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신의주 특구 개방의 의미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 북한학
북한당국은 금년 7월1일부터 계획경제의 개선 조치를 취한 이후 남북관계 원상회복, 북-일정상회담 개최, ‘신의주 특별행정구’ 설치 등 경제개혁을 가속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특히 신의주 특구지정은 북한의 변화의지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제 북한지도부의 정책변화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변화는 새로운 발전전략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양적 변화 수준을 넘어선 질적 변화 수준에서 봐야 할 것이다.
북한은 정권 수립 이후 자력갱생원칙에 입각한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노선에 따라 가능하면 모든 문제를 자체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사회주의권이 붕괴한 이후 사회주의 국가들간의 무역이 어려워지고 중국, 러시아 등이 ‘우호가격’으로 지원하던 원유 등 원자재 지원을 축소함으로써 경제위기는 심화됐다.
1990년대 북한당국은 외화난, 식량난, 에너지난, 생필품난 등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위기 속에서 주민들에게 제2의 천리마대진군을 요구하면서 내부자원 동원방식의 ‘자력갱생식 강성대국건설’을 추진했지만 경제를 재건하는데 실패했다.
엄청난 시련 속에 추진했던 ‘고난의 행군’이 실패로 끝나자, 북한당국은 21세기가 열리면서 더 이상 주민들에게 반복된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관점과 사고방식’을 강조하면서 경제개혁을 조심스럽게 추진하려 했다.
홍콩·선전(深玔)식 ‘자본주의 시험장’으로 활용
북한은 미국의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신사고 노선을 본격화하지 못하다가 올 하반기부터 이를 본격화하고 있다. 신사고에 입각한 새로운 발전전략은 ‘유치를 통한 개발촉진전략’이다. 내부자원이 고갈된 상태에서 추진하고 있는 계획경제의 개선노력은 외부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을 거둘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자구노력 차원에서 내부경제 개혁 조치를 취하면서 남북관계 원상회복, 그리고 북-일 국교정상화 및 북-미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신의주 특구 지정은 북한 지도부의 개혁·개방 의지를 서방세계에 확인시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북한은 1991년 12월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를 설치하고 대외 자본유치에 노력했으나 투자환경이 좋지 않고 법령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성공을 거둘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신의주 개방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획기적 조치다. 북한당국이 지난 9월12일 채택한 신의주 특별행정기본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국가가 신의주 특구에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부여하며 행정부의 법률제도를 50년간 변화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는 토지임대기간을 50년간 보장하여 특구에 투자를 장려하며 기업에 유리한 투자환경과 경제활동조건을 보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정치적으로는 홍콩, 마카오 등 자본주의국가들로부터 환수한 지역을 특별행정구역으로 유지하는 중국식 특별행정구역과 유사하고, 경제적으로는 선전(深玔) 등 중국의 경제특구와 유사하다.
북한이 경의선 연결지점이자 중국의 접경지역인 신의주를 특구로 지정한 것은 중국의 개혁·개방 경험을 원용하여 이 지역을 ‘자본주의 시험장’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신의주는 ‘북한판 상하이’로 북한 ‘발전의 극(the pole of development)’으로 해외자본 유치의 창구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서방과의 경제협력 및 중국진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다.
북한이 신의주를 특구로 설치했다고 해서 곧바로 해외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해외자본 입장에서는 북한보다 유리한 투자처가 많다. 결국 신의주 특구는 남한 자본과 중국의 화교자본, 그리고 일본 조총련 자본이 들어가지 않으면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북 지도부, ‘사회주의 시장경제’ 노선 따라야
따라서 신의주 특구는 경의선과 연결돼야 남한 등 서방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 그리고 중국의 자본과 시장이 결합되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경의선이 연결되면 ‘환황해경제권’이 형성되고, 북한 사회주의경제는 자본주의 세계경제에 편입하게 될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북한 내부의 개혁·개방과 관련한 법적·제도적 정비를 서두르는 것이다. 내부 개혁 없이 개방만 추진할 경우 서방 자본이 안심하고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메모수준의 ‘말씀’으로는 경제개혁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북한 지도부의 사상해방이다. 북한당국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기존의 논리를 넘어서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가능하다는 중국 역사적 경험을 수용하여 이를 당의 기본노선으로 채택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신의주 특구 등 개방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 북한학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 북한학
북한당국은 금년 7월1일부터 계획경제의 개선 조치를 취한 이후 남북관계 원상회복, 북-일정상회담 개최, ‘신의주 특별행정구’ 설치 등 경제개혁을 가속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특히 신의주 특구지정은 북한의 변화의지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제 북한지도부의 정책변화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변화는 새로운 발전전략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양적 변화 수준을 넘어선 질적 변화 수준에서 봐야 할 것이다.
