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검색결과 총 31개의 기사가 있습니다.
- 작심(作心) 30일 당차게 시작한 학교생활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늘어져 버린 긴장감, 슬금슬금 자리 잡는 게으름, 현실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는 배경지식, 방향성을 상실한 채 튀어 오르는 활화산 에너지, 유혹에 풀려버린 자제력, 예전엔 미처 몰랐던 바닥난 극기력, 핑계와 변명으로 일관하는 책임전가, 시간을 무색케 하는 잡담 등 사면초가의 현실이 녹록하지 않은 탓이다.애초의 의지와 다르게 또 한 해가 썰물처럼 흘러가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든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자신을 매몰차게 다그치고 무너져 가는 초심을 담금질해 보지만 속절없이 지나가 버린 한 달의 당혹감은 금할 길 없다. 친구들은 뛰어가는데 왜 혼자만 제 자리를 맴돌고 있을까 하는 낭패감이 드는 건 비단 혼자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연녹색 바람이 스쳐지나간 듯 주위의 초목들은 자기만의 태깔로 하루가 다르게 변신하지만, 머지않아 학생들은 중간고사 성적 순위에 의해 스스로의 존재감을 계량화하고 자신감을 서열화할 것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학교생활이 곧 사회생활은 아니라고 소리 높여 항변이라도 하고 싶지만 억지스런 변명이나 구차한 핑계 따위로 여겨질 게 뻔하기에 소심한 자괴감에 고개를 숙인다.그럼에도 불구하고…교육의 주안점은 동·서양이 서로 다르다. 동양의 교육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에 중점을 둔다. 전통과 기존 지식의 습득을 중시하는 동양에 비해 ‘밖으로(e) 끌어내다(ducare)’란 의미의 ‘educare’에서 유래된 서양의 교육(Education)은, 재능을 끌어내는데 방점을 찍는다. 그런 의미에서 서구 사회가 과학이 발달하고 기술이 발전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물론 바람직한 교육은 사회구성원이 익혀야 할 생활양식 위에 개인의 잠재력과 수월성을 더해가는 것이다. 공동체로서의 민족성과 문화는 같더라도, 개개인의 유전인자와 가풍, 교육과 생활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의 개성과 적성, 기호와 취향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육의 관건은 ‘우리’의 지식에 ‘나’의 개성을 어떻게 녹아내느냐에 있다고 하겠다.학문은 배우고(學) 묻는(問) 과정이다. 지식을 일방적으로 배우는 행위가 아니라 상대에게 배움의 원리를 묻거나 스스로에게 이치를 되묻는 소통의 한 방식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학문은 지식을 배우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물음을 통해 이치를 터득하고 의미를 습득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세상을 바꾼 창조적 소수자들은 사회와 사물의 본질에 관한 물음뿐 아니라 ‘나’와 우리, 나아가 자연과 우주에 대한 되물음으로 역사를 이어왔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Steve Jobs)도 물음과 되물음으로 사회통념을 깨뜨리고 문화적 영감을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질문 없는 수업이나 메아리 없는 강의의 홍수 속에서 일방적인 배움에만 골몰하고 있는 건 아닐까?진정한 배움이란…배움(學)과 익힘(習)의 교집합이 학습이다. 배움(學-learning)이 수동적인 교육의 통로라면 익힘(習-studying)은 능동적인 학습과정이다. 화가 피카소(Picasso)도 어린 시절, 직업으로 소묘를 가르치던 아버지로부터 새의 발톱을 수없이 반복하는 그리기 교육을 받았다. 이런 정성과 익힘 덕분에 그림의 원리를 터득하고 자기만의 그림세계를 열어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대체로 우리는 배움에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그 배움을 내 것으로 익히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편이다. ‘1만 시간의 법칙’처럼, 꾸준한 익힘의 과정이 있어야 그들의 지식이 내 앎이 되고 나아가 자기만의 독창성이 더해져 창의성이 발현되는 것이다. ‘지루하다’ 혹은 ‘바쁘다’는 핑계로 반복적 익힘을 소홀히 하게 되면 결국 쏟아 부은 힘에 비해 결과가 시원찮고 나대는 데 비해 내실이 없게 되는 것이다.또 다른 작심(作心) 한 달‘다름’은 ‘틀림’이라는 편견 속에 개성이 묻혀버리고, 순수한 의문이 딴지를 거는 것으로 오해되며, 익힘이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흥미와 재미로 숨은 힘을 이끌어내고, 배움에 물음과 익힘을 더하는 자기주도학습이 인성과 창의성에 디딤돌이 되는 시대다.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배움의 본질과 익힘의 과정, 학습의 원리를 새롭게 인식하고 어제와 다른 내일을 준비해 보자. 어미닭이 때에 맞춰 껍데기를 쪼아줘야 병아리가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듯이, 공부에도 ‘줄탁동시(啄同時)’가 필요하다.기존의 지식에 자신의 재능을 더하고 배움에서 물음을 낳고 그 물음이 익힘으로 성숙되면 어제와 다른, 꿈꾸던 내일이 펼쳐지지 않을까? 내일은 오늘의 다른 이름이며, 청소년은 현존하는 아름다운 미래다.휘문고 이종철 교감 2017-04-14
- 나만의 진로, 어렵지만 해내야만 하는 숙제 1. 저는 대학 안 갈래요담임을 맡은 반에 30~40여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존재하니 모든 학생들이 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인데 그중에서 확고한 ‘진로의식’을 가지고 당당히 비진학의 길을 선언하는 학생들을 간혹 본다. 담임교사로서 그들의 선택이 얼마나 확고한지 근거가 확실한지를 확인하고 나서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졸업을 하고나면 바로 현장에 뛰어든다. 취업 후 이런저런 소감을 묻는다. 잘 해낼 거라는 다짐과 생각보다 고된 현장의 어려움이 뒤섞인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졸업생이 다시 찾아와 이러저러한 사회생활 경험담과 고충을 토로한다. 그리고는 머지않아(또는 곧바로) 대학 진학을 해야겠다면서 공부를 시작한다고 한다.2. 저는 아무 학교나 다 갈래요수시전형을 원하는(?) 대로 쓰고 수능을 보고 나면 대부분 학생들이 본인의 희망과 거리가 먼 결과를 받게 된다. 약 3주 정도의 짧은 휴가를 보내고 성적표를 받고나면 본격적인 정시 상담을 한다. 상당수는 수시지원 때보다 현실적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지원을 한다. 이때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수능 성적이 기대에 많이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이다.받아든 성적으로만 보면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거의 없는 상황인데도 학생이나 학부모는 어떡하든지 진학을 희망한다. 어찌 어찌해서 추가모집까지 마무리 되고나면 상당수는 어떤 방식으로든 대학에 진학을 한다. 빠르면 대학의 중간고사를 치르고 나면 학교로 찾아와 대학 생활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한다. 재미가 없다거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거나 힘들다거나 대부분 비슷비슷한 고충을 이야기한다.3.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학생은 공부를 딱히 잘하거나 완전히 못하는 것도 아니다. 주변 환경의 성화에 이길 수 없어 몸은 학교-학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 성실히 생활한다. 주변에서 하도 뭐라고 하니 공부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무엇이 하고 싶은지 불분명하다. 고1 때라면 그나마 괜찮은데 고3이 되어서도 여전히 나름대로의 답을 정하지 못했다.공부한다고 노력을 했으나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진로를 결정해야하는 시기가 다가왔는데도 진학을 할지 말지 본인의 확신은 부족한 상태로 부모나 학교가 그래도 고민의 기회를 가져보라며 진학을 권유하니 진학을 하는 쪽으로 결정한다. 정작 합격했음에도 그다지 기쁘거나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이 뚜렷해지지는 않는다.나에 대한 탐색과 고민의 시간 아쉬워이상 3가지 장면을 교직에 몸담는 동안 진로 상담을 하면서 자주 보게 되는 장면들이다. 