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의혹마다 검찰수사 제자리

아세아종금·진승현 사건 “물증이 없다”… 주요 피의자 도피

지역내일 2000-12-07 (수정 2000-12-07 오후 3:13:11)
MCI코리아 부회장 진승현(28)씨의 비자금 조성의혹 사건이 원점을 맴돌면서 이번 사건도 아세아종금
비자금의혹 사건과 마찬가지로 숱한 의혹을 뿌리고 있다. 외형상 두 갈래 사건이지만 큰 줄기로 결
국 한 몸통 사건인 이번 사건들은 정·관계 로비의 물증은 없이 소문만 무성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검찰은 아세아종금의 경우 주요 피의자들이 해외로 도피했거나 잠적중이고 진씨 사건은
비자금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데다 로비 자금도 현금을 주로 사용해 추적이 어렵다고 밝히고 있
다.
△아세아종금 비자금= 우선 대한방직 명예회장인 설원식(78·기소중지)씨 등 설씨 일가만 검찰 수사
의 칼날에 비껴 서 있다는 사실이 의혹을 낳고 있다. 이들은 아세아종금의 대주주인 대한방직이 신용
도 악화와 자금난으로 퇴출대상에 몰리자 1600억원 상당의 불법대출을 일으켰고 이를 무마하려고 정
·관계 로비를 벌였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 신인철(59·당시 감사)씨 등 소위 깃
털급 10여명이 13억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을 뿐 그 배후인 설씨 일가들은 사건이 본격화
되자 해외 등지로 도피해버렸다.
이 가운데 비자금 조성에 핵심 열쇠를 쥔 자금담당 전무 설현기(기소중지)씨의 행적이 의혹을 불러일
으키고 있다. 설씨는 신씨와 함께 아세아종금 13억 비자금 조성에 깊숙히 개입한 인물로 올 5월 자금
담당 전무로 승진, 사실상 아세아종금의 자금줄을 장악한 실세로 파악됐으나 검찰수사 착수시점인
올 8월말 잠적했다. 또 설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대한방직 회장인 설 범씨에 대한 검찰의 석연치않은
신병처리도 의문을 사고 있다. 설씨는 올 9월 5일 금감원이 검찰에 수사의뢰한 명단에 올라있었으나
불법대출에 대해 “아버지가 한 일이라 자신과 무관하다”고 진술, 처벌대상에서 제외됐다.
△진승현 비자금=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흔적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지만 결정적 물증확보가 안
돼 수사가 사실상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진씨의 로비스트 김삼영(42·구속)씨가 주장한 100
억 비자금설은 검찰의 자금추적과 사용처 수사가 계속되고 있어 뇌관으로 남아 있다. 김씨가 “4·
13 총선을 전후해 여야 정치인에게 거액의 자금을 뿌렸다”는 얘기를 진씨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한 점
도 주목된다.
검찰은 김씨를 진씨의 구명을 위해 검찰 주변을 맴돈 전형적인 사건 브로커로 치부하고 있다. 김씨
진술에 신빙성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김씨와 진씨와 올 6월 부동산 신탁회사 투자 관계로 만
난 사업파트너로 관계를 맺었고 김씨의 진술이 정황상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예단을 갖고 김
씨의 주장에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진씨의 정치권에 대한 구명 활동 과정에서 배달사고를 일으킨 여권인사가 상당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이렇다할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윤주식 기자 yjs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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