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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의 날 기획 _교사 인터뷰 언주중학교 최이권 교사와 제자들의 훈훈한 미담 1988년 교단에 선 이후 어느덧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교직생활 30년 동안 수많은 제자들을 만나며 교사로서의 보람과 기쁨을 누렸다는 언주중학교 최이권 진로진학상담교사(진로복지부장). 그 중에서도 풍납중학교에서 만난 첫 제자들은 더 각별하다. 1988년부터 2018년까지 스승의 날마다 만남을 이어온 제자들의 훈훈한 미담을 들어봤다. 에피소드① #첫 부임 #첫 담임 #띠 동갑 선생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한 후 1988년 풍납중학교로 처음 부임한 최이권 교사는 당시 스물일곱 살의 젊디젊은 선생님이었다. 부임하자마자 중2 담임교사를 맡아 열다섯 살 학생들과 특별한 인연을 맺으며 주말에도 학생들과 산으로, 바다로 다니며 추억을 쌓았다. “관악산에 가거나 캠핑 등 아이들과 야외 현장체험 활동을 많이 했어요. 첫 담임을 맡았던 제자들인 데다, 저도 젊었을 때라 혈기왕성했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았거든요.”띠 동갑 스승과 제자여서일까? 엄하기로 소문난 선생님이었지만 제자들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 키딩 선생님처럼 때론 형·오빠, 친구처럼 편안한 선생님이었다고 밝혔다. 에피소드② #꼴찌 반 #쌍방 간 사랑의 매? #1등 반 첫 시험 후 꼴찌 반으로 등극했다는 최이권 교사는 당시의 추억을 이렇게 회고했다. “아이들에게 왜 우리가 꼴찌여야 하냐며 사랑의 매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반장에게 ‘선생님도 잘못했으니 나도 때려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우리 반 반장이 눈치 없이 제 말대로 실행에 옮기더라고요. 그 상황에서 선생님 말씀은 왜 그렇게 잘 듣는지.(웃음)”그때 그 사건은 반 학생 모두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고, 놀랍게도 기말고사 때 꼴찌 반에서 1등반으로 우뚝 섰다. 에피소드③ #인생의 전환점 #45세 제자들 #진로 조언 최이권 교사는 체육교사로 재직하다가 50세에 새로운 도전을 했다.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했지만, 이후 한양대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과 석사과정을 마치며 진로진학상담교사로 새 출발을 한 것이다. 이러한 경력은 어느덧 45세가 된 첫 제자들에게 인생의 자양분이 되어주고 있다. “그 아이들이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취업을 앞두고 있을 때, 그리고 4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진로와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직업을 가져볼까 고민하는 제자에게, 내 나이 오십에 진로진학상담교사로 도전했으니 너희는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죠.”에피소드④ #88년 제자들 #2018년 제자들 최 교사의 첫 제자들은 중소기업 대표이사, 초등학교 교사, 호텔지배인, 회계사, 영화감독, 인테리어 사장, 의약품회사 사장, 증권사 직원 등 각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 중이다. “88년 당시 반장이었던 김인섭, 초등학교 교사인 박윤선,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문수정, 그리고 전문직으로 근무하는 강은미, 김종서, 양인성, 윤강식, 이병훈, 이충훈까지 모두 다 고맙고 기특한 제자들이죠. 2018년 언주중학교 제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4차 혁명 시대에 새로운 진로를 찾아나갈 수 있도록 진로 시간에 다양한 영상 콘텐츠로 수업을 하고 있는데요. 미래 시대에 걸 맞는 인재로 성장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리라 믿습니다.” ▒ 최이권 교사는?주요 경력 서울대학교 사범대 졸업, 한양대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과 (석사) 졸업, 교육부장관상 및 교육감상 등 다수 수상. 대명중학교 진로진학상담부장에 이어, 현재 언주중학교 진로복지부장으로 재직 중. 주요 활동 현)서울시중학교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 서울시 진로와직업교과연구회 고입팀장, kb국민진로자문위원, 서울교육청교육정보원 상담교사. 전)서울고등법원 시민사법위원(2012.6.7.~2017년)저서 <특목고 자사고 자기소개서 작성법>(올드앤뉴), <합격 모범사례를 통한 자기소개서 미리 써보기>(올드앤뉴), <고입 자기소개서 합격 체크>(올드앤뉴), 교과서 <진로체험과 포트폴리오>(삼양사), <진로와 직업>(교학사), http://jasoseo.tistory.com/2(최이권 쌤의 자기소개서 작성법)최이권 선생님께반장 김인섭입니다. 1988년 관악산, 대천 바닷가에서의 추억은 아직도 새록새록 합니다. 당직 날 찾아가 밥을 얻어먹기도 하고, 이삿날 거들겠다며 이것저것 깨 먹기도 했었죠. 추억뿐 아니라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중년이 되니 이제는 선생님이 형같이 편안한데요. 항상 감사하게, 행복하게, 즐겁게 앞으로도 계속해서 만남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2018-05-17