추수지도라는 이름으로 졸업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까지 포함해 진로 상담을 하면 주인공과 시간만 다를 뿐 패턴은 비슷해서 상담을 하는 나 스스로조차 이전 졸업생의 상황과 혼동하기까지 한다.덴마크계 미국인인 발달심리학자 에릭슨이 발표한 이론에 따르면 인간 생애를 통틀어 심리사회적으로 8단계의 발달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청소년기에는 정체감 대 역할 혼란(Ego identity vs. role confusion)을 겪으며 성장한다고 한다. 이 시기의 핵심과업은 자신에 대한 개인적 인식과 사회적 인식을 통일시키고, 자신의 능력, 역할, 책임에 대한 분명한 인식, 다시 말해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는 것이다.자신이 롤 모델이나 또래집단과 상호작용을 하며 일생을 통틀어 헌신할 가치 기준을 세워야 한다. 만약 이를 달성하지 못해 적응을 못하면 역할 혼란을 겪으며 심지어는 자신에 대한 환상을 갖기도 한다. 즉, 청소년 시기에는 내가 누구인지 타인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파악하면서 어른이 되어간다.나는 우리나라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발달의 과업을 충분히 수행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대학입시에 초점을 맞춘 환경은 ‘나에 대한 탐색과 고민’의 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탐색의 기회, 아니 그럴 여유조차 주지 못하는 빡빡한 사회적 환경에서 인간으로서 성숙해지기 위한 발달의 과정을 충실히 밟아나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대학입시라는 무게에 눌려 자신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학생들, 특히 학업성취도에서 두각을 보이지 못하는 상당수의 학생들은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지낸다. 그 결과가 진학의 방향을 결정할 때 위에서 보여지는 상황들이다.명확한 근거도 없이 어렴풋한 기대로 자신이 무엇이 되겠다며 선뜻 진로를 세우고 사회로 바로 도전하거나, 자신에 대한 확신도 없이 그저 남들이 이야기하는 방향을 따라 진로를 결정한다. 더러는 아예 모든 것을 귀찮아하며 고민하기를 포기하는 모습들이 생각할수록 안타까울 뿐이다. 나 역시 교사라는 직업인으로서 이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기회를 빼앗는 ‘부역자’는 아니었는지.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가는 한국사회의 교육이라는 배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외치고 있는 선원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책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박정득 교사(중앙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진학부) 2017-04-07
- 새로운 1년의 시작학교를 떠난 아이들 학교는 3월이면 신입생이라는 새 식구를 맞이한다. 새 식구를 맞이하기 전인 2월에는 몇 년을 같이 생활하던 식구들을 졸업생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보낸다. 나도 지난 2월, 길게는 3년 짧게는 1년을 같이 생활하던 아이들을 떠나보냈다. 벌써 20년째 같은 학교에 근무하다 보니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최근 몇 년의 졸업식 즈음에는 함께 생활하던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며칠씩 울적해지곤 했다.그래서 나의 겨울은 정들었던 아이들과 정을 떼는 기간이다. 아침 7시 30분 이전에 출근해서 1~2일 제외하고 밤 10시까지 학교라는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며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농담과 진담이 섞인 우스갯소리도 하고, 종례를 핑계로 길고 긴 잔소리도 하며, 때로는 아이들의 진로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하는 등 많은 시간을 같이 했던 아이들은 한동안 쉽게 잊히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며칠 전 수업을 하려고 작년에 우리 반이었던 교실의 문을 반쯤 열었을 때,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아이들의 얼굴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 한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졸업하고 꼭 찾아뵐께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간 아이들. 약속을 꼭 지킬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마음을 갖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정말로 찾아오는 아이들이 있어서 너무 너무 감사하다. 졸업한 아이들이 학교에 와 다시 보게 되면 어찌나 반갑고 예쁘던지 그 아이들을 또다시 나의 마음이 뭉클 뭉클 들썩거렸다.새로 맞이한 아이들그런데, 막상 졸업한 아이들이 찾아오면 속마음처럼 격하게 반가워하지는 않는다. “와줘서 고마워”라고 얘기는 하지만 너무 예쁘고 너무 감사하다고 말해주지는 않는다. 이미 나에게는 그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것처럼 올해도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새로운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과 비워졌던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1학년 신입생들이 들어왔고 새로운 3학년들이 작년의 그 교실을 채워 주었다. 올해는 이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같이 하며 추억을 쌓아갈 것이다. 이미 우리 반 31명의 아이들과 한 차례씩 면담을 하며 그들이 갖고 있는 꿈과 희망과 계획에 대해 물어 봤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1학년 때 나에게 화학을 배우고 벌써 2년 동안이나 알고 지내온 아이도 있고, 지난 겨울방학 방과후 수업에서 처음 만나 알게 된지 2개월쯤 되는 아이도 있으며 3학년이 되어 처음 만난 아이도 있다. 만남은 조금씩 다른 시기에 조금은 다른 인연으로 시작되었지만 어찌되었건 올해는 3학년 13반으로 우리학교의 가장 구석이자 가장 꼭대기 반의 자기 위치에서 수능 준비를 위해 공부를 하고, 자기소개서를 쓰고,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지원을 하고, 대학별 고사를 보는 등 고3으로서 해야 할 자신의 일에 매진할 것이다.나 역시 나의 위치에서 이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공부하는 것을 관찰하고, 지쳐 힘들어 할 때는 따뜻한 위로의 말로 격려해주고, 어떤 대학, 어떤 학과에 어떤 전형으로 지원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결정을 못하고 있을 때 고민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와 이야기를 들려주며 또 일 년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아마 10개월간은 그렇게 정을 들이고 겨울이 되면 또 정을 떼기 위해 아이들과의 일을 하나씩 정리하겠지.나의 일상어떻게 보면 ‘교사들은 매년 같은 시기에 비슷한 일들을 쳇바퀴 돌듯이 반복해야 하는 지루하고 따분한 직업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 두렵다. 실제로 ‘매년 하는 일인데’라고 생각해서 준비를 소홀히 하면 작년과 같은 시기에 똑같은 일을 했던 것 같은데 일의 진행속도가 다르고 아이들의 반응이 다르고 일이 끝난 후 결과를 돌아보면 아쉬울 때가 종종 있다. 왜 그런지는 이미 알고 있다. 다른 선생님들도 잘 알고 계신다.새 학년을 맞이하고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선생님들은 ‘올해 아이들은 작년과는 이런 점이 달라’라고 이야기 하곤 하신다. 그렇다. 비슷한 연령의 아이들이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똑같다고 느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몇 년 전 아이들과 분위기가 조금 비슷한 것 같네’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 ‘다름’을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게다가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첫 경험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처음으로 고3이 되었다. 며칠 전 첫 모의고사를 보던 날 아침에 그날의 시험에서 지켜야할 것들을 이야기하다 “너희들 올해 수능 처음 보는 거니?”라고 했더니 실없는 농담에 웃는 아이들도 있고 진지하게 “예”라고 대답하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에겐 올해 겪어야 하는 그 어떤 일도 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른다.나는 이렇게 새로운 일 년을 시작하였다. 이렇게 생각하니 매년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 아니라 올해는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 어떻게 지내게 될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쿵쾅 쿵쾅 가슴이 두근거리는 듯하다. 두근거림과 함께 이렇게 다짐한다. ‘소중한 인연으로 만나 올해의 아이들에게도 소홀히 하지 말고 나의 가족에게 하는 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야 겠다’라고 말이다.서문여고 이효종 교사(화학) 2017-03-16
