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대치’ 국회, 법안 심의 똑바로 하라
박상철 경기대학교 교수·헌법학
제16대의 마무리 국회가 몹시 혼란스럽다. 암만 생각해도 대통령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안은 대선불법자금수사 호도용에 불과하거늘 국회내 다수결의 위력은 국론분열에 성공한 듯 하다. 또 얼마전부터는 개헌을 논의하고 있다. 55년과 9차에 걸친 대한민국 헌법개정 역사에 있어서 임기말의 국회의원들이 개헌을 제기한 예는 초유의 일이다. 제16대 국회의 혼란과 갈등이 너무 개탄스럽다.
몇 해전 클린턴 전미국 대통령이 발의한 「범죄예방법」을 놓고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지루하게 계속되자 한 주간지의 사설에 ‘…많은 미국인들은 그들이 선출한 대표들이 국민의 일을 처리하지 않을 때 안도감을 느낀다’라는 내용의 글이 실린적이 있었는데, 이는 국회에 대한 통렬한 질책으로서 국회의 무용론을 뛰어 넘은 유해론에 해당되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국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행정권력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너무 무기력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여소야대의 장기화 현상은 새로운 신종국회병을 발병시켰다. 소극적으로는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빙자한 ‘방탄국회병’이요, 적극적으로는 입법권의 한계를 뛰어 넘는 ‘다수결횡포병’이다.
국회의 입법권한이 다수결의 원칙앞에 무한정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을 만들어서는 아니될 것이지만,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현실과 무관한 입법을 해서도 안될 것이다.
예를 들어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의 경우 낮은 법정선거비용을 책정하여 바람직한 ‘저비용의 정치현장’을 희망하여 입법하였으나 현실적으로는 당선가능한 입후보자 대부분이 선거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여소야대 방탄국회, 다수결 횡포 만연
그리고 과거 「가정의례에관한법률」(1994년 7월 개정됨)은 결혼청첩장을 내는 것과 초상집에서 술과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규제함으로써 허례허식을 일소하고 건전한 미풍양속을 조성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상주의 낙심과 건강을 위로하러 간 조문객들이 술과 도시락을 싸들고 갈리 만무하기에 이 법률은 아무도 지키지 않게 되었다.
이는 우리의 입법태도 가운데 지킬만한 법을 만들려는 것보다는 바람직한 법을 만들려는 강한 욕구에서 비롯된 것으로써 자칫 사회현실과 법규범간의 괴리가 커져 법조문의 사문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금지사항이 묵인되고 있는 법현실은 일반국민 사이에 법이라는 규범이 ‘꼭 지켜야만 되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반법치주의적 사고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법률명을 정할 때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연전 「국민건강증진법」이 제정되었을 때 필자는 ‘국가에서 인삼, 녹용을 싼 값에 주려나 보다’라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는데, 법률명을 그럴싸하게 만들려는 명분론적 입법자세 또한 향후 반드시 일소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금연법’하면 체인 스모커들은 한번이라도 더 이 법을 찾아 보게 될 것이 아닌가.
실질적이고 정성스런 입법자세가 요청되는 대목이다. 현재 국회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재조명하기 위한 법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는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혁명군의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안」도 포함돼 있다. 동학농민혁명은 100년이 훨씬 넘은 역사적 사건으로서 학계에서 활발히 문제제기하여 객관적으로 정리하면 명예회복될 문제를 국회의 장으로 끌고 온 것부터가 문제다. 이는 특정지역의 선심성 입법 내지 6·25전쟁 전후의 함평·거창·여수·순천 등의 사건규명의 법적 성격과 혼동한 수준 이하의 법률제안이다.
그리고 국회의 입법권 행사는 국가개조라는 경건한 작업이므로 헌법위배적이고 독선적이며 비현실적이고 선심적인 작업자세가 있다거나 치밀하지 못하여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입법과 국가기관간의 분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법률은 만들어선 안될 것이다.
입법권은 국가개조작업, 세심한 심의를
예를 들어 국적법에서 국적회복허가금지의 요건으로서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와 같은 표현은 지극히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여 법집행당국의 자의적 적용가능성이 다분한 규정이다. 그리고 감사원법 제24조는 감사원의 직무감찰의 대상에서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을 제외한다’고 규정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무원을 감사원의 직무감찰대상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기에 실제로 선관위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직무감찰을 시도하는 감사원과 이를 거부하는 선관위간의 알력이 빚어지는 원인제공을 하고 있다.
