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 : 5월정상회담 가능할까

지역내일 2003-03-05
제목 : 획기적 북핵해법이나 성사 힘들어
궁지몰린 김정일 위원장 설득 어려워 … 대북경협 밑그림도 부족

나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이 북측과 접촉해 조기정상회담을 제의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나 보좌관은 노무현 당선자에게 북측 접촉계획을 보고한 후 출국했으며, 조기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북측반응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김정일 위원장의 반응을 전달받는데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나 보좌관이 만난 북측인사는 지난 정부 국정원 차장으로 재직시 개설한 북한 창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 보좌관이 제의한 정상회담 시기는 노 대통령의 방미전인 5월경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약속을 깨고 끝내 서울답방을 미뤄온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결심할지 주목된다.
나종일 보좌관의 북측접촉은 새 정부의 정상회담 추진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나 보좌관이 북측을 접촉한 다음날인 2월21일 문희상 비서실장은 일본언론과 인터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한을 기대하지만, 북측의 초청이 있으면 노 대통령이 방북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1월24일 노 대통령은 미국 CNN방송 회견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정상회담을 제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취임 후 적절한 때에 의전에 관계없이 공개제의할 것이라고 부언했다.
이에 따르면 나 보좌관의 대북접촉은 노 대통령의 공개적인 정상회담 제안을 앞두고 정지작업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핵긴장이 높아지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측근들은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설득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의전절차를 따지지 않고,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생각’이라고 밝힌 것은 의전상 서울답방 순서에 매이지 않고 초청하면 방북하겠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나종일 보좌관의 대북접촉사실 공개로 정상회담이 북핵문제 해법의 고리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정부 한 고위당국자는 “부시대통령을 만나기 전 남북접촉이 먼저 이뤄지면, 북핵긴장을 급격히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라는 바”라고 말했다. 한미정상회담 전 남북회담이 먼저 열리게 될 경우 한미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면 누가 먼저 만나든 한미간에 문제될 게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한미정상회담 전에 성사되기는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 여건은 김대중 정부 때보다 나아진 게 없다. 서울답방은 남한내부에 반김정일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는 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북한문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평양정상회담은 대대적인 북한재건 및 지원계획에 대한 밑그림이 갖춰지기 전에는 어렵다. 제1차 평양정상회담은 현대그룹이 민간차원의 대북지원 및 경제협력을 배경으로 하여 이뤄졌다. 지금 개성공단을 개발할 대규모 외자 및 남한자본의 진출구상은 불투명하다. 북한 내부에서 궁지로 몰려 있는 핵개발 강경책을 버리고 유화정책으로 전환토록 유도할 여건이 너무 부족한 상태인 것이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에 호감을 가졌던 북한은 최근 취임사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혹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에 중대한 위협”, “북한의 핵 개발은 용인될 수 없으며, 포기해야 한다”고 못박은 데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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