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이왕 시작하는 것 관광명소로 만들어 달라
청계고가 마지막 모습 담으려는 시민들로 북적
청계천 복원공사를 눈앞에 둔 황학동 벼룩시장 거리는 청계고가를 배경으로 한 마지막 모습을 간직하려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었다. 청계고가 철거 기공식을 이틀 앞둔 29일 일요일, 비오는 궂은 날씨에도 가족단위로 찾은 시민들은 이곳저곳 좌판에 펼쳐진 진기한 물건과 상인들의 구성진 입담에 즐거워했다.
상인들 역시 막막한 생계대책에 푸석한 얼굴이었지만 “설마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냐”며 “대부분 악다구리 인생들이라 잘 넘겨 낼 것”이라고 말했다.
◇ 아쉬움 속 시민발길 이어져 = 흉물로 변해 재건축을 앞둔 삼일아파트와 청계고가를 사이에 두고 길게 늘어선 황학동 벼룩시장은 시민들의 발길로 붐볐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종로에 사는 김선철(38)씨는 “청계천 복원공사가 시작되면 젊은 날 자주 찾았던 황학동 벼룩시장이 제 모습을 잃을 것이라는 소식에 궂은 날씨지만 가족과 함께 나섰다”며 “상인들이나 물건은 그대로인데 예전만큼의 활기는 아닌 듯 해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나쁜 미국바퀴, 얄미운 일본 바퀴, 질긴 중국 바퀴, 한방에 보낸다”며 구성진 입담으로 바퀴벌레 퇴치약을 팔고 있는 한 상인 주위로 사람들이 빙 둘러 서있었다. 좌판에 펼쳐놓은 골동품(?) 노점에서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붐비는 인파에 이리저리 몸이 부딪치는 데도 벙어리 아저씨가 펼쳐놓은 마술도구 좌판을 떠날 줄 몰랐다. 광진구 중곡동에 산다는 서씨(32)는 “언뜻 조잡해 보이는 막대기가 줄을 이어놓기도 끊어놓기도 한다”며 “값이 싸 속는 셈치고 한번 사볼까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왔다는 한 할아버지는 “이곳에 오면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겨 특별한 일이 없는 주말이면 종종 찾았다”며 “내게는 물건의 효용 여부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상인들, 생계 어려워지겠지만 제대로 된 복원 기대 = 청계천 복원공사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황학동 상인들의 생계 걱정은 이어졌지만 그에 못지 않은 자신감도 엿볼 수 있었다.
황학동에서 15년째 중고 전자제품을 팔고 있는 서상옥(50)씨는 하루 10만원 정도하던 벌이가 줄어들까 걱정이다. 서씨는 “청계천 공사가 시작되면 차량 소통에 지장이 있어 매상이 떨어질 것 같다”며 “무거운 물건이나 고미술품을 파는 곳은 차량으로 물건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더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그러나 “궂은 날이 있으면 ‘쨍’하고 해뜨는 날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남아나 중국 등 외국인에게 망원경 제품을 팔고 있는 최철민씨도 “할 얘기도 많고 아쉬움도 많지만 이제 와서 하소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기왕 시작된 것이라면 청계천을 제대로 복원해 세계에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관광명소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황학동 아파트가 들어설 때부터 좌판을 벌였다는 정 모 할아버지는 청계천 복원공사로 인한 생계를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정씨는 “자리가 조금 좁아지는 것 외에 별다른 변화는 없지 않겠느냐”며 “요즘 벌이가 시원치 않아 걱정이지만 이 세상 떠날 때까지 청계천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 “마지막 모습 담고 싶다” =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청계고가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각 언론사의 취재진은 물론이고 일반시민들도 휴대용 카메라를 매고 청계고가의 곳곳을 훑었다.
정유선(38·강동구 암사동)씨는 “매일 출퇴근 때 이용하던 청계고가가 막상 철거된다고 하니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었다”며 “청계고가의 곳곳을 찍어 사진첩에 고이 보관하고 싶다”고 말했다.
