서 이미지 설계와 함께 그 이미지에 맞는 옷을 구매하고 코디 기법을 익힌 것이다. 요즘 중국 젊은이들 가운데 유행하는 다이어트에도 개인 트레이너들이 등장했다. 트레이너는 고용주를 위해 각자의 체질분석과 더불어 최적의 식단과 운동일정을 제정해준다. 이는 한국 내의 다이어트상담과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 맞춤형 개인 서비스의 비용은 그다지 비싼 편은 아니며 일반적으로 중등 이상의 수입이 있는 젊은이들이 주 고객층이다. 구이핑은 한 IT회사의 판매과장으로서 평소 사람들 앞에서 제품 소개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어떤 옷을 입어야 되는지 고민이었던 그녀는 연간 2000위안(30만원)의 비용으로 개인 코디네이터를 고용했다. 코디네이터는 그녀에게 어울리는 코디 외에도 가끔 함께 쇼핑을 나가주기도 한다. 구이핑은 사회 초년생의 월급이 2000위안 좌우인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싼 편은 아니지만, “적은 옷으로도 최상의 멋을 낼 수 있고 어울리지 않는 옷을 사는 등 낭비를 줄일 수 있어서 2천위안이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개인 서비스의 비용은 1년 단위나 시간당 또는 항목별로 지급된다. 개인 변호사의 경우 시간당 2백위안에서 수천위안까지 다르며, 개인 자산관리사는 자산관리 계획 1건당 2000위안 안팎을 받는다. 하지만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맞춤형 개인 서비스 업종에 경영 관리 기준이나 개인 보조사에 대한 요구 조건 등이 제정된 바가 없어 문제점도 적지 않다. 상하이의 경우 시민의 70%이상이 개인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를 느낀다고 하나, 지난 한 해만도 많은 개인 자산관리 사무소에서 문을 닫았다. 개인 자산관리사 사무소를 개업한 사람들 대부분이 전직 은행 또는 금융기관의 직원이었을 뿐 각 개인에 맞는 자산관리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은하 리포터 hislight@naeil.com 2005-01-05
- “그저 평범히 살면 아이들은 건강해지죠” 10년째 서울 신림동에서 조용히 대안가정을 이끌고 있는 ‘신림우리집’의 김혜경(41) 씨를 찾아갔을 땐 막 저녁상을 치우고 아이들에게 한자공부를 시키는 중이었다. 주택가 상가 2층에 자리 잡은 스무 평 남짓한 방3칸의 공간에서 가정이 해체된 청소년 아홉 명(고교생 3명, 중학생 4명, 초등학생 2명)이 스스럼없이 김씨를 “엄마”라고 부르며 그저 평범히 살고 있었다. 공부를 마친 아이들은 획일적인 강제나 규칙 없이 각자 자유롭게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엎드려 그림을 그렸다. 낯선 손님의 등장에도 아이들은 거부감이나 경계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아이들의 정서가 안정돼 있다는 뜻일 것이다. 중3 남학생 두 명은 일찍이 진로를 결정, 방과 후 매일 자동차 정비소에 가서 아르바이트하며 정비기술을 익히고 있다. 고교생 한 명은 서예학원 청소를 맡아 용돈을 벌고 있다. 벌써부터 자립을 준비하는 모습들이 대견스럽다. 독실한 가톨릭신자로 ‘청소년 보호센터’에서 보육사로 근무했던 김씨는 31살 처녀 몸으로 결혼 대신, 시집갈 밑천을 통틀어 신림 1동에 14평짜리 연립주택을 전세로 얻어 ‘그룹홈’을 시작했다. 부모없는 초등생 남매를 데려와 셋이서 새로운 가정을 꾸렸고, 점차 하나둘 식구가 늘며 돈이 없어 2년마다 이사를 다닌 끝에 현재의 자리에 둥지를 틀게 됐다. 열 명의 대식구라 살림규모가 만만치 않다. 한 달 생활비만 3백50만 원 들며, 또 아이들에게 저마다 한 군데 정도는 학원을 보내기 때문에 여러 모로 지출이 많다. 알음알음 알게 된 지인들이 보내주는 개인후원금으로 정말 기적처럼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집안에 컴퓨터도 딱 한 대밖에 없고, 혼자 밤늦게까지 책을 봐 스탠드가 필요한 한 중학생 아이에게 스탠드도 못 마련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항상 밝게 웃는 김씨는 “가장 자유롭고 편한 공간이 바로 ‘우리집’ 아니겠어요? 식당에서 남은 음식 얻어다 먹고, 입던 헌옷 얻어 입히며 살았지만 우리애들이 자랑스러워요. 친아버지한테 매 맞다 온 애도 있고, 부모의 이혼으로 충격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다 온 아이도 있지만, 여기 와서 함께 부대끼며 건강하게 변하는 모습을 볼 때 그 기쁨은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지요” 라고 말한다. 김씨는 조건부 미인가 시설인 이런 곳에도 정부가 최소한의 인건비와 생계유지비 지원 혜택을 주었으면 하고 희망한다. 2년 전 큰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입원치료도 마다하고 김씨는 매일 통원치료로 버티며 목에 깁스를 한 채 하루 세끼 아이들 밥과 도시락을 다 싸주었다. 모자라는 생활비를 벌려고 신정 대목에 맞춰 신림시장 안 떡집에서 떡 파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총총히 떠나는 김혜경 씨의 모습이 활기찼다. /유기성(시인) 2005-01-03
- 올해 히트상품 키워드 ‘3S’ 올 한해 히트상품의 키워드는 Single(싱글), Safety(안전), Self-Satisfaction(자기만족)이 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성)는 최근 발표한 ‘2005년 소비 키워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 한해 강세를 띨 것으로 예상되는 소비테마를 이들 3가지로 요약하고 기업의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 키워드는 ‘싱글(Single)’. 최근 가족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각자의 생활관을 인정하는 ‘네트워크 가족관’이 확산되고, 1인 가구 수가 올해 270만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싱글 문화가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화와 디지털화까지 가세해 네트워크의 범위를 확장하면서 싱글 문화를 보다 확고히 구축하는 촉매가 되고 있다. 