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주도하는 재건축, 이대로 좋은가

지역내일 2003-04-15
조합원․시공사 이익에 소비자 피해
무상평수 늘리려 일반 분양가 높여 … “과도한 이익 세금으로 흡수”

재건축이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지적이 아니다.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폭등 현상은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이지만, 문제는 이것이 인근 아파트 가격 상승을 유도해 전반적인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욱이 최근 재건축에서는 조합원 무상지분을 늘이고 시공사 이익 보장을 위해 일반 분양가를 높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조합원과 시공사의 이익을 실수요자의 ‘희생’을 통해 보장받으려는 것으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 부산 북구, 아파트값 상승 1위 =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에서 아파트값 상승률이 높은 상위 10개 지역은 예외 없이 모두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곳이다.
부산 북구가 168.2%로 가장 많이 올랐고, 부산 해운대구(136.4%), 경기도 수원시(123.9%), 경기도 군포시(114.9%), 경기도 안산시(113.4%) 순으로 서울 이외 지역이 1위에서 9위까지를 차지했으며, 서울 강남구는 110.2% 상승률로 10위를 기록했다.
부산 북구의 경우는 만덕동 주공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자 2000년 1월 13평형이 3750만원에서 2003년 3월 1억 800만원으로 188%나 올라 인근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했다.
해운대구도 주공 AID 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하며 3450만원 하던 13평형이 9900만원으로 187%나 올랐다.

◇ 재건축의 악순환 고리 = 재건축을 추진하면 아파트값이 상승하는 일차적인 원인은 시세차액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적은 평형이 넓은 평형의 새 아파트로 바뀐다는 점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파트값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좀더 넓은 평수를 원하는 조합원들의 요구와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시공사들 사이의 경쟁이 결합해 분양가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가 예상분양가를 정하고, 그에 따라 조합원에 돌아가는 무상지분이 결정된다. 무상평수를 늘이려는 조합은 시공사를 경쟁시키고, 시공사는 분양가를 높여 이를 충족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얼마전 시공사를 선정한 수원 권선 한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인근 아파트 시세를 고려해 적정 분양가는 700만원선이지만 업체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 지며 800만원의 분양가를 제시한 건설회사가 시공사로 선정됐다.
결국 직접적으로는 일반 분양을 받은 실입주자가 조합원과 시공사들의 이익을 위해 희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고, 또 이로 인한 집값 상승으로 서민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 재건축 규제 목소리 커져 = 이같은 현상에 대해 재건축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소비자를 위한 시민모임 김자혜 사무총장은 “재건축이 재테크 수단으로 인정되며 이를 사고팔고 하는 과정에서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고, 선의의 피해를 실입주자들이 보고 있다”며 “부당하게 과도한 이익을 남기는 데 대해서는 세금을 매겨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건축을 통한 이익의 추구를 말릴 수야 없지만, 그 피해가 일반 서민에게 돌아오는 데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건축을 담당하는 건교부 권오열 주거환경과장은 “따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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