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5일 워싱턴에 있는 부르킹스 연구소에서는 부시행정부의 매파 정책이론가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를 잡은 월포비츠 국방부 부장관의 초청연설이 있었다. 9·11테러 1주년을 맞아 부르킹스 연구소에서 기획한 ‘9·11은 미국의 외교정책과 세계질서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라는 세미나의 키노트 스피커로서였다.
이 세미나가 흥미를 끌었던 점은 크게 두 가지 점이다. 첫째는 외교노선과 군사정책에서 부시행정부의 반대편에 서 있고, 사실상 민주당의 싱크탱크라 할 수 있는 이 연구소가 어떻게 공화당 매파정책의 최대 이론가 겸 실무가인 월포비츠 부장관을 초청할 생각을 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둘째는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부시행정부의 입장과 초읽기에 들어갔던 이라크와의 전쟁에 대한 그의 전략과 정책이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알 카에다 조직을 제거한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국가건설에 미국이 얼마나 많은 기여와 헌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한 것으로 강연을 마치고 자리를 떴다.
그가 자리를 뜨자 흥미로운 데이터 하나가 발표되었다. 테러 1주년을 맞아 미국인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였다. 이 조사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면, 왜 부시행정부가 국제여론과 동맹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매파식 일방주의 외교정책을 강행하는지에 대한 미시적 기초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우선 이 조사결과는 미국인들에게 ‘자신의 삶 중에 일어났던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으로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출생과 죽음, 그리고 결혼과 직업의 변화라고 언급했지만, 38%의 미국민은 9·11테러공격이라고 말했다. 특히 뉴욕과 워싱턴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51%와 44%는 각각 9·11테러라고 말했다.
이점은 뉴욕과 워싱턴이 미국의 경제와 정치의 수도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심장이 아직 9·11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음을 반증한 것이다.
부시행정부의 공격적인 대외정책의 근원을 파악하는데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모티브가 있다. 워싱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40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69%는 자신이 ‘현재 살고 있거나 일하고 있는 지역에서 미래의 테러공격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심리적 기저는 지금 과거의 충격과 미래의 불안이란 이중의 고통으로부터 아직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어제와 내일에 붙잡힌 워싱턴이 오늘과 현실의 문제를 왜 국제여론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일방주의적으로 강행하고 있는가를 관찰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국내정치와 국제정치를 관장하는 부시행정부의 모든 중추기능은 사실상 워싱턴에 집중되어 있고, 부시 대통령 또한 워싱턴에 살고 있는 한 사람이라는 점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는 지금 미국의 대통령임과 동시에 워싱턴의 주민이다.
그 동안 국제사회는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을 심하게 비판해왔다. 그러면서 일방주의 외교정책의 뿌리로서 다음의 다섯 가지 요인을 들었다.
그것은 우선 경제군사적인 측면에서 미국이 갖는 압도적인 힘의 우위성과 군산복합체의 지속적인 지지, 탈레반 축출 이후의 과도한 자신감과 세계패권전략 그리고 11월에 있게 될 중간선거에서의 승기모색을 위한 기회포착이 그것이다.
그러나 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의 뿌리가 생성된 이후 그것이 어디까지 뻗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더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그 핵심은 미국민들의 생각과 여론에 있다. 지금까지 부시행정부의 외교군사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온 전문가나 각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이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이번 부르킹스 연구소의 서베이가 주는 새로운 놀라움은 미국의 반테러 정책이 동맹국들의 이해관계를 강하게 반영하기보다는 미국의 국익과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미국민의 생각이란 점이다.
이것이 바로 부시행정부로 하여금 국제여론을 무시하면서까지 일방주의 정책을 강행하게 만들었던 결정적 요인이었던 것이다. 미국민의 지지가 지속 가능한 한, 워싱턴의 매파식 일방주의 외교정책과 공격적인 군사정책은 당분간 식지 않을 것이다. 이라크의 후세인이 조건없이 핵사찰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만술이라고 일축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비록 중동과 동북아, 이라크와 북한, 그리고 페르시아 만과 한반도의 상황이 다르다 할 지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수상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일정상회담을 위해 고이즈미 수상이 북한으로 떠나던 날, 이 곳 워싱턴에서는 럼스펠트 국방장관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문제를 공개적으로 언명한 사실 말이다.
