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남짓된 아이들이 그린 그림에 폭탄을 퍼붓는 미군기만 가득했습니다. 어린 그들의 머릿속엔 참혹한 전쟁만이 자리잡은 것이지요” 지난달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어린이를 위한 평화학교를 개최한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부장 박지만(31·여)씨.
기아대책기구가 평화학교를 열자 이라크 어린이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문닫은 학교와 포연이 가득한 도시 골목을 방황하던 아이들에게 평화학교는 구세주였던 셈이다. 200명으로 정원을 제한했지만 몰려드는 아이들 앞에서는 아무 소용도 없었다.
글짓기와 그림 그리기, 운동회 정도가 일정의 전부였던 평화학교에서 보여준 아이들의 모습은 눈물겨웠다는게 박씨의 전언.
그림에는 전쟁과 독재의 상처만이 남아있었고 보잘것없는 상품을 타기 위해 치마 입은 소녀들까지 줄넘기며 달리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박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한 이라크 소녀는 미군의 폭격으로 자기 집이 무너지고 가족들이 탈출하던 장면을 또박또박 전해줘 기구 식구들의 눈물을 뽑았다”고 말했다.
최근 이라크는 전쟁 직후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한다. 미국이 독재자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을 때 가졌던 기대감은 점차 문 밖을 나서기가 무서운 치안 불안으로 인해 적개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
“평화학교 마지막날 운동회를 열면서 만국기를 걸었는데 우연찮게 성조기는 있었던 반면 이라크기가 눈에 띄지 않았지요. 그러자 아이들이 만국기를 강제로 끌어내려 아주 곤혹스러웠습니다” 독재정권 아래서 이뤄진 교육 탓이기도 하지만 미국에 대한 이라크 부모들의 감정이 아이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반영된 결과였다는게 박씨의 설명이다.
이라크인에게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박씨는 한마디로 ‘Good’이라고 전한다. 어느 나라 수도 못지않게 잘 닦인 바그다드의 도로는 상당부분 국내 기업의 작품이라는 것. 거리에도 국내 대기업의 간판이 넘친다고 한다. 때문에 이라크인에게 한국은 선망의 땅이고 가까운 이웃이라는게 박씨의 설명이다.
한국이 수천명의 전투병을 파병한다면 이라크인들의 반응은 어떨지 물어봤다. “지금처럼 해만 지면 집 밖으로 나올수 없고 알리바바(이라크에서 도둑을 의미)가 넘치는 치안공백 상태를 막아줄수 있다면 전투병이라도 보내야되는 것 아닐까요” 의외의 답변이다.
하지만 박씨는 전투병 파병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바램은 이라크인의 고통을 한시라도 빨리 덜어줬으면 하는 절박감의 다른 표현이라고 덧붙인다. “행여 전투병 파병에 동의한다고 오해하시면 안되요. 그만큼 이라크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을 한국민이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하는 것입니다”
기아대책기구는 이라크인들을 돕기 위한 의료활동과 학교 재건 운동 등을 꾸준히 벌여왔다. 오는 11월부터는 가정이 어렵거나 학교 생활에 적응 못하는 아이들을 모아 야학을 연다는 계획이다. 박씨는 “더 많은 이라크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선 독지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국내 태풍피해까지 겹치는 바람에 도움의 손길이 거의 끊긴 상태입니다”고 전했다. 파병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램은 한국민의 무관심도 한몫했던 셈이다.
올해 서른 한 살인 박씨는 대학졸업 직후인 지난 97년부터 국내외 곳곳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생사를 넘나드는 이라크행을 결심했을 때는 가족들의 반대도 적잖았다는 것.
박씨는 “대책기구 활동의 주인공은 이름없는 다수의 후원자분들이며 전 이를 대리하는 조연에 불과합니다. 저는 세계 방방곡곡에 평화와 안식이 깃들때까지 조연으로서 열심히 일할 뿐입니다”고 잔잔한 미소를 남겼다.
/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기아대책기구가 평화학교를 열자 이라크 어린이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문닫은 학교와 포연이 가득한 도시 골목을 방황하던 아이들에게 평화학교는 구세주였던 셈이다. 200명으로 정원을 제한했지만 몰려드는 아이들 앞에서는 아무 소용도 없었다.
글짓기와 그림 그리기, 운동회 정도가 일정의 전부였던 평화학교에서 보여준 아이들의 모습은 눈물겨웠다는게 박씨의 전언.
그림에는 전쟁과 독재의 상처만이 남아있었고 보잘것없는 상품을 타기 위해 치마 입은 소녀들까지 줄넘기며 달리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박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한 이라크 소녀는 미군의 폭격으로 자기 집이 무너지고 가족들이 탈출하던 장면을 또박또박 전해줘 기구 식구들의 눈물을 뽑았다”고 말했다.
최근 이라크는 전쟁 직후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한다. 미국이 독재자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을 때 가졌던 기대감은 점차 문 밖을 나서기가 무서운 치안 불안으로 인해 적개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
“평화학교 마지막날 운동회를 열면서 만국기를 걸었는데 우연찮게 성조기는 있었던 반면 이라크기가 눈에 띄지 않았지요. 그러자 아이들이 만국기를 강제로 끌어내려 아주 곤혹스러웠습니다” 독재정권 아래서 이뤄진 교육 탓이기도 하지만 미국에 대한 이라크 부모들의 감정이 아이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반영된 결과였다는게 박씨의 설명이다.
이라크인에게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박씨는 한마디로 ‘Good’이라고 전한다. 어느 나라 수도 못지않게 잘 닦인 바그다드의 도로는 상당부분 국내 기업의 작품이라는 것. 거리에도 국내 대기업의 간판이 넘친다고 한다. 때문에 이라크인에게 한국은 선망의 땅이고 가까운 이웃이라는게 박씨의 설명이다.
한국이 수천명의 전투병을 파병한다면 이라크인들의 반응은 어떨지 물어봤다. “지금처럼 해만 지면 집 밖으로 나올수 없고 알리바바(이라크에서 도둑을 의미)가 넘치는 치안공백 상태를 막아줄수 있다면 전투병이라도 보내야되는 것 아닐까요” 의외의 답변이다.
하지만 박씨는 전투병 파병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바램은 이라크인의 고통을 한시라도 빨리 덜어줬으면 하는 절박감의 다른 표현이라고 덧붙인다. “행여 전투병 파병에 동의한다고 오해하시면 안되요. 그만큼 이라크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을 한국민이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하는 것입니다”
기아대책기구는 이라크인들을 돕기 위한 의료활동과 학교 재건 운동 등을 꾸준히 벌여왔다. 오는 11월부터는 가정이 어렵거나 학교 생활에 적응 못하는 아이들을 모아 야학을 연다는 계획이다. 박씨는 “더 많은 이라크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선 독지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국내 태풍피해까지 겹치는 바람에 도움의 손길이 거의 끊긴 상태입니다”고 전했다. 파병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램은 한국민의 무관심도 한몫했던 셈이다.
올해 서른 한 살인 박씨는 대학졸업 직후인 지난 97년부터 국내외 곳곳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생사를 넘나드는 이라크행을 결심했을 때는 가족들의 반대도 적잖았다는 것.
박씨는 “대책기구 활동의 주인공은 이름없는 다수의 후원자분들이며 전 이를 대리하는 조연에 불과합니다. 저는 세계 방방곡곡에 평화와 안식이 깃들때까지 조연으로서 열심히 일할 뿐입니다”고 잔잔한 미소를 남겼다.
/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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