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은 ‘양아치문화’인가?
‘나만의 특별한 것’ 원하는 젊은 층에게 확산 … 외국에선 예술 장르로 인정
지역내일
2003-07-21
(수정 2003-07-21 오후 5:14:10)
가슴에 목련, 엉덩이엔 나비, 어깨에는 초승달, 아랫배에는 거미, 등뒤엔 해, 발목에는 장미…. 문신이 대변신을 하고 있다.
팔뚝에 굵고 시커멓게 ‘一心’이라고 새겨 “나 건달이야. 까불면 죽어”라고 위협하던 문신이 아니다. 문신과 ‘양아치’를 동일시하던 시대, 삼청교육대를 연상하던 조폭 문신시대는 가고 문화적 코드로서의 타투(Tattoo, 문신의 세계 공용어)시대가 오고 있다.
◇ 피부는 ‘캔버스’, 몸은 ‘걸어 다니는 미술관’ = 문신이 예술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며 남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도구로 이해되면서 문신은 이제 조폭들의 전유물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
축구선수 안정환, DJ DOC, 룰라의 고영욱, 듀크의 김성민, 힙합 뮤지션 주 석 등 대중 스타나 연예인은 물론 의사 대학교수 교사 무용가 등 전문직업인과 학생 주부 등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문신은 대중화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피부를 ‘캔버스’로 몸을 ‘걸어 다니는 미술관’으로 여길 만큼 문신 중독증에 걸린 사람도 있다.
강남구 논현동에서 판매업을 하고 있는 임도영(25·가명)씨는 문신에 대한 거부감이 여느 사람과 못지 않게 강한 편이었으나 어느새 자신의 몸에 10여개의 문신을 갖고 있다.
왼쪽 팔에는 예수의 얼굴과 장미가, 오른쪽 팔에는 십자가와 도시배경, 비둘기가 그려져 있고 어깨 가슴 등에는 천사가 한 개씩 그려져 있다.
기독교를 신봉하고 있는 임씨는 “종교적인 의미에서 예수님 얼굴과 십자가를 새겼다”면서 성경에서도 겉모습보다는 “사람의 중심을 보라”고 했기 때문에 거리낌이 없다고 말했다. “교회 신도들도 내가 문신한 것을 알고 있지만 신앙심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내 모습 때문인지 아무런 편견을 갖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임씨가 문신을 하게 된 이유는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다. 그저 “강인해 보여서”다. “반팔을 입어도 보이지 않는 부위에만 했어요. 결혼 후에는 가족사진도 새기고 싶어요.” 김씨는 부모님들을 이해시키기에는 너무 벅찰 것 같아 당분간 비밀로 할 생각이다.
벨기에에서 대학을 다니다 온 리아 김(leah Kim·34·로열아카데미 금속디자인과 2년 휴학, 경기 동두천)씨는 온몸에 문신을 하고 있다. 배꼽에 ‘愛’자를 비롯해 어깨엔 나비, 팔에는 꽃, 사람, 물고기 등을 다리에는 커다란 잉어가 발목에는 장미꽃을 각양각색으로 수놓았다.
“타투는 중독성이 강해요. 내가 원하는 그림, 새로운 작품을 그려 넣을 때마다 만족감에 취해요. 기분이 너무 좋죠.”
김씨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스위스 독일 필리핀 등 4명의 작가들이 각자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살려 그린 작품이라 누구의 작품이 가장 좋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혼자만의 것을 몸에 지니고 있다는 것이 특별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하와이에서는 멋있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 외국에서는 관심 없는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죠. 이젠 익숙해져서 옆에서 수군거려도 못들은 체 합니다. 팔꿈치까지 그려져 있는 그림을 팔목까지 더 그려 작품다운 작품을 하나 갖고 싶어요.”
◇ 성인식이나 통과의례처럼 성스럽게 느껴져 = 홍대 앞 예술시장에서 헤나(Henna, 인스턴트 타투)를 시작한지 2주일째 됐다는 이지은(27)씨도 “언젠가 한번은 타투를 하고 싶다”면서 “비석에 명문을 새기듯 자기 몸에 무언가를 영원히 새긴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헤나와 타투는 시각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는지 몰라도 의미는 천지 차이다. 헤나는 단지 화장용 잉크를 묻혀 놓은 액세서리에 불과하지만 타투는 일종의 성인식이나 통과의례처럼 각자의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정주희(22·남동구 만수동)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몸에 예술작품을 평생 간직하고픈 욕망이 있다”는 정씨는 허리나 어깨, 목 뒤에 ‘켈틱 크로스’를 새기고 싶지만 타투이스트(Tattooist, 문신예술가)와 상의해서 자신에게 맞는 문양을 찾을 것이란다.