- 희망 +의지 = 소망, 생명은 희망의 산물 안녕, 새봄….생명의 봄이 남녘 끝자락에서 청라언덕을 지나 우리 마음속에 희망을 연주한다. 회색 바람이 드나들던 앙상한 나뭇가지엔 연녹색 움이 돋고, 광활한 대지에는 앙증맞은 새싹들이 시나브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머잖아 봄을 향한 그리움이 가녀린 연분홍 꽃잎을 불러내고 뜻밖의 외출에 지친 꽃잎은 무채색 꽃비가 되어 바람 속으로 제 몸을 던질게다.원색의 한 떨기 꽃을 피우기 위해 모진 겨울을 견뎌낸 꽃나무는 희망이다. 시베리아에서 부는 앙칼진 칼바람과 황량한 광야에 홀로 된 듯한 처절한 외로움이 ‘네겐 따스한 봄 따윈 없다’며 무시로 위협했을 게다. 꽃나무는 삶을 에는 듯한 혹독한 고독 속에서도 오롯이 봄의 화사함과 여름의 무성함, 가을의 풍성함을 꿈꾸며 살아냈다.초목이 죽음과 같은 겨울을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은, 봄에 대한 희망이다. 된바람에 이어 휘몰아치는 잎샘바람과 꽃샘추위를 견뎌내면 연녹색 훈풍과 연분홍 향기로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다는 바로 그 희망이다. 그러기에 ‘꽃은 젖어도 꽃향기는 젖지 않는다’는 시구처럼 추위에 휘둘리고 바람에 흔들려도 희망은 청초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희망에 의지가 더해지면그 희망 너머의 소망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바라고 원하는 일이 소원이고 비장한 마음으로 반드시 이루려는 것이 비원이듯 기대나 바람이 희망이라면 그 희망에 의지를 더하여 꼭 이루려는 바람은 소망이 아닐까? 자식들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 부모의 소망이듯, 의지가 더해진 소망은 희망보다 야무지고 옹골차다고 할 수 있겠다.모든 학생들은 성적 향상의 비원과 멋진 학교생활의 소망을 가슴에 품고 새 학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 친구들의 생활방식을 들여다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지난 시간에 옭매여 사는 과거 집착형 부류가 있는가 하면 옛날을 정리하고 내일에 대한 새로운 계획과 의지로 생활하려는 미래 지향형 부류도 있다. 과거에 대한 집착이 변명과 후회의 진원지라면 미래에 대한 지향은 활력과 변신의 발원지가 된다.변명과 후회로 남 탓과 절망 속에 빠져 산다면 과거의 삶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러기에 단순한 뉘우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결심(決心)과 결단(決斷)과 결행(決行)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음을 다잡는 결심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썩어가는 부위를 완벽히 도려내야 더 이상 썩지 않는 것처럼 옛것과 단절하려는 결단에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과감한 선택이란그런 의미에서 선택은 취하는 것이 아니라 버림에 가깝다. 공부를 하려면 무절제한 게임 습관을 버려야 하고, 성적을 올리려면 집중에 방해되는 장애물을 치우고 갈팡질팡하던 생활태도도 바꿔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고 하는 건 아닐까? 꿩 먹고 알도 먹으려는 속셈이니 쉬운 결심에 어려운 결단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물론, 옛것을 끊고 도려내는 결행에는 생각보다 많은 걸림돌이 있다. 에너지가 필요한 의지적인 노력과 가보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일 게다. 특히 편안함에 길들여진 생활습관을 깨뜨리고 가보지 않은 낯선 것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은 우리에게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그 불안의 틀을 깨고 새로운 계획을 결행하는 데는 주위 사람들의 격려와 칭찬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안을 이겨낼 용기와 동기유발 외에 자신의 의지적인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일시적인 행동이나 보여주기 식 이벤트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신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진로에 의지가 더해지면대학 수시모집은 학업능력과 지적 호기심, 발전가능성과 성장잠재력을 평가하는 전형이지만 그중에서도 전공적합성은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이다. 전공적합성은 진로나 학과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과 탐구의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진로나 학과에 대한 관심을 얼마나 의지적으로 탐구했는지를 판가름하는 것이 수시전형의 요체이다.그러기에 진로에 대한 확신 위에 창의적 체험활동을 얼마나 구체화했는지가 관건이다. 따라서 동아리활동에서는 진로와 연계된 활동을 얼마나 지속적·주도적으로 참여했는지가 중요하고 봉사활동에서는 시간보다는 지속적인 과정을 통해 활동의 진정성을 입증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진로활동 역시 희망한 진로를 보다 구체화하는 과정들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꽃보다 아름다운 여행이제, 또 한 해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 진정한 여행은 풍경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이고 가장 어려운 여행은 가슴에서 발까지라는 말이 있다. 머리가 지식이라면 가슴은 울림이고 발은 실천이기에 생명에 대한 외경과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갖고 눈앞에 펼쳐질 세상에 의지적으로 반응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어느 시인은 사람은 누구나 꽃이라고 하였고 어느 가수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였다. 아마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희망 너머의 소망을 성취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할 수 있기 때문일 게다. 새봄아! 이제 새로운 눈을 열기 위해 머리와 가슴과 발로 꽃보다 아름다운 여행을 출발해 보자!이종철 교사(휘문고 교감) 2017-03-09
