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라크 유엔결의안 반대”

독일·프랑스 제동 … 병력·자금 어려운 미국에 타격

지역내일 2003-09-05 (수정 2003-09-05 오후 3:56:00)
유엔을 배제한 채 단독으로 이라크 재건을 고집해온 미국이 한계를 시인했다. 미국은 늘어나는 사상자와 막대한 전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3일 유엔의 도움을 요청하는 결의안 초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미국의 결의안은 유엔 승인 아래 다국적군을 창설하되 미국의 지휘 아래 두고, 미국이 임명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를 이라크의 대표기구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 국제기구와 회원국에 이라크 재건을 위한 재정지원을 촉구했다. 즉, 유엔이 군사부문을 제외한 정치·사회 질서 창출 과정에 개입토록 한 대신 국제사회가 돈과 병력을 제공하라는 타협안이다.
이라크전쟁 자체를 반대했던 독일과 프랑스는 부정적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권력을 이라크 정부에 이양해야 한다는 우리의 요구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고 했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결의안 초안이 역동적이지 않고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양국은 유엔이 이라크 재건 과정에서 단순한 보조자의 역할에 머무는 것을 넘어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선거 등 정치과정 전반을 책임지는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엔이 결의할 경우 병력 파견 의사를 내비친 중국, 러시아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다국적군 창설의 경우도 미국은 터키, 인도, 파키스탄 등 이라크 인접국들의 참여를 염두에 두고 있으나 이들도 이라크내 유엔본부 폭탄테러 사건의 여파로 파병을 꺼리는 분위기다.
결국 미국이 자존심을 접고 유엔에 손을 내밀었지만 독일과 프랑스가 사실상 반대 의사를 보여 부시 행정부의 초조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년 선거를 앞둔 부시 행정부로서는 이라크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는 일을 막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할 다급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미국에게 자금과 병력은 심각한 문제다. 미 국방부의 계획대로 1년 후 이라크 주둔 병력을 교체하려면 현재 18만명인 주둔 미군을 내년 겨울까지는 3만8000∼6만4000명 규모로 줄여야 한다.
그러나 이라크의 실정은 이와 정반대다. 2개사단 규모의 병력 증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주둔군 유지비 190억달러가 더 필요해 연간 이라크 통치에 드는 비용은 290억달러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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