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지역내일 2003-10-22
고위 공무원 재테크는 ‘원시적’

내일신문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재산을 공개한 고위 공무원의 부동산 보유내역을 보도했다. 예상대로 절반 가까이가 강남 부동산 소유자였고 5명 중 1명은 부동산을 3건 이상 갖고 있었다.
하지만 주식 보유액을 들춰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50억대 부동산을 자랑하는 모 공무원의 주식 보유액은 KT 3400주가 전부였다. 심지어 40억대 부동산 재력가인 산자부 공무원과 30억대 부동산을 보유한 금융관련 인사의 주식 보유 내역은 ‘0’원. 직계가족 유가증권 보유액을 모두 합한 금액이 그렇다. 다른 공무원의 주식 보유액도 부동산에 비해서는 현저히 적었다. 가히 부동산 공화국이라 불릴만했다.
강남 아파트 1채 외에 여타 지역 부동산까지 보유한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상속’ 또는 ‘노후 대비용’ 등을 이유로 말하면서 “나이에 비해 많은 금액은 아니잖느냐”고 해명했다. 실제 그렇게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주식은 왜 ‘지나치리만큼 적은 금액’만 보유하고 있을까. 두 가지 가설이 가능하다. 조상들이 주식을 상속하지 않았거나 노후 대비용으로 부동산보다 가치가 떨어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올 들어 주식 고객예탁금과 거래대금은 계속 줄어왔다. 부동자금은 400조가 넘는데도 주식시장으로 신규 자금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반면 부동산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뛰었고 연이은 정부 대책에도 손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물론 주식은 여러 재테크 수단 가운데 하나다. 수익성이 낮아 보이면 투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판단은 각자 몫이다. 하지만 고위 공무원이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만을 선호하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지난 4일 증권·투신사 사장단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도 개선을 건의하자 정부 당국자는 “좋은 상품 개발에나 힘쓰라”며 면박을 줬다. 좋은 금융상품이 개발되면 고위 당국자들은 부동산을 버리고 주식시장으로 건너올까. 증권업계 사장단은 한시바삐 좋은 금융상품을 시장에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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