- 3월, 새로운 기대를 현실로 만들 준비를 시작하자 3월, 아직은 춥지만 곧 있으면 성급한 봄꽃들이 하나둘 피기 시작하는 봄이 온다. 봄과 함께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시작의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나 학교 급이 바뀌는 고등학교 1학년 입학 신입생들에게는 새로운 학교생활에 대한 다양한 기대가 여기저기 피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생활은 대학입학시험준비’로 등치 되다시피 하는 현실(?)을 고려해보면 학교생활에 대한 장밋빛 기대는 순진무구해 보이기까지 하다.학생부종합전형은 교사가 정확히 알고 판단해다른 부분들과는 상관없이 오직 대학입시라는 관점에서만 보자면 1학년 시기의 대입에 대한 이해와 꾸준한 준비의 정도가 입시 결과와 어느 정도 비례하는 것 같다. 워낙 다양한 대학입학전형이 있어서인지 그 종류나 개수를 일일이 파악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하여 새 학기를 앞두고는 다양한 입시 설명회가 여기저기서 열린다. 이런 설명회에 참여해서 정보를 알아보는 학생들은 상당수가 막연한 기대와 상대적으로 편한 방식으로 대학을 가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대학 입시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다양하다 보니 수능 중심의 정시전형은 물론이려니와 논술, 실기, 적성,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사교육 기관의 컨설팅이 이루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기기까지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 교사의 입장에서는 사교육이 압도하는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조차 사교육 기관의 조언을 더욱 신뢰하는 현실은 도저히 인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작년(2017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국의 전형 유형별 모집인원을 서울 중상위원 대학과 비교해보면 학생부교과전형은 비율이 낮고(전국 39.7%, 서울 중상위권대 5.1%) 학생부종합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전국 20.3%, 서울 중상위권대 37.1%)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어떤 전형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는 매우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스펙이 아닌 정성적인 평가 중요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매우 높은데 이 전형으로 선발하는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이다. 수시 학생부교과전형(고교 내신 성적)이나 수능 중심의 정시는 객관적인 성적 지표를 기준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내신 또는 수능 점수 향상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의 교과 성적, 활동 내용 등이 정량적으로(점수화) 평가되지 않고 정성적으로 평가된다. 이는 학생 활동의 맥락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학생이 이 활동을 왜 했고, 활동의 결과는 어떠하였으며, 그 결과가 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학교생활기록부에는 활동 내용(fact, 사실)이 기록되어 있지만, 그 활동을 왜 했는지, 그 활동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고,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내용을 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 부분을 알고, 확인하기 위해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면접이 추가로 요구되기도 하는 것이다. 대학은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변화하는 인재상에 맞는 학생을 찾게 될 것이다.기존의 수능 성적과 학생부 교과 성적만으로는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맞는 인재인지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학생의 교내 활동 기록을 보고, 면접을 통해서 활동의 맥락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선발하는 것이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인 것이다.그런데 이러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 또는 학부모들이 정작 신뢰하는 것은 학교 교사들보다 사교육 관계자들의 조언을 더욱 신뢰하고 있다. 일부 언론사나 사교육 기관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에 합격한 학생들의 사례를 통계적으로 비교하며 독서는 몇 권, 수상은 몇 회 등의 구체적인 수치들을 이야기하며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를 기준으로 학생이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한 길을 조언해주고 있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 관계자들은 이를 철저히 부인한다.일반고에서는 내신 등급 3등급 정도면 어느 정도 학업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고 독서나 수상의 수를 세는 것이 아니라 그 활동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활용하는 평가의 요소가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란이다. 이는 학교에서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가 평소 학생이 수업시간에 보여준 태도와 능력에 대해 교사가 종합적인 평가를 기록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라면 학교 수업에 충실하게 임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되며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부단한 고민과 노력을 보여주어야만 한다.다시 말해 학교생활에 충실한 자세로 담임교사 및 교과 교사들 그리고 동료 학생들과 대화 및 활동을 병행하는 학생이라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의 합격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학생들은 ‘내 인생은 우리 엄마가 결정해준다’는 유아적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인생을 지금부터라고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하고, 학교생활에 충실하면서 다양한 교과에서 자신의 의지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학교 교사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노력하면 대학으로 가는 길은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라 믿는다.박정득 교사(중앙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진학부) 2017-03-03
- 졸업식이 있어 더 잔인한 달 2월 2월은 3학년 담임에게는 잔인한 달입니다. 졸업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밝은 표정, 어두운 표정, 심지어는 참석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졸업식에 참석하는 친구들의 얼굴을 보면, 밝은 표정보다 어두운 표정이 훨씬 많습니다. 모두 자신들이 원하는 진로에서 성공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대입 수시전형에 합격해서 11월부터 기분 좋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친구도 생기고, 마음 졸이다가 12월 하순에 수시에 추가로 합격해서 안도하는 친구도 생깁니다.정시에 합격하는 친구도 생기고, 졸업식이 있는 2월 초에는 정시 추가 합격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졸업식에 참석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졸업식에 참석했다가 추가 합격 소식을 받는 친구들도 생깁니다. 이렇게 성공한 친구들 중에서도 정말로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 합격한 경우는 드물고 차선책으로 선택한 대학과 학과에 진학한 경우가 많습니다.높은 목표보다는 낮은 목표 성취가 큰 기쁨자기가 원하는 분야에 합격한 친구들의 경우에도 기쁨은 길어야 3일 정도만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그 이후는 새로운 걱정이 시작되더군요. 우리나라 최고의 의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화로 연락해온 친구가 있었는데, 딱 3일 후에 문자를 받았습니다. 내용은, ‘선생님 저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였습니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목표를 이루었는데도 여전히 걱정은 남아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최고의 목표를 성취한 친구들의 경우에도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 것 같은데, 더 즐거워하는 친구는 추가 합격으로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입니다. 