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웅 미국 대외정책 전문가
- 비극의 해결은 미국의 점령체제 소멸에 있다.
잘 나가던 부시가 사방이 꽉 막힌 처지가 되고 있다. 이라크 점령정책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누구의 눈에도 확실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서 동원했던 온갖 거짓말들은 하나하나 그 진상이 폭로되고 있고, 대선의 시동이 걸린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정치적 공격은 날로 날카로워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라크에서 미군들이 매일 죽어나가고 있다는 현실이다. 다른 것들이 아무리 문제가 된다 해도 바로 이 미군의 희생이 없다면, 부시는 그나마 버틸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장에, 병사들의 가족들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가장 강력한 전쟁 지지 세력이었던 이들의 반발은 부시정권에게 최대의 곤혹스러움이다. 언제 어떻게 희생당할지 모를 전장(戰場)의 현실 앞에서, 미군 병력의 추가 투입은 생각하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이런 식의 희생이 중지되지 못할 경우 부시 정권은 이른바 <베트남 신드롬="">의 사회적 공세 앞에서 손들고 말 수밖에 없게 된다.
<베트남 신드롬="">이란 무엇인가? 베트남 전선에서 미 지상군의 날로 늘어나는 희생으로 일반 미국인들의 전쟁 반대가 확산되면서 결국에는 패배를 자인하고 전선에서 후퇴, 철군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현상이다. 그것이 반복되려는 것이다. 하여, 미 언론들은 <빠른 승리,="" 피비린내="" 나는="" 평화(quick="" victory,="" bloody="" peace)="">라는 제목으로 오늘의 이라크 정정을 인식하고 있다. 유혈의 늪 속에 빠지고 있는 미국의 악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파병은 이라크 민중들의 가슴에 비수를 꼽는 일
현재 미 전역에 걸쳐 이라크 전선에 대한 우려는 깊어가고 있는 중이다. 애초부터 잘못된 전쟁이었다는 비난에서부터, 전략의 오류에 의한 희생의 증가라는 방법론상의 문제제기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에 대한 전투병 파병 요구가 등장한다. 그것은 제1차 파병 때처럼 전쟁 이후의 후속 잡무 처리와 관련된 비 전투적 분야에 대한 부담이 아니다. 전쟁의 종결이 아닌, 전쟁의 지속과 전선의 확산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다. 결국, 대신 죽으라는 이야기 말고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자신들의 곤경을 수습할 <총알받이용 목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군의 희생에 대한 제국주의적 해결책인 셈이다.
침략전쟁이라는 전쟁범죄를 일으킨 제국의 정복과 학살에 가담하라는 것도 가당치 않거늘, 이러한 요구에 머리를 숙이는 순간, 우리 민족의 생사는 경각의 지경에 달하게 된다. 동맹, 다국적군 지휘를 비롯하여 기타 경제적 이익 등 온갖 논리와 명분, 계산, 유혹으로 가려진 엄연한 진실은 우리의 젊은 생명이 아메리카 제국의 점령정책이 가져온 비극의 자리에 끌려가 죽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에 더하여 자신의 나라를 침략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이라크 민중들의 가슴에 비수를 꼽는 일을 우리가 하게 된다는 현실이다. 이것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인류적 범죄행위이다.
오늘날 이라크 전쟁은 <해방전쟁의 단계="">로 진행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체제의 붕괴 이후 새로운 이라크 재건은 이라크 인 자신의 손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식민정권 수립에 주력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자 미군정과 이들에 손아귀에 투항한 친미주의자들에 대한 이라크 민중들의 공격은 그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침략전쟁에 총알받이로 희생돼야 하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테러일지 모르나, 이라크 민중들의 입장에서는 해방을 위한 무력항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조차 향후 이라크 전선은 이라크 인 모두를 상대해야 할지 모른다는 토로를 하고 있는 것은, <이라크 독립투쟁="">의 전선확대를 우려함을 의미한다.
오늘날 이라크의 비극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그것은 미국의 군사적 점령에 그 근본적 원인이 있다. 이라크 인들의 자주적 역량을 멸시하고 국가건설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점령의 폭력적 현실을 유지하려는 상황이 도전받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면 이는 엄청난 오산이다. 아랍의 민족해방투쟁사는 그것을 여실히 증명하고도 남는다.
점령이 종식되고 미군의 철수하면, 남은 문제는 이라크인들 자신의 손에 의한 정치적 선택과 이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미국의 점령체제가 어떠한 형태로든 지속되는 한, 우리의 파병은 우리 자신을 제국의 하수인으로 만드는 길이 될 뿐이다. 제국의 하수인에게 주어진 운명은, 제국의 통치자가 죽으라면 죽는 것 밖에 다른 것이 없다. 우리가 지금 과연 그것을 원하고 있는가?이라크>해방전쟁의>총알받이용>빠른>베트남>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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