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지방시대∥ 경기권 ● 경기남부 재건축시장 ‘과열’

재건축 과열이 도시환경 침해한다

지역내일 2003-08-07 (수정 2003-08-07 오후 4:19:49)
경기남부지역에 재건축 열풍이 불고 있다. 수원 안산 과천 광명 등 80년대 전후로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진 곳은 대단위 아파트들의 재건축이 무더기로 추진되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의 ‘경기도 재개발·재건축 정책수립방안연구’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경기도내 200개 조합이 재건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재건축사업이 완료된 지역은 15개시 51개 조합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분양 후분양제 등의 내용이 담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시행(7월부터 시행) 전인, 지난해 말부터 올해 6월말까지 재건축 사업승인 신청이 봇물을 이뤘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원시. 수원에서 지난 7월1일 현재 재건축 추진 아파트(300세대 이상)는 모두 11곳이며 이 중 천천주공, 인계주공, 권선주공2단지 등 8개 단지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말 사이에 사업승인을 신청했다.
천천주공은 올해 3월 14일 안전진단을 끝마치고 조합인가(4월11일), 심의신청(5월9일), 사업승인신청(5월22일) 등 일련의 절차가 숨가쁘게 진행됐다.
지난 4월 안전진단을 마친 권선주공 2단지는 조합인가, 사업승인신청, 교평신청이 모두 6월30일자로 동시에 이뤄졌고, 권선 1, 3단지도 안전진단(5월20일), 조합인가(6월19일), 사업승인신청(6월21일)이 불과 한달만에 진행됐다.
특히, 수원 재건축 아파트단지 중에는 천천주공(86년 6월 준공), 건우아파트(87년 6월), 권선3단지(86년 5월) 등 재건축사업을 위한 노후년도인 20년도 안된 곳도 있지만 안전진단을 받아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원시 한 관계자는 “수원은 개발포화단계에 와 있지만 아직 분양매리트가 있다고 판단한 건설회사들이 대거 재건축시장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라며 “대부분 업체가 먼저 재건축 가능한 아파트에 접촉해 재건축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시작에 불과하다. 경기개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도내 저층 노후 아파트(준공 15년 기준)들이 향후 10년 이내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재건축 건설실적은 약 13만4000호(평균세대 증가율 1.8배 적용)로 예상된다. 이는 향후 10년간 경기도에 공급될 건설실적 예상치인 130만호의 10.3%에 해당하는 것으로 현재 주택공급 대비 재건축비중(3.1%)과 비교해 볼 때 향후 도내 재건축비중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용적률 둘러싼 갈등
현재 재건축 추진을 둘러싼 최대 쟁점은 ‘용적률’이다. 지난 7월부터 국토이용관리법과 도시계획법을 통합·일원화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용적률을 규정하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둘러싼 갈등이 자치단체마다 표출되고 있다.
안양시는 지난 6월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을 1종 180%, 2종 210%, 3종 250%로 조정한 도시계획조례를 입법 예고하고 시의회에 상정했으나 주민들과 재건축조합의 반발에 밀려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조합 권리찾기 연대조합 김준식 위원장은 “기존 도시계획조례도 주거지역 용적률을 1종 150%, 2종 200%, 3종 250%로 규정해 타 시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었는데 이번 개정안도 인근 타 시에 비해 50%나 낮다”며 “시의회의 ‘도시계획조례 개정에 관한 청원’을 받아들여 1종 200%, 2종 250%, 3종 280%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수원시는 일반주거지역 1종 200%, 2종 250%, 3종 300%의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됐고, 안산시도 같은 내용의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중인 광명시 철산1·2단지, 하안 본1, 2단지 6400세대는 종 세분화와 관련, 인근 아파트와의 형평성문제를 들며 제3종 일반주거지역(300%, 25층) 지정을 청원했지만 도는 제2종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지구단위계획수립단계에서 용적률을 최대한 완화토록 요구해 나갈 계획이어서 시·도와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도시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7월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됨에 따라 재건축 사업의 환경이 변하고 있다. 앞으로 시·도지사, 50만 이상의 시장은 10년 단위의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도시계획결정 절차를 밟아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정비계획을 수립해야만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또 필요에 따라 시·도지사가 안전진단 실시여부를 사전 평가할 수 있도록 규정해 무분별한 재건축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특히 도는 서울시의 재건축 연한 강화 방침과 맞춰 현재 20년인 재건축 연한을 강화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도는 20년, 30년, 준공 년도에 따른 20∼40년 차등적용 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 오는 9월 재건축 관련 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다.
기본 방침은 재테크 수단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재건축을 억제하여 주거환경과 도시기능의 악화를 방지하는데 맞춰져 있다. 안전진단 실시여부에 대한 시장·군수의 자의적 해석을 배제하기 위해 일정 호수 이상의 아파트는 반드시 도의 예비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도 검토중이다.
도 관계자는 “주민들의 민원에 민감한 시장·군수의 입장에서는 재건축 사업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라며 “법에는 필요한 경우 도가 안전진단 실시여부를 사전 평가하도록 되어 있어 일정 호수 이상으로 규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구단위계획 수립 절차 밟아야
도는 지난 6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 전에 집중적으로 신청된 재건축 사업계획이 주민공람 및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았다면 다시 정비구역 지정을 받아 정비계획(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법 시행 전에 신청된 재건축 사업계획에 대해 건교부가 ‘지구단위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유권 해석했다”며 “지난해까지는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도시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단위 단지도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재건축 연한을 강화하고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도록 강제해도 재건축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며 도시정비 차원에서 도시계획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안산의제21’이 주최한 ‘도시아카데미’에서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이상헌 교수는 “재건축사업이 도시의 미래상에 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개별 건축논리로 진행돼 도시기반시설 악화, 경관훼손 등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며 “재개발기본계획, 경관계획 등을 포함하는 세밀한 도시계획 가이드라인을 따라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교수는 용적률의 획일적 적용은 도시기능과 경관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도시의 주택공급정책과 공간정책, 경관정책 등 종합적인 도시계획 관점에서 용적률의 차등화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재건축 문제 해결의 보완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지구단위계획에 대해 “상위계획의 구체적인 기준이 없이 수립돼 아파트 단지계획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도시에 대한 구체적 마스터플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공공부문에 전문성 있는 실행조직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곽태영·선상원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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