주부 김성실(39·강서구 방화동)씨는 “전통무늬 위에 사람이 기대고 있는 모습을 문신한 친구가 있는데 어찌나 멋스럽고 고급스러운지 감탄이 나올 정도”라며 “거기에 반해 가끔 헤나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커서 이해할 나이가 되면 손가락에 반지식으로 전통무늬를 새기고 싶다”고 말한다.
◇ 흉터 가리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 문신은 또 커다란 흉터를 가지고 있거나 화상을 입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기도 한다. 엉터리 문신시술가가 마구잡이로 그려놓은 흉한 문신을 보기 좋게 예술적으로 바꿔 놓기도 한다.
화상 때문에 심한 콤플렉스를 느껴 여름에도 긴소매 옷을 입고 다녀야했던 직장인 이 모씨는 “타투 덕분에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면서 “기피의 계절이었던 여름이 즐거운 여름으로 돌아와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작사 작곡 편곡 등을 하고 있는 음악인 김준호(27·종로구 홍지동)씨도 “어깨에 손바닥만한 뱀 문신이 있었는데 색깔이나 모양이 흉해 봉황으로 바꿨다”면서 “이전보다 크기가 커져 팔꿈치까지 내려왔지만 보기도 훨씬 좋고 진짜 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문신은 아직 불량한 취급을 받는다.
효경(孝經)에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로서 불감훼상이 효지시야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신체와 머리카락과 살갗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감히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다)’하여 유교문화권의 영향 아래 놓인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문신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유교 본거지인 중국보다 오히려 더 심하다. 최근 중국의 심천관광특구에서는 타투숍이 합법적으로 운영될 정도로 변하고 있지만 우리는 요지부동이다.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의 문신 시술행위는 불법 의료행위로 처벌받고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줄만한 문신이 몸에 새겨져 있으면 현역병으로 입영할 수도 없게될 뿐 아니라 병역기피혐의로 구속되기도 한다.
◇ 동성애가 성적 소수자의 문화인 것처럼 = 동성애자도 얼마전까지는 변태성욕자로 낙인찍혀 인간다운 삶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한 때는 에이즈의 원인이라며 경멸 당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동성애를 하나의 성적 취향으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며 그들의 인권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시의회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힌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는 등 사회적 편견도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타투도 마찬가지다. 동성애에 대해 혐오스럽게 생각할 수 있으나 동성애는 분명 성적 소수자의 문화인 것처럼 문신을 혐오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와 문신문화, 애호가들의 인권은 구분되어야 한다.
타투는 엄연히 존재하는 문화현상이며 문신시술을 (불법)의료행위가 아닌 문화예술행위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문신은 더 이상 ‘양아치문화’가 아니다. 개인의 기호나 선택에 의해 행해지는 대중예술의 한 분야인 것이다.
팔뚝에 굵고 시커멓게 ‘一心’이라고 새겨 “나 건달이야. 까불면 죽어”라고 위협하던 문신이 아니다. 문신과 ‘양아치’를 동일시하던 시대, 삼청교육대를 연상하던 조폭 문신시대는 가고 문화적 코드로서의 타투(Tattoo, 문신의 세계 공용어)시대가 오고 있다.
◇ 피부는 ‘캔버스’, 몸은 ‘걸어 다니는 미술관’ = 문신이 예술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며 남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도구로 이해되면서 문신은 이제 조폭들의 전유물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
축구선수 안정환, DJ DOC, 룰라의 고영욱, 듀크의 김성민, 힙합 뮤지션 주 석 등 대중 스타나 연예인은 물론 의사 대학교수 교사 무용가 등 전문직업인과 학생 주부 등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문신은 대중화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피부를 ‘캔버스’로 몸을 ‘걸어 다니는 미술관’으로 여길 만큼 문신 중독증에 걸린 사람도 있다.
강남구 논현동에서 판매업을 하고 있는 임도영(25·가명)씨는 문신에 대한 거부감이 여느 사람과 못지 않게 강한 편이었으나 어느새 자신의 몸에 10여개의 문신을 갖고 있다.
왼쪽 팔에는 예수의 얼굴과 장미가, 오른쪽 팔에는 십자가와 도시배경, 비둘기가 그려져 있고 어깨 가슴 등에는 천사가 한 개씩 그려져 있다.
기독교를 신봉하고 있는 임씨는 “종교적인 의미에서 예수님 얼굴과 십자가를 새겼다”면서 성경에서도 겉모습보다는 “사람의 중심을 보라”고 했기 때문에 거리낌이 없다고 말했다. “교회 신도들도 내가 문신한 것을 알고 있지만 신앙심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내 모습 때문인지 아무런 편견을 갖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임씨가 문신을 하게 된 이유는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다. 그저 “강인해 보여서”다. “반팔을 입어도 보이지 않는 부위에만 했어요. 결혼 후에는 가족사진도 새기고 싶어요.” 김씨는 부모님들을 이해시키기에는 너무 벅찰 것 같아 당분간 비밀로 할 생각이다.