세상의 모든 고민에서 해방된 것처럼 좋아합니다. 뭐 그 대학이나 학과가 원래 원했던 데가 아니라 차선책으로 준비했던 곳임에도 말입니다.그리고 제일 즐거워하는 친구는 목표를 낮게 설정하고 그걸 성취한 친구들입니다. 남들은 잘 인정해주지 않는 분야지만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정했고, 그 원하는 목표를 성취해서 그런지 자신감이나 삶의 만족도는 최고인 것 같습니다. 이런 친구들의 활기참이나 자신감이 아주 보기 좋습니다.반면 목표를 자신의 능력에 비해서 너무 높이 설정하고, 이를 성취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심하게 좌절하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습니다. 아직 찾아가지 않은 작년도 졸업장과 졸업앨범이 두 개나 저의 캐비닛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찾아가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너무 심하게 낙담해서 졸업식에 참석하려고 하지 않는 본인만의 이유가 있을 테니 계속 보관해둘 생각입니다. 올해의 졸업장과 졸업앨범도 이제 곧 나오게 될 것입니다. 올해는 다들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바빠서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생깁니다. 대학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야 해서 참석하지 못하기도 하고, 재수학원에 등록해서 수업 받느라 참석 못하는 경우도 있고, 기숙학원에 들어가서 못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부모님이 대신 오셔서 졸업장과 앨범을 받아가기도 하고, 나중에 본인이 찾으러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많은 부모님들이 졸업식에서 만나 인사를 하면서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합니다. “수능에서 딱 한 문제만 더 맞았으면 좋았을 텐데요”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수능에서 한 문제를 더 맞았다고 해도 그때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원하는 대학이 높아지기도 하고, 원하는 학과가 높아지기도 하는 문제들 말입니다. 어떤 어머니들은 수능에서 고득점한 친구들의 부모님을 부러워하시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득점한 친구들의 부모님들도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습니다. 그 점수에 맞춰 지원하려고 하는 상위권 대학, 학과에 과연 지원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오히려 이 고득점한 학생들의 부모님 고민이 더 심각하기도 합니다.또한, 요즘에는 집 안에 자녀가 하나인 경우가 많아서인지 졸업식에 부모님뿐만이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도 참석하시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는 강당이 2천석이어서 입학식이나 졸업식 같은 큰 행사에 좌석이 부족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재학생이 모두 참석하고도 700석 정도가 남으니까요, 그런데 작년도 졸업식에서는 좌석이 부족해서 뒤에 서 계시는 부모님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올해는 캐비닛에 외로운 졸업장 없었으면올해도 졸업식이 점점 다가옵니다. 우리 친구들의 밝은 얼굴을 보고 싶은데, 올해도 그렇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불수능 때문인지 11월 수능 이후부터 아이들 얼굴의 눈가에 다크 서클이 많이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지역적인 특성상 부모님들의 기대수준도 상당히 높을 것이고, 우리 친구들의 희망 대학도 상당히 높을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의 입시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을 테고, 실제로 재수학원에 등록했다는 연락을 많이 받습니다. 또, 2월 초가 졸업식인데, 정시 추가 합격 기간과 겹치게 되어서 졸업식 참석을 접고 집에서 추가 합격 발표를 기다리며 노심초사할 친구들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며칠 전에는 교실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리했습니다. 잘 정리된 교실에 혼자 않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평상시에 저 자신도 목표치가 높은 편이어서 우리 친구들에게 도전을 해보라는 말을 많이 하고 실제로 도전을 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졸업식에서 혹은 실제 사회생활에서 만족도가 높았던 친구들을 생각해보니 높은 목표치를 갖고 있는 친구들이 아니라, 목표치는 좀 낮지만 그 목표를 성취한 친구들이었습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부터는 저 자신도 목표치를 좀 낮추고, 부모님들과 우리 친구들의 목표치도 조금 낮추게 하고 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지도해야겠습니다. 캐비닛에 졸업장과 앨범이 쌓이지 않기를 바라야겠습니다.김태용 교사(진선여고 진학부장) 2017-02-02
- 자장면의 추억 새해가 시작되면서 여러 가지 업무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방학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매일 출근해 신학기 계획을 세우고 공문서를 처리하느라 시간이 어찌 흘러가는지 잠시 앉아서 일했을 뿐인데 점심을 훌쩍 넘기기가 일쑤다. 찬바람이 부는 창밖을 바라보며 그간의 교직생활을 생각해 보는데 오늘은 우리학교 3회 졸업생이었던 제자들과의 재미있었던 일이 생각난다.교실에서 사라진(?) 제자들지금은 30대 후반의 멋진 녀석들로 변했지만 그땐 말썽도 많았고 다치는 경우도 엄청 많았다. 지금처럼 겨울방학에 그땐 보충수업을 전체가 실시할 때여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시간표대로 4시간씩 오전에 수업을 받았다. 처음에는 다들 새 학년 준비를 위해 열심히 공부도 하고 그런대로 분위기도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일주일쯤 지났을 때로 기억된다. 3교시가 영어시간이었는데 다른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던 나에게 영어선생님이 찾아오셔서 다급한 목소리로 “선생님! 교실에 애들이 10명밖에 없어요! 수업을 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나는 깜짝 놀라서 교실로 달려갔고 상황을 확인해 보니 교실에 45명이 있어야 하는데 10명밖에 없고 나머지는 가방은 있는데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교실에 남아 있던 몇 명의 아이들에게 탐문한 결과 2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에 인근의 오락실로 모두 게임을 하러 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엔 휴대전화도 없는 시기여서 달리 연락할 방법도 없었고 무작정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열이 받을 대로 받은 나는 수업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4교시가 끝나기 전에 교실 문 앞에 가서 몽둥이를 들고 교문을 바라보면서 기다리고 있었다.수업이 끝나기 10분전 쯤 녀석들은 정문 경비실에서 보일까봐 허리를 잔뜩 수그리고 일렬종대로 마치 뱀이 기어가듯 교사로 뛰어들었다. 1차로 올라온 20여명을 복도에서 붙잡아 몽둥이 뜸질을 하고 있었는데 나머지 녀석들은 그 기세를 보고 도저히 들어 올 수 없었던지 다시 도망을 가버렸다. 나는 화가 나서 교실 출입문을 모두 잠그고 열쇠를 책상에다 감추어 버렸다. 그리고 도망을 나간 녀석들 집집마다 전화를 해서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구했다.한차례 폭풍이 휘몰아치고 점심 끼니도 거른 채 퇴근하려고 일어서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집에 있는 아내의 전화였다. 내용인즉 한 두어 시간 전부터 아파트 입구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서 내다보니 학생들 10여명이 우리 집 앞 복도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어디서 본 듯한 학생들이라고 한다. 그러더니 이내 우리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던 우리 반 학생들 같다고 이야기 한다. 