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가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침체 등의 이유로 사회적 약자인 여성·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2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성폭력은 총 11568건으로 강간이 6119건, 성폭력처벌법위반이 3325건,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이 2136건으로 2000년 10831건에 비해 6.8%가 증가했다.
가정폭력사범의 경우는 2001년에 비해 4.9%가 증가한 16324명을 검거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찰청 등 전국 246개 경찰관서에 설치한 여성상담실에 피해를 상담해 온 건수는 2001년 보다 37.3%가 증가한 25583건으로 여성상담실 운영이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의 전화 등 시민단체는 “성폭력·가정폭력 등의 피해상담을 하는 사람 가운데 13%정도가 경찰에 신고를 할 뿐”이라며 “이는 피해자가 조사과정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내용을 경찰, 검찰, 법원 등에서 재진술해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받는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맹점에 그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청은 7월부터 법무부 여성정책담당관실과 협의, 여성·아동 성폭행 피해자의 경찰 조사과정에 검사가 참여하고 조사과정을 녹화해 한번의 조사로 끝내는 피해자진술 녹화제도를 시범운용 중이다.
◆여성상대 협박범 증가= 최근 인터넷 성인사이트 등에 나체사진 등을 올리겠다고 협박, 이를 미끼로 신고를 못하게 하고 수차례에 걸쳐 현금을 빼앗고 성폭행을 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 경찰서는 지난 7일 폰팅을 하면서 알게된 피해자와의 폰섹스 내용을 녹음한 뒤 협박, 나체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미끼로 6년 동안 협박해 3000만원을 가로챈 사법연수생 문 모(3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범인이 인터넷 등에 이름과 사진 등을 공개한다고 협박하는 통에 신고를 못하는 여성들이 많다”며 “하지만 이를 두려워한 나머지 신고를 하지 않으면 범인은 이를 이용해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고 말했다.
◆전담 수사여경 필요해= 일선서 형사계에 근무한 김 모 경위는 “강간 등 성폭력범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본인이 피해사실을 얘기하지 않으면 범인을 처벌하기가 어렵다”며 “이때문에 피의자가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력계에 근무하는 노 모 형사는 “여성 피해자는 처음 조사할 때 대부분 피해사실을 100% 진술하지 않고 또 경찰진술시 느끼는 수치감 등으로 남자 형사에게 잘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며 “강력반에 여성범죄를 전담 조사하는 여경 수사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여경의 비율이 남자 경찰관에 비해 소수일 뿐만 아니라 실제 일선서 형사계에 근무하는 여경이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소년, 어린이 대상 범죄를 담당하는 여성·청소년계의 경우도 여경이 한두 명 정도 배치돼 있고 나머지는 남자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방범계에 근무하는 유 모 경위(여)는 “형사계의 경우 당직 등 힘든 업무가 많아 여경들이 지원을 꺼리고 남자직원들도 여경이 남자 몫을 제대로 못해 함께 근무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며 “여성피해자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여경 전담 수사관이 형사계에 배치돼 피해자로부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여경 수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여경 인력을 점차 확대 추진중이고 여성·아동범죄 전담 부서에 많은 여경자원을 배치하는 방침을 정해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성범죄 피해자 진술녹화제 시행= 그동안 여성·아동 피해자의 경우 성범죄를 당한 사실을 경찰에서 1차 진술하고 검찰에서 다시 조사를 받고 법정에서 다시 진술을 해야하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었다.
실제 피해자들의 경우 이런 고초를 다시 겪는 것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 여성단체들의 지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7월1일부터 법무부와 경찰청이 지침을 정해 검사가 피해자의 경찰서 1차 조사에 참여해 단 한번의 피해자조사로 끝내는 제도를 마련해 관악, 도봉경찰서에서 시범운용을 하고있다.
또 아동 성범죄의 경우 1차 조사시 진술을 녹화해 법원의 증거자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를 7월부터 9월까지 시범운영 한다.
경찰청 여성계장 권기선 경정은 “아동들의 경우 1차 진술과 2, 3차 진술을 다르게 하는 경우가 많아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기 힘든 어려움이 있고 공포의 기억을 계속 떠올리게 돼 정신적 치료를 받는 일도 많다”며 “경찰서내 진술 녹화실에서 단 한번의 조사만으로 법정에까지 갈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도 시행 전 관계부처 및 여성단체 등과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 대부분 찬성을 얻었다”며 “시범운용 기간동안 나타나는 문제점을 수정, 보완해 전국적으로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담은 많으나 신고는 적어= 최근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 성폭행 관련 상담을 하는 여성들이 많으나 신고를 하는 경우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여성계 박미영 경위는 “여성 피해자들의 경우 결혼 등의 이유로 경찰조사를 통해 신분이 밝혀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 사이버경찰청 사이트 여성전용범죄 신고란을 통해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성폭력, 가정폭력상담소 등에 상담을 하면 처벌이 가능한 경우 사람을 보내 경찰에 대리 신고하는 제도를 시행중이다”고 말했다.
한국 성폭력 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최근 경찰이 의욕을 갖고 실시하고 있는 어린이 피해자 1회 진술을 위한 시범운영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하여야 한다”며 “무엇보다 담당자가 노하우를 쌓을 수 있도록 교육, 훈련이 필요하고, 전담경찰, 검찰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장환기자 polkjh@naeil.com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2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성폭력은 총 11568건으로 강간이 6119건, 성폭력처벌법위반이 3325건,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이 2136건으로 2000년 10831건에 비해 6.8%가 증가했다.