29일 오후에는 청계고가를 마지막으로 밟기 위해 고가위를 걷는 사람도 일부 보였고 도로수명을 다하는 청계고가를 이용하려는 승용차들의 행렬도 이어졌다. 백 모(40·동대문구 장안동)씨는 “곧 철거된다는 소식에 오늘은 평소와 달리 청계고가를 이용했다”며 “주말 도심도로인데도 막히는 걸 보니 나 같은 차량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청계고가 마지막 모습 담으려는 시민들로 북적
청계천 복원공사를 눈앞에 둔 황학동 벼룩시장 거리는 청계고가를 배경으로 한 마지막 모습을 간직하려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었다. 청계고가 철거 기공식을 이틀 앞둔 29일 일요일, 비오는 궂은 날씨에도 가족단위로 찾은 시민들은 이곳저곳 좌판에 펼쳐진 진기한 물건과 상인들의 구성진 입담에 즐거워했다.
상인들 역시 막막한 생계대책에 푸석한 얼굴이었지만 “설마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냐”며 “대부분 악다구리 인생들이라 잘 넘겨 낼 것”이라고 말했다.
◇ 아쉬움 속 시민발길 이어져 = 흉물로 변해 재건축을 앞둔 삼일아파트와 청계고가를 사이에 두고 길게 늘어선 황학동 벼룩시장은 시민들의 발길로 붐볐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종로에 사는 김선철(38)씨는 “청계천 복원공사가 시작되면 젊은 날 자주 찾았던 황학동 벼룩시장이 제 모습을 잃을 것이라는 소식에 궂은 날씨지만 가족과 함께 나섰다”며 “상인들이나 물건은 그대로인데 예전만큼의 활기는 아닌 듯 해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나쁜 미국바퀴, 얄미운 일본 바퀴, 질긴 중국 바퀴, 한방에 보낸다”며 구성진 입담으로 바퀴벌레 퇴치약을 팔고 있는 한 상인 주위로 사람들이 빙 둘러 서있었다. 좌판에 펼쳐놓은 골동품(?) 노점에서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붐비는 인파에 이리저리 몸이 부딪치는 데도 벙어리 아저씨가 펼쳐놓은 마술도구 좌판을 떠날 줄 몰랐다. 광진구 중곡동에 산다는 서씨(32)는 “언뜻 조잡해 보이는 막대기가 줄을 이어놓기도 끊어놓기도 한다”며 “값이 싸 속는 셈치고 한번 사볼까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왔다는 한 할아버지는 “이곳에 오면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겨 특별한 일이 없는 주말이면 종종 찾았다”며 “내게는 물건의 효용 여부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상인들, 생계 어려워지겠지만 제대로 된 복원 기대 = 청계천 복원공사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황학동 상인들의 생계 걱정은 이어졌지만 그에 못지 않은 자신감도 엿볼 수 있었다.
황학동에서 15년째 중고 전자제품을 팔고 있는 서상옥(50)씨는 하루 10만원 정도하던 벌이가 줄어들까 걱정이다. 서씨는 “청계천 공사가 시작되면 차량 소통에 지장이 있어 매상이 떨어질 것 같다”며 “무거운 물건이나 고미술품을 파는 곳은 차량으로 물건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더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그러나 “궂은 날이 있으면 ‘쨍’하고 해뜨는 날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남아나 중국 등 외국인에게 망원경 제품을 팔고 있는 최철민씨도 “할 얘기도 많고 아쉬움도 많지만 이제 와서 하소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기왕 시작된 것이라면 청계천을 제대로 복원해 세계에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관광명소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황학동 아파트가 들어설 때부터 좌판을 벌였다는 정 모 할아버지는 청계천 복원공사로 인한 생계를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정씨는 “자리가 조금 좁아지는 것 외에 별다른 변화는 없지 않겠느냐”며 “요즘 벌이가 시원치 않아 걱정이지만 이 세상 떠날 때까지 청계천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 “마지막 모습 담고 싶다” =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청계고가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각 언론사의 취재진은 물론이고 일반시민들도 휴대용 카메라를 매고 청계고가의 곳곳을 훑었다.
정유선(38·강동구 암사동)씨는 “매일 출퇴근 때 이용하던 청계고가가 막상 철거된다고 하니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었다”며 “청계고가의 곳곳을 찍어 사진첩에 고이 보관하고 싶다”고 말했다.
29일 오후에는 청계고가를 마지막으로 밟기 위해 고가위를 걷는 사람도 일부 보였고 도로수명을 다하는 청계고가를 이용하려는 승용차들의 행렬도 이어졌다. 백 모(40·동대문구 장안동)씨는 “곧 철거된다는 소식에 오늘은 평소와 달리 청계고가를 이용했다”며 “주말 도심도로인데도 막히는 걸 보니 나 같은 차량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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