화가 잔뜩 난 나는 집사람에게 “당신이 밖에 나가서 그 놈들 전부 무릎 꿇고 꿇어앉아서 기다리라고 해!”말은 했지만 전달해 줄 리 만무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부리나케 달려갔다. 내가 차에서 내리고 아파트 출입구에 들어서니 기가 막힌 상황이 펼쳐져 있다. 이놈들이 내가 오는 것을 망을 보고 있다가 모두 꿇어앉아서 목을 늘어뜨리고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아파트 주민들이 내다보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제자들을 집까지 불러서 야단하는 아주 몰상식한 선생으로 낙인찍힐 위기의 순간이었다. 나는 전부 돌아가라고 소리를 냅다 지르고 밖으로 다 내몰았다.집으로 들어서는 나를 향해 집사람은 아이들이 몇 시간째 추운 밖에서 떨었을 터인데 뭘 얼마나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이건 좀 아니라는 식으로 말을 건넸다. 나는 이미 화가 난 상태였기에 그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점심을 먹으려고 했다. 그랬더니 집사람이 대뜸 좀 있으면 자장면 배달 올 거니까 그때 아이들과 함께 먹으라고 한다. 그러더니 문을 열고 아이들을 모두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불러들였다. 나는 기가 막혔지만 집사람이 하는 대로 그냥 보고만 있었다. 아이들이 거실에 들어와 벌을 서듯이 서서 어쩔 줄 모르고 있었고 마침 자장면이 배달되었다.그렇게 우리는 둘러 앉아 자장면을 먹었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누고 앞으로는 절대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받고 돌려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다른 아이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기에 자장면을 먹었던 아이들을 복도로 불러내 엉덩이를 두어 대씩 매질을 했다. 그런데 어제 맞았던 녀석들이 불공평하다고 아우성이었다. 어제는 정말 맞으면 죽을 것 같았는데 오늘은 너무 살살 때린다고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미 우리는 자장면을 나누어 먹은 사이가 아닌가. 그렇게 그날의 사건은 일단락이 되었다.말썽쟁이 제자들, 사회에서 나름의 역할하고 있어그리고 지난 12월 28일 반가운 얼굴들을 상봉하게 되었다. 바로 그날 자장면의 주인공들을 다시 만났다. 어떤 녀석은 기자가 되었고, 또 어떤 녀석은 국내 최고기업의 반도체 분야 연구원이 되었고, 또 어떤 녀석은 의사가 되어 정형외과 전문의가 되었다. 또 어떤 녀석은 박사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고, 또 어떤 녀석은 가업을 이어 사업에 매진해 지금은 꽤 큰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되었다. 또 어떤 녀석은 일반기업의 중견 간부로 그리고 어떤 녀석은 교수가 되었다.10여명이 모인 그 자리에 절반은 내가 주례하고 결혼식을 치른 녀석들이다. 이제는 초등학교 학부모가 된 녀석도 있고 모두가 30대 후반의 가장들이 되었다. 우리는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옛일을 이야기하며 그날 자장면을 먹었던 일을 회상하곤 다들 박장대소하고 웃었다. 나는 매를 맞았네, 나는 자장면 곱빼기를 먹었네, 이렇게 서로 옥신각신 웃음꽃을 피우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그날 컨디션이 별로 좋이 않았던 나에게 잠자리에 들 무렵 메시지가 몇 통 계속 왔다. 녀석들이 돌아가며 “선생님 아프지 마시고 오래 오래 건강하게 우리 곁에 계셔주세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 다음엔 사모님도 꼭 모시고 나오세요!” 등등의 내용이었다. 잠자리에 누운 내 콧등이 시큰해졌다. 모두들 자신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하며 번듯하게 인생을 살아내고 있는 내 제자들. 그래 난 너희가 있어서 참 행복하다. 그리고 고맙다!속으로 고마운 마음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행복해 했다.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교단을 떠나지 않고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사랑하는 내 제자들의 나를 향한 그 순수한 사랑 때문이었으리라. 그렇게 재미있고 즐거운 하루하루의 삶이 내겐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으로 기억되기 위해 교실로 향하는 계단을 기분 좋게 오른다.김재수 교사(중산고 생활지도부장) 2017-01-19
- 대안학교 간디학교의 교가는 꿈에 대한 좋은 노래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하네. / 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가네. /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노래 가사 중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하는 말이 내게 충격이었다.많은 사람들이 꿈꾸지 않고도 매일매일 잘 살고 있고, 낯선 길보다는 앞이 보이는 평탄한 길을 추구하며 아무 문제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가사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교사인 나에게 꿈과 배움과 가르침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하게 했다.우리들의 꿈교사인 나는 학생들과 상담을 할 때 꿈에 대해서 반드시 물어본다. 그러면 학생들은 장래희망인 직업이나 구체적인 진학 목표, 단기적인 학업성취도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하곤 한다.“샘, 저는 나중에 커서 의사가 되고 싶어요.”‘샘, 저는 과학고에 입학하고 싶어요.““샘, 저는 이번 기말고사 성적을 많이 올리고 싶어요.”나의 학창시절의 꿈도 그러했던 것 같다. 부모님이 바라시는 직업, 사회에서 바람직하고 성공이라 인정하는 이름을 얻기 위해 발버둥 치며 노력했다.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공부하고,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그런데 그 모든 과정 속에서 내가 꿈을 꾸며, 그 순간마다 행복했을까?멀리 있는 목표만 바라보고 전진 밖에 몰랐기 때문에 내 꿈을 향해 걸어가는 한걸음을 걸을 때마다 느낄 수 있었던 작은 성취의 행복감들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먼 미래만 바라봤기 때문에 몇 년 후, 올해, 이번 주, 오늘 할 일을 내가 구체적으로 꿈꾸고, 걸어온 것 같은데, 내 자신에게 칭찬해 주고, 뒤돌아보고, 다시 내 꿈을 진단해보는 모든 과정이 주는 행복감을 놓치고 만 것이다.우리들의 꿈은 10년 후의 꿈도 중요하지만 바로 내일의 꿈도 중요하고, 꿈을 향해 오늘 걸어가는 과정이 주는 기쁨을 느끼는 것 또한 필요하다.교사로서의 나의 꿈나는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교사가 되면 좋겠다”라고 이야기 했었다. 물론 그 꿈은 구체적이지는 않았지만, 교사가 되었을 때 나의 모습과 학생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생활들을 상상했었다. 교사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막연하게 바랐던 것들이다. 나는 분명 학창시절 많은 것들을 꿈꿨지만 지금 돌아보니 이루어진 것들은 내가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상상했던 것들과 일들이다.나는 교사가 되고나서, 내가 이상적으로 꿈꾸는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현실로 이뤄나가기 위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다. 다양한 연수를 듣고, 수업내용과 퍼즐문제 등을 연구하고, 학생들과 다양한 활동을 함께 했고, 소중한 자료들을 모아 공유할 수 있는 카페 ‘수학웅덩이(Mathpool)’도 만들었다. 또, 좋은 기회가 되어 수학 개념을 담고 있는 ‘교과서 수학’이라는 책도 쓰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이뤄나가면서 학생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들을 만들었고, 이런 모든 과정 중에 성장하고,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만약 내가 교사가 되었으니까, 꾸었던 꿈은 이미 이루어졌다고 안주하고, 별 꿈 없이 매일매일 생활해 나갔다면 이루지 못했을 꿈들이다. 내가 지금 하나하나 이루어가고 있는 일들은 분명 교사가 된 후 생생하게 꿈꾸었던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학생들과 함께 하는 수업과 활동 속에서 매일매일 새롭게 꿈을 꾸고 있다. 