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민심 심상치 않다

주력기업 부도 생활고 가중 … 경찰과 충돌, 시위양상 격렬해

지역내일 2000-11-27 (수정 2000-11-28 오후 1:10:59)
대구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다. 우방 삼성상용차 등 주력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지역경제가 크게 위축
되고 노동자를 비롯한 일하는 사람들의 분노가 깊어가고만 있다.
우방에 입사한 지 7년 째인 구 모(32) 대리. 한참 우방이 주가를 높이던 94년에 입사해 청운의 꿈을 키워
왔다.
구 대리의 연봉은 2000만원이 안된다.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98년 이후 상여금이 전액 없어졌기 때문
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카드 빚도 얼마간 지게 되었다. 8월 28일 부도 이후 3개월간 월급을 못 받았다.
하지만 구 대리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 97년 1500명을 넘던 우방 직원들이 지금은 800명이
채 안된다. 절반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결혼 전이거나 아이들이 크지 않은 대리급 이하 직원들은 그래도 견딜만하다. 그러나 중고교생 아이를 둔 과
장급 이상 직원들은 운좋게 친척 도움을 받거나 빚을 쓰지 않으면 생활이 어렵다.
판촉팀의 조 모(40) 차장. 고교생 아이 둘을 둔 40대의 가장이다. 맞벌이를 하는 아내의 월급으로 근근히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조 차장은 “지난 3년 간은 그동안 벌어놓은 돈으로 살았다면 올해부터는 빚으로 생
활하는 형편”이라고 말한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우방직원들은 노동조합과 비상간부회의를 중심으로 재기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건설경기가 이들의 재기를 수용할지는 아직 ‘물음표’인 상태다.
이미 부도가 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업체 직원들의 고민이 ‘생계형’이라면, 삼성상용차나 대우차 협력
업체의 고민은 부도위기와 고용승계 여부 등 ‘실직 위험’에 집중돼 있다.
당장 부도와 실직위기에 처한 당사자는 삼성상용차 직원 1300여명, 협력업체 115개사 7만여명과 대우차
협력업체 400여개사 직원들이다.
이미 대우차 부도 이후인 지난 10일 경북 경산시 진량공단에 입주한 협력업체 1곳이 부도난 데 이어 달성공
단에 입주한 ㄱ, ㅍ업체 등 2차 납품업체 3곳이 조업을 중단한 상태. 앞으로 완성차 공장이 휴업을 본격화
하면 지역 부품업체의 가동중단도 잇따를 전망이다.
더구나 이들 상당수는 ‘부도와 실직 위기가 정치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시위
양상도 격렬한 양상을 띄고 있다.
삼성상용차 직원들은 청산방침이 결정된 직후 공장에서 트럭을 불태우며 시위를 벌였다. 또 지난 20일에는
시민단체와 삼성상용차, 협력업체 직원들이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 2명이 부상
을 입는 등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업 퇴출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실직자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폭동양
상으로 번질 수도 있을 것 ”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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