- 이금수 교사(前 중앙사대부고·수학과) 스승의 날 기획 _ 교사 인터뷰강남서초지역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정년퇴직한 두 교사를 만났다. 평생 몸담았던 교단을 떠났지만, 여전히 교육 일선에서 맹활약 중인 김철수 교사(전 서울고 교사, 현 서초구청 교육정책자문관·시엔에듀 대표 및 컨설턴트), 이금수 교사(전 중앙사대부고 교사, 현 대진대학교 입학사정관실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초·중·고 12년의 학교생활 중 누구나 한 번쯤은 평생 교사로 삼을만한 선생님을 만났으면 한다. 청소년기에 길잡이가 되어준 선생님 한 분은 성인이 되어서도 삶의 길이 망설여질 때 소중한 길잡이와 활력소가 되어줄 것이다. 30년 이상 근무했던 중앙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를 퇴임하고 올해 3월 대진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입학사정관실장을 맡고 있는 이금수 교사가 바로 그런 선생님. 교육과 입시를 훤히 꿰뚫어 보는 혜안을 지닌 이금수 교사의 교육 이야기를 들어봤다.무엇이든 재밌게, 끝까지 희망의 끈 놓지 말자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라면 이금수 교사의 명쾌하면서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현장 강의나 EBS 입시분석 강의를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가 교직생활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일까?“교편을 잡으며 항상 ‘수업이 재미있어야 학생들이 잘 집중할 수 있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신념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를 모토로 <생각을 바꾸면 수학도 재밌다>라는 책을 출간했고, 대학입시설명회도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했다. 무엇이든 즐기면서 얻자!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 희망을 갖고 도전하면 이루어지지 않는 일은 없다.”교직생활 중 20년 넘게 투잡이었다는 이 교사는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EBS, TBS 등과 인연을 맺어 활발한 교육 방송활동도 펼쳤다. “수업을 준비할 때는 한 시간에 한 가지 이상의 유머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준비한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수학을 말랑말랑하게 해주고 학생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수학을 가장 잘 가르친다는 평가를 꼭 받고 싶어서 1997년에는 EBS 오디션을 거쳐서 수학 영역 수능특강, 수능완성 등을 강의했고, 재미있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멘트를 하는 교사로 알려져 EBS, TBS 등 대학입시 프로그램의 MC로 지난 2월까지 활동하기도 했다.”“수학이 보이기 시작한다”라는 학생의 말, 교사로서 큰 보람대학 입시를 위해 극복해야할 가장 중요하고도 힘든 교과인 수학, 그만큼 이 교사에게는 학생들과의 잊지 못할 추억도 많을 것이다. 교사로서 보람을 느꼈던 일화를 들어봤다. “하루는 수학 성적이 매우 낮은 학생이 수학을 잘하고 싶은데 힘들다고 상담을 하러 왔다. 먼저 수학 노트를 보니 너무 무질서해서 노트를 반을 접어서 쉬운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했고, 수학의 모든 단원이 정의 제시→원리 및 공식 유도→예제→유제 순으로 똑같음을 강조했다. 또, 우선 가장 자신 있는 단원인 ‘수와 식’을 공부하면서 정의, 원리 및 공식, 예제, 유제를 찾아가면서 느끼라고 했다. 그 이후 그 학생은 ‘선생님 말씀대로 했더니 수학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하면서 암흑에서 벗어난 느낌이라고 했고, 결국 수학교육을 전공한 후 현재 고교 수학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학생의 고민과 갈등 보듬고, 강점인 자질 파악해 입시 지도 30년 이상 강남 학생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이 교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은 어떤 학생일까? 때론 냉철하게, 때론 따뜻하게 사랑을 담아 지도한 사례를 엿볼 수 있었다.“고3 담임을 할 때다. 공부에 흥미를 잃고 일본 만화만 보던 학생이 부모와의 갈등이 심했다. 학생은 일본에 보내달라고 하고 엄마는 대학에 가면 보내주겠다는 것이었다. 급기야 어머니로부터 학생이 가출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때 나는 일부러 어머니와 연락을 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교실로 갔더니 그 학생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자기 자리에 앉아 있지만 초췌한 모습이었다. 모르는 척하고 꼭 안아주었더니 눈물을 왈칵 쏟으면서 엄마와의 갈등 이야기를 했다. 그때부터 그 학생은 나와 소통이 되었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에는 워낙 공부한 양이 미미해서 대학입시에 실패했지만 ‘넌 지금처럼 1년 더 하면서 논술로 승부하면 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나의 조언을 잘 받아들였고, 결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합격했다. 