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 파일’ 보고서에 나타난 한국 20대의 성 트랜드

‘혼전 순결’ 관념은 퇴조, 행동은 겁나

지역내일 2003-03-04 (수정 2003-03-05 오후 3:31:03)
대학생 이성환(28)씨가 내놓은 ‘옐로우 파일’(책읽는 사람들)은 여성 541명, 남성 58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한 섹스 경향 보고서다.
저자는 “우리나라 결혼 연령이 20대말에서 30대초이기 때문에 20대의 섹스 정보를 취급하는 것은 관습에 대한 도전일 수 있기에 무의식적으로 차단되어”왔다면서 “섹스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은 과거 억압된 성이 가져온 피해를 끄집어내는 한편,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의미에서 조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20대 여성 유경험자 53%=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여성(평균 24세) 중 유경험자 비율은 53%로 남자 83%보다는 훨씬 낮았지만 일반적인 예상보다는 훨씬 높았다. 설문조사가 무작위 메일 발송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성 경험에 관한 질문에 호의적으로 응답한 사람들이 표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될 것이다.
여자들이 첫 번째 섹스를 경험하는 나이는 평균 20.5살이며 20∼21살에 첫 경험 시기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에 월간중앙에서 발표한 조사에서도 여성 첫 경험 나이는 평균 21살로 나왔다. 20대 초반에 성 경험 기회가 많은 것은 10대의 부분적인 성 개방과 고등학교 졸업 시기가 맞물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드러내놓고 말하기는 꺼려= 20대초반 미혼 여성들은 같은 연령대 남자와 달리 첫 경험을 드러내놓고 말하기 껄끄러워 한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 세 여자가 자신들의 성 경험, 오르가슴에 이르는 법, 파트너의 ‘정력’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현실에서 ‘처녀’들은 섹스의 쾌락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이 거의 없다.
“캠퍼스 커플은 절대로 성관계 않으려고 해요. 남자애들은 같이 자면 다 떠들고 다니거든요. 남의 입에 자기 성생활이 거론된다는 건 생각만 해도 싫을 것 같아요.”(오 모씨·23세·대학 3년)

◇비자발적 상황서 첫경험 많아= 결혼이라는 제도적 울타리가 보호해주지 않는 상태에서 20대 초반에 겪게 되는 첫 경험은 많은 경우 비자발적인 상황에 의해 이루어진다.
첫 경험의 계기를 묻는 질문에 남자들 중 가장 많은 수가 ‘술자리의 분위기’(34%), 그 다음으로가 ‘사랑해서’(27%)라고 대답했다. 이에 비해 여자들의 응답은 상대방의 요구와 설득이 22%로 가장 많았고 술자리의 분위기(18.6%), 생일 기념일 등 특별한 날(14%), 상대방의 강압(10%) 등의 순서였다. 첫 경험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대답은 31%뿐이었다. 60% 이상의 여성이 ‘떠밀려서’ 첫 섹스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성환씨는 “처녀는 섹스의 순간까지 섹스를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 정보를 미리 습득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첫 경험에서 피임을 하지 않았다는 대답이 65%로 높게 나오는 것도 준비 없이 닥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순결의무서는 자유로와= 20대 미혼 여성들은 ‘결혼하기 전에는 반드시 처녀성을 지켜야 한다’는 순결 의무로부터는 비교적 자유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여성 중 무경험자의 과반수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성 관계를 갖겠다’고 대답했다.
젊은 여성들은 결혼 전 순결 요구가 여성의 자유를 제약하고 여자에게만 불공평하게 강요되는 남성중심의 사고방식이라고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는 해도 그 선을 넘는 것은 부담스럽고 불안하다. 유경험자의 절반(51%)과 무경험자의 과반수(60%)가 ‘결혼 전에는 처녀로 인식되는 것이 사회생활에서 유리하다’고 대답했다.
의식으로만 갖고 있던 성에 대한 ‘진보·개방’적인 사고가 구체적으로 자리잡는 것이 성 경험을 갖게되면서부터다. 처녀들의 성 가치관은 경험 후에 크게 변한다. 첫 경험 후 여성의 66%가 혼전 순결을 인정하지 않으며 65%가 섹스에 대해 개방적이 되었다고 응답했다. 첫 경험 후의 감정상태로 많은 수가 허탈감 내지 아무 느낌 없다(32%)고 대답했고 두 번째로 상실감(32%)을 들었다. 18.2%만이 기쁨과 만족감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 오진영·김은광 기자 ojy@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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