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술자리를 겸한 모임이나 행사가 늘고 있다.
그러나 연말이 불안한 이들이 있다. 오너 드라이버들과 그의 가족들이다.
모임도 좋고 술도 좋지만 ‘음주운전만은 안 된다’는 주문을 한 귀로 흘리는 운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 차가 없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언제 어디서 음주차량이 돌진할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피치 못해 술자리에 앉아야 하는 일이 잦은 연말이면 덩달아 바빠지는 곳이 있다. 대리운전 업체와 대리운전자들이다. 특히 몇 년전부터 늘기 시작한 여성 대리운전자들은 희소성 때문에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단골도 생겨= 대리운전업체 ‘드라이버서비스’ 이영미(28)씨의 출근시간은 오후 6시30분. 이씨는 동료들 사이에서 ‘해결사’로 통한다.
전화를 한지 30분이나 지났는데 왜 운전자가 나타나지 않느냐고 펄펄 뛰는 손님은 으레 이씨의 몫.
낮밤을 바꿔 살아야 하기 때문에 남녀를 불문하고 6개월을 버티지 못하는 대리운전계에서 이씨는 3년을 넘긴 전설의 고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여성’이기 때문이다.
길을 몰라도 남자운전자였다면 호통을 칠텐데 친절하게 가르쳐주기도 한다.
희소가치의 위력은 단골이라는 성과로 이어진다. 전체 40여명 직원 중 여성이 12명이나 되는 ‘대경 대리운전’의 성영숙(42)씨는 단골이 많기로 유명하다.
“한번 모신 손님은 집을 기억하니까 편리하죠. 술 드시고 잠들어도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여성이라 더 기억에 남나봐요.”
◇고객 사생활에 분노하지 말 것= 하지만 여성이라고 유쾌한(?) 일만 겪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자가 운전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어’ 하는 얕보는 시선에다 취기 오른 남자 고객의 객기를 보아 넘겨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8월쯤인데 BMW를 모는 젊은 분이었어요. 첫 마디가 ‘차 뽑은 지 한 달 밖에 안됐다’는 거예요. 조심하라는 거죠. 그러면서 타지도 않고 라이트를 켜 봐라, 후진해 봐라 시험을 하는 거예요. 남자한테라면 그렇게까지는 않았을텐데.”
이 정도는 약과. 늦은 밤, 술 취한 남성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니 민망한 현장의 목격자가 될 때도 있다. 이때문에 여성 대리운전자들의 불문율이자 통과 의례 중에는 ‘고객들의 사생활에 분노하지 말 것’ 그리고 ‘운전에만 집중할 것’ 등이 있다.
성씨에게 안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일 중에는 이런 일도 있다.
남자 사장과 젊은 여성이 차에 오르더니 ‘여행을 가자’ 하더니 차에서 ‘교양(?)영화’를 찍어버리는 것. 얼마 후 여성이 내리자 이 ‘사장님’ 집으로 전화를 하더니 하는 말, “애들은 자냐”.
성씨는 “그런 때는 모른 척 하고 앞만 보고 운전을 하는 수밖에 없다”며 “간혹 젊은 동료들은 그런 장면을 보면 차를 한강에 버리고 싶다고 한다”며 웃었다.
◇눈살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이 밖에도 손님들의 행태는 다양하다.
100만원권 수표를 내는 고객, 볼일이 급하다며 내리더니 다시 타선 집인 줄 착각하고 옷을 벗는 손님 ….
간혹 술기운을 빌어 ‘성희롱’에 견줄만한 ‘사고를 치는’ 손님도 있다. 결혼은 했느냐로 시작된 질문이 술 한잔 하자거나 데이트 한번 하자로 나갔다가 ‘2차는 안 뛰느냐’로 발전하는 것.
하지만 ‘직업정신’에 투철한 이들, 처음엔 당황했지만 차츰 ‘일이 더 남았다. 잘못하면 퇴출당한다’며 칼같이 자르는 노하우를 터득하기에 이르렀다.
◇월수입 200만∼300만원 수준= 이렇게 해서 이들이 한 달에 손에 쥐는 액수는 200만∼300만원 가량이다.
