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채우느라 금융시스템 마비

경제전문가 “BIS 규제 탄력적 적용” 한목소리

지역내일 2000-12-08 (수정 2000-12-08 오후 2:04:05)
은행 연말결산을 앞두고 금융권의 몸사리기가 극심해지면서 금융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되고 있다. 은
행은 신규대출을 줄이고 있어 기업들의 연말자금으로 바닥을 보이는 등 비상이다. 시중 자금경색 현
상이 심화되고 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연말까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10%까지 올려야하는 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꺼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연말까지 BIS비율을 높여야하기 때문에 신규
대출을 꺼리고 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시중자금이 급격히 경색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
고 밝혔다.
일부은행 들은 벌써 연말까지 신규대출을 중단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하고 각 지점에 대출자제를 지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정책 시스템 회복보다 편법 동원=정부정책도 금융시스템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일
고 있다. 정부는 근본적인 금융시스템을 복원하려는 노력보다는 편법인 채권펀드를 통한 기업자금
대출 정책을 펴고 있다. BIS자기자본 10%를 은행에 맞추라고 주장하는 한편 프라이머리 CBO 발행을 의
무적으로 할당해 은행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중우량은행들도 정부가 강행하려는 채권펀드 조성에
는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운용할 자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예금은 8조원이
나 늘었다. 은행들은 “빌려달라는 기업은 많지만 빌려줄 만한 곳이 없다”고 말한다.
이 여유자금을 가진 은행들은 BIS 비율 기준을 맞추기 위해 안전한 운용처를 찾고 있다. 이 때문에 은
행들은 신규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시중 부동자금은 안전한 국고채 시장으로만 몰리고 있다. 국공
채 등 무위험 자산에만 자금을 운용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기
업들의 자금난이 더욱 가중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지표금리와 실세금리와의
괴리현상이 심회되는 등 자금시장이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당국에 화살=전철환 한은 총재는 “당면한 금융시장 경색현상은 유동성은 충분한데 금융시스
템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며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내년초까진 금융 불균
형 현상이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15조원에 달한다. 연말에 자금수요가 많
은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금융기관들이 자신의 구조조정
때문에 자금운영을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은행권을 겨냥해 비판의 화살을 보냈다. 반면 시중은행
들은 BIS비율에 연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정부당국에 화살을 돌렸다.
◇기업 자금경색 1차 해결책은 BIS비율 탄력적 운용=경제 전문가들은 “최근의 경제상황은 금융경색
의 지속으로 인한 경제위기 국면으로 진단”하고 “최근 붕괴되고 있는 금융시스템을 복원하기 위해
서는 BIS비율 규제를 탄력적 운용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7일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한국경제, 활로는 있는가’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토론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BIS비율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려대 박경서 교수는 “BIS비율 규제는 금융시장에 부실의 조짐이 보일 때 필요한 장치로 금융산업
전체가 부실화한 상태에서 구조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사용하기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BIS비율을 한시적으로나마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김동원 논설위원은 “정부와 금융기관, 기업상호간에 신뢰체계가 회복되어야 자금흐름이
원활해 질 것이고 BIS비율의 적용에 있어서도 신축적으로 운용의 묘를 발휘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연세대 정갑영 교수도 BIS 비율의 한시적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성현 기자
sh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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