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만기 도래하는 대규모 회사채와 주가폭락, 유가폭등 등 경영압박요소가 좀처럼 제거
되지 않자 위험에 대비한 비상경영체제를 잇따라 구축하고 위기관리에 돌입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 삼성 LG SK 등 4대그룹은 연말까지 예외 없이 갚아야 하는 회사
채규모가 줄잡아 약8조원에 달한데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주가가 반토막 이상 폭락하고
원유가 폭등에 따른 원부자재 급등 등 경제여건이 IFM 때와 유사한 징조를 보임에 따라 계
열사 사장단 회의를 긴급 소집해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위기관리에 총력을 쏟고
있다. 경기하락과 저성장 시대에 대비한 경영전략과 경영혁신도 아울러 꾀하고 있다.
재계는 경기 하락추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특히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기업 도산,
신용경색, 제품마다 공급과잉에 따른 공급가 하락의 자산 디플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
과 관련해 경제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도 높아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4대그룹은 이달부터 갚아야 하는 만기도래 회사채에 대비 내부자금 축적 및 투자보류에 중
점을 두는 등 위기상황의 '시나리오'까지 마련, 이를 경영에 즉각 반영하고 있다.
4대그룹이 특단 조치로 위기대응체제의 '시나리오'마저 짰다는 것은 나머지 30대그룹은 물론
중소기업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럴 경우 당장 시중의 자금
이 꽁꽁 얼어 붙여 극심한 자금난을 부채질 할 공산이 크다.
삼성그룹은 며칠전 태평로 그룹 본관에서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을 중심으로 핵심 계열사
사장단20명을 긴급 소집하고 연말과 내년 초에 불어닥칠 자금난에 대비해 현금을 넉넉히 확
보해둘 것을 지시했다. 당시 모인 사장단은 현재의 경제 상황이 97말 IMF 때에 버금가는
비상국면임을 재인식했다.
SK 최근 47개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간헐적으로 열고 기업의 최악상황을 대비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할 것을 지시했다. 또 SK그룹의 사실상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나 전문경영인 손
길승 회장은 수익성이 저조한 계열사 대표를 개별적으로 잇따라 불러 저성장에 대비한 위험
관리에 역점을 두라고 당부하고 있다. SK그룹은 IMT-2000(차세대이동통신)사업참여에 따
른 막대한 자금소요, 주력업종인 정유업도 원유가 폭등에 따른 수익성 추락 등 악화된 기업
여건이 계열사 전반에 파급될 것으로 보고 비상경영 체제를 마련한 것이다.
LG그룹도 다급해 졌다. 12월에 몰려오는 회사채 규모가 1조3879억원에 달해 유동성 확보에
역점을 두기로 하고 자금지출은 가급적 축소하는 한편 웬만한 부동산은 긴급 정리키로 하는
등 사실상 비상체제를 선언한 셈이다.
업종별로 분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그룹은 금융사들이 자금을 무차별적으로 빨아들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업종별 사장단 회의를 잇따라 열고 유동성 확보에 따른 비상경영체제의
고삐를 늦추지 말 것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강조하고 있다. 특히 현대는 계열사마다 현금지
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무실 난방온도를 낮추고 조명을 줄여 비용을 아끼는가 하면 접대비
등 경상비를 아예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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