가정폭력사범의 경우는 2001년에 비해 4.9%가 증가한 16324명을 검거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찰청 등 전국 246개 경찰관서에 설치한 여성상담실에 피해를 상담해 온 건수는 2001년 보다 37.3%가 증가한 25583건으로 여성상담실 운영이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의 전화 등 시민단체는 “성폭력·가정폭력 등의 피해상담을 하는 사람 가운데 13%정도가 경찰에 신고를 할 뿐”이라며 “이는 피해자가 조사과정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내용을 경찰, 검찰, 법원 등에서 재진술해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받는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맹점에 그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청은 7월부터 법무부 여성정책담당관실과 협의, 여성·아동 성폭행 피해자의 경찰 조사과정에 검사가 참여하고 조사과정을 녹화해 한번의 조사로 끝내는 피해자진술 녹화제도를 시범운용 중이다.
◆여성상대 협박범 증가= 최근 인터넷 성인사이트 등에 나체사진 등을 올리겠다고 협박, 이를 미끼로 신고를 못하게 하고 수차례에 걸쳐 현금을 빼앗고 성폭행을 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 경찰서는 지난 7일 폰팅을 하면서 알게된 피해자와의 폰섹스 내용을 녹음한 뒤 협박, 나체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미끼로 6년 동안 협박해 3000만원을 가로챈 사법연수생 문 모(3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범인이 인터넷 등에 이름과 사진 등을 공개한다고 협박하는 통에 신고를 못하는 여성들이 많다”며 “하지만 이를 두려워한 나머지 신고를 하지 않으면 범인은 이를 이용해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고 말했다.
◆전담 수사여경 필요해= 일선서 형사계에 근무한 김 모 경위는 “강간 등 성폭력범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본인이 피해사실을 얘기하지 않으면 범인을 처벌하기가 어렵다”며 “이때문에 피의자가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력계에 근무하는 노 모 형사는 “여성 피해자는 처음 조사할 때 대부분 피해사실을 100% 진술하지 않고 또 경찰진술시 느끼는 수치감 등으로 남자 형사에게 잘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며 “강력반에 여성범죄를 전담 조사하는 여경 수사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여경의 비율이 남자 경찰관에 비해 소수일 뿐만 아니라 실제 일선서 형사계에 근무하는 여경이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소년, 어린이 대상 범죄를 담당하는 여성·청소년계의 경우도 여경이 한두 명 정도 배치돼 있고 나머지는 남자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방범계에 근무하는 유 모 경위(여)는 “형사계의 경우 당직 등 힘든 업무가 많아 여경들이 지원을 꺼리고 남자직원들도 여경이 남자 몫을 제대로 못해 함께 근무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며 “여성피해자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여경 전담 수사관이 형사계에 배치돼 피해자로부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여경 수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여경 인력을 점차 확대 추진중이고 여성·아동범죄 전담 부서에 많은 여경자원을 배치하는 방침을 정해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성범죄 피해자 진술녹화제 시행= 그동안 여성·아동 피해자의 경우 성범죄를 당한 사실을 경찰에서 1차 진술하고 검찰에서 다시 조사를 받고 법정에서 다시 진술을 해야하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었다.
실제 피해자들의 경우 이런 고초를 다시 겪는 것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 여성단체들의 지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7월1일부터 법무부와 경찰청이 지침을 정해 검사가 피해자의 경찰서 1차 조사에 참여해 단 한번의 피해자조사로 끝내는 제도를 마련해 관악, 도봉경찰서에서 시범운용을 하고있다.
또 아동 성범죄의 경우 1차 조사시 진술을 녹화해 법원의 증거자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를 7월부터 9월까지 시범운영 한다.
경찰청 여성계장 권기선 경정은 “아동들의 경우 1차 진술과 2, 3차 진술을 다르게 하는 경우가 많아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기 힘든 어려움이 있고 공포의 기억을 계속 떠올리게 돼 정신적 치료를 받는 일도 많다”며 “경찰서내 진술 녹화실에서 단 한번의 조사만으로 법정에까지 갈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도 시행 전 관계부처 및 여성단체 등과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 대부분 찬성을 얻었다”며 “시범운용 기간동안 나타나는 문제점을 수정, 보완해 전국적으로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담은 많으나 신고는 적어= 최근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 성폭행 관련 상담을 하는 여성들이 많으나 신고를 하는 경우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여성계 박미영 경위는 “여성 피해자들의 경우 결혼 등의 이유로 경찰조사를 통해 신분이 밝혀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 사이버경찰청 사이트 여성전용범죄 신고란을 통해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성폭력, 가정폭력상담소 등에 상담을 하면 처벌이 가능한 경우 사람을 보내 경찰에 대리 신고하는 제도를 시행중이다”고 말했다.
한국 성폭력 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최근 경찰이 의욕을 갖고 실시하고 있는 어린이 피해자 1회 진술을 위한 시범운영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하여야 한다”며 “무엇보다 담당자가 노하우를 쌓을 수 있도록 교육, 훈련이 필요하고, 전담경찰, 검찰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장환기자 polkj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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