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서울 잠실4단지

재건축 현장에 새바람이 분다

지역내일 2003-02-24 (수정 2003-02-26 오후 2:15:36)
지난 22일 토요일 오후 2시, 잠실4단지 재건축조합 임시총회가 두 곳에서 동시에 열렸다. 문동열 조합장은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신근수 김현정 두 감사는 송파구민회관에서 각각 총회를 소집한 것이다.
문 조합장이 소집한 총회는 시공사와 계약의 추인 등 관리처분안에 대한 동의를 얻으려는 것이었고, 두 감사가 연 총회는 문 조합장을 해임하고 시공사와 재협상을 추진하려는 목적이었다.
두 총회 모두 조합규약에 따른 적법한 것으로 어떤 총회가 성공할 것인지는 조합원들이 어느 쪽에 더 많이 참석하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기자는 먼저 잠실학생체육관을 찾았다. 하지만 입구에서 취재를 거부당해 안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송파구민회관을 찾자 현관에서부터 주민들이 빼곡히 들어차 신원확인을 하느라 매우 혼잡했다. 감사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출석 858명, 서면결의서 제출 366명으로 총 1224명이 참석해 총회 정족수인 과반수(전체 2277명중 약 54%)를 넘겼다.
반면,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총회는 관리처분안 동의에 필요한 80% 출석은 물론이고, 과반수 출석에도 미치지 못해 총회 자체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반수 이상의 조합원이 감사 측을 선택한 것이다. 구민회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온 조합원도 있어 박수를 받았다. 총회가 열리자 조합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조합원들은 “현 집행부가 투명하지 못한 운영으로 조합원들을 철저히 속이고 기만해 왔다”며 조합장을 성토했다.
김 감사는 “알루미늄 새시 시공 비용으로 156억을 책정해 놓았는데, 전문가를 통해 아주 후하게 견적을 잡아도 반값이면 충분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총회를 준비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 온 ‘우리재산지킴이’측은 “시공사와의 재협상을 통해 조합원의 비용분담액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시공사와 유착 의혹을 사고 있는 집행부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총회에서는 조합장을 비롯한 이사들을 전원 해임하고 부조합장 중심의 권한대행체제를 출범시켰다. 과반수 조합원의 출석과 출석 과반수의 의결로 조합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조합 규약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다수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시공사와의 계약을 밀어 붙이려던 조합장이 해임되고 시공사와의 재협상을 주장하는 인사들로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조합규약에 따라 조만간 새 조합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잠실4단지의 이같은 움직임은 인근 잠실 재건축단지는 물론 재건축시장 전반이 투명화 돼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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