이 세미나가 흥미를 끌었던 점은 크게 두 가지 점이다. 첫째는 외교노선과 군사정책에서 부시행정부의 반대편에 서 있고, 사실상 민주당의 싱크탱크라 할 수 있는 이 연구소가 어떻게 공화당 매파정책의 최대 이론가 겸 실무가인 월포비츠 부장관을 초청할 생각을 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둘째는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부시행정부의 입장과 초읽기에 들어갔던 이라크와의 전쟁에 대한 그의 전략과 정책이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알 카에다 조직을 제거한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국가건설에 미국이 얼마나 많은 기여와 헌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한 것으로 강연을 마치고 자리를 떴다.
그가 자리를 뜨자 흥미로운 데이터 하나가 발표되었다. 테러 1주년을 맞아 미국인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였다. 이 조사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면, 왜 부시행정부가 국제여론과 동맹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매파식 일방주의 외교정책을 강행하는지에 대한 미시적 기초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우선 이 조사결과는 미국인들에게 ‘자신의 삶 중에 일어났던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으로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출생과 죽음, 그리고 결혼과 직업의 변화라고 언급했지만, 38%의 미국민은 9·11테러공격이라고 말했다. 특히 뉴욕과 워싱턴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51%와 44%는 각각 9·11테러라고 말했다.
이점은 뉴욕과 워싱턴이 미국의 경제와 정치의 수도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심장이 아직 9·11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음을 반증한 것이다.
부시행정부의 공격적인 대외정책의 근원을 파악하는데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모티브가 있다. 워싱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40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69%는 자신이 ‘현재 살고 있거나 일하고 있는 지역에서 미래의 테러공격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심리적 기저는 지금 과거의 충격과 미래의 불안이란 이중의 고통으로부터 아직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어제와 내일에 붙잡힌 워싱턴이 오늘과 현실의 문제를 왜 국제여론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일방주의적으로 강행하고 있는가를 관찰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국내정치와 국제정치를 관장하는 부시행정부의 모든 중추기능은 사실상 워싱턴에 집중되어 있고, 부시 대통령 또한 워싱턴에 살고 있는 한 사람이라는 점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는 지금 미국의 대통령임과 동시에 워싱턴의 주민이다.
그 동안 국제사회는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을 심하게 비판해왔다. 그러면서 일방주의 외교정책의 뿌리로서 다음의 다섯 가지 요인을 들었다.
그것은 우선 경제군사적인 측면에서 미국이 갖는 압도적인 힘의 우위성과 군산복합체의 지속적인 지지, 탈레반 축출 이후의 과도한 자신감과 세계패권전략 그리고 11월에 있게 될 중간선거에서의 승기모색을 위한 기회포착이 그것이다.
그러나 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의 뿌리가 생성된 이후 그것이 어디까지 뻗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더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그 핵심은 미국민들의 생각과 여론에 있다. 지금까지 부시행정부의 외교군사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온 전문가나 각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이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이번 부르킹스 연구소의 서베이가 주는 새로운 놀라움은 미국의 반테러 정책이 동맹국들의 이해관계를 강하게 반영하기보다는 미국의 국익과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미국민의 생각이란 점이다.
이것이 바로 부시행정부로 하여금 국제여론을 무시하면서까지 일방주의 정책을 강행하게 만들었던 결정적 요인이었던 것이다. 미국민의 지지가 지속 가능한 한, 워싱턴의 매파식 일방주의 외교정책과 공격적인 군사정책은 당분간 식지 않을 것이다. 이라크의 후세인이 조건없이 핵사찰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만술이라고 일축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비록 중동과 동북아, 이라크와 북한, 그리고 페르시아 만과 한반도의 상황이 다르다 할 지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수상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일정상회담을 위해 고이즈미 수상이 북한으로 떠나던 날, 이 곳 워싱턴에서는 럼스펠트 국방장관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문제를 공개적으로 언명한 사실 말이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