내가 꾸는 이 꿈들이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내가 배우면서 꿈꾸었던 것들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함께 희망에 대해서 노래할 수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 올해도 더 많은 꿈을 꾸어 나갈 것이다.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내 삶을 뒤돌아보아도 이 말에 동감한다. 새해가 되어 많은 학생들은 새로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고 싶은 것은 단지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의 상상이 현실로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머릿속에 성취했을 때의 기쁨을 먼저 상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꿈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다보면 변경되기도 하고, 더 중요한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꿈꾸지 않으면 그 작은 차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꿈이 현실에서 좋은 기회로 왔을 때 그것을 잡지 못할 수 있다. 나는 학생들 모두가 더 많이 꿈꾸고, 그 꿈을 이루길 바란다. 그래서 학창시절부터 꿈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겨보고, 생생하게 상상하며 꿈꾸길 바라는 것이다.애니메이션의 황제, ‘꿈의 전도사’ 월트 디즈니는 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첫째, 생각하라. 둘째, 믿어라. 셋째, 꿈꿔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덤벼들어라.First, Think. Second, believe. Third, dream, And finally, dare.새해를 맞이하여, 자신의 꿈을 생생하게 상상하고, 그 상상이 현실이 되어가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조규범 교사 (휘문중. 수학 담당, 진로진학부, 자유학기제TFT)/www.mathpool.com (수학웅덩이) 2017-01-14
- 고2 겨울방학, 성적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시간은 텅 빈 공간이라 그곳을 얼마나 알차게 채우느냐는 순전히 그것을 쥐고 있는 본인의 책임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는 단순한 학원 순례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교사로서도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3월 학생 상담 때 핵심 키워드가 된다. 이미 나와 있는 성적은 단순한 검색만으로 충분히 파악이 가능하지만, 학생들이 채운 12월, 1월, 2월 총 3개월이란 시간의 그림이 결국 가장 궁금한 것이다. 고3 3월 학력평가보다 수능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되는 학생은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 한 반에 3명이 채 되지 않는다. 12월, 1월, 2월 이 석 달을 강조하는 기본적인 이유다.1. 언제 어디서든 8시에는 책을 펴자학생들이 뭔가 결심을 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물론 계획이 세워졌을 때 보다 효과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그 계획을 얼마나 지속성을 갖고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의욕이 앞서다 보면 과도한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하루 이틀은 그것을 달성할 수 있겠지만, 겨우겨우 그것을 달성하는 것에 급급하다보면 금세 질리기 마련이다. 한 번 질리면 대개 그것을 그냥 놔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신에게 실망하게 되고, 앞으로도 더 노력하려는 마음을 가지기 어렵다.운동경기에서 기록이 좋은 선수도 처음부터 좋은 기록을 내는 것이 물론 아니며, 애초에 선수들 각자의 기량 차이도 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현재 학업 능력에 맞게 계획을 세워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전교 1등의 학습법이 모두에게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듯 이 글을 읽는 학생들의 수준 역시 제 각각이다. 따라서 어떻게 학습 계획을 세워야 할지에 대한 개개인에 꼭 맞는 컨설팅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적어도 이것만은 공통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8시에는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굳이 방학 다음날부터 6시에 일어날 필요는 없다. 7시 50분까지 학교에 가는 것도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고, 그래도 명색이 방학인데 6시에 일어나 아침 학습을 한다? 수능 전까지 시간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방학 때는 평상시 보다 좀 더 자는 것이 좋다. 7시 내지 7시 반. 그러나 언제나 공부를 시작하는 시각은 8시다.8시에 공부하는 것이 힘들다면 자는 시간을 당겨서라도 8시에는 책을 펴야 한다. 그것은 개학 후에도 학습 리듬을 잃지 않게 도움을 준다. 그리고 첫 시작은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과목부터 하는 것이 좋다. 공부가 즐겁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하루의 시작이 부담스럽지 않다.다른 룰은 없다. 방학 때 무조건 8시에는 공부를 시작하자. 그렇다면 학생들은 하루가 길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그 시간의 공백을 보다 효과적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2. 학원은 학습의 수단일 뿐 상담을 하다보면 참 답답할 때가 이럴 때다. ‘국어 과목을 어떻게 공부했니?’라고 물어보면, ‘학원 다녔어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영어는 성적이 좀 들쑥날쑥한데, 이건 방학 동안 어떻게 공부했니?’하면 역시나 ‘학원 다녔어요’하고 대답한다. 그것이 끝이다.아이들과 상담을 하며 느끼는 것은,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에 대해서는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부분에 자신이 있으며, 대략 하루의 학습량은 얼마이고, 그것을 어떻게 보완해 나갔다는 것을 술술 얘기하는 데 반해, 자신 없는 과목의 경우 하는 얘기라고는 ‘학원 다녔어요’가 고작이다.단대부고는 남학교다 보니 상위권 중에서도 국어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남자 아이들이 국어 성적이 좋지 않은 이유? 그것은 너무도 뻔하다. 국어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어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아침 자습시간에 돌아다니다 보면 이과의 경우 10의 8은 수학을 공부하고, 나머지는 영어 또는 과학을 공부한다. 국어 자체를 공부하는 시간이 현저히 적다.그렇다고 초등학교 때부터 국어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 학원을 다니는 것이, 나눠주는 프린트를 찡그리며 푸는 것이 그 아이들이 하는 국어 공부의 전부다. 그러니 국어 공부를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학원을 다녔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자신이 국어의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알아도 그것을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엄두를 내지 못한다.그러나 고3이 되어 3월 학력평가 성적표를 받아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게 된다. 국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름 노력하지만 쉽게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대개 국어라는 과목이 성적 향상이 어렵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국어공부 하는 시간이 여전히 적기 때문이다.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자신에게 취약한 과목은 힘들더라도 그 과목의 학습량을 최대한 늘리고, 자신이 그 과목에 취약한 이유를 스스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5년 내외의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결과지를 파악해 해당 과목의 특정 영역을 보완하고, 문제 패턴을 충분히 익힐 필요가 있다. 학원을 다니는 것은 이렇게 공부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지 그것이 학습법이 될 수는 없다.다시 한 번 물어본다.“너는 네 취약한 과목에 대해 12월, 1월, 2월 이 석 달 동안 어떻게 공부를 했니?”김태훈 교사 2016-12-29