합격 후 가장 먼저 교무실로 찾아와서 나를 향해 환하게 웃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갈등 때문에 전혀 공부하지 않았지만 독서량이 많아 상식이 풍부했고 사회과목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의 특징을 간파했던 내 자신이 대견하기도 했다.”최상의 소통 방법은 진심을 담은 ‘경청’학교 수업, 입시 콘서트, 강의, 상담 등 다양한 교육활동을 해온 이 교사는 탁월한 소통방법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짧은 대화와 상담 속에서도 진심과 애정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바라는 바를 잘 경청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양한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도록 귀를 열어두고, 사람들의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시각을 가져야 하며, 들을 때는 그 속에 들어있는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할 만큼 하나의 마음이어야 한다. 이런 습관이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빠르게 간파하게 해주었고 상담이나 설명회가 끝나도 본인들이 바라던 바를 시원하게 얻었다는 충족감을 느끼게 했던 것 같다.”강남 학생·학부모·교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오랫동안 강남지역 학생들을 가르치며 소통해온 이 교사는 학생·학부모들에게 급하게 서두르거나 주위에 휘둘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강남 학생들은 조금 늦더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부모들은 급한 마음으로 아이의 장래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제발 카더라 통신에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또, 옛날에 자신이 경험한 좁은 지식으로 아이들에게 조언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지원학과를 결정할 때 인문계는 경영, 경제, 신방, 정외, 심리, 국어국문, 영어영문 이외에 어떤 학과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 이외의 학과에 지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생각하기도 한다. 직업과 미래 전망 등을 충분히 공부하고 조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아울러 강남의 진학지도 교사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서울대에 몇 명 보내느냐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학생들의 장점을 분석해 어떤 전공을 하면 좋을까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1학년 때부터 체계적으로 적성 및 소질을 체크해 계열과 학과 선정부터 함께 논의하고 강점은 충분히 살려주고 모자라는 부분은 충당할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2018-05-10
- 김철수 교사(前 서울고등학교·국어과) 스승의 날 기획 _ 교사 인터뷰강남서초지역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정년퇴직한 두 교사를 만났다. 평생 몸담았던 교단을 떠났지만, 여전히 교육 일선에서 맹활약 중인 김철수 교사(전 서울고 교사, 현 서초구청 교육정책자문관·시엔에듀 대표 및 컨설턴트), 이금수 교사(전 중앙사대부고 교사, 현 대진대학교 입학사정관실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철수 교사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78년 상도여중에서 첫 교직생활을 시작해, 2017년 8월 31일 서울고를 끝으로 40년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했다. 비록 교단은 떠났지만 여전히 교육 일선에서 강남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40년간의 교직생활, 천천히 바르게! 성공하지 마라, 다만 실패하지 마라 김철수 교사는 ‘천천히 바르게!’라는 교육철학으로 학생들을 지도해왔다. 보성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지금은 돌아가신 고3 담임의 ‘성공하지 마라. 성공하지 못하면 실패한다. 다만 실패하지 마라. 실패하지 않으면 다 성공한 거다”라는 말을 제자들에게도 강조해왔다. “저는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면 안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부족한 역량을 가지고 부족하지 않은 듯 최선을 다하면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무리가 가기 때문이죠. 그저 ‘천천히 바르게’ 사는데 교사만한 직업이 없을 것입니다. 40년 교직 첫날부터 저는 학생들 앞에 서는 선생님이었고, 퇴직하는 순간까지 기말고사 문제를 내는 선생님이었죠.” 학생들이 ‘성공한 삶’만 강요받다 보니, 정작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지 교육자로서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을 터. 소통하는 교사가 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40년 중 35년간 담임교사로 재직하며 학생과 소통여전히 학생 옆이 따뜻, 학생들의 골목대장 시절 그리워 김철수 교사는 교직에 몸담으면서 2~3백 권에 달하는 교과서와 참고서를 집필했다. 