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주택정책 무시하는 교통정책

지역내일 2003-07-04 (수정 2003-07-04 오후 5:17:10)
건교부가 호남고속철도 서울 출발역을 강남 수서에 건설하겠다는 용역결과를 발표했다. 경부고속철도의 서울역, 용산역, 광명역이 모두 수도권 서북부에 위치해 있어 동남부 이용객의 편리성과 수요를 고려해 수서역 건설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교통정책의 측면에서는 수긍이 가지만, 주택정책의 측면에서 보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부동산 투기를 잡고 집값안정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정책목표는 강남지역 집값을 잡을 수 있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 추진, 강북지역 뉴타운 개발, 재건축 규제강화 등 각종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즉 ‘투기수요의 억제’와 ‘강남 수요의 분산’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호남고속철도 역사를 수서에 건설하겠다는 것은 이같은 정부의 주택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건교부의 설명대로하면 수서역에서 호남선만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부선도 탈 수 있어 사실상 고속철도 출발지로 위상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강남지역은 또다시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할 것이란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가뜩이나 강남지역 수요 분산 정책의 효과가 미진한 상황에서 수서역 건설은 기존의 정책효과를 모두 무(無)로 만들어 버리고, 강남에 집을 사야할 또 하나의 강력한 이유를 보태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만약 수서역이 확정된다면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주택정책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정부는 당연히 국책사업의 결정에 앞서 여러 측면에서 종합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 특히 수조원이 투입되는 고속철도 역사와 노선의 결정은 교통수요만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 주택정책은 물론이고, 지역간 균형발전 등 정부 정책과 모순 되지 않게 일관된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정부 정책을 국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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