- 대학 입시, 철저한 계획 세워 준비해야 이제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기말고사가 끝나고 겨울방학을 앞두고 있을 겁니다. 2학년은 3학년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고, 1학년은 웬만큼 고등학교 생활에 익숙해져 있을 것입니다. 학기말이고 신나게 놀 수 있는 방학이 며칠 안 남았다고 해서 마냥 기뻐하며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습니다. 2학년 학생들은 이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입니다.내신 성적과 비교과 준비가 적절해서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수시에 도전할지, 어학이나 수학/과학에 재능이 특화돼 있어 특기자 전형으로 수시에 도전할지 아니면 대학별 고사로 수시에 도전할지, 그도 아니면 수시는 접고 정시에 도전할지 등을 잘 선택해서 집중할 필요가 있을 때입니다.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으로 지원해야첫 번째로 학생부종합전형을 꾸준히 준비해왔고 내신 성적도 어느 정도 만족할만하게 나와 원하는 대학에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면 겨울방학 때에도 교내 방과후 수업 수강, 독서활동, 진로탐색활동, 봉사활동 등으로 학생부종합전형 준비에 마지막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고, 서서히 자기소개서도 겨울방학을 통해서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2학년 2학기 내신 성적을 망쳤다고 생각해 벌써 학생부종합전형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생기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3학년 1학기에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을 텐데 말이지요.한 학기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해서 학생부종합전형을 망치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을 조금 낮추면 되지만, 강남/서초 지역은 학부모님이나 학생들의 기대 수준이 워낙 높아서 대학을 낮추려 하지 않는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강남의 여고인 저희 학교의 예를 들어보면,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수시 상담할 때 합격 가능성이 있는 서울에 있는 중하위권 대학들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여기저기 추천을 해줬는데 실제 원서 쓴 것을 보니, 대부분의 학생이 이화여대 이하의 대학은 전혀 쓰지 않았습니다.남자고등학교라면 한양대나 중앙대 이하로는 거의 쓰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기대 수준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수시 원서접수가 끝나면 ‘이러려고 그렇게 열심히 상담을 해줬나’라고 하는 자괴감이 스스로에게 많이 들곤 합니다..둘째로, 어학 특기자나 수학과학 우수자전형처럼 특기자 전형을 생각하는 학생들이라면 공인 외국어 시험이나 외부 수학과학 경시대회, 올림피아드 등 대외 활동이나 경시대회 등을 통해서 자신의 해당 분야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축적해 놓아야 합니다. 외국어나 수학/과학에 자신이 있으면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하기에는 내신이 조금 자신이 없는 학생들이 많이 지원을 합니다.강남/서초의 경우에는 이러한 전형의 자격을 갖춘 학생들, 공인 외국어 성적이 출중하거나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등에서 탁월한 성적을 낸 학생들의 사례들이 학교별로 꽤 있어서 지원하려는 학생이나 학부모님들이 자신의 내신과 특기로 어디가 적당한지를 대충은 알고 있어서 과학에 무리수를 두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합격의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셋째로는 내신 성적에도 자신이 없고, 교내 활동에도 자신이 없다면 수시 대학별 고사와 수능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대학별 고사에는 서울 중상위권 대학에서 주로 실시하는 논술전형과 적성고사 전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전형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내신 성적에도 자신이 없고 대학별 고사에 대한 사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음에도 수시 원서접수 일정에 쫓겨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늦어도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는 준비가 시작되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겨울방학 끝나기 전에 입시 방향성 정해야마지막으로는 수시에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정시만 준비하는 학생들입니다. 정말 우직하게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전형 등의 수시전형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정시만을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담임으로써 이런 학생을 보고 있노라면 조마조마합니다. 수능시험이라는 것이 일 년에 딱 한 번만 시행되는데다가 어려울 때도 있고, 쉬울 때도 있어서 갈피를 잡기가 힘든데, 3년 동안 그 한 시험만을 준비한다는 것은 실패의 가능성이 큰 일종의 모험이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이런 학생들의 장점은 정시에 대한 의지가 매우 굳어서 1학년 때부터 공부에 올인 하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높다는 점입니다. 단점도 많이 얘기되는데, 정시에서는 수능 100%, 혹은 학생부가 10%정도만 반영되는데, 실질 반영비율은 이보다도 더 적습니다. 이렇게 학생부의 반영비율이 미미하다보니, 내신을 버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여하튼 12월 말 혹은 1월 초가 되면 빡빡했던 학교생활에서 어느 정도는 거리를 두게 돼 시간에 여유가 있을 겁니다. 이렇게 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에는 자칫 뭘 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잃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말고사가 끝나고 겨울방학이 시작하기 전에 수시와 정시 중 무엇에 중점을 둬야할지, 또 수시 중에서 어떤 전형에 중점을 둘지 등을 결정해서 부모님과 면밀한 계획을 세워 방학 중에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강남/서초지역의 부모님들 사이에서도 부모님의 학업 계획대로 아이들이 따라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부모의 계획에 따라오지 못하면 좋은 대학 들어가기 힘들다는 말들을 있습니다. 이렇듯 부모님들도 계획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계십니다. 1학년 학생들이나 학부모님의 경우에도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탐색의 과정은 끝났고, 인문/자연계 신청도 이미 완료했으므로, 2학년 공부에 대한 준비, 1학년 배운 과목에 대한 철저한 복습 등과 아울러 비교과 활동 준비에도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철저한 계획을 세워서 실행해야 할 때입니다.김태용교사 (진선여고 진학부장) 2016-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