요컨대 바둑에서 마무리가 중요하듯이 제16대 막바지 국회에서도 입법 마무리를 잘하는 정당이나 국회의원들이 제17대에도 국회에 많이 등원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을 규정짓고 있는 법률은 총 1050여개에 불과하다. 어느 법률 하나에도 소홀함이 없이 제16대 국회가 입법적 마무리를 잘해주길 당부한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교수·헌법학
제16대의 마무리 국회가 몹시 혼란스럽다. 암만 생각해도 대통령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안은 대선불법자금수사 호도용에 불과하거늘 국회내 다수결의 위력은 국론분열에 성공한 듯 하다. 또 얼마전부터는 개헌을 논의하고 있다. 55년과 9차에 걸친 대한민국 헌법개정 역사에 있어서 임기말의 국회의원들이 개헌을 제기한 예는 초유의 일이다. 제16대 국회의 혼란과 갈등이 너무 개탄스럽다.
몇 해전 클린턴 전미국 대통령이 발의한 「범죄예방법」을 놓고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지루하게 계속되자 한 주간지의 사설에 ‘…많은 미국인들은 그들이 선출한 대표들이 국민의 일을 처리하지 않을 때 안도감을 느낀다’라는 내용의 글이 실린적이 있었는데, 이는 국회에 대한 통렬한 질책으로서 국회의 무용론을 뛰어 넘은 유해론에 해당되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국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행정권력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너무 무기력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여소야대의 장기화 현상은 새로운 신종국회병을 발병시켰다. 소극적으로는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빙자한 ‘방탄국회병’이요, 적극적으로는 입법권의 한계를 뛰어 넘는 ‘다수결횡포병’이다.
국회의 입법권한이 다수결의 원칙앞에 무한정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을 만들어서는 아니될 것이지만,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현실과 무관한 입법을 해서도 안될 것이다.
예를 들어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의 경우 낮은 법정선거비용을 책정하여 바람직한 ‘저비용의 정치현장’을 희망하여 입법하였으나 현실적으로는 당선가능한 입후보자 대부분이 선거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여소야대 방탄국회, 다수결 횡포 만연
그리고 과거 「가정의례에관한법률」(1994년 7월 개정됨)은 결혼청첩장을 내는 것과 초상집에서 술과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규제함으로써 허례허식을 일소하고 건전한 미풍양속을 조성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상주의 낙심과 건강을 위로하러 간 조문객들이 술과 도시락을 싸들고 갈리 만무하기에 이 법률은 아무도 지키지 않게 되었다.
이는 우리의 입법태도 가운데 지킬만한 법을 만들려는 것보다는 바람직한 법을 만들려는 강한 욕구에서 비롯된 것으로써 자칫 사회현실과 법규범간의 괴리가 커져 법조문의 사문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금지사항이 묵인되고 있는 법현실은 일반국민 사이에 법이라는 규범이 ‘꼭 지켜야만 되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반법치주의적 사고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법률명을 정할 때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연전 「국민건강증진법」이 제정되었을 때 필자는 ‘국가에서 인삼, 녹용을 싼 값에 주려나 보다’라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는데, 법률명을 그럴싸하게 만들려는 명분론적 입법자세 또한 향후 반드시 일소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금연법’하면 체인 스모커들은 한번이라도 더 이 법을 찾아 보게 될 것이 아닌가.
실질적이고 정성스런 입법자세가 요청되는 대목이다. 현재 국회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재조명하기 위한 법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는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혁명군의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안」도 포함돼 있다. 동학농민혁명은 100년이 훨씬 넘은 역사적 사건으로서 학계에서 활발히 문제제기하여 객관적으로 정리하면 명예회복될 문제를 국회의 장으로 끌고 온 것부터가 문제다. 이는 특정지역의 선심성 입법 내지 6·25전쟁 전후의 함평·거창·여수·순천 등의 사건규명의 법적 성격과 혼동한 수준 이하의 법률제안이다.
그리고 국회의 입법권 행사는 국가개조라는 경건한 작업이므로 헌법위배적이고 독선적이며 비현실적이고 선심적인 작업자세가 있다거나 치밀하지 못하여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입법과 국가기관간의 분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법률은 만들어선 안될 것이다.
입법권은 국가개조작업, 세심한 심의를
예를 들어 국적법에서 국적회복허가금지의 요건으로서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와 같은 표현은 지극히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여 법집행당국의 자의적 적용가능성이 다분한 규정이다. 그리고 감사원법 제24조는 감사원의 직무감찰의 대상에서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을 제외한다’고 규정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무원을 감사원의 직무감찰대상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기에 실제로 선관위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직무감찰을 시도하는 감사원과 이를 거부하는 선관위간의 알력이 빚어지는 원인제공을 하고 있다.
요컨대 바둑에서 마무리가 중요하듯이 제16대 막바지 국회에서도 입법 마무리를 잘하는 정당이나 국회의원들이 제17대에도 국회에 많이 등원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을 규정짓고 있는 법률은 총 1050여개에 불과하다. 어느 법률 하나에도 소홀함이 없이 제16대 국회가 입법적 마무리를 잘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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