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4시 30분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한 인력시장. 허름한 옷을 걸친 100여명의 사람들이 일감을 찾아 서성거리고 있다.
인부들을 태우기 위한 승합차가 쉴새없이 오갔지만 결국 절반 이상은 끝내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 현장이 눈에 띄게 줄어든 데다 막노동 일거리라도 찾으려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막노동판 일당마저 ‘흔들’= 건설현장 경력만 10년이 넘는다는 박 모(43)씨는 “요즘은 일거리 찾기도 어렵지만 일당마저 떨어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오히려 외환위기가 절정으로 치달았던 98년 당시보다 체감경기는 더 불황이라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실제 일산과 파주 등 경기 북부권에서 ‘함바집’(건설현장 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41)씨는 “최근 현장 잡부들의 일당이 6만원에서 5만5000원으로 목공 등 기술경력자들은 13만원에서 12만원으로 떨어졌다”며 “그나마 일할 곳이 없어서 아둥바둥”이라고 전했다.
이씨에 따르면 건설현장 일용직 일당이 떨어지기는 IMF 이후 처음이라는 것. 이같은 현상은 빌라건설 열기가 시들해 진 서울 외곽과 수도권 일부지역이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로 서울 용산지역 건설현장 인부들을 공급하는 ㄷ인력 박 모 부장은 “지난해 6만5000원하던 일당이 올 들어 6만원으로 떨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 부장은 “특히 2000년 이후 반짝하던 빌라나 단독주택 건설 열기가 크게 줄었고 재건축 붐으로 아파트만 현상유지해 일거리가 줄어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박 부장은 “청계천 공사가 시작되면 일거리가 다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일거리 찾아 지역이동도 감수= 건설현장이 급감하자 일거리를 찾아 대규모 건설현장이 생기는 지역으로 주활동무대를 옮기는 경우도 생겼다.
서울 을지로 5가에서 공사 중인 ㅇ건설 현장소장 이 모씨는 “일자리 구하기 쉽지 않아 최근에는 2만가구 규모의 아파트 공사가 예정된 충남 천안지역으로 상당수 인부들이 내려갔다”고 소개했다.
이 소장은 “건설현장이 활발해 지기 위해서는 건설사의 사업발굴기획타당성 조사설계 등의 전단계가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설계사무실도 일이 없을 정도여서 앞으로 1∼2년이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금 추세라면 일용직 건설근로자의 일거리 찾기와 일당 하락 추세가 오히려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해석이다.
◆하반기에는 더 심각할 듯= 불황의 여파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생활 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영세업체를 중심으로 재정난에 빠지거나 도산하는 곳이 늘면서 결제방법까지 악화되고 있다. 하루치씩 지급하던 일당을 일주일이나 보름 단위로 지급하는 현장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인력공급업체 ㅅ사 관계자는 “어렵게 일감을 구해도 일당을 들쑥날쑥 받게 되면서 그나마 알뜰하게 생활하던 일용직까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간간히 받게 되는 목돈으로 술먹는 사람들이 늘어 카드빚 등에 시달리는 일용직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ㄷ인력 박 부장은 “건설 현장에서는 토목·개인건축·아파트건축·실내공사 순으로 경기에 영향을 받는다”며 “이미 토목과 개인건축은 현장이 절반 이상 줄었고 아파트와 실내공사도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부장은 “아직까지 일용직 일당 하락이 일부지역 현상에 불과하지만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김병량·김장환 기자 hjbeom@naeil.com
인부들을 태우기 위한 승합차가 쉴새없이 오갔지만 결국 절반 이상은 끝내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 현장이 눈에 띄게 줄어든 데다 막노동 일거리라도 찾으려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막노동판 일당마저 ‘흔들’= 건설현장 경력만 10년이 넘는다는 박 모(43)씨는 “요즘은 일거리 찾기도 어렵지만 일당마저 떨어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오히려 외환위기가 절정으로 치달았던 98년 당시보다 체감경기는 더 불황이라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실제 일산과 파주 등 경기 북부권에서 ‘함바집’(건설현장 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41)씨는 “최근 현장 잡부들의 일당이 6만원에서 5만5000원으로 목공 등 기술경력자들은 13만원에서 12만원으로 떨어졌다”며 “그나마 일할 곳이 없어서 아둥바둥”이라고 전했다.
이씨에 따르면 건설현장 일용직 일당이 떨어지기는 IMF 이후 처음이라는 것. 이같은 현상은 빌라건설 열기가 시들해 진 서울 외곽과 수도권 일부지역이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로 서울 용산지역 건설현장 인부들을 공급하는 ㄷ인력 박 모 부장은 “지난해 6만5000원하던 일당이 올 들어 6만원으로 떨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 부장은 “특히 2000년 이후 반짝하던 빌라나 단독주택 건설 열기가 크게 줄었고 재건축 붐으로 아파트만 현상유지해 일거리가 줄어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박 부장은 “청계천 공사가 시작되면 일거리가 다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일거리 찾아 지역이동도 감수= 건설현장이 급감하자 일거리를 찾아 대규모 건설현장이 생기는 지역으로 주활동무대를 옮기는 경우도 생겼다.
서울 을지로 5가에서 공사 중인 ㅇ건설 현장소장 이 모씨는 “일자리 구하기 쉽지 않아 최근에는 2만가구 규모의 아파트 공사가 예정된 충남 천안지역으로 상당수 인부들이 내려갔다”고 소개했다.
이 소장은 “건설현장이 활발해 지기 위해서는 건설사의 사업발굴기획타당성 조사설계 등의 전단계가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설계사무실도 일이 없을 정도여서 앞으로 1∼2년이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금 추세라면 일용직 건설근로자의 일거리 찾기와 일당 하락 추세가 오히려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해석이다.
◆하반기에는 더 심각할 듯= 불황의 여파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생활 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영세업체를 중심으로 재정난에 빠지거나 도산하는 곳이 늘면서 결제방법까지 악화되고 있다. 하루치씩 지급하던 일당을 일주일이나 보름 단위로 지급하는 현장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인력공급업체 ㅅ사 관계자는 “어렵게 일감을 구해도 일당을 들쑥날쑥 받게 되면서 그나마 알뜰하게 생활하던 일용직까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간간히 받게 되는 목돈으로 술먹는 사람들이 늘어 카드빚 등에 시달리는 일용직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ㄷ인력 박 부장은 “건설 현장에서는 토목·개인건축·아파트건축·실내공사 순으로 경기에 영향을 받는다”며 “이미 토목과 개인건축은 현장이 절반 이상 줄었고 아파트와 실내공사도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부장은 “아직까지 일용직 일당 하락이 일부지역 현상에 불과하지만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김병량·김장환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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