북한은 정권 수립 이후 자력갱생원칙에 입각한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노선에 따라 가능하면 모든 문제를 자체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사회주의권이 붕괴한 이후 사회주의 국가들간의 무역이 어려워지고 중국, 러시아 등이 ‘우호가격’으로 지원하던 원유 등 원자재 지원을 축소함으로써 경제위기는 심화됐다.
1990년대 북한당국은 외화난, 식량난, 에너지난, 생필품난 등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위기 속에서 주민들에게 제2의 천리마대진군을 요구하면서 내부자원 동원방식의 ‘자력갱생식 강성대국건설’을 추진했지만 경제를 재건하는데 실패했다.
엄청난 시련 속에 추진했던 ‘고난의 행군’이 실패로 끝나자, 북한당국은 21세기가 열리면서 더 이상 주민들에게 반복된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관점과 사고방식’을 강조하면서 경제개혁을 조심스럽게 추진하려 했다.
홍콩·선전(深玔)식 ‘자본주의 시험장’으로 활용
북한은 미국의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신사고 노선을 본격화하지 못하다가 올 하반기부터 이를 본격화하고 있다. 신사고에 입각한 새로운 발전전략은 ‘유치를 통한 개발촉진전략’이다. 내부자원이 고갈된 상태에서 추진하고 있는 계획경제의 개선노력은 외부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을 거둘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자구노력 차원에서 내부경제 개혁 조치를 취하면서 남북관계 원상회복, 그리고 북-일 국교정상화 및 북-미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신의주 특구 지정은 북한 지도부의 개혁·개방 의지를 서방세계에 확인시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북한은 1991년 12월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를 설치하고 대외 자본유치에 노력했으나 투자환경이 좋지 않고 법령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성공을 거둘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신의주 개방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획기적 조치다. 북한당국이 지난 9월12일 채택한 신의주 특별행정기본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국가가 신의주 특구에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부여하며 행정부의 법률제도를 50년간 변화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는 토지임대기간을 50년간 보장하여 특구에 투자를 장려하며 기업에 유리한 투자환경과 경제활동조건을 보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정치적으로는 홍콩, 마카오 등 자본주의국가들로부터 환수한 지역을 특별행정구역으로 유지하는 중국식 특별행정구역과 유사하고, 경제적으로는 선전(深玔) 등 중국의 경제특구와 유사하다.
북한이 경의선 연결지점이자 중국의 접경지역인 신의주를 특구로 지정한 것은 중국의 개혁·개방 경험을 원용하여 이 지역을 ‘자본주의 시험장’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신의주는 ‘북한판 상하이’로 북한 ‘발전의 극(the pole of development)’으로 해외자본 유치의 창구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서방과의 경제협력 및 중국진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다.
북한이 신의주를 특구로 설치했다고 해서 곧바로 해외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해외자본 입장에서는 북한보다 유리한 투자처가 많다. 결국 신의주 특구는 남한 자본과 중국의 화교자본, 그리고 일본 조총련 자본이 들어가지 않으면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북 지도부, ‘사회주의 시장경제’ 노선 따라야
따라서 신의주 특구는 경의선과 연결돼야 남한 등 서방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 그리고 중국의 자본과 시장이 결합되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경의선이 연결되면 ‘환황해경제권’이 형성되고, 북한 사회주의경제는 자본주의 세계경제에 편입하게 될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북한 내부의 개혁·개방과 관련한 법적·제도적 정비를 서두르는 것이다. 내부 개혁 없이 개방만 추진할 경우 서방 자본이 안심하고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메모수준의 ‘말씀’으로는 경제개혁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북한 지도부의 사상해방이다. 북한당국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기존의 논리를 넘어서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가능하다는 중국 역사적 경험을 수용하여 이를 당의 기본노선으로 채택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신의주 특구 등 개방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 북한학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