싱글족 상품의 대표적 특징은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복합 다기능’이다. 단순 기능을 넘어서 TV, AV, HD방송수신까지 가능한 ‘복합기능모니터’와 통신수단 이외에도 카메라, 캠코더, 음악감상까지 가능한 ‘복합기능휴대폰’ 등 제품이 인기리에 판매될 예정이다. 더 나아가 휴대폰, PDA를 중심으로 한 ‘홈네트워크’가 각광을 받을 전망이고, 운전자에게 교통정보 등을 제공하는 ‘텔레매틱스’ 시장도 지난해 20만대에서 올해 40만대 규모로 두 배 가까운 급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싱글들을 맺어주는 온라인 커뮤니티 상품, 결혼정보업체, 파티문화 관련업체의 인기몰이도 예상되고 있다. 두 번째 키워드는 ‘안전(Safety)’ . 가족해체, 범죄, 자살 등 각종 사회문제가 증가하면서 보안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투자가 잇따를 전망이다. 또 안전에 민감한 소비자를 중심으로 CCTV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핸드폰, 인터넷의 안전사고 감시시스템, 이민, 홈스쿨링(Home Schooling), 대안학교 등이 주목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 키워드는 ‘자기만족(Self-Satisfaction)’. 보고서는 기업들이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나르시스트’를 주목할 것을 권하고 있다. 20대를 중심으로 한 나르시스트들은 자신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든 상관 않는 것이 특징이며, 자기 자신한테만 흥미가 있다. 이들은 주로 고가 소비행태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흥미가 있는 것들에는 철저히 집착하는 행태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자기노출 욕구를 분출할 수 있는 싸이월드 등의 미니 홈피 서비스는 서비스 개시 3년만에 가입자 수 1000만명을 돌파, 지난해에 이어 인기몰이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치아 아름다움에 새롭게 주목하고 화이트닝 시술 클리닉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있는 등 그 영역이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신세대 뿐 아니라 중장년층 소비자들도 자기만족을 위한 취미 활동에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역시 ‘2005년 히트 예측 Best20’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일본 욘사마 열풍의 진원인 ‘나르시스트’를 주요 소비집단으로 발표하고 있다. 한편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요구에 맞춰 퓨전업태가 지속적으로 창출될 전망이다. 지난해 이종격투기를 만끽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어온 데 이어, 레스토랑, 댄스클럽, 예술공연장, 스포츠경기장 등의 기능이 급속히 퓨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김치냉장고나 화장품냉장고는 고객의 입장이 아닌 기술적인 측면만 고려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신사업이나 상품개발시 근본적 사고의 중심을 기술이나 상품위주에서 벗어나 3S와 같은 소비자의 생활패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2005-01-05
- [내일의 눈]음주운전, 신화 아닌 범죄 최근 서울 강남에서는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30대 남성이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됐다. 결혼식은 무기 연기됐다. 이 사람은 무면허 상태였는데 이번이 세 번째 적발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음주운전자들은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한다. 그런데 주위에 보면 음주운전을 무슨 영웅담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각종 모임에서도 음주단속을 피하는 방법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경우까지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일년에 1000여명 이상이 사망하는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너무 무감각해져 있다. 전염병으로 사람이 한두 명이라도 죽으면 정부차원의 대책본부가 꾸려지고 난리가 나겠지만, 음주운전 사고로 하루에 3명꼴로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도 마치 남의 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이는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을 용인하는 정서와 무관치 않다. 심지어는 음주운전을 강요하는 분위기까지 있다. 회사 회식은 보통 음주운전으로 이어진다. 회식자리에서 운전을 이유로 술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압력이 필요하다.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일삼는 사람에게는 주위에서 음주운전이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음주운전자 사고 피해자 가족 모임인 ‘음주운전을 반대하는 어머니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면서 계속 늘기만 하던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줄었다고 한다.우리도 사회와 직장이 음주운전 추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기획특집팀 윤영철 기자 ycyun@naeil.com 2004-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