벨기에에서 대학을 다니다 온 리아 김(leah Kim·34·로열아카데미 금속디자인과 2년 휴학, 경기 동두천)씨는 온몸에 문신을 하고 있다. 배꼽에 ‘愛’자를 비롯해 어깨엔 나비, 팔에는 꽃, 사람, 물고기 등을 다리에는 커다란 잉어가 발목에는 장미꽃을 각양각색으로 수놓았다.
“타투는 중독성이 강해요. 내가 원하는 그림, 새로운 작품을 그려 넣을 때마다 만족감에 취해요. 기분이 너무 좋죠.”
김씨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스위스 독일 필리핀 등 4명의 작가들이 각자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살려 그린 작품이라 누구의 작품이 가장 좋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혼자만의 것을 몸에 지니고 있다는 것이 특별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하와이에서는 멋있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 외국에서는 관심 없는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죠. 이젠 익숙해져서 옆에서 수군거려도 못들은 체 합니다. 팔꿈치까지 그려져 있는 그림을 팔목까지 더 그려 작품다운 작품을 하나 갖고 싶어요.”
◇ 성인식이나 통과의례처럼 성스럽게 느껴져 = 홍대 앞 예술시장에서 헤나(Henna, 인스턴트 타투)를 시작한지 2주일째 됐다는 이지은(27)씨도 “언젠가 한번은 타투를 하고 싶다”면서 “비석에 명문을 새기듯 자기 몸에 무언가를 영원히 새긴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헤나와 타투는 시각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는지 몰라도 의미는 천지 차이다. 헤나는 단지 화장용 잉크를 묻혀 놓은 액세서리에 불과하지만 타투는 일종의 성인식이나 통과의례처럼 각자의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정주희(22·남동구 만수동)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몸에 예술작품을 평생 간직하고픈 욕망이 있다”는 정씨는 허리나 어깨, 목 뒤에 ‘켈틱 크로스’를 새기고 싶지만 타투이스트(Tattooist, 문신예술가)와 상의해서 자신에게 맞는 문양을 찾을 것이란다.
주부 김성실(39·강서구 방화동)씨는 “전통무늬 위에 사람이 기대고 있는 모습을 문신한 친구가 있는데 어찌나 멋스럽고 고급스러운지 감탄이 나올 정도”라며 “거기에 반해 가끔 헤나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커서 이해할 나이가 되면 손가락에 반지식으로 전통무늬를 새기고 싶다”고 말한다.
◇ 흉터 가리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 문신은 또 커다란 흉터를 가지고 있거나 화상을 입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기도 한다. 엉터리 문신시술가가 마구잡이로 그려놓은 흉한 문신을 보기 좋게 예술적으로 바꿔 놓기도 한다.
화상 때문에 심한 콤플렉스를 느껴 여름에도 긴소매 옷을 입고 다녀야했던 직장인 이 모씨는 “타투 덕분에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면서 “기피의 계절이었던 여름이 즐거운 여름으로 돌아와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작사 작곡 편곡 등을 하고 있는 음악인 김준호(27·종로구 홍지동)씨도 “어깨에 손바닥만한 뱀 문신이 있었는데 색깔이나 모양이 흉해 봉황으로 바꿨다”면서 “이전보다 크기가 커져 팔꿈치까지 내려왔지만 보기도 훨씬 좋고 진짜 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문신은 아직 불량한 취급을 받는다.
효경(孝經)에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로서 불감훼상이 효지시야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신체와 머리카락과 살갗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감히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다)’하여 유교문화권의 영향 아래 놓인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문신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유교 본거지인 중국보다 오히려 더 심하다. 최근 중국의 심천관광특구에서는 타투숍이 합법적으로 운영될 정도로 변하고 있지만 우리는 요지부동이다.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의 문신 시술행위는 불법 의료행위로 처벌받고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줄만한 문신이 몸에 새겨져 있으면 현역병으로 입영할 수도 없게될 뿐 아니라 병역기피혐의로 구속되기도 한다.
◇ 동성애가 성적 소수자의 문화인 것처럼 = 동성애자도 얼마전까지는 변태성욕자로 낙인찍혀 인간다운 삶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한 때는 에이즈의 원인이라며 경멸 당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동성애를 하나의 성적 취향으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며 그들의 인권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시의회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힌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는 등 사회적 편견도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타투도 마찬가지다. 동성애에 대해 혐오스럽게 생각할 수 있으나 동성애는 분명 성적 소수자의 문화인 것처럼 문신을 혐오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와 문신문화, 애호가들의 인권은 구분되어야 한다.
타투는 엄연히 존재하는 문화현상이며 문신시술을 (불법)의료행위가 아닌 문화예술행위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문신은 더 이상 ‘양아치문화’가 아니다. 개인의 기호나 선택에 의해 행해지는 대중예술의 한 분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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