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기 기자의 법률상식(49) 증여금

연인 사이 금전 거래

지역내일 2003-12-05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결혼자금, 한때 사랑했던 사람 사이에서 발생했던 금전 거래 등을 나중에 다시 돌려 받을 수 있을까.
사실상 이러한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들 간의 금전이 오간 것은 대부분 증여로 보기 때문에 회수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증여는 당사자의 일방(증여자)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준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상대방(수증자)이 그것을 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다.
지난 4일 법원은 A(64) 씨가 며느리였던 B(31)씨를 상대로 “결혼할 때 전세방을 구하라고 준 돈 5000만원을 갚으라”며 제기한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이유는 아버지가 집을 살 때 준 돈은 대여금으로 볼 수 없고 증여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결혼할 때 보통 남자가 부담하는 집 장만 비용은 남자의 아버지가 어느 정도 내주는 게 사회의 보편적 관례인 만큼 며느리에 대한 대여로 보기 어렵다
고 판단, 소송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남녀 관계에서는 어떨까. 얼마 전 법원에서는 과거 사귀던 여성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조건 없이 돈과 선물을 주었다 구애가 거부당하자 돈을 갚으라며 소송을 낸 A(44) 씨에 대해 “이유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 씨는 지난 99년 말 알게 돼 호감을 갖게된 B씨(여·37)가 친구와 함께 술집을 개업하자 “가게를 차리느라 진 빚을 갚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2000만원을 건네준 뒤 결혼을 요구했다.
이후 A 씨는 B 씨로부터 청혼이 거부되자 자신이 준 돈을 상환할 것을 요구해 2000만원을 돌려 받았다.
하지만 그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지속적인 관계를 원하며 아무런 대가 없이 2500만원을 줬지만 끝내 마음을 돌리는 데 실패했다. 그러자 채무상환 각서를 받은 데 이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는 환심을 사기 위해 돈을 줬다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자 화가 나 각서를 작성케 한 것으로 인정되고, 금전소비 대차약정에 따라 돈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소송을 기각했다.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법관들은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금전거래에서는 최악의 경우를 고려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민사소송에서는 소송을 제기한 자가 입증해야 하는 대원칙이 있기 때문에 금전거래에 대한 입증자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도움말: 대법원="" 김대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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