오후 6∼7시 사이에 출근해 4∼5 ‘콜’을 뛰고 입금까지 마치면 보통 새벽 5시. 적지 않은 액수지만 10시간 넘게 ‘까다로운’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일에 비하면 썩 많은 것은 아니다.
이들은 왜 고생을 자처하며 대리운전을 택했을까. 더구나 많은 대리운전자들이 낮에는 다른 일을 하는 하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운전을 좋아하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해요. 피곤하다가도 운전대만 잡으면 힘이 솟는 걸 느껴요.” ‘훼미리 서비스’의 심현주(28)씨 얘기다.
남궁씨는 “위험하지 않을까 하지만 짓궂은 고객은 정보가 본사에 남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손님들이 심하게 짓궂거나 무례하지 않다”면서 “생활리듬이 달라 힘든 것 외엔 특별히 여자라고 더 위험한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물론 이들도 치마 대신 정장을 입는 등 예방 차원의 노력도 병행한다.
◇보험가입 여부 확인해야=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주의가 높아지면서 대리운전을 찾는 이도 많아졌다. 자연 대리운전의 세계도 변화가 있다.
아직은 10%도 안되지만 여성 고객도 조금씩 늘고 있다. 남성과의 차이는 거의 없다. 특징이라면 잔소리가 조금 심하다는 것.
수요가 늘다보니 대리운전업체도 늘었다. 무허가 업체까지 포함하면 2000여 개. 지난달 시작했는데 벌써 문을 닫은 업체까지 생길 정도로 난립상태다. 때문에 보험에는 가입했는지, 직원들 서비스 교육은 제대로 됐는지 판단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다.
1만 여명에 달하는 대리운전자 가운데 여성의 수는 워낙 미미해 파악 자체가 어렵다. 하지만 이들로 인해 대리운전계가 훨씬 밝아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연말, 술자리가 있다면 이들을 찾아보면 어떨까. 특히 당신이 여성이라면 더없이 편안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성 대리운전자가 있는 업체들
·드라이브 서비스 080-009-7272
·대경 대리운전 1588-8836
·훼미리 서비스 080-035-8585
/ 성홍식·손정미 기자 hssung@naeil.com
그러나 연말이 불안한 이들이 있다. 오너 드라이버들과 그의 가족들이다.
모임도 좋고 술도 좋지만 ‘음주운전만은 안 된다’는 주문을 한 귀로 흘리는 운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 차가 없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언제 어디서 음주차량이 돌진할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피치 못해 술자리에 앉아야 하는 일이 잦은 연말이면 덩달아 바빠지는 곳이 있다. 대리운전 업체와 대리운전자들이다. 특히 몇 년전부터 늘기 시작한 여성 대리운전자들은 희소성 때문에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단골도 생겨= 대리운전업체 ‘드라이버서비스’ 이영미(28)씨의 출근시간은 오후 6시30분. 이씨는 동료들 사이에서 ‘해결사’로 통한다.
전화를 한지 30분이나 지났는데 왜 운전자가 나타나지 않느냐고 펄펄 뛰는 손님은 으레 이씨의 몫.
낮밤을 바꿔 살아야 하기 때문에 남녀를 불문하고 6개월을 버티지 못하는 대리운전계에서 이씨는 3년을 넘긴 전설의 고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여성’이기 때문이다.
길을 몰라도 남자운전자였다면 호통을 칠텐데 친절하게 가르쳐주기도 한다.
희소가치의 위력은 단골이라는 성과로 이어진다. 전체 40여명 직원 중 여성이 12명이나 되는 ‘대경 대리운전’의 성영숙(42)씨는 단골이 많기로 유명하다.
“한번 모신 손님은 집을 기억하니까 편리하죠. 술 드시고 잠들어도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여성이라 더 기억에 남나봐요.”
◇고객 사생활에 분노하지 말 것= 하지만 여성이라고 유쾌한(?) 일만 겪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자가 운전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어’ 하는 얕보는 시선에다 취기 오른 남자 고객의 객기를 보아 넘겨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8월쯤인데 BMW를 모는 젊은 분이었어요. 첫 마디가 ‘차 뽑은 지 한 달 밖에 안됐다’는 거예요. 조심하라는 거죠. 그러면서 타지도 않고 라이트를 켜 봐라, 후진해 봐라 시험을 하는 거예요. 남자한테라면 그렇게까지는 않았을텐데.”
