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빌딩 외국자본에 넘어간다

99년말부터 본격 매입 착수 … 현재 1조원 추정

지역내일 2000-11-26 (수정 2000-11-27 오전 11:32:53)
서울 도심지의 대형오피스빌딩 매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자본의 대형빌딩매입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오피스빌딩의 매매는 외환위기이후 크게 증가했는데 지금까지 그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114가 자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내에 740개 빌딩중 소유주 변동이 있었던 빌딩은 모두
238개에 이른다. 이중 98년 이후에 매매가 이뤄진 빌딩은 32% 수준인 77개였다. 특히 강남의 경우 84개
빌딩중 40개 빌딩이 이 기간중에 매매될 정도였다.
이런 와중에서 외국자본의 대형빌딩매매 시장진출 역시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자금압박으로 소유하고 있던 빌딩매각에 나선 대부분의 기업들은 구매력있는 외국자본을 필요로 했고 외국
자본은 급매물로 나온 빌딩들의 낮은 가격이 구미를 당겼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자본이 투자목적으로 대형빌딩매매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시기를 99년말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의 대형빌딩 매입은 시기와 목적에 따라 두시기로 구분하고 있는데, IMF이후∼99년 말
까지를 한시기로 99년말∼현재까지를 또 한시기로 구분한다.
앞의 시기는 외국업체들의 주로 자체적인 회사업무용으로 빌딩을 매입하던 시기로 엄밀한 의미에서의 부동
산에 대한 투자로 보기는 힘들다.
외국자본이 본격적으로 투자목적의 빌딩매입에 나선 지난해 말 이후 이뤄진 대형빌딩의 매각사례를 보면 △
극동건설의 은석빌딩(모건스탠리사 등 외국의 다국적 펀드) △역삼동의 현대산업개발 빌딩(로담코사) △회
현동 아시아나 빌딩(싱가폴 투자청) △ 광화문 파이낸스 센터(싱가폴 투자청) △서울역앞 벽산125빌딩(론
스타 어드바이저 코리아) 등이다. 이외에도 현대산업개발이 역삼동에 신축중인 I타워, 충무로의 극동빌딩,
금호그룹의 광화문 신사옥 등이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외국인이 빌딩매입 규모는 1조원에 달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외국인들의 국내 오피스빌딩 매입에 대해 긍정론과 부정론이 맞서고 있다.
긍정론을 펴는 사람들은 우선 대기업들의 자금난해소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금난 때문에 소유하고 있는 빌딩을 내놓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매입할 만한 여력을 갖
춘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매입은 국내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숨통을 터준다는 것이다.
왜곡된 빌딩매매시장의 거품가격을 없애는데 일조를 한다는 것 또한 외국인의 빌딩매입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이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된 대형빌딩매매 및 임대가 실제가치보다 높게 거래돼 왔는
데 지금은 그것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동산 114의 김재욱 연구원은 “그동안 실제가치보다 20%정도 높은 가격에 거래돼온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급박한 상황에서 급매물로 나온 빌딩을 외국인들이 감정가 이상으로
매입하는 경우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이런 현상이 시장 전체적의 흐름으로 정착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시장만 교란시킨 채 이익만 챙기고 나간다는 것이다.
코릿츠의 김우진 소장은 "지금 들어온 외국자본들은 영업활동이 아니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이라
며“매각하는 기업들의 급박한 사정을 이용, 헐값에 매입해 결국에는 높은 가격으로 다시 되팔아 빌딩매매
시장만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아직도 많은 외국자본들은 가격이 더 내릴 것으로 보고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가 회복조
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내년이 되면 기업유동성 부족이 더욱 심화돼 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코릿츠의 김 소장은 “한동안 외국자본의 국내빌딩매입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그 기
간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김 소장은“통상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들은 보통 3∼
5년이 지나면 매각하기 시작하는데 그 때가 되면 더 높은 매매차익을 남기기 위한 외국자본 때문에 대형빌
딩매매 시장이 혼란을 겪을 수 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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