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주도 합병 막판 걸림돌

노조 강력 반발, 코메르츠뱅크 이사회에 상정안해

지역내일 2000-12-13 (수정 2000-12-13 오후 1:41:52)
정부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은행간 합병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주택·국민은행간 합병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지만 두은행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한빛·외환은행간
합병도 12일 저녁 독일 코메르츠뱅크 이사회에 안건이 상정되지 않아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하나·
한미은행간 합병추진도 한미은행 대주주인 칼라일측의 입장 보류로 아직까지 장담할 수 없고, 광주
경남은행이 어떤 지주회사에 통합될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국민·주택은행 합병=김정태 주택은행장은 12일 직원 사내게시판에서 은행합병에 대한 언론보도
와 관련하여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 행장은 “국민은행을 비롯한 우량은행과의 합병을 위한 다각
적인 방안을 강구한 바 있다”고 합병 논의를 인정했다.
이근영 금융감독원 위원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통합의 시너지효과에 대해
서는 일반인과 전문가들의 시각이 다르다”며 “한국경제연구원 등 국내외 연구소들은 시너지효과
가 있다고 분석했다”고 말해 국민·주택은행의 합병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있음을 시사했다. 이
와 관련, 정부 다른 관계자도 “국민·주택은행간 통합 협의가 상당부분 진행된 게 사실”이라며
“국민은행이 먼저 통합 제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우리 은행산업은 기본적으로 오버뱅킹(Over Banking)이 문제”라고 말해 차제에 과감
한 은행구조조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두은행 노조가 국민·주택은행의 통합구도가 오버뱅
킹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면 강력 반발하고 직원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
인다.
정부는 국민·주택은행이 성사된 후 이들이 원한다면 경남은행이나 광주은행을 이 지주회사에 편입
시키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빛·외환은행 합병=당초 두 은행의 통합여부가 12일 저녁 독일 코메르츠뱅크 이사회에서 사실상
결정될 예정었지만 안건에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한빛은행주도의 지주회사에 외환
은행의 합류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통합 발표는 일정상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는 한빛·외환은행의 정부주도 금융지주회사 편입을 통한 통합이 확정되면 평화은행과 경남은행
도 이 지주회사에 편입시킬 방침이다. 평화은행의 경우 신용카드사업을 SK그룹에 매각할 경우 감자
없이 지주회사에 편입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
았으나 금융지주회사에 편입시키는 방안이 기본방침이다. 하지만 국민·주택은행이나 하나·한미은
행 등 우량은행과 통합의사가 있을 경우 기회를 줄 방침이다.
◇하나·한미은행 합병=두은행의 합병이 예상 밖의 난항을 겪고 있다. 한미은행의 대주주인 미국 칼
라일컨소시엄측이 합병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시간을 끌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
지고 있다. 이들 은행 합병의 키를 쥐고 있는 김병주 칼라일아시아회장은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대
해 ‘예스(Yes)’라고 말한 적이 없으며 하나은행이 우리 결혼상대라고 고집한 적도 없다”고 발을
빼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은 “연내에 끝내겠다고 말한적이 없으며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다”며 “검토할 생각
이 아직 많다”고 말해 연내 합병 성사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조흥·지방은행 합병=조흥은행은 앞으로 1~2년동안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한 후 보험, 종금
등 다른 금융업종과의 금융지주회사를 추진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방은행의 구
조조정에 동참할 것을 권유할 경우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중에서 나돌고 있는 것처
럼 광주은행과의 통합을 협의한 적이 없으며 설사 정부가 지방은행과의 통합을 권유할 경우 경남은
행 등 다른 은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대구 부산은행 등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은행들은 자체 생존방안을 모
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 은행은 지방은행으로 독자생존하든지, 자신들이 원할 경우 우량은행들
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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