이 정도는 약과. 늦은 밤, 술 취한 남성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니 민망한 현장의 목격자가 될 때도 있다. 이때문에 여성 대리운전자들의 불문율이자 통과 의례 중에는 ‘고객들의 사생활에 분노하지 말 것’ 그리고 ‘운전에만 집중할 것’ 등이 있다.
성씨에게 안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일 중에는 이런 일도 있다.
남자 사장과 젊은 여성이 차에 오르더니 ‘여행을 가자’ 하더니 차에서 ‘교양(?)영화’를 찍어버리는 것. 얼마 후 여성이 내리자 이 ‘사장님’ 집으로 전화를 하더니 하는 말, “애들은 자냐”.
성씨는 “그런 때는 모른 척 하고 앞만 보고 운전을 하는 수밖에 없다”며 “간혹 젊은 동료들은 그런 장면을 보면 차를 한강에 버리고 싶다고 한다”며 웃었다.
◇눈살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이 밖에도 손님들의 행태는 다양하다.
100만원권 수표를 내는 고객, 볼일이 급하다며 내리더니 다시 타선 집인 줄 착각하고 옷을 벗는 손님 ….
간혹 술기운을 빌어 ‘성희롱’에 견줄만한 ‘사고를 치는’ 손님도 있다. 결혼은 했느냐로 시작된 질문이 술 한잔 하자거나 데이트 한번 하자로 나갔다가 ‘2차는 안 뛰느냐’로 발전하는 것.
하지만 ‘직업정신’에 투철한 이들, 처음엔 당황했지만 차츰 ‘일이 더 남았다. 잘못하면 퇴출당한다’며 칼같이 자르는 노하우를 터득하기에 이르렀다.
◇월수입 200만∼300만원 수준= 이렇게 해서 이들이 한 달에 손에 쥐는 액수는 200만∼300만원 가량이다.
오후 6∼7시 사이에 출근해 4∼5 ‘콜’을 뛰고 입금까지 마치면 보통 새벽 5시. 적지 않은 액수지만 10시간 넘게 ‘까다로운’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일에 비하면 썩 많은 것은 아니다.
이들은 왜 고생을 자처하며 대리운전을 택했을까. 더구나 많은 대리운전자들이 낮에는 다른 일을 하는 하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운전을 좋아하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해요. 피곤하다가도 운전대만 잡으면 힘이 솟는 걸 느껴요.” ‘훼미리 서비스’의 심현주(28)씨 얘기다.
남궁씨는 “위험하지 않을까 하지만 짓궂은 고객은 정보가 본사에 남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손님들이 심하게 짓궂거나 무례하지 않다”면서 “생활리듬이 달라 힘든 것 외엔 특별히 여자라고 더 위험한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물론 이들도 치마 대신 정장을 입는 등 예방 차원의 노력도 병행한다.
◇보험가입 여부 확인해야=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주의가 높아지면서 대리운전을 찾는 이도 많아졌다. 자연 대리운전의 세계도 변화가 있다.
아직은 10%도 안되지만 여성 고객도 조금씩 늘고 있다. 남성과의 차이는 거의 없다. 특징이라면 잔소리가 조금 심하다는 것.
수요가 늘다보니 대리운전업체도 늘었다. 무허가 업체까지 포함하면 2000여 개. 지난달 시작했는데 벌써 문을 닫은 업체까지 생길 정도로 난립상태다. 때문에 보험에는 가입했는지, 직원들 서비스 교육은 제대로 됐는지 판단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다.
1만 여명에 달하는 대리운전자 가운데 여성의 수는 워낙 미미해 파악 자체가 어렵다. 하지만 이들로 인해 대리운전계가 훨씬 밝아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연말, 술자리가 있다면 이들을 찾아보면 어떨까. 특히 당신이 여성이라면 더없이 편안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성 대리운전자가 있는 업체들
·드라이브 서비스 080-009-7272
·대경 대리운전 1588-8836
·훼미리 서비스 080-035-8585
/ 성홍식·손정미 기자 hssung@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