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병 파병 국회의원 1차 설문조사

여론악화에 ‘파병반대’ 의원 늘어

지역내일 2003-09-17
16일 본지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상당수 의원들은 아직까지 정부입장과 당론, 국민여론을 지켜보며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사태를 관망하며 입장표명을 유보해 오던 국회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조심스럽게 찬반입장을 개진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설문에 응답한 의원 77명 가운데 40%가 넘는 32명이 ‘파병 반대’입장을 밝힌 반면 ‘찬성’입장을 보인 의원은 25% 수준인 19명에 머물렀다. 그러나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입장표명을 유보한 의원들도 세명 가운데 한명 꼴(34%)인 26명으로 조사돼 향후 국민여론이 어떻게 조성되느냐가 결정적 관건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42%가 파병반대= 파병반대 의견을 밝힌 의원 가운데는 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이뤘다. 김홍신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5명과 한나라당을 탈당해 신당을 추진 중인 이우재 김영춘 의원, 김근태 배기선 송영길 등 18명의 민주당 의원이 적극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만섭 이규택 의원 등 7명은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반대하지만 당론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대 입장을 보인 의원들은 정부가 미국 요청에 따라 전투병을 파병할 경우 명분과 실리 모두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김근태 의원은 “명분도 빈약할 뿐 아니라 중동권의 반발과 미국 대선 결과의 유동성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인 국익에도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민주당 김성호 의원도 “이미 이라크 전쟁은 명분없는 미국의 일방적 침략전쟁임이 판명됐다”며 “한국이 파병할 경우 침략군의 일원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매우 크고 베트남전 처럼 추가파병과 대량희생이라는 악순환에서 헤어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조심스레 반대입장을 밝힌 김원기 의원은 “여론이 매우 좋지 않으므로 신중히 대처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며 “파병하지 않고 한미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한나라당 김영춘 의원은 “유엔 결의도 없는 상태에서 파병은 명백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그러나 “정부가 미국과의 거래관계를 소상히 밝히지 않고 있는 등 투명하지 못하다”고 비판하고 “국민들에게 미국의 요청내용을 소상히 밝히고 터놓고 여론을 모아 나가는 과정에서 국론을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국익에 도움된다 25%= 반면 응답의원 중 25%선인 19명은 찬성 또는 조건부 찬성입장을 분명히 했다. 찬성입장을 밝힌 의원은 한나라당 15명, 민주당 3명 등이다.
민주당 유재건 의원은 “미국과의 특수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전투병을 파병하더라도 전후복구와 치안유지 정도에 그쳐 희생자 수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며 국익을 고려해 파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은 “이미 한국이 의료단과 공병대원을 파병해 재건과 전쟁에 참여했기 때문에 마무리지어야 한다”며 “한미공조도 국가안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찬성 의원 가운데는 조건부 찬성입장을 표명한 의원도 상당수 됐다.
한나라당 박헌기 의원은 “지난번 한나라당이 파병에 앞장섰으나 미국이 우방이므로 당연히 파병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며 “희생이 불가피한 만큼 국익이 분명히 보장됐을 때 파병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명분 확보를 위해 유엔평화유지군 형태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은 “미국이 이라크 내 치안유지 차원에서 파병을 요청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그러나 미국에 유엔에 협조를 얻도록 조건을 걸고 유엔평화유지군 형태로 참전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또 “참전군인의 희생이 불가피한 만큼 파병군 구성도 희망자를 모집하는 방법이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성홍식 기자 as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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