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언대>잘못된 제2경인고속도로 연장 공사, 안양시가 책임져야 한다.

지역내일 2000-10-26 (수정 2000-10-26 오후 7:20:20)
이종태(안양지역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제2경인고속도로 석수IC와 석수-신림간 지방도로 삼막IC를 연결시키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
다.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대 및 중지 요청에도 불구하고 강행되는 이 공사는 울창한
숲을 무자비하게 파헤친다는 반환경적 요소 외에도 도로의 이용가치와 주변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무
시한 전형적인 낭비적 요소를 안고 있다.
본래 이 연장 노선은 관악산을 터널로 관통하여 양재로 연결시키는 도로 건설계획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계획 자체는 이미 수년 전에 백지화되었고 이제는 단지 제2경인고속도로를 나와 신
림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차량들만이 이용하게 되어 있다. 또 내년에는 제2경인고속도로-소하JCT-경
부고속도로를 연결하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가 착공된다. 이러한 여건의 변화로 이 연장도로의 효
용가치는 매우 낮아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기존의 설계에 따라 삼막IC에 거대한 입체교차
로가 건설되고 있으며, 석수IC와 이곳을 연결하는 도로가 마을 뒤로 불과 5-10미터 떨어져 만들어지
고 있다. 이로써 수백 년 된 안락한 부락이 매연과 소음 속의 교통섬으로 변할 뿐만 아니라, 무한한
개발잠재력을 지닌 부근의 석산부지와 그 주변 20여 만평 토지의 활용이 심각한 제약을 받게 되었
다.
이처럼 불합리한 공사가 중지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국토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이의 시정을 안양시에 요구하였다. 그러나 시는 이를
묵살하고 12월에 공사 착공을 승인하였다. 당시에 시는 삼막골에서 양재로 가는 도로 건설
계획이 폐지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 뒤에도 기회는 있었다. 시민들의 진정에
의해 한 동안 공사가 중지되고 있을 때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건설부와 도로공사를 설득하
였다면 합리적인 조정이 가능했을 것이다. 건설부와 도로공사, 그리고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서도 내부적으로는 진행중인 공사의 불합리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고충처리위원
회의 실사계획을 알고 시공업체가 공사 추진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하여 기습 공사를 하고 주
민과 시민단체들이 이를 몸으로 막을 때에야 시는 뒤늦게 마지못해 공사 중지 협조 공문을
보냈을 뿐이다.
시멘트와 철근을 이용한 거대 구조물을 한 번 만들면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만들
기 전에 몇 번이고 그 타당성과 효율성을 검토해야 하고 만일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어떤
단계에서라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책임지기를 싫어하는 공무원들의
관행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러한 조정을 절차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회피한다. 그 결과는 물
론 후손들에게 두고두고 막대한 피해를 안겨준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 폐해가 불보듯 뻔한
제2경인고속도로 연장공사의 결과에 대하여 안양시장과 그 주무 관리들은 분명한 책임을 져
야 한다. 시민들은 그 귀추를 예의 주시할 것이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 졸업
교육학박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강사
안양지역시민연대 공동대표, 상임공동대표
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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