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재판행위 중 잘못 , 손해배상 책임없다”

경매 배당표 잘못 작성 … 원고, 피해복구 방법 없어

지역내일 2000-12-03 (수정 2000-12-04 오전 11:55:30)
판사가 명백한 사실을 오인하여 원고가 손해를 입었더라도 재판행위에 해당한다면 국가는 배상책임이 없다
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정장오 부장판사)는 경매과정에서 선순위 근저당권 설정 사실을 판사가 잘
못 알고 후순위 채권자에 경매대금을 배당하는 등 법원의 잘못으로 2800여만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ㄱ은행
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배상책임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배당표를 작성 확정하고 배당을 실시하는 것은 경매법원 담당판사의 재판작용이다.
경매과정에서 하자로 이해관계인이 손해를 입었더라도 판사가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배당표를 작
성 확정하고 배당을 실시한 것이 아니라면 판사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원고가 손해를 입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ㄱ은행 경매담당 관계자는 “법원이 배당표를 작성할 때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기본적으
로 할 일 아니냐”며 따졌다.
ㄱ은행은 1억1000만원을 대출받은 배 모씨 소유의 부동산 3건에 98년 3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채무자 배 모씨가 빌린 돈을 갚지 않자 99년 1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경매신청을 냈다. 경매절차를 거쳐
올 3월 낙찰대금이 완납됐고 경매담당 판사는 배당기일에 앞서 배당표 원안을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판사
는 사건부동산에 ㄱ은행의 근저당권설정 사실을 오인하여 후순위 채권자인 정 모씨, 최 모씨, ㅁ회사 등에
배당하는 원안을 작성했다.
재야 법조계 일부에서는 재판의 손해배상 책임부분에 대해 “법관의 독립을 위해 면책이 인정되나 고의나
고도의 중과실일 경우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동희 서울대 교수는 “경험측이나 채증법칙을
현저히 일탈하거나 양식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과오를 범한경우”로 봤다.
재판부는 다른 피고(후순위 채권자)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부분은 원고승소판결을 했다. ㄱ은행 자산관
리부 관계자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중심이다. 다른 피고들은 재산이 없어서 재판 주문대로 배상액을
확보할 수 없다. 손실처리 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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