초기에는 주로 자습서 및 사설 모의고사 문제출제를 했고, 지금은 <급수를 활용한 초등한자(교학사)> 저자이기도 하다. 40년 집필사를 보면 처음 10년간 문학, 다음 10년간 논리적인 글, 그 후 10년간 문법, 마지막 10년간 화법과 작문을 주로 집필하고 가르쳐왔다. “돌아보면 정말 원 없이 쓰고, 원 없이 가르쳤는데요. ‘동행 공감’, 저는 여전히 학생 옆이 따뜻하고 학생들의 골목대장 시절이 그립습니다. 35년간 담임을 맡았고 그중 여학생 반 담임은 중경고에서 한 번, 양재고에서 한 번 했습니다. 대부분 서울고처럼 남학교에 있거나 남녀공학이더라도 주로 남학생 담임을 맡았는데, 남학생들에게는 다소 엄한 편이었어요.”‘골목대장’, ‘엄한 편’이라는 그의 말은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학교라는 공간은 학생들이 ‘생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강약조절을 통해 균형을 맞춰왔다는 얘기다. 교사가 잘못 가르치는 게 문제지공차고 게임한다고 잘못되지 않아 김철수 교사의 교육마인드는 투박한 남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교사로서 다양한 갈림길을 알려주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툭 건드려주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체육시간 후 늦게 들어와 혼나는 것을 보곤 했는데, 이런 학생들치고 좋은 대학 못 간 학생이 없더군요. 아니면 나중에 주례를 서달라거나, 개업했다고 불러놓고 과거 혼났던 기억을 더듬기도 하고요. 하여튼 재미있게들 살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학교는 생의 에너지가 막히지 않게 관리하는 곳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잘못 가르치는 것이 문제지, 게임을 하고 공차고 그래서 잘못되지는 않아요. 학생들은 놀랍게도 스스로 잘 크니까요.”김철수 교사는 이 연장선에서 ‘진학지도’ 얘기도 언급했다. 실로 공감 가는 한 마디다. “어설픈 전문가들은 ‘이 성적으로는 대학에 못 간다’고 쉽게 말해버리는데요. 학생과 학부모들은 상담을 받으러 왔다가 상처받고 되돌아가기 일쑤죠. 그러면 소통이 막히는데 어떻게 지도가 되겠습니까? 이 성적을 가지고도 어떻게 가능한지, 어떻게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하는지 의견을 나누어야 그에 따라 전략을 세우고 노력하지 않겠습니까?”아빠·엄마의 스승이자 아들·딸의 스승어른 눈에만 불안할 뿐 강남학생 잘해내는 세대 84년에 서울고에 부임했던 김철수 교사는 아빠의 스승이었고,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정년퇴직 전 몸담았던 서울고에서 또 다시 그 아들들을 가르쳤다. 지금 상현중학교로 이름을 바꾼 상도여중 졸업생들이 주로 서문여고나 세화여고로 진학했고, 가정을 이뤄 대게 반포동이나 방배동에 살다 보니 엄마들의 스승이기도 하다. “아들의 선생인데, 솔직히 아빠 세대보다 아들 세대가 더 좋았습니다. 아빠 세대들은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지만 그만큼 강박관념이 커서 서로 마음을 잘 열지 못했어요. 경쟁에서 이기면 지배하고, 지면 굴종해야 하는 수직적 문화를 상처처럼 간직하고 있었던 세대였기 때문이죠. 아들 세대는 일단 잘 놀 줄 압니다. 하고 싶은 걸 하고, 못하는 걸 억지로 하기보다는 잘 하는 걸 즐기면서 하는 세대입니다. 좋아서 하고(자기 주도성), 재밌어 하고(흥미성),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고(몰입성), 할수록 요령이 생기고(창의성) 그러니 더 잘할 수밖에요. 때 뭍은 어른들 눈으로는 좀 불안하겠지만, 이런 학생들이 강남 학생들이라고 생각합니다.”김 교사는 ‘불안감 때문이기는 하겠지만 자신(혹은 지인)의 성공 모델로 자녀들을 억압하진 않는지 항상 조심해야 한다’며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강남지역 교사들에게 전하는 쓴 소리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학생을 보라 교사의 자리는 소설에서 말하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김철수 교사. 교육과 진학지도를 아우르는 교사들에게 마지막으로 뼈있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섣불리 가르치려 들지 말고, 전지적 시점으로 학교생활기록부를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합니다. 학생부에는 교사가 어떻게 가르쳤는지 소개하고, 그랬더니 학생이 어떻게 역할을 수행하더라는 내용을 기록해야 합니다. 주요 과목이라거나 뭐가 중요하다는 섣부른 기준으로 학생을 판정하지 말기 바랍니다. 타성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준비 안 된 수업을 하거나 잘못 가르치느니 차라리 자습을 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김철수 교사는 강남지역 학부모들은 대부분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 저절로 사회적 성취를 중요시하게 마련이지만, 교육의 본질을 잊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학부모들의 수요에 따라 교사가 공학적인 면에서 전문가이기도 해야 하지만, 엄밀히 말해 제 고객은 학부모가 아니라 학생이기 때문에 그들이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끌어주어야 합니다. 지위보다 역할, 경쟁보다는 공존의 DNA를 심어주어야 합니다.” 2018-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